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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부터 한 걸음 뒤

피아니스트 최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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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뮤지션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연주할 수 있었던 것, 화성에 대한 예민함, 악보를 보는 초견이 좋은 것을 꼽았다. (2018. 0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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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_임종진

 

 

피아니스트 최태완은 언제나 무대를 비추는 조명에서 한발 물러난 자리에 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멤버이자 국내 최정상의 스튜디오 뮤지션으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예술가의 오라를 떨칠 만도 한데 그는 그런 순간마다 그저 묵묵히 머무는 것을 택했다.

 

그렇다고 그의 화려한 경력과 이력이 감춰지지는 않는다.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수식이 따른다. 다른 뮤지션들과의 대화에서도 “태완이는 천재적”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다들 ‘아깝다’는 말을 덧붙인다. 한마디로 비범한 재능을 너무 평범하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평가나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럽다. 자유롭게 음악을 발표하고 싶어도 그런 말들이 오히려 제약이 된다. 특별한 음악을 보여 줘야 한다는 강박만 나날이 심해진다. 그는 편안하고 서글서글해 보이는 외모만큼이나 자신의 재능이 은은하게 발휘되기를 바랐다.

 

“음악에도 성격이 반영되는 것 같아. 난 이태윤(베이시스트)처럼 나서기 좋아하고 그런 성격이 아니거든(웃음). 약간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야. 그러니까 앞에서 뭘 하기보다 누구를 서포트해 주고, 그런 역할을 많이 해 왔지. 그게 내 기질에 더 맞아. 어쩌면 그래서 세션으로 더 잘 풀렸을 수도 있고.”

 

최태완은 SBS 방송 〈힐링 캠프〉 이선희 편에서 연주자로 출연한 적이 있다. 그는 이선희의 공연에 늘 함께하고 있기도 하다. 이선희는 “내 노래 피아노는 최태완 아니면 안 돼”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 한마디는 그의 연주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과 함께 그가 가수의 감정과 호흡을 얼마나 배려할 줄 아는 연주자인지를 알려준다.

 

자신의 재능으로 다른 사람들을 빛나게 한다는 점에서 스튜디오 세션은 그에게 최적의 직업이다.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살을 붙이고 구체화하는 이런 작업이야말로 그가 잘할 수 있고 또 상대가 그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1987년에 첫 스튜디오 녹음을 한 이래로 곧장 잘 나가는 세션으로 등극했다. 그만큼 동시대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실력이었다. 또 한 눈 팔지 않고 스튜디오 세션 일에 매진했다.

 

 

최태완 2.jpg

                                     사진_임종진

 

 

최태완은 스튜디오 뮤지션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연주할 수 있었던 것, 화성에 대한 예민함, 악보를 보는 초견이 좋은 것을 꼽았다. 그는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스튜디오 세션이 무대보다 더 편안하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공간에서 헤드폰을 쓰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음악 들으면서 안 좋은 화성 있으면 잡아내고 고치고, 그런 작업이 나한테는 딱 맞는 것 같아.”

 

세션 연주자로서 초기에 최태완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작업은 ‘봄여름가을겨울’ 2집이었다. 당시 가장 세련된 장르인 퓨전재즈를 접목한 이 음반에서 그는 마치 한 팀처럼 전곡에 걸쳐 활약했다. 타이틀곡 ‘어떤 이의 꿈’이 큰 히트를 친 데에는 최태완의 펑키한 피아노 연주가 한몫했다. ‘봄여름가을겨울’ 밴드에 합류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고 묻자 그러기에는 이미 세션으로 너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그는 1만 곡 이상을 녹음했다. 그만큼 지난 30년 동안 성실하게 활동해 왔다는 의미다. 최전성기는 90년대 중반부터 십여 년 동안인데, 이 시기에 그는 피아노 연주만이 아니라 편곡자로도 엄청난 활약을 했다.


김정민의 ‘슬픈 언약식’ ‘마지막 약속’, 스카이의 ‘영원’, 김돈규의 ‘나만의 슬픔’, 조성모의 ‘To heaven’ ‘아시나요’, 이선희의 ‘인연’ 등 모두 그가 편곡한 노래다. 그 외에도 히트곡은 셀 수 없이 많다. 작곡가 이경섭, 플라워의 멤버인 고성진, 주영훈, 조장혁 등 인기 프로듀서들의 노래를 도맡아 편곡했다. 사실상 그의 편곡 능력을 빌어 히트곡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연주든 편곡이든 그는 주인공보다는 조력자로서 수많은 작곡가와 가수들의 빛나는 순간을 곁에서 도왔다. 지금에 와서 그는 더 많은 곡을 쓰고(서영은의 ‘내 안의 그대’를 작곡했다.) 발표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하지만 한편으로 그랬기에 더 많은 명곡이 탄생하고 또한 관객을 감동시킨 공연이 가능했던 것 아닐까. 한 사람의 헌신적인, 조금 특별한 천재 덕분에 우리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뚜렷하게 존재하는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에게 음악적으로 시련의 시기가 있었는지 물었다.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아” 하고 답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빛으로부터 한 걸음 뒤에서 지금까지 이뤄 온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의 이름은 누구보다 빛나게 되었다. 연주자로서 앞으로 어떤 계획을, 목표를 갖고 있을지 궁금했다.

 

“용필 형님 계속 보필하는 거지. 그리고 선희 씨도. 어제 선희 씨한테 이번 공연 같이 못해서 서운하다고 전화가 왔어. 그래서 같이 못하더라도 생각하고 있다고, 연습할 때 들러서 코치 좀 할 테니까 걱정 마시라, 하고 끊었거든. 그렇게 서로 마음 써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위해서 음악하면 되는 거야. 그게 행복이지, 그게 삶이고, 보람이지.”

 

최태완(피아니스트)_ 1965년 1월 24일생.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캠퍼스 밴드 ‘다섯 손가락’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1집이 발표될 즈음 밴드를 탈퇴했고 이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세컨드 건반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80년대 후반부터 피아노 세션으로 활약했고, 1991년에는 동아기획에서 퓨전재즈 스타일의 독집음반을 발표했다. 1993년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 영입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첫사랑’ ‘가을 동화’ 테마곡을 비롯해 다수의 영화, 드라마 음악을 작곡?편곡 연주했고, 지금까지 1만 곡 이상을 연주했다. 천재 피아니스트로 불리며 녹음실과 무대를 오가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자타공인 최고의 피아노 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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