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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엄마들은 왜 ‘독서 하브루타’에 열광할까

유대인의 자녀 교육 비법 ‘하브루타’를 독서와 접목시켰다
엄마 선생님들의 경험담 담은 『대한민국 엄마표 하브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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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브루타 시간에 질문 만들기, 생각나누기를 하니까 아이의 깊숙한 생각을 알 수 있고 내 생각도 아이한테 깊숙이 전달할 수 있더라고요. 그게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2018. 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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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자녀 교육 방식인 하브루타는 탈무드를 공부하는 방법으로써 가족과 함께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식을 바탕으로 질문을 만들어서 대화와 토론을 즐기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유대인들은 탈무드 속의 다양한 생각들을 자신만의 지혜로 만들어간다. 많은 이들이 유대인의 성공 비결로 하브루타를 꼽는 이유다. 독서하브루타는 독서 프로젝트 학습과 하브루타를 접목시킨 것으로, 책을 매개로 질문을 만들고 생각을 나누면서 지혜를 쌓아가는 활동이다. “함께 책을 읽되 ‘토론’보다는 ‘질문’으로 시작해 보자”고 제안하는 것.

 

서울금북초등학교에는 2015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학부모 동아리 ‘금북 독서하브루타’가 있다. 남미숙 교장은 ‘학부모를 위한 자녀 교육법 강좌’의 일환으로 하브루타를 소개했고, 이를 계기로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이들은 엄마들끼리 모여서 혹은 각자의 집에서 아이와 함께 독서하브루타를 이어가는 동시에, 여러 아이들을 모아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는 ‘엄마 선생님’으로 활약한다. 

 

동아리원들은 독서하브루타를 통해 자아를 찾고 힐링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졌고, 아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고 덧붙인다. 독서하브루타란 무엇이고,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이렇게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는 걸까. 모든 해답은  『대한민국 엄마표 하브루타』  안에 담겼다. 지난 2년 동안 서울금북초등학교에서 독서하브루타 활동을 이끈 남미숙 교장과 7인의 엄마 선생님들이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지난 26일, 서울금북초등학교에서 남미숙 교장과 ‘엄마 선생님’ 방은정 씨를 만났다. 40여 년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 온 남미숙 교장은 『내 아이의 강점은 분명 따로 있다』를 비롯한 다수의 교육서와 교과서를 집필했고, <소년조선일보>에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상담 칼럼을 연재했다. 방은정 씨는 초등학교 4학년 쌍둥이의 엄마이자 독서하브루타 지도사로서, 금북초등학교에서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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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숙 교장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난 ‘독서하브루타’


독서하브루타를 시작하신 계기가 있었나요?

 

남미숙 : 황순희 선생님이라고 독서하브루타를 개발하신 분이 계신데요. 그 분이 다른 학교에서 독서하브루타를 운영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황순희 선생님을 모셔서 강의를 듣고, 우리 학교에서도 독서하브루타를 해보자고 생각했죠. 하브루타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독서뿐만 아니라 굉장히 여러 가지 영역이 있고 그 본질은 관계, 소통, 생각의 확장에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교장공모제를 통해서 금북초등학교에 왔는데, 그때부터 경력 단절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과 재취업에 초점을 맞췄었어요. 독서하브루타는 엄마들의 자아실현에도 도움이 됐죠. 가정에서만 하브루타를 하는 엄마들도 계시지만, 이 활동을 통해서 경력을 이어가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하브루타 지도사로 활동하시는 건가요?


남미숙 : 그렇죠. 엄마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지도하시는 것도 보수를 받고 일하시는 거거든요. 저는 엄마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기회만 주었을 뿐이고요. 엄마들이 모여서 공부를 하고, 부족함을 느끼면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수업 들으면서 자격증을 따기도 했어요. 황순희 선생님께서 그곳에 강좌를 개설하셨거든요.

 

현재는 동아리 4기 엄마들이 활동 중인데요. 이렇게 오랫동안 좋은 반응을 얻을 줄 아셨어요?


