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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새로운 자유, 두 번째 낙원을 보여주다

『내일이 있어 우리는 슬프다』 김광섭 시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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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은 추수 직전에 태풍을 만나는 법이죠. 고통과 환난을 인내하면 달고 예쁜 사과를 얻게 되지 않을까요? (2018. 10. 08)

김광섭 시인 1.jpg

 

 

시인 마야콥스키는 “심장은 탄환을 동경한다”고 했다. 카인은 “내가 아우를 지키는 자인가?” 반문했다. 밴드 블랙언더그라운드는 “팬이 되지 말고 동지가 되자” 했으며, 너바나의 프런트 맨 커트 코베인은 “서서히 소멸하는 것보다 한순간에 불타 사라지는 것이 낫다”고 유서에 적었다. 예술가의 전 생애가 아닌 그 찰나가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경우가 있다. 나비문학상(2010)과 시작신인상(2013)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광섭 시인의 첫 시집 『내일이 있어 우리는 슬프다』 는 초신성이 폭발하며 전 우주를 밝히는 그 짧고 강렬한 순간을 기록한 시집이다.


시인 장석원은 이 시집에 대해 “없던 세계가 탄생했다. 김광섭의 작품집이 품고 있는 성속(聖俗), 생사(生死), 멸종(滅種), 부활(復活), 금기 위반, 신성모독 등등의 주제는 우리 현대시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아시아경제, 2018. 8. 24) 했고, “너의 질환에는 화색이 돌아” 시인의 질병을 스스로 진단한 수록작「뭉개진 혈통의 얼간이들」에 대해 시인 이영광은 “질환의 고통과 세상의 외면을 저주받은 받은 시인의 역설로 표현한 에너지 넘치는 작품”(「문예바다」 2018년 여름호)으로 평가했다. 밴드 이상의날개 보컬 문정민은 시집을 읽고 “검은 표지.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순간과 영원, 숭고와 타락, 불멸과 소멸의 이야기. 처음 시집을 들고 첫 장을 넘기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밝힌다.


첫 시집  『내일이 있어 우리는 슬프다』 의 탄생과정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고요?

 

새로운 낙원, 두 번째 낙원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나만의 꿈은 아닐 겁니다. 자유를 꿈꾸는 자들은 언제나 존재하니까요. 그 자유가 사회 질서를 훼손할 것이라 판단될 때, 사회는 그를 격리시킵니다. 수록작 「석양이 죽은 사슴의 뿔을 핥는다」를 보면 나병사가 등장합니다. 나병사는 한센병을 앓은 수감자를 격리시켰던 옥사입니다. 현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찾으면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독립운동가도 있었습니다. 그들처럼 자신의 삶에 충실했음에도 구속된 이들에게 자유를 주고자 했습니다. 저 또한 그들처럼 격리되었다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과 나의 자아를 나 스스로가 고립시키지 않았나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이 시집은 새로운 자유에 관한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가 갈망하는 자유가 아닌, 저의 자유로서 단독적으로 탄생한 영원의 시공간입니다. 시집에 수록한 50편만을 남기고 모든 작품을 폐기했습니다. 이 시집만이 진정한 자유입니다.

 

시인이 꿈꾸는 자유란 무엇인가요?


“부활할 수 있겠니? / 왜 나를 죽였나 / 의심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미애인과 황야의 실과」) 끊임없이 나 자신과 세계를 의심하며 질문을 던졌습니다. 태초 이래 변하지 않는 화두인 삶과 죽음, 빛과 어둠, 그것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싶었습니다. 죽음이 생명에, 어둠이 빛에 앞설 때, 인간은 어떤 자유를 얻고 어떻게 새로워지는가. 그 자유의 파문이 건설한 것이  『내일이 있어 우리는 슬프다』 입니다.

 

만족스러운 자유였나요?


