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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이야기

『묵호의 꽃』 펴낸 최정원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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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을 위한 글은 오래 써봤으니, 이번에야말로 다른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2018.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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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차와 남녀 차가 존재하였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묵호의 꽃』 에서는 여성 캐릭터들의 매력이 특히 돋보인다. 우선 주인공 ‘솔이’가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힘을 갖춘 평민 여성 캐릭터로, 그녀는 몰락한 양반도, 집안을 살리기 위해 남장을 하거나 신분을 위장해서 살아나가야 하는 처지도 아니다. 다만 그녀는 동식물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그 능력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저승사자’의 심부름을 하는 등 해결사로서 등장한다. 또한 이야기에 단순히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구도를 벗어나 확고한 뜻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매력적인 여성 악역 캐릭터가 등장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남자 주인공의 약혼녀로 등장하는 ‘시호’의 경우, 몹시 복잡한 매력을 갖춘 캐릭터로 숨은 비밀이 많은 여자이다.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힌 독자들이 다음 이야기는 시호의 이야기여야 한다며 연재 종료 후에 외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묵호의 꽃』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오랜 시간 연재 후에 출간된 첫 작품이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얼떨떨하고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글은 오래 써왔지만 무료 연재를 하는 것과, 완성된 상품으로의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받고 출판 지원을 받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니까요. 초등학생 때 첫 이야기를 만들면서 언젠간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꿨었죠.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다른 분들도 그러셨겠지만, 직장생활하고 가정을 꾸리며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지다보니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역시 꿈은 꿈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름다워, 그렇지?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지내왔는데…… 이렇게 지금 제 꿈이 현실이 되어 있네요. 황금가지 편집부에서 보내신 메일을 받고 눈을 의심했었어요. 이건 거짓말이다. 이건 꿈이다! 그리고 지금도 이 감각은 그대로예요. 고백하자면, 사실 이 인터뷰도 몰래카메라 같은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답니다. 

 

『묵호의 꽃』 을 처음 접하는 독자분들을 위해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승사자와 명랑 소녀가 함께하는 유쾌상쾌통쾌 조선연애활극’이라고, 편집자님께서 요약해주셨던데 이보다 더 명쾌한 소개가 있을까 싶어요. 이 소설은 동식물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신비한 아가씨와, 어째서인지 정체를 숨기고 저승사자의 복색으로 밤길을 헤매는 청년이 나라를 뒤엎으려는 음모를 파헤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예상하시는 것보다 더욱 빠르고 경쾌하고 상쾌한 이야기…… 이길 바랍니다!

 

첫 작품을 '브릿G'를 통해 연재하게 되었는데, 연재하게 된 이유와 연재 당시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본래는 혼자 작업을 한 다음 투고를 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쓰고 있는 방향이 제대로 된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더라구요. 그러다보니 고민도 많아지고 글 쓰는 속도도 더뎌져서 일단 연재를 해보고 다른 분들께 피드백을 받아보자 싶었죠. 마침 무척 좋아하던 황금가지 브랜드에서 브릿G라는 신규플랫폼을 오픈해 주셨구요. 망설일 것이 없었죠.


초기 반응은 별다를 것이 없었어요. 황금가지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이니만큼 독자분들의 기대도 장편 스릴러, 호러, 정통 판타지 작품들 쪽으로 기울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연재 시작하고 한 달쯤 지나자 상황이 바뀌었어요. 추천글을 써주시는 독자님들도 계셨고, 댓글도 꾸준히 달아주시며 계속 함께해주시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죠. 그때 즈음부터 작품 순위가 가파르게 올라서 베스트 10위권 내에 진입해서 연재를 끝낼 때까지 죽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리뷰 공모도 매번 할 때마다 굉장히 많은 분들께서 관심 갖고 참가해주시고, 또 분에 넘치게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곤 했구요.


전혀 기대 못했던 결과였어요. 말씀드렸다시피 브릿G는 로맨스에 대한 관심도에 있어서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거든요. 서너 분 정도라도 읽고 쓴소리 해주시면 좋겠다싶어 시작한 연재였는데 과분한 관심과 칭찬이었죠. 아마 그 덕에, 그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욕심을 낸 덕에 여러 힘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끝까지 완성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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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로 '사극 로맨스'라는 장르를 쓰게 되었나요?


