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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에 속하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평균의 종말』
평균의 환상을 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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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역에서 평균에 속하려고 너무 애를 쓰지 않아도 된다. 모두는 각자의 삶 안에서 각자 자기가 잘하고 못하는 것이 있다. (2018. 0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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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평균 안에 머무르면 안전함을 느낄 수 있지만
 
“이번 수학 시험 몇 점이니?”
“55점이요.”

“왜 이렇게 점수가 낮아?”
“어려웠어요.”

“그래? 반 평균이 얼마인데?”
“평균이 50점이요.”
 
그제야 엄마의 표정은 조금은 풀린다. 잘 본 건 아니지만 평균보다는 잘했으니 말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평균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평균보다 나으면 안심이 되고, 평균보다 못하면 불안해지고, 능력이 모자란 것으로 여긴다. 이건 자존감의 문제라는 주관적 영역이 아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평균보다 잘 하고 있는데도, 현 상황을 비합리적으로 낮게 평가하기 쉽다. 그런 마음을 직면할 때 쓰는게 평균의 잣대다. 평균은 보통을 평가하는 가장 객관적 수단이다. 공부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평균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평균 결혼연령이 남녀 공히 처음 30세를 넘어섰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있었다. 20년 전에는 20대에 결혼하는게 일반적이었는데, 이제는 “오, 빨리 결혼했네요”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30세에 결혼을 하지 않아도 전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아직 평균에서 많이 벗어난 것은 아니니 말이다. 어른들이 흔히 말씀하신다.
 
“너무 튀려고 하지 마라. 중간만 가라. 그러면 위험하지 않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속한 집단에서 평균치 정도를 하는게 제일 안전하다는 삶의 교훈을 주시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내가 속한 집단의 평균 범위 안에는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이건 키나 몸무게뿐 아니다. 남들이 가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 남들이 알만한 직장에 취업하는 것, 적당한 나이에 평균 범위 안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을 포함한다. 그러면 안심이 된다. 35살에 뚜렷한 직장 없이 프리랜서로 살면서 일 년에 3달씩 해외에서 여행을 다니면서 비혼을 이야기하면, 잠깐 부러움의 대상은 될지 모르나 평균에서 벗어난 사람으로 신기해 하며 ‘저러다 나이가 들면 어떻게 하려고?’ 하는 말을 들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심하다. 작은 땅덩어리에서 비슷한 옷, 비슷한 머리모양, 적당한 크기의 같은 디자인의 아파트에 살면서 내가 평균 안에 들어간 중산층이 되어야 행복감을 느낀다. 모두가 같은 교과서로 배우고, 같은 시험을 치고, 같은 국민드라마를 40%의 시청률로 보면서 어제 뭘 받는지 이야기해야 뒤쳐지지 않는 동질적 세상이다. 평판에 예민한 사회일수록 그 안에 속한 개인은 평균의 강박을 갖고 살아간다. 
 
집단의 평균 안에 머무르면 안전함을 느낄 수 있지만, 뭔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개성, 취향이란 게 있을 수 있는데 매번 평균이란 잣대를 놓고 비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니 말이다. 아침에 중고교 앞을 지나가면 똑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본다. 신기하게 같은 모양의 뿔테 학생안경을 쓴 아이들인데 자세히 보면 교복이 조금씩 다른 것을 발견한다. 치맛단이 짧은 아이, 좁게 한 아이, 브로치를 하고 다니는 아이, 튀는 색 양말을 신은 아이 등 평균의 교복 안에서 ‘이건 나야’라는 개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숨통이 트이는 것 같지만, 그래도 평균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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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평균 =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은 이데올로기

 

학교를 벗어난 학교 밖 아이들이 있다. “We don’t need no education’이라고 외치는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의 한 장면을 온몸으로 거부한 10대다. 최근 방영된 <고등래퍼>에서 화제를 모은 김하온, 이병재는 모두 학교 밖 10대로 평균의 삶을 거부한 아이들이다. 그런데, 고등래퍼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의 평가를 받고 랩이라는 공간에서 평균보다 잘하는 우월성의 평가를 받았다. 결국 개인을 선택했지만 다른 영역의 평균의 틀에서는 집단 안에 있는 아이러니컬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런 마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을 한 권 만났다.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The end of average)』 다. 저자는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지성/두뇌/교육 프로그램과 개개인학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교육학자다. 그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과거 근대사회를 만들면서 구축된 지금과 같이 평균 안에서 성적을 매기고, 잘하는 사람의 수월성을 확인하고, 못하는 사람을 골라내 등수를 매기는 이런 방식의 교육의 근본적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교육의 개인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후반부가 아니라, 평균이란 개념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겨온 ‘평균’이 사실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은 이데올로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낱낱이 밝힌 것이다.