시집은 자유를 얻었지만 시인은 황폐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방황의 시기가 시인을 더 큰 성자로 이끌 수 있음을 확신합니다. 시인은 환난과 고통을 긍정합니다. 그 또한 온전히 그만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안락한 길을 알려준다면, 반문할 것입니다. 왜 내가 겪을 소멸과 탄생의 고귀한 역사를 가로막는가? 방황을 통해 인간은 자유와 구속, 저항과 화합, 환희와 참담, 믿음과 용기, 절실함과 애처로움 등 동서고금 변치 않는 인간의 모든 감정을 통감하여 진정한 성인이 될 수 있다 믿습니다. 이 시집 이후, 시인은 완전히 다른 시 세계를 갈구하게 되었습니다. 인류가 잃어버린,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인류가 누리지 못한 새로운 기쁨을 다시 찾고자 합니다. 두 번째 시집에서는 생명이 생명을, 빛이 빛을 뛰어넘는 기쁨을 되찾아 선사할 것입니다. 그때, 시인의 시 세계와 함께 이 시집도 뉴 텍스트(New Text)로서 완성될 것입니다. 첫 시집 『내일이 있어 우리는 슬프다』 는 추락한 천사의 날개처럼 펼쳐지고 있습니다.

 

독자가 시집을 잘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줄 시가 있을까요?


「푸른 물의 시」. 20대 중반에 초고를 써 10년을 품에 지니고 다닌 시입니다. 시인의 시 세계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예술가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며, 그의 낙원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누군가 현을 풀어놓는다 하여
푸른 물의 시를 유서로 읽지 말 것
그는 무장한 새가 되어 영하에서 다시 태어난다
펼쳐진 악보처럼 힘차게 날씨를 바꾸어 놓으며
누구도 그를 쉽게 복사하지 못한다.

 

폭설을 견디기 위해서는 담요를 덮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고
담요는 추위로부터 그를 보호하겠지만
그는 빙점하에서 극한을 상상한다.

 

지하에는 물기의 영혼이 있다
물 향기 여명 속에서
물로 빚은 세계가
순교자의 입술을 위무한다
그의 음악은
이슬과 빛에서 태어났다.

 

그의 난파를 사랑한다
천사가 지상에 내려오는 음속과
낙원을 떠나 냉정에 반응한 음파와
신을 이탈하는 음향을
그는 구원과 맞서 싸운 음악이다.

 

물의 기운 곁에 여혼(旅魂)이 둘러싸이면
내 애상의 정적인 그가
심층으로 온다.

 

청력은
불순물의 순수를 간직하는 것.

 

우물에서 태어나 용암처럼 솟은 그는
스스로 개화한 빙결한 불새다.

-「푸른 물의 시」전문

 

추천사를 밴드 POPE X POPE의 김환욱씨가 썼는데요?


시집을 묶어야겠다 생각할 때, 마치 신이 시집을 위해 동지를 예비하신 것처럼 김환욱씨가 2015년 POPE X POPE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1집 <The Divinity And The Flames Of Furious Desires>입니다.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이끌림과 반감, 이성과 정력, 사랑과 증오는 인간이 존재하는 데에 필요한 것”이라 했습니다. 그 대립관에서 기원했을 것 같은 큰 울림이 담긴 선악과의 목소리였습니다. 물론, 그의 음악을 제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해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은 변치 않습니다. 함부로 다룰 수 있는 음반이 아니거든요. 음악 속에서 시를 알았고, 리듬을 얻었으며, 세계를 확장시켰습니다. 벨벳언더그라운드, 도어즈, 핑크플로이드, 너바나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습니다. POPE X POPE의 두 번째 앨범이 내년에 나옵니다. 기대가 큽니다.

 

시집을 출간하면서 감사를 전할 사람이 있을까요?


제게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나 혼자였다고 생각했는데, 시집 출간 후 너무도 큰 응원을 받았습니다. 나의 신과, 나의 가족, 나의 벗, 나의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간,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에게 고통을 주어 죄송하면서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그들이 바라는 은혜로운 삶을 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하기 위해 애쓸 것입니다. 더불어 시집 출간을 결정한 채상우 대표님과 ‘파란’ 편집위원님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장 큰 감사는 독자입니다. 읽어주시면 영광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세계는 현세에 있지 않다. 나의 살과 피에 있다. 나의 고통과 환희 또한 내 뼈와 심장에 있다. 나는 너로부터 분리되었다. 나는 나로부터 태어나 감금되었다.


 

 

내일이 있어 우리는 슬프다김광섭 저 | 파란
“책이 놓여 있다. 손바닥을 맞댄 것 같은, 입술을 다문 것 같은 검은 시집. 찢어진 고요 속으로 책이 삽입된다. 김광섭의 첫 시집은 검은 성경이 되려고 하는 음악 또는 악의(惡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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