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음악의 힘

<조수미 101 : 가장 사랑받은 크로스오버 & 클래식 101곡>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듣다 보니 조수미가 궁금해졌고, 조수미를 찾다 보니 다른 소프라노들이 궁금해졌고, 또 음반에 수록된 오페라의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2018. 04. 17)

메인이미지_캡션_조수미.JPG

                                       조수미

 

 

전혀 몰랐던 새로운 장르에, 오히려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던 장르에 어느 한순간 번개를 맞은 것처럼 빠져본 적이 있는가? 어쩌면 첫눈에 반하는 경험보다 신기한 일일 것이다. 꽤나 감성적인 일이기도 하다. 일전에 막스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처음 접하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바이올린 소리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던 것처럼, 최근 조수미의 앨범이 그랬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으면서 단 한 번도 성악곡, 특히 소프라노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내가, 조수미의 목소리에 번개를 맞은 듯 빨려 들어갔다.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 자신과 잘 맞는, 심장 박동 수가 안정되는 음색과 음역대는 각각 다르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나는 바이올린도 그렇고 소프라노도 그렇고 고음 위주의, 자칫 날카롭게 느껴질 수 있는 소리에 좀 더 많은 피로감을 느꼈던 것 같다. 피콜로나 플루트 등의 악기도 그렇다. 고음 위주의 악기 소리는 귀에 쏙쏙 박혀서 소리에 대한 순간적인 집중력을 높여주는 반면, 오래 들으면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는 소리여서 왠지 모르게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그랬던 내가 최근 몇 주간 소프라노 조수미의 곡들만 주야장천 듣고 있으니, 정말 번개를 맞았나 싶을 정도로 신기한 경험이다. 게다가 마음이 편안해지기까지 한다. 하루는 생각이 많아 밤잠을 설치고 아침 내내 찌뿌둥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출근길 차에 타자마자 자동으로 재생된 조수미의 노래에 꽉 뭉쳐 있던 마음속 근육들이 사르르 풀리며 힘이 잔뜩 들어가 있던 표정마저 풀린 적도 있다.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음악의 힘이다.

 

음악에 관심이 많지 않더라도 조수미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국민적 영웅이자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보석 같은 아티스트 조수미. 너무 유명해서 잘 몰라도 왠지 아는 것만 같은 그녀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늘이 내린 천재적인 소프라노답게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주빈 메타, 게오르그 솔티, 로린 마젤, 플라시도 도밍고 등 똑같이 신이 우리의 풍요로움을 위해 선물한 세계적인 거장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동양인으로서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에 프리마 돈나(prima donna)로 무대에 선 최초의 인물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요정도 조수미의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동양에서 온 소프라노가 서양을 가르친다”는 최고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녀의 창법과 테크닉, 목소리를 이론적으로 분석하기에는 성악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조수미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가끔 멍하게 음악을 듣다 보면 사람의 목소리인지 악기인지 헷갈릴 정도의 맑고 투명한 소리와, 스피커의 볼륨을 조절하듯 안정적으로 피아니시모와 포르티시모를 넘나드는 조수미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신비롭고 오묘한 세계였다. 또 한 번 내게 성악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린 벅찬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이 음반에는 정통 클래식 오페라, 가곡뿐만 아니라 크로스오버 장르의 곡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Only love」 「Once upon a dream」 등 대중적으로 너무나도 친숙한 곡들을 조수미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고,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와 생소한 작곡가들의 곡들까지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앨범이라 그야말로 성악 입문자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기에 꼭 맞는 음반이 아닐까 싶다. 최근 몇 주 동안 이 101곡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른다. 듣다 보니 조수미가 궁금해졌고, 조수미를 찾다 보니 다른 소프라노들이 궁금해졌고, 또 음반에 수록된 오페라의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정말 오랜만에 어린아이가 된 듯, 음악을 처음 시작한 때로 돌아간 듯 강렬한 호기심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공부를 멈출 수 없던 시간이었다. 지식의 가지치기는 언제나 즐겁다. 내게 새로운 세계를 알려준, 평안과 즐거움을 선사해준 이 음반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다.

 


 

 

조수미 101 : 가장 사랑받은 크로스오버 & 클래식 101곡조수미 노래 | Warner Music / Warner Music
신이 내린 목소리 소프라노 조수미의 테뷔 21년동안 그녀를 빛낸 최고의 크로스오버와 클래식 히트곡 101곡이 들어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윤한(피아니스트, 작곡가)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美버클리음악대학 영화음악작곡학 학사. 상명대학교 대학원 뉴미디어음악학 박사. 現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학과 전임교수.

오늘의 책

3625명의 공부 습관 관찰기

한 고등학교 교사가 10년 동안 직접 만나고 가르친 학생들 3625명의 공부 습관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특별한 공부법이 담겨 있지 않다. 그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여 줄 뿐이다. 일상에서 작은 습관을 만드는 공부 이야기.

흔하지만 분명 별일이었던 그녀들의 이야기

"특별하지 않고 별일도 아닌 여성들의 삶이 더 많이 드러나고 기록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쓴, 아홉 살 어린이부터 예순아홉 할머니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삶 이야기. 지금 여기, 대한민국을 살아내고 있는 ‘그녀’들의 땀과 눈물, 용기와 연대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명작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교열자

아무리 아름다운 글이라도 오타나 비문이 섞이면 작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 훌륭한 작품 뒤에는 뛰어난 교열자가 존재한다. 이 책은 저명한 교열자, 메리 노리스의 이야기다. 40년 동안 글과 씨름하며 세운 자신만의 문장론, 유명한 저자와의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수줍은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 치유 그림책

아이들에게 싫은 건 싫다고, 좋은 건 좋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도록 도와주는 그림책. 빨리빨리 괴물, 내꺼내꺼 괴물 등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답답한 상황들을 보여주며, “ 내 마음 표현하기” 라는 쉽지 않은 과제에 도전하도록 도와줍니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