남미숙 : 1기 엄마들이 활동을 하면서 참 좋았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게 소문이 나면서 빨리 2기를 모아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그렇게 4기까지 오게 됐어요. 독서하브루타를 경험해 본 엄마들이 나 자신의 힐링을 위해서도 너무 좋은 활동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이렇게 이어져온 것 같아요.

 

직접 경험해 보신 입장에서는 어땠나요? 힐링이 많이 되셨나요?


방은정 : 너무 재밌는 시간이고요. 이제 저희는 무엇을 공부하러 가는 입장이 아니에요. 독서하브루타를 한지 거의 2년이 되었는데, 잠깐 여행을 갔다 오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다양한 생각들을 들으면서 작은 내 자신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돼요. 현재 내 자신을 인식하고, 그러면서 앞으로의 시간을 계획해 보게 되고요.

 

독서하브루타가 엄마들의 자아발견, 자기계발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방은정 : 제 경우에는 독서하브루타를 하면서 과거를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예를 들면 『행복한 청소부』 라는 책을 가지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만들기를 하면서, 아이들 낳기 전에 직장 생활 하면서 가졌던 고민들을 다시 떠올리게 됐어요. 당시에 회사를 다니고 있었지만 사실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거든요. 현재의 내가 그때의 고민을 다시 떠올리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어요.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도 새롭게 가지게 됐고요. 가족 간의 관계에도 도움이 됐어요. 시댁과 문제가 있던 부분들도 하브루타로 풀었고요. 지금은 남편과도 그림책 하브루타를 하고는 해요. 그림책을 통해서 질문을 만들고 생각나누기를 하면서 일상의 문제들을 풀어가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책읽기는 계속 하셨을 텐데, 왜 독서하브루타를 하면서 달라졌을까요?


방은정 : 제가 예전에 아이들한테 책을 읽어주던 방식은 그냥 많이 읽는 거였어요. 10권을 쌓아놓고 다 읽은 후에 ‘아, 오늘 정말 책 재밌게 읽었다’ 하고 끝이었죠. 그런데 독서하브루타를 하면서부터는 책 한 권을 가지고도 아이랑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눠요. 책을 읽는다는 게, 예전에는 지식을 그냥 눈으로 보고 습득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질문을 통해서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 된 거예요. 그러면서 일상의 문제들을 푸는 도구로 계속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가능한 많은 책을 읽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책 만 권 읽기’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었고요. 하브루타를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천천히 읽어도 되나?’ 하는 생각에 조바심이 날 것도 같아요. 어떠셨어요?


방은정 : 조바심은 전혀 없었어요. 왜냐하면 답답한 부분이 많이 해소됐거든요. 기존에는 책을 읽은 후에 남는 게 뿌듯함 말고는 없었어요. 그런데 하브루타 시간에 질문 만들기, 생각나누기를 하니까 아이의 깊숙한 생각을 알 수 있고 내 생각도 아이한테 깊숙이 전달할 수 있더라고요. 그게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요즘에는 도서관에 갔을 때 책을 쌓아놓고 읽는 엄마들을 보면 가서 하브루타를 하고 싶은 욕망이 올라와요(웃음). ‘이렇게 다 읽으면 뭐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못하죠. 혼자 앉아 있는 아이한테는 살짝 다가가서 책 한 권을 내려놓고 ‘우리 그림으로 질문 만들기 해볼까’ 하고 말해보기도 해요(웃음).

 

독서하브루타 시간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방은정 : 도입부에서는 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서 관련된 사항들을 함께 이야기하고요.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한 다음에 생각나는 질문을 만들어요. 그 질문들을 가지고 생각나누기를 하고요. 질문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거나 원하는 내용을 골라서 글쓰기나 연극 등 갖가지 활동을 해요. 이게 일반적인 단계예요. 초반에는 엄마가 질문을 해서 아이가 대답하도록 진행했고요. 그 단계를 넘어서면 아이가 질문을 하도록 만들었어요. 아이들이 더 많은 질문을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목표거든요. 스스로 만든 질문을 가지고 더 넓게 생각하도록 이끄는 게 좋죠.

 

갈수록 아이들이 엄마에게 질문을 하도록 만들어야 하나요?


