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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주 “어느 한 사람도 배제하지 않는 도서관”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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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도서관 회원 카드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아이를 데리고 학원에 가는 게 아니라 제대로 기능하는 도서관 하나를 주는 일이에요. (2018. 0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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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사전적 정의는 ‘온갖 종류의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 따위의 자료를 모아 두고 일반이 볼 수 있도록 한 시설’이다. 사람들이 떠올리는 도서관은 공부하는 사람들이 가는, 조용한 곳이다. 그러나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조금주 저자가 방문한 도서관은 모두 다른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시끄럽게 뛰어노는 공간, 커다란 모니터로 게임을 하는 공간이 있는가 하면 로봇을 세워놓고 직접 컴퓨터를 조립하거나 분해하는 공간도 있었다. 자료 기록과 보존에 충실한 도서관, 마을을 살린 도서관과 사람이 찾지 않아 잊힌 도서관까지. 이 책은 ‘지난 수년간 찾아다녔던 도서관들에 바치는 일종의 연서’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곳이다. 시간에 따라 낙후된 도서관, 이용자의 성장과 교육을 지원하며 자료를 갈무리하는 전통적인 도서관은 미래 세대와 달라진 환경에 맞춰 변해가는 지식정보 사회에 대응하는 첫 번째 보루로도 기능한다.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에 소개된 유럽, 미국, 영국, 일본, 바티칸과 태국, 싱가포르 등 전 세계의 도서관 모습을 보면 자연히 우리나라의 도서관의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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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이 할 일


세계 도서관을 방문한 기록이 실렸습니다. 도서관을 여행한 계기가 있나요?

 

미국에서 일할 무렵 샌프란시스코로 휴가를 가면서 중앙도서관에 갔었어요. 건물이나 인테리어가 멋있는 것도 있겠지만, 저는 거대한 책 분류 기계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한국 도서관에서 일할 때는 휴관한 다음 반납한 책이 산처럼 쌓여 있었어요. 그다음 날 이용자가 들어오기 전에 사서가 모두 정리해 놔야 해요. 그런데 이 기계가 있으면 책의 태그를 읽어서 자동으로 분류가 되는 거예요. 그럼 사서가 이동 서가만 가지고 가서 꽂으면 되죠. 그 기계를 보고 너무 신나서 우리도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게 다른 도서관도 봐야겠다는 계기였던 것 같아요.


지역하고 밀접한 연관을 맺는 도서관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도서관을 소개해주셨어요. 덴마크의 도켄(Dokk1) 도서관에서는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으면 도서관 전체에 종소리가 퍼지면서 사람들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하한다고요.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에는 지역과 도서관이 어떻게 상생하는지 상대적으로 적은 사례가 들어있는 편이에요. 첫 번째 책인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 도서관』에서 주로 다뤘어요. 2012년 뉴저지에서 카트리나가 덮쳤을 때 사람들이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다 도서관에 모였어요. 빵과 커피, 전기를 제공하면서 지역 사회 사람들을 돌보는 역할을 한 거죠. 미주리 주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 한 명밖에 없는 도서관 사서가 스스로 결정해서 차별 없는 피난처로 문을 열었어요. 도서관이 지역 주민의 위로의 장소가 된 거죠.


도서관이 지역의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말씀도 해주셨는데요.


샌프란시스코 도서관이 수기 시스템에서 전자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책 뒤에 붙였던 도서목록 카드가 필요 없어졌어요. 다 버리려고 하다가 어떤 시민이 그 카드 자체가 역사이자 문화이기 때문에 버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한 거죠. 그래서 새로 건물을 지으면서 벽면 전체에 벽지처럼 도서목록카드를 붙였어요. 사서들이 100년에 걸쳐 쓴 기록이 전시되고 보존되는 거죠. 특별실에는 샌프란시스코 출신 그림책 작가의 원화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요. 이런 것들이 바로 공공도서관에서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건물, 인력, 장서가 해결되어야 미래 사회로


도서관 중에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원하는 것을 만드는 창작 공간인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도서관을 자료 보존의 장소로만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창작의 장소로 사용하는 게 인상 깊었어요.


도서관이 정보를 보존하는 곳이 아니라 정보를 생산하는 곳이라는 거죠. 물품을 생산해서 창업의 공간이 될 수도 있고요. 미국의 채터누가 도서관은 한 층을 전체로 메이커 스페이스로 쓰고 있었어요. 웨스트포트 도서관에서는 로봇을 두 대 가져다 놓고 12살 아이가 컴퓨터를 분해해서 조립하고 있고요. 도서관에 로봇을 둔 이유를 물으니 담당자가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쳐주려고 한다고 답했어요. 당시 저는 코딩이라는 단어조차 몰랐을 때였는데 도서관에서 아이들한테 가르친다는 거죠. 공공도서관에서 이게 가능하다는 걸 보고 너무 놀라웠어요. 하지만 한국에 이런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려가 들기도 했어요.


