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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갑자기 사는 게 막막해졌다

『여자의 숨 쉴 틈』 박소연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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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세요. 알아서 알겠지는 없어요. 가족이라도 나와 다른 사람이기에 꼭 이야기를 해야 들을 수 있고, 듣고 생각할 틈을 줘야 하는 거예요. 오늘도 당신들을 응원합니다. (2018.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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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몫의 1인분이 줄어든 채 찍히는 음식점 영수증이 익숙한 여자. 갑자기 만난 우울의 늪에 허우적대면서도 아이들을 챙기기에 바쁜 여자의 일상. 누군가의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자기 몫을 챙기고 싶었던 여자는 아무도 눈뜨지 않은 새벽 컴퓨터를 켜기 시작했다. 이러다가는 영수증에서 사라져버린 1인분처럼 자신의 삶까지 사라질 것만 같았다. 모두가 잠든 새벽, 여자는 글을 쓰고 꽃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만들어낸 ‘숨 쉴 틈’이 『여자의 숨 쉴 틈』  이 되었다.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책을 출간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새로운 기분이지만 요즘은 편안합니다. 제가 전혀 모르는 분들이 제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느낌도, 연락이 끊긴 지인들의 인사도 반갑습니다. 잔잔히 스며드는 책이 되길 바라며 글을 썼는데, 제 생각대로 이뤄지는 것이 그저 신기합니다. 하지만 너무 과하지 않게 제 자리에서 잘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자의 숨 쉴 틈’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많은 여성들의 손길이 가는 책 같아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가끔 어떤 여자 분을 만나면, 손대면 터질듯한 얼굴로 꾹꾹 참고 있는 게 보일 때가 있어요. 그거 뭔지 저 알거든요. 엄마로 사는 게 막막할 때가 있어요. 한참 자존감이 바닥일 때는. 우리 애들, 나보다 저 집에서 크면 더 잘 크지 않을까 라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할 때도 있었고요. 무섭죠. 많이…. 그럴 때 어느 누군가가 “괜찮다, 다 지나간다.”라고 한마디만 해줬으면 저의 힘든 시간이 조금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됐어요. 가족이랑은 느낌이 좀 다르거든요. 두루두루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선한영향력이라는 단어가 있어요. 저는 지금 행복하고 싶습니다. 그 행복을 같이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제 글과 양수리 할아버지의 그림으로 단 한분이라도 차디찬 마음에 무언가가 스며들어, 펑펑 울 수 있고 털어내고 일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글을 쓰다 보니 하루하루 살아가는 법을 제가 스스로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배우는 중이고요. 글쓰기는 제게 치유입니다. 
 
엄마가 주체인, 엄마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요즘, 이 책이 담고 있는 차별화된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처음에는 저도 엄마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다보니 이건 엄마가 아닌 그냥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되고 있었어요. 70세의 멋지고 화려한 삶을 살아오신 분의 글과 그림이 제 마음을 울린 건 진심이거든요. 엄마가 되고 나서야 제대로 성장하는 기회를 만난 거죠. 엄마라는 자리는 제게 선물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제대로 성장할 기회가 된 것이고 그래서 제 책은 엄마라는 주제보다는 “사는 방법”에 가깝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엄마들의 공감이 가장 많지만 의외로 남자 분들도 눈물 많이 닦으시며 제게 고맙다고 하십니다. 우리 솔직히 몸은 컸지만, 마음은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엄마 아빠자리를 맡고 사느라, 무언가 좀 이상한데 아무렇지 않은 척 어른인 척하느라 많이들 힘들 거든요. 아프니까 아픈 거고, 눈물나오면 울어도 된다고, 애들 앞에서 싸워도 된다고 이야기해드리고 싶었어요.


제 책에는 기존의 책처럼 무엇을 하라, 하지 말라 그런 게 없습니다. 그냥 저를 통해 그동안 놓치고 있던 본인의 울림을 받고, 본인만의 이야기를 스스로 만드는 첫걸음을 내딛길 기대해요. 최대한 많은 공간을 넣어드리고 싶었습니다. 한 번에 훅 읽히는 책보다는 한 꼭지 읽고 본인의 이야기와 생각을 글로 적어 넣을 수 있는 일기장 같은 책이 되길 바랍니다.
 
‘인생의 길을 잃은 여자, 인생의 끝에 선 노인을 만나다’라는 부제가 책에 대한 궁금증을 확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짧지만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묵직한 글과 그림이 많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건지, 요즘에도 이렇게 계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지 양수리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지난주에 양수리에 다녀왔어요. 작가님께서 앞으로 10년간 쓰실 일기장 100권을 만들어 드리고 왔습니다. 죽는 날까지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뉘우치게 하는 친구를 선물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이제 양수리의 사계절을 다 보았네요.