남미숙 : 질문을 주고받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질문을 매개로 대화가 이루어지고 서로의 생각이 교환된다는 걸 생각하면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질문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의문문으로만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고요. 어떤 질문이 만들어지면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나가는 거죠. 그 대화 속에서 또 다른 질문이 나올 수도 있고요. 그래서 어떤 때에는 질문 하나만 가지고도 1시간 동안 대화가 이어지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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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은정 학부모

 

 

내 아이가 좋아하는 책으로 시작하세요


아이들에게 주로 어떤 질문을 하세요?


방은정 : 예를 들어서 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수에 대한 개념이 왜 생겼을까?’라는 질문부터 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질문과 답을 원활하게 하지 않더라도 핵심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 엄마가 질문을 하면서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거죠. 질문은 항상 원점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10은 왜 생겼을까, 100은 왜 생겼을까, 사람들은 왜 나눗셈을 할까, 이런 질문들이죠. 아이가 대답을 하면 저도 다시 질문을 하고, 그렇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계속 이어가는 거예요.


남미숙 : 요즘에는 수업 시간에도 하브루타 방법을 많이 활용해요. 수학, 사회, 국어 등 다양한 과목에서 하브루타 방식으로 원리를 찾아가는 거죠. 짝과 같이 질문을 통해서 대화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수학 수업의 경우에도 하브루타 방식으로 진행하면 단순히 문제를 푸는 데에서 끝나지 않아요. 친구랑 둘이 질문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면서 원리를 깨쳐나가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훨씬 더 가치가 있어요.

 

독서하브루타를 하시면서 내 아이의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되셨나요?


방은정 : 그럼요. 저희 아이들은 남자 여자 쌍둥이인데, 둘이 성향이 너무 달라요. 딸아이 같은 경우에는 내향적이고 자기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독서하브루타를 하면서 아이의 장점을 발견하게 됐어요. 느리지만 깊이 있는 질문을 한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아마 하브루타를 하지 않았다면 그 장점을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냥 책을 좋아하는 아이구나’ 정도로 생각했겠죠. 단순한 그림책을 보면서도 깊은 생각을 하는 아이라는 걸 알 수 없었을 것 같아요.

 

학교 안에서도 아이들의 변화가 관찰될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남미숙 : 외부 강사님들이 오실 때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정말 다르다고 이야기하세요. 수업 시간에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발표하는 것도 다르고, 질문의 내용도 너무 좋다고요. 저희가 1년 마다 한 번씩 아이들이 자기 소개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요. 촬영하시는 분이 다른 학교에서도 같은 작업을 하신 적이 있대요. 그런데 이전에 본 아이들과는 너무 다르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 친구들은 외워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우리 학교 아이들은 살아있는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를 한다는 거예요. 저희가 하브루타 수업을 한지 2년 정도 됐는데, 오시는 강사님마다 놀랐다고 이야기하세요. 일단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수업 시간에 활발하게 자기 생각을 말한다고요.

 

‘어떤 책으로 독서하브루타를 해야 할까’ 고민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책 고르는 기준을 갖고 계세요?


방은정 : 현재 내 아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아요. 수업을 할 때도 그렇죠. 동아리 아이들의 고민이 뭔지 파악해서 거기에 맞는 책을 찾아서 가지고 가요. 이전 시간에 아이들의 관계가 별로 안 좋았다면 친구 관계에 관한 책을 준비해서 수업하는 거죠. 요즘 엄마하고 관계가 별로 안 좋은 아이가 있으면 엄마와 관련된 책을 고르고요. 일상의 고민들을 책으로 가져가는 거예요.

 

독서하브루타를 처음 시작하는 엄마들은 어떤 책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요?


