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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감춰진 타인에 대한 불안

『이웃이 같은 사람들』 김재희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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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모르는 타인에 대한 불안은 소음이라는 매개체로 극대화되어 분노를 일으킵니다. 멀고도 가까운 이웃에 대한 문제를 소설에 담아봤습니다. (2018. 04. 27)

김재희 작가.jpg

 

 

김재희 작가는 부지런하다. 2006년 ‘한국 팩션의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훈민정음 암살사건』으로 데뷔한 이래 최신작  『이웃이 같은 사람들』 까지 10여 편이 훌쩍 넘는 장단편을 써왔다. 경성을 무대로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가 탐정이 되어 활약하는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는 작년에 3권이 출간되었는데, 여전히 척박한 국내 장르문학계에서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팩션으로도 불렸던 역사 추리소설에 인상적인 한 획을 남긴 김재희 작가는 현대물  『이웃이 같은 사람들』 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을까. 

 

『이웃이 같은 사람들』 은  『섬, 짓하다』 로 시작된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4년 만에 출간이라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너무 기쁘고 즐겁습니다. 김성호 프로파일러가 다시 세상에 나와 독자들과 만날 수 있어 반갑고, 서민찬, 강태양, 이서연, 김민기가 활자로 살아 움직이니 재밌고 또 흥이 납니다. 저는 늘 책 속 인물들이 살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을 쓸 때 등장인물과 함께 웃고 울고 행복하고 불안하고 즐겁고, 다양한 감정을 같이 겪습니다. 독자와 소통하는 건 늘 그들을 통해서입니다. 책이 나올 때 제가 만든 인물들이 생생하게 튀어나오니 무척 고무되고 행복할 수밖에요.

 

『이웃이 같은 사람들』 이라는 제목이 낯설고 재밌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약간 스포일러인데 앞서 말한 인물들의 이웃들이 겹치거나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거나 하는 식으로 얽힙니다. 아니면 경찰이라는 직업과 관련되어 만나게 되거나요. 사회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수많은 이웃들이 주변에 있지만 소통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도시에 살수록 많지 않다고 봅니다. 저만 해도 그런걸요. 이웃은 가깝기도 하지만 멀게도 느껴지죠. 한마디로 모두 각자의 섬 속에서 문으로 가려진 채 살고 있습니다.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한데요, 만약 친한 친구가 소음을 일으킨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의 이해심은 발휘되지 않을까요. 전혀 모르는 타인에 대한 불안은 소음이라는 매개체로 극대화되어 분노를 일으킵니다. 멀고도 가까운 이웃에 대한 문제를 소설에 담아봤습니다. 

 

현장감식이나 지문 채취, 프로파일링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전문가의 자문 외 리얼리티 넘치는 이야기를 쓰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집필 후기에 밝혔듯이 범죄심리학 서적이나 법과학, 법의학, 형사님들이 보시는 <수사>라는 책을 통해 자료 조사를 했고 실제 서울지방경찰청 행동과학팀에 계시는 수사관이나 법과학대학원 교수님, 해부학도 등을 통해 감수를 받았습니다. 쉬운 방법이 없습니다. 인터넷 자료에 의존하지 말고 서점에 달려가 전문서적을 사서 공부하고, 전문가 자문을 구하면 금상첨화겠죠. 저는 전문가들이 알려준 관련서적을 구해서 읽고는 합니다. 모두 즐거운 작업입니다. 소설 속 경찰들을 그리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섭렵하는 것이요. 자료 구하고 읽는 일이 작업의 3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팩트를 중요시하죠.

 

주인공 김성호는 사이코패스입니다. 사회에 적응해서 프로파일러까지 되었으니 소시오패스겠지요. 어떤 이유로 사이코패스 프로파일러라는 캐릭터를 만드셨는지요.


2012년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개최한 여름추리소설학교에서 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가 하신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분을 보고 감화되어 김성호를 만들어냈는데, 기존의 선한 캐릭터가 아닌 과거 학교폭력을 저지른 인물로 설정했습니다. 물론 강연 오신 프로파일러는 착하고 선한 선비 같은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소설 속 성호는 온전히 상상으로 창조한 인물입니다. 그분을 좀 더 인터뷰했더라면 아마도 김성호 같은 두 얼굴의 캐릭터는 안 나왔을 겁니다. 그분의 날카롭고 지적인 모습에서 선과 악 두 모습을 보여주자 마음먹었어요.

 

『이웃이 같은 사람들』 에서 성호는 악과 선 사이에서 갈등하는데요, 앞으로 이어질 세 번째 이야기에서 성호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궁금합니다. 사이코패스가 선하게 변할 수 있는지도 살짝 의문스럽고요.


김성호는 경찰입니다. 선과 악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지만 결국에는 정의를 구현하는 탐정 캐릭터로 보여줄 예정입니다. 이건 추리소설의 변함없는 영원한 주제의식입니다. 그리고 『이웃이 같은 사람들』에 나온 강모중 법의학 과장, 서민찬 형사, 강태양 형사, 박여진 검시관도 계속 나올 겁니다. 김민기도 그렇고요. 정이 많이 들었어요.

 

『섬, 짓하다』 를 쓰신 4년 전과 지금 장르문학 독자들의 성향은 달라졌습니다. 거대한 스케일보다는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소소한 미스터리가 사랑받고, 전보다 적은 분량을 선호하고요.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출간된 『이웃이 같은 사람들』 은 작가님의 전작들과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점이 같을까요?


저 역시 전보다 분량이 적고 문장이 쉬워졌습니다. 스토리 위주의 빠른 전개가 특징이죠. 읽으시면서 영상이 바로바로 떠올려지실 겁니다. 그리고 대의명분보다는 이웃 간의 갈등, 학생 간의 사소한 오해와 폭력이 거대한 사건이 되는 현실적 소재를 다뤘습니다. 그 안을 관통하는 타인과의 소통과 이해라는 메시지를 넣었습니다. 친근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게 차별점이 될 것 같습니다.  

 

『경성 탐정 이상』 과 같은 역사 추리물을 주로 쓰셨는데요, 『이웃이 같은 사람들』  같은 현대물과 비교해서 어떤 장르를 더 좋아하시는지요. 앞으로 어떤 장르에 힘을 쏟으실지도 궁금합니다.


둘 다 너무 좋아요. 『경성 탐정 이상』  ,  『유랑 탐정 정약용』  등의 역사물은 고풍스럽고 고아하고 클래식한 맛이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을 다루기에 최적화된 장르이고 완전한 상상 속으로 빠져들게 되죠. 시간과 배경만 옛것이지 그 속의 인물들 모두 현대의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현대물은 『섬,짓하다』『이웃이 같은 사람들』  등의 경찰들이 나오는 무게감 있는 추리소설과  『봄날의 바다』  같은 감성을 건드리는 서정 스릴러 장르를 써봤는데 양쪽 모두 좋아합니다. 『이웃이 같은 사람들』 은 진지하게 수사과정을 그려가면서 인물 묘사를 깊게 해보았고,  『봄날의 바다』 에서는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려 했습니다. 전 어느 쪽을 쓰던 모든 과정이 마음에 들고 즐겁습니다.


앞으로 여러 장르의 소설로 다양한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김재희 작가는 믿고 본다는 신념을 갖고 찾아보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지요. 글로써 책으로써 독자들을 찾아뵙는 과정이 흥겹고 행복합니다.


 

 

이웃이 같은 사람들김재희 저 | 시공사
작품 기저에 깔린 통렬한 현실 비판을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하고 있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밀려오는 여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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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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