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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므라즈, 이름값 하는 앨범

제이슨 므라즈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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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그도 중견의 반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친근하게 자신의, 또 주변의 이야기를 하며 꿈과 희망, 사랑을 전하는 데 주력한다. (2018. 0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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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은 ‘어루만짐’과 상통한다. 그는 2002년에 메이저 데뷔 앨범 <Waiting for My Rocket to Come>을 발표한 이래 꾸준히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The Remedy(I Won’t Worry)」(2002)를 시작으로 「I’m Yours」(2008), 「Lucky」(2008), 「I Won’t Give Up」(2012)까지 이어지는 그의 레퍼토리는 그야말로 공감의 산물이다. 여기에 밴드와 함께 사운드를 꾸리고 흡인력 강한 멜로디를 쓰는 솜씨는 그를 우리 시대의 어쿠스틱 팝 대표 주자로 격상한 요인이다.

 

여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Know.>에서도 그의 강점은 생생하다.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노랫말이 보통의 이야기가 되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특유의 긍정적 태도와 가치관이 모여 사랑이 해답이라는 교훈으로 귀결된다. 각 노래에 담긴 주제의식은 소박하지만 모두의 일상에 보탬이 될 만한 것들이다. 음악적 구성 또한 인상적이다. 그는 “직전 앨범이 허브차였다면, 이번 앨범에는 카페인을 조금 첨가했다”는 독특한 비유를 통해 사운드의 발전을 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YES!>를 함께 만든 밴드 레이닝 제인(Raining Jane), 프로듀서 앤드류 웰스(Andrew Wells)와 함께 주 종목인 어쿠스틱부터 밴드와 현악기, 부피를 키운 음향까지 골고루 이용하며 듣는 즐거움을 챙겼다.

 

첫 싱글 「Have It All」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미있다. 이야기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얀마에 여행을 간 제이슨 므라즈는 그곳의 한 승려로부터 ‘타시 텔레’(Tashi Delek)라는 인사말을 들었다. ‘당신의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뤄지길’이란 뜻의 말이 좋았던 그는, 이를 자신의 일기장에 옮겨놓고 가사로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단어를 바꿔가며 압운을 맞췄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라인이 첫 소절 “May you have auspiciousness and causes of success“다. 몇 달 뒤 송라이팅 세션을 통해 탄생한 이 노래는 「I’m Yours」의 리듬감과 「I Won’t Give Up」의 메시지를 두루 갖췄다. 리드 싱글로 부족함이 없다.

 

앨범의 면면에는 그만의 매력이 꿈틀댄다. 첫 곡 「Let’s See What The Night Can Do」에는 여러 겹의 화음과 공간감을 부여한 밴드 사운드로 낭만을 담았고, 「More Than Friends」에서는 메간 트레이너와 발랄하게 호흡을 맞추며 「Lucky」를 잇는 듀엣을 만들었다.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곡을 쓰고 싶었다”며 제작 동기를 설명한 「Unlonely」에선 「Geek In the Pink」(005) 등에서 구사했던 랩을 들을 수 있어 반가움을 더한다. 오래전부터 공연에서 불러온 「Sleeping To Dream」이 스튜디오 음원으로 앨범에 실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오랜 마니아들의 환호가 예상된다.

 

음반을 닫는 「Love Is Still The Answer」는 사운드 디자인과 메시지 등 모든 면에서 종합적이다. 밴드와 스트링, 합창을 동원해 소리의 규모를 키웠고, ‘신의 마음과 꿈이 산산이 조각났대도, 당신이 무엇을 원하든, 여전히 사랑이 해답이다’는 후렴구 가사로 주제를 공고히 했다. 딕시 칙스(Dixie Chicks)의 「Not Ready To Make Nice」(2007), 아델의 「Someone Like You」(2011) 등을 함께 만든 작곡가 댄 윌슨(Dan Wilson)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노래는 비교적 경쾌한 기조의 앨범에서 가장 무게감 있는 곡으로, 앨범을 마무리하는데 적격이다.

 

과연 이름값을 하는 앨범이다. 어느덧 그도 중견의 반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친근하게 자신의, 또 주변의 이야기를 하며 꿈과 희망, 사랑을 전하는 데 주력한다. 이 앨범에 절망과 좌절, 우울 같은 건 없다. 음악 또한 늘 그랬듯 수수하지만 쉽게 들어오고, 질리지 않고 오래 들을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다. 스스로의 강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자신이 사랑받은 지점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 결과다. 긍정과 활력으로 가득 찬 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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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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