우려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채터누가 도서관 등 성공사례의 기반에는 탄탄한 기초가 있어요. 건물 공간 자체가 이런 활동을 가능하게 해요. 우리나라 도서관에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 만한 공간이 없어요. 책만 놓기에도 부족합니다. 물품을 만드는 기계를 살 만한 예산도 없지만, 그 기기를 관리하고 보수하고 유지할 인력이나 예산이 없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무한상상실’이라고 도입했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고 끝이에요. 외국에서 성공했다 하면 다 도입하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도서관은 대부분 이런 환경을 도입하면 안 되는 상황이에요. 정말 가슴 뛰고 이상적인 서비스지만 현실은 정말 어렵다는 이야기죠.


‘건물, 인력, 장서’를 도서관의 3대 요소로 꼽으셨어요.


그게 바탕이 되어야 창의적인 공간, 가족 놀이터, 공공시설로서의 도서관이 가능해져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4차 산업혁명이니, 창의적인 공간이니 하는 미래를 그릴 수 있어요. ‘메이커 스페이스’는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거기까지 가기가 힘들죠.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도서관도 소개해 주셨어요. 방콕의 재래시장에서 시도한 올드마켓 도서관 프로젝트라든지요.

 

작은도서관을 생각하면서 쓴 부분인데요, 도서관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조국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고 동네 작은도서관”이라는 빌 게이츠의 말이에요. 우리는 작은도서관이라고 하면 건물 규모가 작고 장서수도 작은 도서관을 생각하죠. 미국에서 작은도서관은 봉사인구 수 기준으로 2만5천 명 이하일 때 작은 도서관이라고 하는데, 장서 수나 건물의 시설 규모를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의 작은도서관하고는 아주 달라요.


우리나라의 작은도서관의 문제점은 뭔가요?


해마다 작은도서관은 많이 생기는데, 정부나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이 수반되지 않기 때문에 3년에서 5년 안에 문 닫는 곳이 너무 많아요. 경기도에서만 최근 3년간 230개소가 폐관했죠. 장서가 1만 권이 채 안 되고, 인력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너무 힘들어요. 작은도서관의 문제만이 아니라 공공도서관의 규모가 너무 달라요.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도서관은 구멍가게고 다른 나라의 공공도서관은 쇼핑몰인 거죠. 작년에 찾아간 일본의 이와키 도서관은 그렇게 큰 도시도 아닌데 장서가 55만 권이었어요. 게다가 10년 전에 지어진 도서관인데도 자동창고시스템(Automated Storage and Retrieval Ststem)을 갖추고 있었어요. 이용자가 자료를 검색해서 신청하면 로봇이 꺼내서 갖다 주는 데 3분 걸려요. 큰 투자비용 대신 인건비를 절약한 거죠. 한국의 어느 공공도서관도 그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어요. 어떻게 보면 매번 한국의 도서관 현장에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손으로 도서를 정리하고 배가하면서 인력이 없다고 힘들어하는데, 그런 인력 비용은 생각하지 못하고 초기 투자를 무서워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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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회원 카드는 ‘매직 카드’


책에서 도서관이 지역에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나라 도서관을 보는 인식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나라의 도서관을 다니면서 어떻게 이렇게 도서관이 살아나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어요. 지역 사람들의 도서관에 대한 자부심도 굉장하고요. 보니까 학원이나 사교육 기관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공공도서관에서 모든 지원이 가능해요. 그게 다르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 이용방법을 학교에서 가르치면서 어떻게 자료를 활용하는지 훈련을 시키는 거죠. 도서관에서는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고, 아이들이 도서관 이용이 몸에 익숙해지면서 모든 걸 도서관에서 해결할 수 있어요. 한국의 아이들은 문제집을 풀고 외우기 위해서 도서관에 와요. 다른 나라의 성공한 도서관에서는 자료를 찾아서 분석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간다는 게 차이점이죠. 한국 도서관에는 흔히 좌석예약 키오스크가 있는데, 미국의 공공도서관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이 오는데 좌석을 예약하는 기기가 없어요. 좌석 예약 시스템이 왜 한국에서만 중요할까요? 도서관이 개인 학습 공간이기 때문에 그래요.


이용자가 열람실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국의 도서관이 열람실 위주로 돌아가기도 할 것 같아요. 이용자의 관점에서는 도서관이 ‘공부하는 곳’이니까요.


