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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이 주인이요, 재능은 종이다

『10대 언어보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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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을 드러내고 과시하기 위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심성을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세요. 우쭐한 성공으로 자만하는 마음은 곱고 묵묵하게 내면을 갈고닦는 이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어리석음입니다. (2018. 0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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德者 才之主 才者 德之奴
덕자 재지주 재자 덕지노
有才無德 如家無主而奴用事矣 幾何不??而猖狂 
유재무덕 여가무주이노용사의 기하불망량이창광

덕은 재능의 주인이고 재능은 덕의 종이다. 재능이 있어도 덕이 없다면 주인 없이 종이 제멋대로 하는 것이니, 어찌 도깨비가 날뛰지 않겠는가?
『채근담』

 

“너, 아이큐가 몇이야?” 이런 종류의 질문을 주고받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아이큐I.Q.(Intelligent quality)는 사람의 사고능력을 언어능력, 수리력, 공간지각력 등의 검사를 거쳐 수치화한 것입니다. 아이큐가 좋으면 재능이 있다는 말로 여겨집니다. 학업 성적을 비롯해서 미래의 탄탄대로를 상징하는 말로도 사용됩니다.

 

‘머리가 좋다’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머리가 좋아지게 하는 건강보조식품이나 식단이 등장하고, 자녀의 두뇌 개발을 위해 어머니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머리가 좋아서 학업이나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본인에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큰 자랑거리입니다.

 

그에 비해 ‘덕이 있다’라는 칭찬은 흔하게 주고받는 칭찬이 아닙니다. ‘착하다’ ‘마음이 예쁘다’는 능력이 없거나 못생겼다 등의 다른 표현으로 모욕감을 주기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과연 재능과 덕 중에서 어느 것이 참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일까요? 『채근담』 에서는 “덕이 주인이요, 재능은 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재능은 사람이 주변 환경과 호응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고, 덕은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마음속 기준입니다. 재능은 세상살이의 기술이고, 덕은 인생의 큰 그림입니다. 인생의 큰 그림 속에서 평화롭게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이 강건한 사람이라면 구체적인 기술(재능)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재능이 뛰어나나 덕이 부족하여 부모, 형제, 친구들과의 관계를 잘 엮어 나가지 못하고 주변에 해악을 끼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바보는 신의 선물』 의 저자 무라카미 카즈오는 ‘그릇이 큰 어리석음’의 대가들인 아인슈타인, 달라이 라마 등을 소개합니다. 정답을 잘 찾아내는 능력으로 일컬어지는 천재보다는 크고 넓고 우직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결국은 세상을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했음을 알려 줍니다. 소위 머리 좋은 사람들의 정교하고 영악한 셈법이 즉각적인 정답을 내는 동안, 또 정답을 미처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센 척을 하며 교류의 단절을 자초하는 동안 이 ‘바보’들은 평화적이고 초월적인 인생법을 펼칩니다.

 

198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달라이 라마는 자신에 대한 존중, 타인에 대한 존중, 자신의 모든 행위에 대한 책임감Follow the three Rs(Respect for self, Respect for other, Responsibility for all your actions)을 강조하면서 성공으로 가기 위한 숱한 사람들의 영혼 없는 행보에 일침을 가했습니다. 얼마나 알고 무엇을 잘하기보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존중을 강조한 달라이 라마의 깊은 뜻에는 덕을 우선시하는 기품이 서려 있습니다.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형은 나면서부터 집안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아서인지 뭐든지 잘하고 영특했습니다. 형에게 쏟아지는 칭찬 세례에 부모님의 함박웃음이 연신 끊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반면 4년 터울의 동생은 학업도 운동도 잘하지 못했고 심지어 외모도 형만 못했습니다. 형은 높아진 자긍심으로 동생의 못난 구석을 지적하고 조롱했습니다. 위축된 동생의 모습에 은근히 쾌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은 두 아이의 상반된 모습에 한탄했지만, 동생에 대한 애정을 거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동생을 믿고 응원했습니다. 뭐든지 잘하는 형은 동생에게 모진 말을 하며 구박했지만, 자기 자신에게도 관대하지 않았습니다. 칭찬에 익숙해서인지 조금만 실수를 하면 주변을 의식하며 까칠하게 대응했습니다. 하루는 얼굴에 여드름이 났다는 이유로 거울을 깬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형은 늘 조마조마한 성공을 이어나갔습니다.

 

한편 동생은 성적이나 성공에 대한 주변의 기대 때문이 아니라 형을 본받아 뭐든지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작은 과제를 해결한 자기 자신을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시간에는 오늘 하루를 얼마나 가치 있게 보냈는지를 성찰했습니다. 까칠하게 구는 형에게도, 자신을 안쓰럽게 여기는 부모님께도, 그리고 공감을 잘해 주는 자신에게 몰려드는 친구들에게도 항상 다정한 말을 건넸습니다.

여러분은 두 형제 중에 어느 편에 속하나요? 겉으로 드러나는 성취와 그를 향한 칭찬에 들떠서 정작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게 냉랭한 채 덜덜 떨고 있지는 않나요? 각박한 내면을 드러내는 폭력적인 말투와 저속한 용어를 쓰고 경직된 표정을 짓지는 않는지요?

 

재능을 드러내고 과시하기 위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심성을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세요. 우쭐한 성공으로 자만하는 마음은 곱고 묵묵하게 내면을 갈고닦는 이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어리석음입니다. 야비한 성공보단 부드러운 덕의 확장을 꿈꾸며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10대 언어보감따돌림사회연구모임 권리교육팀 저 | 마리북스
처음에는 이 말들을 흘려들을 수도 있지만, 계속 듣다 보면 머릿속에 남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수행의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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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권리교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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