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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은 어떻게 탄생할까

『특종의 탄생』 조수진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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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사명은 바로 ‘정론직필’(正論直筆)이라 늘 믿고 있습니다. 정치부와 사회부에서만 만 20년 넘게 뛰며 ‘권력층’, ‘사회 지도층’과 관련된 사건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2018. 10.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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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_동아일보

 


극심한 분열을 경험하는 우리 사회는 믿을 수 있는 언론보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언론과 언론인을 향한 불신이 만연한 지금, 우리에게는 좋은 언론, 좋은 언론인의 모델이 절실하다. 정치, 사회부에서만 20여 년을 넘게 활약하며 진실한 보도를 위해 땀 흘린 열혈 베테랑 기자 조수진의 취재 경험담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조수진 기자는 자신의 취재 경험을  특종의 탄생』 이라는 제목으로 묶어 냈다. 이 책에는 한국 정치사회사의 중요한 굽이를 포착한 24건의 특종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담겼다.

 

책에 실린 여러 사건은 우리 현대 정치사회사의 중요한 지점을 잘 비춰 주고 있습니다. 정국의 물굽이를 바꾼 특종도 있고요. 이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취재는 어떤 것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는 책 제일 앞에 등장하는  “정윤재 게이트 특종” 을 꼽고 싶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폭로한 특종이죠. 그래서 기자의 본령인 “현재의 권력에 대한 감시, 비판, 견제”에 충실했던 기사였어요. 또, 무심히 지나칠 수 있었지만 기자 특유의 감각으로 포착한 작은 실마리가 특종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개인적으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때 저는 청와대 출입기자였습니다. 권력의 핵심부를 다루기에 언론사에서는 흔히 ‘궁궐기자’라고 부르는 자리이지만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는 출입기자의 청와대 관계자 대면(對面)취재가 금지되었어요. 청와대 내부에서 특종을 건질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없었던 거죠. 그러나 진실은 절대로 감출 수 없잖아요. 기자의 감, 탐정과 같은 날카로운 후각으로 전혀 뜻밖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기사로 저는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책에서 24편의 취재 이야기를 소개해 주셨어요. 많은 기사를 쓰며 수없이 취재를 해 오셨을 텐데, 이 24편의 경험을 특별히 고르신 까닭이 있나요?

 

독자분들이 기억하실 만한, 그러면서도 이해하기 쉽도록 명확한 것 중에서 “이달의 기자상”이나 “특종상” 등 수상으로까지 이어진 기사를 중심으로 선택했습니다. 제 책장에는 ‘조수진’이라는 바이라인이 들어간 기사만 스크랩한 노트가 40여 권 정도 꽂혀 있어요. 각 기사 옆에는 취재원이나 참고할 연락처도 함께 적어 놓았어요. 이 노트를 들춰보며 책으로 엮을 거리를 골랐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취재는 다른 이들이 숨기려는 진실을 드러내는 일이잖아요? 특히 상대가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 하더라도요. 위협을 받거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일이 있나요?

 

가끔 대학에 특강을 가곤 합니다. 거기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도 “신변에 위협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것이에요. 사실 그런 것까지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습니다(웃음). 다만, 통화내역을 조회당한 일은 있어요. 책에서 이야기한 조회 사건 이외에도요. 2008년, 김정일 관련 미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특종으로 보도한 이후였습니다. 난데없이 저와 동향인 국정원 간부와 외교부 간부가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는 거예요. 기무사에서 대학 동기인 청와대 행정관의 컴퓨터를 들고 가기까지 했습니다. 기사를 게재하기 직전, 제가 이들과 다른 일로 통화를 했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국정원에 의해 제 통화내역이 조회당했던 거죠.