남미숙 : 저는 손녀랑 같이 하브루타를 하고 있는데요.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제가 읽어줬던 책이 있어요. 자기한테는 굉장히 익숙한 책이니까 저를 만날 때마다 그 책을 읽어달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하브루타를 만나기 전에는 그냥 일방적으로 읽어줬어요. 그런데 아이가 더 자라고 책에 익숙해지다 보니까 책 속에서 궁금해 하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궁금해 하는 걸 가지고 이야기를 해나가니까 더 좋은 것 같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내 아이가 굉장히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엄마가 가볍게 질문을 만들어내면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이가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너는 궁금한 거 없어?’라고 물으면 아이도 질문을 만들 거고요. 꼭 새로운 책을 사서 시작하지 않아도, 아이가 좋아하는 책으로 해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하브루타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답을 찾지 않는 거잖아요. 네 생각은 맞다 혹은 틀리다, 네 질문에 대한 정답은 이거다, 이렇게 정의내리지 않아야 하는데요. 엄마 입장에서는 인내가 필요한 일이기도 해요. 적응하기까지 힘들지 않으셨어요?


방은정 : 이 질문에 대한 생각은 저와 다른 동료들이 조금 달라요. 저는 독서하브루타를 하기 전에도 아이들을 별로 구속하지 않고 화내는 않는 엄마였거든요. 그런데 저희 동아리 엄마들이 다 그렇지는 않았어요. 그렇다 보니까 초반에는 엄마가 부드럽게 ‘학교 잘 다녀왔니?’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엄마 오늘 하브루타 하고 오셨어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 과정 속에서 저희는 ‘그동안 아이들이 엄마한테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어요. 엄마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대했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대하는 마음속에는 이미 벽이 있다는 걸 인정했죠. 그 벽을 허물 수 있는 방법은 진심으로 사과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진심을 담아서 아이들한테 말했어요. ‘엄마가 예전에는 명령조로 지시하듯이 말했었는데 이제부터는 그렇게 안 하려고 노력하려고 해. 그러니까 너도 엄마가 하브루타를 할 때 적극적으로 임해주지 않겠니?’라고요. 사과하는 시간을 오래 가졌던 것 같아요.

 

엄마 입장에서는 질문을 던지면서 기대하는 답이 있을 수 있는데, 바람과 달리 아이가 엉뚱한 이야기만 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 참을성 있게 기다려줘야 할 텐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방은정 : 이제 저희는 견디는 단계는 지나갔는데요. 초반에  『돌멩이 수프』 라는 책으로 하브루타를 할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 늑대가 돌멩이를 지고 닭의 집을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때 문을 열어줘야 하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만들고 생각나누기를 했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중에는 ‘엄마, 문을 열어주고 같이 수프를 끓여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하는 거예요. 엄마 입장에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거죠. 그때 저희가 생각한 건 ‘너를 해칠지도 모르는데 문을 열어주면 절대 안 돼’라고 말하는 건 하브루타가 아니라는 거였어요. 그런 마음을 내려놓자고 생각했죠. 사실은 아직도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요. 내려놓으면 하브루타가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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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아이를 알지 못한다


독서하브루타를 시작한 초기에 힘든 점이 있었다면 어떤 건가요?


방은정 : 집에서 하브루타를 하려고 할 때 아이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가장 힘들었죠. 질문을 하면 네, 아니요, 글쎄요,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것도 힘들었고요. 어떻게 하면 그런 대답들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까, 엄마들이 조금 더 좋은 질문을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질문하는 연습을 더 하는 수밖에 없죠. 그래서 열심히 질문 만들기를 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하브루타의 재미를 알게 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방은정 : 처음에는 저희가 조금 잔머리를 굴렸어요. 아이들이 수업 끝나고 나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어렵잖아요. 그래서 하브루타 수업을 놀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수업을 통해서도 재미를 느끼고, 수업이 끝난 후에도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일부러 수업을 재밌게 했고요. 그래도 재미없어 하는 아이들이 있을 텐데, 그런 아이들도 수업에 계속 나오게 하기 위해서 수업 후에 놀이 시간을 줬어요. 공원에 가서 같이 놀게 했죠. 그 시간 때문에라도 하브루타에 나오게 한 거예요. 그렇게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아이들에게는 재밌을 수밖에 없는 수업이 됐어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시각에서 소통할 수 있을까요?


