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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특집] 유형진, 시 짜는 니터 + 글 꼬매는 퀼터

<월간 채널예스> 2018년 5월호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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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는 ‘파스텔 배움’에서 <시 짜는 니터 글 꼬매는 퀼터>를, 6월에는 ‘한겨레문화센터’에서 <글로 배우는 뜨개질>이라는 뜨개·바느질 수업을 개강해요. (2018. 0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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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진 : 실과 바늘로 뜨개질을 하고 글과 시도 꼬매는 시인. 200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지금까지 시집 『피터래빗 저격사건』『가벼운 마음의 소유자들』『우유는 슬픔 기쁨은 조각보』를 펴냈다.

 

나를 취미의 세계로 이끈 것은?


처음 뜨개질을 시작한 것은 2002년 겨울, 임신 5개월 때였어요. 처음 만든 것은 꽈배기 무늬가 들어간 청색 조끼였죠. 남편 것이었는데 내가 떠준 조끼를 입으면 등에서 너무 땀이 난다며 잘 입지 않았어요. 그리고 태어날 아기가 입을 스웨터와 방울달린 모자를 떴어요. 등단을 2001년에 했으니, 내가 뜨개질한 경력과 시인이 되어 시를 쓴 경력은 거의 같아요. 시가 안 써질 때마다, 사는 게 힘들고 지루할 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한 안개 속 같을 때 마다 실과 바늘을 잡고 무언가를 만들었어요.

 

나에게 뜨개ㆍ바느질이란?


대바늘 편물이 한 줄 한 줄 올라 갈 때마다 백지 위에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는 글과 같다는 생각을 해요. 손을 움직이면 털뭉치 같던 실들이 내 생각대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내속에 덩어리로 뭉쳐있던 생각과 감정들이 시가 되고, 남이 읽을 만한 글이 되어 나오는 것처럼 느껴져요. 코바늘 편물은 한 개의 작은 동그라미에서 시작되지만 점점 코가 더해질수록 모티브가 확장되는데. 이것은 일종의 만다라와 같아요. 한 코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모든 코를 버려야만 편물이 완성되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양한 색의 실과 천 조각들을 연결하여 만드는 퀼트 담요도 그래요. 뜨개?바느질은 나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해내는 행위로서의 작업이고, 나에게 시 쓰기와 글쓰기의 다른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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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취미의 균형은 어떻게 이뤄지나?


사실 균형을 잡을 수 없어요. 뜨개에 꽂힐 때는 뜨개질만, 퀼트에 꽂힐 때는 바느질만, 책을 읽을 때는 책만 읽고, 원고를 써야할 땐 원고를 써요. 반대로 생각해 보면, 원고가 안 써질 때 뜨개와 바느질에 몰입하게 되고, 뜨개와 바느질로 어떤 것을 만들다가 고단해 지면 바늘을 내려놓고 쓰다만 원고로 돌아가게 되는 경험이 많았어요. 하고 싶은 것에 극단적으로 치우치다보면 마무리 하지 못한 것들이 떠올라서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은 중요하지 않고, 손 놓고 있던 것들이 더 간절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우리 집에는 마무리 하지 못한 뜨개?바느질거리들이 무척 많아요. 하지만 어느 날 손 놓았던 그것들을 다시 잡아 완성해 가는 쾌감이 있죠. 뜨개ㆍ바느질, 글쓰기 작업의 균형은 어쩌면 균형을 잡지 못해서 균형이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뜨개, 바느질에서 영감을 받은 시가 있다면?


무척 많아요.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 인데. 대표적으로 세 번째 시집의 표제작이기도한 「우유는 슬픔 기쁨은 조각보」라는 시는 ‘나에게 기쁨은 늘 조각조각/꿀이 든 벌집모양을 기워놓은 누더기 같아’ 라는 문장을 쓰기 전까지 나는 조각보를 만들어 본적이 없어요. 하지만 전부터 전통 조각보나, 코바늘로 뜬 그래니스퀘어 패치를 연결한 핸드메이드 수예품에 대한 관심은 많았어요. 그런데 시를 쓴 후. 천을 재단하고 직접 뜨개 모티브 패치를 연결하며 조각이불을 몇 개 만들다 보니 내가 시에 쓴 ‘기쁨은 조각보’라는 단어가 비로소 완벽한 시어로 완성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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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 바느질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흔히 뜨개ㆍ바느질을 하는 사람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시선이 있죠. 여성스럽고 고상한 취미를 가진 귀부인처럼 보거나, 뜨개?바느질을 단순 노동처럼 생각하여 궁상스럽게 보는 시선이에요. 왜냐하면 뜨개와 바느질은 한 세대 전만해도 여성이라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가사노동’이었잖아요. 그래서 여성들도 그 일을 귀하게 보지 않는 면도 있고, 남성들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으로 고정관념이 박혀 있어요. 어쩌면 이것은 현재 한국여성이 처한 상황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동계 올림픽 때 핀란드 선수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경기 전에 틈만 나면 심신의 안정을 위해 손뜨개를 하던 장면들이 어느 네티즌에게 포착 되었죠.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니터 중에도 남성들이 꽤 있어요. 수예에 대한 고정관념만 버린다면, 뜨개ㆍ바느질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예술이에요. 실과 바늘은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 그 손을 어쩔 줄 모르고 불안해하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평온을 찾아 줄 것입니다.

 

뜨개, 바느질 하는 시인으로서의 계획.


5월에는 ‘파스텔 배움’에서 <시 짜는 니터 글 꼬매는 퀼터>를, 6월에는 ‘한겨레문화센터’에서 <글로 배우는 뜨개질>이라는 뜨개ㆍ바느질 수업을 개강해요. 이 수업이 여느 문화센터나 동네 뜨개방, 퀼트샵에서 하는 뜨개ㆍ바느질수업과 다른 것은 시인인 내가 왜 뜨개?바느질을 하게 되었는지, 시 쓰기와 글쓰기 작업이 뜨개ㆍ바느질 작업과 얼마나 비슷한지 이야기 할 거예요. 예정된 커리큘럼이 끝나면 수강자들은 자기만의 북커버나 티코스터, 컵홀더 등의 작품을 완성해 가지고 갈수 있죠. 또 한 번도 뜨개질을 해 본적 없는 사람들 누구라도 뜨개질을 시작 할 수 있도록 글로 배우는 뜨개질에 대한 산문집 『아무튼 뜨개질』 을 내려고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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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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