자신만을 위한 글은 오래 써봤으니, 이번에야말로 다른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매력적인 사랑 이야기만큼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 금방, 로맨스에 도전해보자는 결심을 했죠. 다만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를 쓰려다보니 제가 즐기는 ‘액션 활극’을 살리기가 마땅치 않더라구요. 자칫 작품의 주장르가 바뀌어버리는 일도 생길 것 같아 고민만 길어졌죠. 그러던 어느날 대학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식사할 일이 생겼어요. 그 자리에서 어느 친구가 말했죠. “요새 드라마 배경이 다시 삼국시대까지 돌아왔던데? 화랑이 나와!” “응? 화랑? 이번에도 머리 올백으로 묶어 올려? 역시 시대물은 도포에 갓이 최……! 어?”


네. 역시 도포랑 갓의 비주얼은 최고죠. 그렇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 활극 로맨스로 이번 작품의 장르가 결정되었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조선시대지만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들이 주체적이고 독특합니다. 저승사자와 솔이, 그리고 시호 등 재미있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와 어떻게 캐릭터를 구성해 나갔는지 궁금합니다.


저승사자 서민훈은 낮에는 개망나니 한량을 가장하고, 밤에는 누이의 목숨을 앗아간 전란의 원흉을 캐러 다니는 인물입니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성격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누이를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한 지독한 자기혐오에 시달리고 있는 남자죠. 그런 그와 사사건건 부딪히게 되는 이솔은 그와 정반대로 무서울 정도로 해맑고 낙관적인 오지라퍼 아가씨입니다. 동식물과 말이 통하는 능력을 가져 그것으로 주변의 곤란한 일들을 도와주는 것이 그녀의 낙이고, 저승사자의 곤란함을 해결해주는 것을 새로운 낙으로 삼기로 결정한 그녀에겐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몇 가지 있죠. 그녀의 곁에는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지켜 온 동네 오라버니, 몰락양반……을 자처하는 남자, 이현이 있습니다. 서민훈의 정혼자로서 이솔을 견제하는 좌의정 안익태의 외동딸, 안시호도 중요한 인물이죠.


주인공이 있으면 조력자가 있을 테고, 대적자가 있겠죠. 저는 먼저 고전적인 로맨스의 공식대로 필요한 포지션을 만들고, 그 위에 캐릭터를 하나하나 올렸습니다. 다만 캐릭터 하나하나는 최대한 현대적인 느낌이 들도록 주의했죠. 무엇보다 캐릭터들마다 호소력 있는 개인 서사를 주어서 저마다 사랑이든, 동정이든, 납득이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전형적인 포지션을 가져왔는데 인물마저 납작하다면 읽는 재미가 없으실 테니까요.

 

남녀의 신분 차이, 북방의 전란 이후 더욱 고통스러워진 민초들의 삶, 젊고 기댈 곳 없는 왕과 그의 눈을 가리고 나라를 쥐락펴락 하는 간신 등 사극에서 보여줄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작가님이 작품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썼던 사건은 무엇인가요?


작가로서는 모든 사건에 다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사냥꾼 충이 아저씨와 솔, 민훈이 대립했던 사건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이 소설 속의 대부분의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이 있고 그 욕망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죠. 하지만 충이 아저씨는 선량하게 살아오다가, 선량하고 순진했던 죄로 가진 것을 모두 잃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인물입니다. 그는 세상을 다시 선하게 만들어 줄 ‘누군가’를 위해 악역을 자처하죠. 나의 욕망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욕망을 위해 움직여요. 믿음을 가지고 나쁜 짓을 해요.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약하죠. 그와 저승사자의 대결을 그리면서 어느 한순간은, 그를 응원하고 있었어요. 솔의 “그만해요!” 라는 대사를, 정말 진심을 담아 쓰고 있더라구요. 그 순간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꼭 써보고 싶은 소재나 분위기의 소설이 있는지, 언제쯤 만나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음번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아직 구체적인 구상은 없지만 막연히, ‘성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편 호러 작품을 완성해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만 있네요. 되도록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읽으면서 등골이 오싹할 만큼 무서운 사건들을 많이 넣어서, 하지만 다 읽고 나면 끝까지 읽기를 잘했다 싶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로요. 스티븐 킹 작가님의 『그것』 같은 소설을 쓰고 싶은데 꿈이 크지요? 그래서 앞으로 많이 보고 듣고 읽으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려 합니다. 갑자기 번쩍! 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당장 내년부터라도 시작해 볼 수 있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네요. 잘 준비해서 읽으신 분들이 납득하실 수 있는 좋은 이야기를 들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묵호의 꽃최정원 저 | 황금가지
이야기에 단순히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구도를 벗어나 확고한 뜻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매력적인 여성 악역 캐릭터가 등장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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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묵호의 꽃 1

<최정원> 저12,4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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