남미숙 : ‘나는 이 아이를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해야 돼요.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어요. ‘나도 4학년이었던 때가 있고,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기 때문에, 지금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4학년이었을 때의 환경과 지금 4학년 아이들의 환경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나는 이 아이를 몰라요. 아이의 생각을 온전히 듣는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돼요. 저는 아이들하고 이야기할 때 ‘나는 정말 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그래서 너에 대해서 듣고 싶어’라는 생각으로 다가가요. 그러면 아이들한테서 많은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어요. 제가 40년 동안 많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건 아이들 각자가 너무나 다르다는 거예요. ‘너는 이럴 거야’라는 짐작으로 접근하면 아이가 거기에 맞춰서 따라와요. 그렇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나는 너를 잘 모르겠어, 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라는 태도로 접근하면 아이가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죠.

 

금북초등학교에서 하브루타 수업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남미숙 : 우리 학교는 세 개의 작은 학교로 나눠져 있어요. 1, 2학년은 ‘생태놀이학교’ 3, 4학년은 ‘책과 함께 크는 학교’ 4~6학년은 ‘자유학기제 예비학교’예요. 하브루타 수업은 3, 4학년 아이들이 듣고 있어요. 현재 3~6학년 아이들은 다 하브루타 수업을 했던 아이들이고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엄마 선생님들이 수업을 진행하시는데, 1년에 10차시 정도 돼요. 그리고 독서하브루타뿐만 아니라 수업 시간에도 선생님들이 하브루타식으로 하세요. 하브루타 연수를 받는 선생님도 많이 계시고요. 하브루타 모임을 만들어서 연구를 하시기도 해요. 독서하브루타만 하는 게 아니라 수업 전체가 하브루타가 되다 보니까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하브루타를 하면서 아이들과 문답을 주고받으면 수업 속도가 느려지지 않나요?


남미숙 : 옛날과는 많이 달라져서요. 지금은 속도를 빼는 교육과정이 아니에요. 그리고 하브루타 방식에 익숙해지면 선생님은 더 편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질문을 만들어 내고 답하거든요. 서로 토론하고 가르쳐주면서 수업이 이루어지는 거예요. 선생님은 처음에 문제제기를 하고 아이들이 질문을 만들어 내기까지만 도움을 주면 돼요. 그 다음부터는 아이들이 굉장히 활발하게 수업에 참여해요. 사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주는 수업은 선생님도 힘들어요. 아이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걸 보면 선생님은 행복하죠. 보람도 느끼고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모든 선생님이 하브루타를 하고 계신 건 아니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하브루타에 관심을 갖고 계세요. 아이들이 하브루타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선생님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시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요.

 

『대한민국 엄마표 하브루타』 를 읽고 ‘나도 아이와 같이 독서하브루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먼저 경험해 보신 입장에서 조언해 주고 싶은 내용이 있을까요?


방은정 : 첫 번째는 내 아이와 얼마나 소통이 되는지를 먼저 확인하시라는 거예요. 소통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관계 문제부터 회복하셔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하브루타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하브루타를 시작하실 때는 그림책 하나 놓고 그림만 가지고 30분 동안 이야기하시라는 거예요. 처음부터 그림책을 다 읽은 후에 질문을 만드는 건 어렵거든요. 그림을 보면서 엄마가 질문 하나 하고, 아이가 질문 하나 하고, 그 과정을 반복하시는 거예요. 그림만 놓고 하브루타를 하다가, 그 다음에는 책 제목만 놓고 하브루타를 하고, 이후에는 한 문장만 놓고 하브루타를 하고, 이런 과정을 6개월 정도 하시면 어떨까 싶어요. 여유 있게 생각하시고요. 그러면서 아이가 ‘이 책 너무 재밌어, 엄마 이 책 읽고 하브루타 해요’라고 말할 때까지 기다리셔도 좋을 것 같아요.