 

또, 국회의원 중에는 엉뚱한 앙갚음을 하는 분이 왕왕 있습니다. 가령 비판 기사를 쓴 이후 언론사 사장이나 간부 등 ‘윗선’에 전화를 해서는 “완전한 오보”, “위험한 기자”라며 비난을 가하는 거예요. 총리실로부터 “기자생활 똑바로 하라”는 공격적인 항의전화를 받기도 했어요. 사실 기자라는 업이 좀 고약한 직업이긴 해요. 누군가의 치부나 부정을 밝히는 것, 그 과정에서 생기는 충돌이나 갈등은 정말 인간적으로 괴로울 때가 있어요. 특종, 단독보도를 건져 놓고도 한동안 속앓이를 해야 하는 일도 잦습니다.

 

작가님은 베테랑 언론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많은 글을 쓰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까지 내셨습니다. 꼭 책을 통하여 전해야만 했던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저의 경험을 직접 글로 소개해서 ‘기자의 업’ 그 자체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다른 여러 분야에 일종의 ‘실무서’가 있는데, 기자의 일을 두고는 마땅한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기사는 어떻게 탄생하는지, 취재원과의 관계와 취재, 기사 작성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한 사람의 기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죠. 무엇보다도, 기자라는 일이 정말 해 볼 만한 것이라 외치고 싶었습니다. 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것이 기자의 소명이라 배웠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기자’에 ‘쓰레기’라는 단어를 붙인 ‘기레기’란 명칭이 회자되더군요. 그에 대한 반발 같은 것도 작용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언론인의 역할과 사명을 조금 더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언론의 사명은 바로 ‘정론직필’(正論直筆)이라 늘 믿고 있습니다. 정치부와 사회부에서만 만 20년 넘게 뛰며 ‘권력층’, ‘사회 지도층’과 관련된 사건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언뜻 보면 단순하지만 뜯어보면 완전히 다른 측면의 사실(fact)이 감추어진 사건이 많았습니다. 이를 있는 그대로, 공정하게 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언제 어디서나 정론직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수많은 압력, 갈등, 속앓이, 부당한 비난이 뒤따르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쉼 없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 가치 있게 빛난다고 확신합니다.

 

그런 언론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최근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불신이 만연합니다. ‘가짜뉴스’도 많고 보도 공정성 논란도 끊이질 않죠. 무엇이 문제일까요? 어떻게 해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세요?

 

언제부터인가 같은 사안을 놓고서도 ‘이념’에 따라 달리 해석하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대학 특강에서도 보면 학생들 사이에서도 누군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기삿거리를 흘려준다는 인식이 많았어요. 또 사실관계를 쓴 기사를 두고서도 보수나 진보와 같은 정치적 성향을 묻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집니다. 제가 정치부 기자로 오래 활동했기 때문에 유독 그런 부분을 더욱 심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와 언론은 어느 정권, 어느 정치세력을 대하든지 비판과 견제, 감시라는 본연의 사명을 마음에 새기고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야 합니다. 그것만이 언론으로서 절실히 필요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봅니다.

 

책에서 언론계를 무대로 한 드라마 <피노키오>를 언급하며 ‘비현실적인 장면’에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말씀하셨죠. ‘여기자’로서 경험한 편견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그럴 때는 그런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대답이 있다면요?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기자, 특히 여기자는 예의 없게 그려지는 일이 많다고 생각해요. 스크린에선 극단적인 인간상을 찾다보니 굳어지는 이미지라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수습기자가 변기 물로 머리를 감는, 자극적이지만 있을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된 것도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로 봐야 할 것입니다. 여기자로서 제 경우엔 “밥은 할 줄 아느냐”, “혹시 결혼은 했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지금도 받고 있고요(웃음). 가정도, 아이도 있는 제가 그럴 때 즐겨 대답하는 말이 있습니다. “기자 일이 독립운동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바빠도 남들 하는 것은 최대한 해보려고 합니다.”

 


 

 

특종의 탄생조수진 저 | 나남
오늘날 뉴스는 넘치지만 ‘진짜 뉴스’를 찾기 힘든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정도를 지키고 진실한 보도를 위해 현장에서 땀 흘려 온 조수진 기자의 이야기는 언론의 역할과 참된 언론인상을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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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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