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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한강변 음악축제,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 2018

야외 페스티벌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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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호평받은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의 두 번째 개최 소식은, 많은 이들의 마음속 '페스티벌 욕구'를 자극했던 것이 틀림없다. 1차 2차 선예매를 순식간에 매진시켜버렸으니 말이다. (2018. 0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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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여름 음악 페스티벌은 더위와의 전쟁이라지만 올해만큼 치열한 전선이 전개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경보로 끓어버린 서울을 예상하진 않았겠지만, 대부분 음악 페스티벌들은 실내 공연장을 택했고 개별 내한 공연으로 선회하는 경우가 늘었다. 야외 페스티벌의 낭만이 점차 사라지는 와중에 신선한 라인업과 한강 난지공원이라는 접근성 좋은 공간으로 지난해 호평받은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의 두 번째 개최 소식은, 많은 이들의 마음속 '페스티벌 욕구'를 자극했던 것이 틀림없다. 1차 2차 선예매를 순식간에 매진시켜버렸으니 말이다.

 

적당한 구름과 무더운 햇볕이 내리쬐는 13시쯤 도착해 짐을 풀고 나니 작년보다 한층 아담해진 페스티벌 구역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작년에 비해 전체 구역은 반 정도로 줄었고 메인 스테이지 정도의 크기는 되었던 서브 스테이지는 아주(?) 작아졌다. 다양해진 푸드 트럭과 독특한 MD 판매, 보다 선택권이 늘어난 주류 판매 부스 등은 만족스러웠지만, 양일에서 하루로 줄어버린 일정처럼 정작 음악을 즐길 공간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안타까웠던 부분. 다행히 공연 진행이나 음향 수준까지 반토막 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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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 스노우 - 작열하는 태양 속의 수줍음


백업 DJ가 흥을 돋우고 15분쯤 후, 오늘의 첫 해외 아티스트 레지 스노우(Rejjie Snow)가 스테이지 위로 여유로이 걸어 올라왔다. 특유의 조곤조곤한 톤으로 넘실대는 바이브를 만들어간 레지는 '오늘은 아시아에서의 첫 무대야, 정말 흥분돼.'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규 앨범 <Dear Snow>의 노래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잔잔하게 분위기를 만들어가던 그는 후반부엔 강렬한 트랩 비트의 'Flexin'을 통해 강렬한 스킬을 뽐내기도 했다. 여유와 탄탄한 내공을 동시에 보여줬으니 팬들의 기억 속에 확실한 이름을 새겼음은 물론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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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 루이스 - 다재다능한 신예를 바라보는 즐거움


한낱 폭염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다음 차례는 SG 루이스(SG Lewis)가 이어받았다. 한국에서의 첫 공연을 풀 밴드 라이브 셋으로 준비한 그는 신디사이저와 루프 스테이션부터 베이스 기타, 일렉트릭 기타, 드럼 패드까지 다루는 팔색조 매력으로 왜 본인이 '증명된 신인'인지를 증명해 나갔다. 라이브 중간마다 등장하며 개성 있는 보컬을 더한 여성 보컬 알리(Alrie)와 톰 던(Tom Dunne)과의 궁합도 최적.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에서 가장 반전이었던 무대. 어린 나이라 볼 수 없는 노련한 스킬은 왜 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루키인지를 몇 분 만에 납득시켰다. 다재다능한 각국 신예들을 한국에서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페스티벌의 최고 장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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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KJ - 장인의 멋진 솜씨


SG의 멀티플레이를 이어가는 다음 무대는 프렌치 키위 주스(이하 FKJ)의 차례. 신디사이저 두대와 일렉트릭 기타, 두 개의 색소폰과 함께 홀로 무대에 선 그 역시 자유자재로 플랫폼을 오가며 끊김 없는 리듬을 만들어냈다. 전자가 밴드 구성의 깔끔함이 빛났다면 FKJ의 무대는 보다 재즈적인 손길로 물 흐르듯 즉흥적이면서도 규칙적인 구성이 빛났다.

 

특별 게스트 준 마리이지(June Marieezy)의 청초한 보컬과 함께 낭만적 몽환을 조성한 'Amsterjam'과 감각적 기타 리프의 'Tadow'는 음원을 뛰어넘는 멋진 라이브. 일몰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저항하는 따가운 햇살에도 많은 팬들이 메인 스테이지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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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노키아 -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멋진.


'Kitana'와 'Tomboy'까지의 열기는 굉장했다. 특유의 당당함과 거친 개성으로 뭉친 프린세스 노키아(Princess Nokia)가 등장하자마자, 그간 고개를 끄덕이고 리듬을 타던 팬들은 본격적으로 점프하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솔란지의 'Don't touch my hair'에 맞춰 셀카를 찍고 무대 위에서 과감한 트월킹(Twerking)을 선보이는 퍼포먼스 역시 일품. 흐트러지지 않는 라이브 스킬도 인상적이었다.

 

무대 중간중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긴 했다. 갑자기 랩 메탈 브릿지가 들어가고 곡 체인징이 매끄럽지 않았으며 뜬금없는 독창 (펑크 록 밴드 블링크-182의 'I miss you'를 부른 건 좀 놀랐다.)이 집중도를 낮췄다. 그러나 'Bart simpson'에서 무대 아래로 뛰어들어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열성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모습은 덜 다듬어졌음에도 왜 이 아티스트가 기대받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특히 무대 도중 유색 인종 미국인으로의 정체성과 여성 인권 운동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연설하는 모습은 이 날 최고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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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거랫 애프터 섹스 -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이별


석양이 저물며 자연스레 내리 깔린 연기, 그 희뿌연 공간을 명징히 울리는 기타 소리를 따라 팬들은 이 날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갔다. 어둑해진 하늘이 자연 모노 필터를 끼워놓은 듯 몽환적인 무대, 그 위에 시거랫 애프터 섹스(Cigarette After Sex)의 달콤한 멜로디가 그 공간을 가득 채워나가고 있었다. 그렉 곤잘레스의 목소리는 말 그대로 여름밤의 마법이었다.

 

돌이켜보면 음악 페스티벌의 마지막은 햇볕 아래서 열정을 불태우고도 최후로 남은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으며 장렬한 최후를 맞는 것이 대부분. 허나 이 날처럼 낭만적인 작별 인사도 나쁘진 않겠다 생각이 들 정도로 시거랫 애프터 섹스의 마무리는 아름다웠다. 음악을 사랑하고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내일과 내년을 기약하며, 그와 동시에 잊히지 않을 짙은 여운을 남기며. 공연 말미 'Apocalypse'의 멜로디가 더욱 깊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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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은 작년에 비해 소박했으나 특유의 개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매력을 더했다. 규모는 작지만 페스티벌이 추구하는 '신선한 라인업'은 기성 페스티벌의 화려함과는 다른 감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아름다운 석양까지 더해진 낭만, 그 안을 따스히 채웠던 칠(Chill)한 멜로디. 페스티벌을 나서는 곳의 'SEE YOU AT 2019'를 꼭 현실로 만나볼 수 있길.

 

by 김도헌
Fake Virgin Seoul
Photo Credit  홍산, 채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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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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