 

교장 선생님은 어떠세요? 하브루타를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남미숙 : 이 책을 읽으시고 아이와 둘이 독서하브루타를 하겠다고 생각하시는 것보다는, 엄마들끼리 먼저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엄마들이 모여서 독서하브루타를 한 후에 집에 가서 아이와 함께 해보고, 엄마들끼리 주기적으로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이와 하브루타를 해 본 경험을 서로 나누는 거죠. 조언도 해주고요. 그냥 우리 아이랑 둘이 해봐야지, 라고 생각하면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미루다가 점점 결심이 희미해지거든요. 그래서 엄마들끼리 먼저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꼭 많은 사람이 모일 필요 없이 4명 이상이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하고만 하브루타를 하는 게 아니라 남편과도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고요.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잖아요. 지금 모임을 같이 하고 있는 사람들과 독서하브루타를 시작해 봐도 좋고, 옆에 있는 친구와 먼저 해봐도 좋아요.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을 모아서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수업을 진행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독서하브루타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남미숙 : 처음 우리나라에 하브루타가 소개될 때는 학습에 도움이 되고 지적 능력을 키워 나가는 방식으로 인식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먼저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중요한 건 관계이고, 아이의 질문을 통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수준에 맞춰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고요. 앞서 방은정 선생님께서는 관계가 회복된 다음에 하브루타를 하자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생각이 약간 달라요. 하브루타를 하다 보면 관계가 좋아지기도 하거든요. 하브루타에서 중요시 여기는 게 질문인데, 질문을 한다는 건 상대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각오이기도 하죠. 서로 대화를 해나가는 수단이자 내 생각을 정리해보는 수단이기도 해요. 그래서 하브루타를 하다 보면 관계가 좋아지고, 그러다 보면 학습효과나 창의력도 높아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 관계가 어설프다고 해도 가볍게 하브루타식 대화를 시작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질문을 가지고 대화를 하면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거든요.


 

 

대한민국 엄마표 하브루타김수진, 김현주, 방은정, 이미경, 이혜민 저 외 2명 | 공명
엄마의 자신 있는 분야를 선정해 하브루타를 이끈 미술하브루타와 음악하브루타까지 질문과 토론, 웃음으로 가득한 시끄러운 교실과 가정에서의 다양한 하브루타 수업 현장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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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대한민국 엄마표 하브루타

<김수진>,<김현주>,<방은정>,<이미경>,<이혜민>,<윤지영>,<최윤정> 공저14,220원(10% + 5%)

『대한민국 엄마표 하브루타』는 2015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만 2년 동안 서울금북초등학교에서 함께한 ‘금북 독서하브루타’ 학부모 동아리의 경험담이다. 동아리 1기와 2기의 엄마 선생님 7인이 학교 ‘창체’ 시간에 직접 학생들과 하브루타 수업을 진행하고, 각자 집에서 자신의 아이들, 가족과 함께 하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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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남편을 총으로 쏴 죽였다" 데니스 루헤인 신작

'스릴러의 거장' 데니스 루헤인 신작. 트라우마로 인해 공황 발작을 겪고 있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계점에 다다른 그가 살인, 사기, 복수, 탐욕 등이 뒤섞인 사건에 휘말리며 거침없이 폭주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끝까지 예측불가능한 데니스 루헤인표 스릴러!

쓰고 싶은데 글이 안 나와요

SNS에서부터 에세이까지 두루 통하는 글쓰기 비법을 [씨네 21] 이다혜 기자가 알려준다. 글쓰기가 왜 어려운지를 짚어주고,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글쓰기 연습 방법을 소개했다. 글쓰기 비법과 함께 글이란 무엇인지에 관한 이다혜 기자의 집필 철학도 공개한다.

색다른 미야베 월드의 '문'을 여는 소설

실종된 선배의 행적을 좇던 고타로는 한 유령 빌딩에서 옥상의 조각상이 움직인다는 괴소문을 확인하러 온 전직 형사 쓰즈키를 만나고, 수수께끼 같은 존재의 힘을 빌려 직접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데... 인간과 이야기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엿보이는 색다른 미스터리!

바꿀 수 있는 건 그와 나의 거리뿐

“이제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세요. 내 삶에서 살짝 떨어뜨려 놓으면 그만이니까요.” 사람 때문에 지치고 힘들 때는 상대를 탓하거나, 상대에게 맞추려 애쓰지 마세요. 서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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