아시아의 공통적인 특성인 것 같아요. 일본이나 중국의 도서관에서도 같은 고민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자료실 외에는 ‘사회인 전용석’이라고 붙여놓기도 하고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블룸의 분류법으로 인간의 학습 수준을 6개의 단계로 나누거든요. 기억, 이해, 응용, 분석, 평가, 창의의 순서로 학습 수준을 매겼는데, 현재 우리 도서관에서 하는 공부는 기억하고 이해하는 수준이에요. 조금 높게는 응용과 분석까지 가능한데, 이것에서 더 나아가려면 평가와 창의까지 가야 해요. 우리나라 도서관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 어린이실에서 부모님이 수학 문제 풀어주고 영어 암기시키는 모습이거든요. 그렇게 아이들이 커서 지금 열람실에서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는 거죠. 지금은 어쩔 수 없지만,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이런 모습이 아니다, 놀면서 접근하는 도서관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물론 도서관마다 영화 프로그램, 영어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지만, 사교육과 크게 다를 게 없어요.


공공학원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아이들이 정말 신이 나서 도서관에 오는 게 아니라, 학원에 가는 것처럼 도서관에 온다는 거죠. 책에 소개한 트윈 세대를 위한 도서관은 문을 열기 전부터 아이들이 줄 서서 기다려요. 문이 열리면 막 뛰어들어가요. 너무 오고 싶어했던 거죠. 평일 오전에도 아이들이 앉아있고요. 미국의 한 도서관에서는 80인치 스크린이 두 대 있는데 거기 와서 게임을 하는 거예요. 아이들만의 환경, 그 나잇대만의 전용 공간을 만들어주고 하고 싶은 걸 뭐든 마음대로 하게 만들어줘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제 아이도 학원 아니면 PC방에 다녔어요. 그럴 거면 PC방보다는 도서관이 안전하다는 거죠. 게임하고 만화책을 보더라도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고 인도할 사람이 있으면 돼요. 랩퍼 초청해서 강연도 하고요. 우리 환경에서는 허용되지 못하지만 가능하게 해줬으면 하는 거죠.


도서관이 할 일을 서점이나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어요.


그래서 도서관 회원 카드는 ‘매직 카드’가 되어야 해요. 도서관 회원카드로 책을 대출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온갖 걸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프린스턴 공공도서관에서는 거주인구는 3만 명에 불과한데 80종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해요. 음악 CD, 영화 DVD 대출도 가능하고요. 시골 마을에 살아도 도서관에 가면 온갖 외국어를 배울 수 있어요. ‘메이커 스페이스’도 고가의 기구를 도서관에서 무료로 제공하잖아요.


도서관이 정보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 거네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도서관 회원 카드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아이를 데리고 학원에 가는 게 아니라 제대로 기능하는 도서관 하나를 주는 일이에요.


‘어느 한 사람도 배제되지 않는 곳이 도서관이어야 한다’는 말이 감명 깊었어요.


그게 제가 하고 싶은 거예요. 인종, 종교, 교육에 상관 없이 어린이거나 어르신이거나 상관없이 누구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죠. 일본의 기타큐슈 도서관에서 머리가 하얀 노인이 자료를 쌓아놓고 연구를 하는데 너무 부럽더라고요. 그 연세까지 연구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공공도서관이 지원할 수 있다는 모든 부분이 부러웠어요. 공공도서관이 정말 좋은 점은, 모든 이에게 동등한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이에요. 학원을 가지 않고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공공도서관의 자료만으로도 교육과 성장이 가능해요. 공공도서관의 기본이 튼튼하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지만 민주주의 사회를 이룩할 수 있어요.


마지막에 소개한 도서관은 독일에 있는 땅속 ‘매장 도서관’이었어요. 도서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때 어떻게 될지 보여주는 사례 같았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하는데, 유럽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라는 노력은 어느 나라나 다 계속해 왔어요. 하지만 아이들을 설득해서 오라고 할 게 아니라 도서관이 변해야 한다는 게 좋았어요. 미래를 위해서는 아이들과 사람들이 조금은 도서관을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도서관이 오고 싶고 들어가고 싶은 모습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은 아직 도서관에 그런 설렘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방문했던 마을 도서관에 지역 주민들이 자부심을 가졌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투자가 많이 일어나고 바뀌어서 ‘오고 싶어 하는 도서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부의 투자를 바란다는 말씀인가요?


공공도서관에 대한 투자는 국가 미래에 대한 투자예요. 미국에서는 주민의 세금으로 도서관이 운영되고, 주민이 도서관에 얼마나 세금을 쓸지 결정해요. 그래서 잘사는 동네에서는 도서관이 정말 잘 돼요. 기부도 많이 하고 봉사도 많이 하거든요. 도서관 이용률을 높이고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읽게 하는 비법은 결국 매력적인 건물과 인테리어만이 아니라 소장 자료를 충분히 사고 도서관을 운영하는 인적 자원을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도서관 투자를 제대로 하는 거예요.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조금주 저 | 나무연필
도서관은 그 지역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열린 공간이기에 그것 자체가 모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수준을 보여주는 실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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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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