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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 도미닉, 고난의 7년

사이먼 도미닉 『Darkroom : Roommates 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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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과 명예를 가졌으나 고뇌 역시 그에 못지않게 깊었던 탕자, 아니, ‘얼라’의 고백은 진실하다. (2018. 0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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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가는 행보는 아니다. 하염없이 길어졌던 공백기 동안 사이먼 도미닉은 <\ & Only>로 과거 싱글을 재활용하고 그토록 경멸하던 <쇼미 더 머니>에 출연했으며, 얼마 전엔 월드컵 시즌 기업 홍보송 「뒤집어버려」에 참여했다. 신예 프로듀서 디크로(Dihcro)의 침울한 비트 위에서 축 가라앉은 플로우로 우울했던 지난날들과 감정 기복을 노래하는 기습의 새 앨범이 그리 진실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반응의 이유다.

 

그 ‘진실하지 않다’는 느낌은 ‘낯섦’과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한다. 슈퍼 루키, 부산 사투리 쓰는 억센 사나이, ‘잘 자요’라 한 마디 던지던 여유로운 사이먼 도미닉은 있었어도 <Darkroom : Roommates Only>와 같은 사이먼 도미닉은 없었다. 과할 정도로 자기파괴적이고 우울한 가사, 지난날의 과오와 창작에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모(Emo) 힙합 스타일과 중얼거리는듯한 멈블(Mumble)은 화려한 랩 스킬과 자신감으로 무장했던 과거의 그를 완전히 해체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고난의 7년’에 대한 소회가 꽤 정교하면서도 다양하며, 깊은 서사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인트로 격의 「Roommates only」를 통해 고민 깊었던 지난날들을 풀어놓으리라며 관심을 환기하고, 고층 아파트 창가에서의 고뇌를 무겁게 내려앉은 베이스와 멈블 랩으로 조곤조곤 내뱉는 「06076」으로 곧장 어두운 분위기를 잡는다. 쓸쓸함을 배가하는 「Winterlude ‘17」의 피아노 선율은 따스하지만 곧바로 개인적인 최악의 트라우마를 묵묵히 털어놓는 「정진철」이 있다. 감정을 최대로 끌어내되 감정에 매몰되지 않았다.

 

삼촌 이름을 전국에 알린 「정진철」과 거의 울부짖다시피 고통을 절규하는 「데몰리션 맨」은 앨범을 상징하는 트랙이다. 전자가 과거를 반추하며 현재의 정기석을 형성한 사건을 담담히 스토리텔링 한다면, 후자는 이와 같은 고통을 겪은 사이먼 도미닉이 「씻겨줘」와 같은 무기력의 안식으로도 평온해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거칠게 그린다. 피아노 루프와 색소폰 연주 등 고전적인 운용을 보여주는 디크로의 프로듀싱도 감상 이입을 돕는 부분.

 

「귀가 본능」과 「얼라」로 앨범을 갈무리하는 것도 좋다. 「Lonely night」과 슈프림팀, 프라이머리와의 협연으로 익숙할 사이먼 도미닉의 스타일로 어둠을 환기하며 고뇌의 끝에 한 줄기 빛을 비춘다. 진보(Jinbo)의 리얼 세션 비트 「귀가 본능」은 「짠해」에서 보여준 바 있던 오래된 형과 같은 친근함으로, 피제이의 차분한 「얼라」는 「맘 편히」처럼 고된 일상 속에도 현실을 돌아보고 자아를 다듬는 성숙함으로 삶의 우울한 한 페이지를 완성된 작품으로 매조지한다.

 

서두에 언급했던 아티스트의 여러 모순된 행보가 온전한 집중을 방해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과장 혹은 가상이라 해도 <Darkroom>의 이야기는 체계적으로 짜여있으며 동시에 호소력을 갖추고 있다. 기대 반 조롱 반이었던 ‘일해라 정기석!’에 대해, 사이먼 도미닉은 ‘왜 일을 못했는지’를 컴컴한 암실에서 가장 밑바닥에서 긁어낸 괴로운 심정으로 털어놓았다. 재능과 명예를 가졌으나 고뇌 역시 그에 못지않게 깊었던 탕자, 아니, ‘얼라’의 고백은 진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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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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