 

한참 힘들어서 자꾸 어두운 구석만 찾고 싶을 때도 저는 억지로 나가 걸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곳에서 한 전시를 만났어요. 의자 전시였는데 벽에 걸린 달력의 한 페이지가 제 마음을 단숨에 집어삼켰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었지요. 그날 스칠 수 있는 인연을 이어 소중한 선물로 만드는 것이 제 장점입니다. 스칠 뻔한 인연에 작가님께서 저희 아이들에게 먼저 편지를 써주셨고, 저는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꽃을 선물하곤 했고…. 그렇게 양수리에서 차 한 잔 마시다가 작가님 글과 그림에 환호하는 제게 서랍속의 그림을 주신 거죠. 한창 힘들 때 나가서 걷기라도 하다보면 무언가 생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 책을 보면 여자의 삶이라는 것을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데요. 특히 연인에서 부부, 그리고 부모가 되며 겪는 어려움이나 고민에 대한 포스트가 10만 건의 조회수를 넘길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딸에서 여자, 아내, 그리고 엄마가 되기까지 여자의 삶을 지나오며 작가님은 어떤 점이 가장 힘이 드셨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힘든 점을 극복하거나 이기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많은 조회수에 솔직히 저도 조금 놀랬어요. 보통스러운 이야기라서 더 많은 공감을 하셨나봐요. 그리 극하게 힘든 것도 없고, 문제없이 연애하고 결혼해서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참 많은 문제가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요. 엄마가 되고나서 정말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제 마음대로 안되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그런데 조금 떨어져서 보니 그게 맞는 거였어요. 원래 세상은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닌데 그동안 제가 착각했던 거죠. 엄마가 되고 나서야 제대로 사람답게 사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아요.


툭툭 튀어나오는 변수, 그것에 대응하는 유연함, 그게 노하우예요. 중요한 미팅이 있는 날 아이가 아파 학교에 못가는 변수가 생겨도, 그저 미팅을 미루면 그다음은 나름대로 해결이 되더라고요. 아픈 아이나 남편에게 괜스레 짜증내는 게 아니라, 그 변화된 상황에 맞춰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넓은 마음이 노하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작아져버린 내 마음 그릇을 좀 키워야겠죠? 엄마가 되면 내 마음그릇에 정말 다양한 돌멩이들이 던져져요. 그럴 때 여여與與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 그 마음 그릇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요즘의 저는 아이들과 적당한 거리를 둡니다. 화가 난다거나 서운한 게 있으면 저도 말해요. 엄마도 화났으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아침에 성질내고 간 아들이 하교 길에 제게 전화해서 먼저 말하더라고요 “엄마 아침에는 내가 좀 졸려서, 화내서 죄송했어요.”라고…. 엄마가 바로 서니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는 게 느껴집니다.  
 
『여자의 숨 쉴 틈』 이라는 책 제목이 인상적이고, 한편으로는 묵직하게 느껴지는데요. 책의 제목처럼 작가님만의 ‘숨 쉴 틈’을 찾으셨나요?


예전에는 꽃이었는데, 지금은 온전히 저만 바라보는 하루 5분을 만들고 있어요. 피하지 않고 온전히 나와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이요.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불편한 자리였는데, 이제는 기분 좋은 친구와 차 한 잔 하는 시간이 된듯합니다. 아이들 등교 후엔 모닝커피 한잔 하며 책보는 시간을 꼭 선물하곤 해요. 다른 사람의 글에서 얻는 게 참 많아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엄마와 ‘나’사이에서의 균형을 잡는 일이 사실 쉽지만은 않은데요. 오늘도 부엌에서 숨죽여 울고 있을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선물하길 바라요. 그 시간에 꼭 무언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쓸데없이 귀한 시간에 책보고 강의 듣고 하지마세요. 그냥 멍 때리기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나의 마음그릇에 물이 찰랑찰랑 넘치려하는 것도 보이고, 비워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지요. 그런 다음 해야 할 일이 진짜 일이더라고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지세요. 나만을 위해 비싼 조각케이크를 선물하는 시간도 주시고요. 그러다 보면 괜찮은 척하는 내가 아닌 정말 괜찮은 내가 되어가는 게 눈으로 보이더라고요. 내가 바로 서니 모든 것이 다 잡히고, 나의 가정도 매력적으로 반짝거리는 공은 아니어도, 모난 것 없이 잘 굴러가는 동그라미 바퀴가 되더라고요. 이제 저는 부엌에서 혼자 숨죽여 울지 않습니다. 제가 서서 대강 밥을 먹으려하면 저희 딸이 먼저 제대로 앉아서 먹으라고 큰소리를 친답니다. 남은 밥에 손을 대면 아들이 휙 채다가 버리고요. 당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세요. 알아서 알겠지는 없어요. 가족이라도 나와 다른 사람이기에 꼭 이야기를 해야 들을 수 있고, 듣고 생각할 틈을 줘야 하는 거예요. 오늘도 당신들을 응원합니다.


 

 

여자의 숨 쉴 틈박소연 저/양수리 할아버지 그림 | 베프북스
나이도 성별도 종교도 다른 두 사람이 나눈 공감과 위로의 대화들이다. 그 속에서 길어 올린 보물과도 같은 글들이 오늘도 부엌에서, 차 안에서 숨죽여 울고 있을 당신에게 숨 쉴 틈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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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여자의 숨 쉴 틈

<박소연(하늘샘)> 저/<양수리 할아버지> 그림11,7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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