 

1796년 벨기에에서 태어난 아돌프 케틀레는 겐트 대학교에서 수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당시 가장 유행하던 천문대장이 되어 최신 관측법을 적용하는 일을 했다. 당시 가장 큰 난제는 천체의 회전속도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10명이 측정한 속도가 모두 제각각 다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값을 적용해야 할지를 놓고 논쟁을 하였고 뚜렷한 해결책이 없었다. 여기에 대한 결론이 ‘평균법’이었다. 10번의 개별측정값을 모아서 평균값을 내놓고 이걸 ‘참값’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저 멀리 있는 행성간의 속도를 실제 알 길이 없으니 택할 수 밖에 없는 고육지책이었다. 그런데 케틀레는 이걸 사회에 적용해보겠다는 아이디어를 갖고 1840년대 초 병사 수 천명의 가슴둘레를 측정해서 이 평균값이 가장 중요한 수치라고 주장했다. 개개인의 측정값은 오류이고, 평균값을 가진 인간이 참인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주장은 센세이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케틀레는 가장 이상적 인간형은 바로 이런 평균치에 부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개념에서 지금의 ‘유형화’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 다음 욕심은 이런 참값에 속하는 인간을 현실에서 찾는 것이었다. 1940년대 미국에서 이 개념을 받아서 부인과 의사 로버트 디킨슨이 15000명의 젊은 성인 여성의 신체 수치를 평균값을 내서 ‘노르마’란 조각상을 만들었다. 모든 신체 수치의 각각의 평균값을 모은 모습이니 가장 이상적이며 아름다운 여성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노르마 조각상을 전시하고 실제 현실의 모델을 찾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참가자 3864명중 단 한 명도 9가지 수치의 평균값에 부합하는 여성은 없었다. 모든 평균값을 다 가진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평균의 환상을 우월성의 이슈로 진화시킨 일이 케틀레 다음으로 이어진다. 1850년대 미국의 프랜시스 골턴은 평균을 최대한 향상시키려고 노력하는게 인류의 의무라고 주장하며 평균보다 훨씬 위에 있는 사람을 ‘우월층’ 그렇지 못한 하위권에 있는 사람을 ‘저능층’이라고 지칭했다. 한 가지에서 평균보다 50% 더 잘하는 사람은 나머지 영역도 모두 우월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평균을 정상의 개념에서 평범의 개념으로, 평균에서 훨씬 위를 우월성을 가진 인간형으로 탈바꿈 시킨 것이다. 한 가지 잘하는 것이 결국 나머지 영역인 지적, 도덕적, 신체적인 면을 모두 아우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개념은 널리 퍼져서 1900년대 초반에 이르러 사회학, 행동과학계 전반에 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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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맥락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지금 우리가 평균에 속하려고 애를 쓰는 것, 정상은 평균치 안에 있는 것이라 믿는 것, 아이큐가 매우 높은 사람을 영재라 부르고, 우월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모두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평균에서 떨어진 영역이 있다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든 것도 케틀레와 골튼에서 비롯한 ‘평균의 이데올로기’가 불가침의 진리와 같이 우리 사회에 깊이 박혀버린 결과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평균에 대한 집착은 모든 것을 표준화하고, 객관화하고, 공정화해서 효율성 위주로 재편하게 만들었다. 근대교육의 커리큘럼의 일반화로 모든 학생이 매 학년 같은 교과목을 배우고 같은 시험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현대사회의 포드와 테일러의 공장 작업 표준화, 매뉴얼화에도 이어지고 산업공학과 같은 학문으로 발전한다.

 

저자는 이런 역사적 흐름을 설명하면서, 평균의 참값, 우월성 이데올로기는 일종의 근대사회 이후의 신화라고, 인간은 다차원적이고, 평균값은 실제 인물을 반영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같은 평균값을 가진다 해도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이에 맞게 대해야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기말고사 평균 80점인 두 명의 학생이 있는데 영어 90점, 수학 50점, 국어 100점과, 영어 70점, 수학 100점, 국어 70점인 학생은 전혀 다른 사람이니 말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다차원성을 개개인의 특징과 개성이란 측면에서 바라보고, 어디서도 변하지 않는 성격의 천성적 본질이 있다고 여기기보다 모든 이는 ‘맥락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는 관점을 갖고 매번 사람은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선으로 가장 빠른 길이 있다고 여기기보다, 네트워크로 분포된 세상에서 길을 만들어가는 이정표없는 삶을 살도록 하는게 앞으로의 변화한 세상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길이고, 그것이 새로운 교육이 되어야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평균의 종말’에서 평균주의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역사적 측면에서 너무나 당연하고 신성불가침의 진리로 여기던 것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낱낱이 알려준 점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집단을 비교할 때에는 평균을 보는 것이 여전히 가장 적합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집단이 아닌 개인을 중심으로 본다면 나를 평균에 맞추려 노력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불필요한 일이며 평균이 아니라고 자책하는 것도 더는 필요없다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다. 모든 영역에서 평균에 속하려고 너무 애를 쓰지 않아도 된다. 모두는 각자의 삶 안에서 각자 자기가 잘하고 못하는 것이 있다. 그래서 모여서 살아가는 것이다.


 

 


 

 

평균의 종말토드 로즈 저/이우일 감수/정미나 역 | 21세기북스
시대가 바뀌면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창조적 인재가 필요한 지금, 창의성을 죽이는 주입식 교육도, 재능을 평가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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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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