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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 문에서 본 것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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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씨 업무해보니까 어때요?’를 많이 듣는데, ‘취향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것 같아요.’ 라고 대답하곤 한다. (2018. 01. 19)

“뭐 하고 싶어?”
“아무거나!”


‘아무거나’의 뜻은, 적당히 내가 싫어하지 않는 선에서, 하지만 당신도 만족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해도 나쁘지 않은 선이다. ‘아무거나’의 뜻을 풀이하는 사전이 있다면 꽤 장황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아무거나’의 함의를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상대방의 의견과 취향을 파악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리고 나는 그 ‘아무거나’ 또는 의견과 취향을 놓칠 수 없는 MD(a.k.a 뭐든지 다하는 사람으)로 근무 중이다. 11월부터 맡게 된 업무인지라 ‘지연씨 업무해보니까 어때요?’를 많이 듣는데, ‘취향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것 같아요.’ 라고 대답하곤 한다.


진짜 솔직히 말해서 일은 너무 재밌다. 근데 ‘취향’ (혹은 ‘기호’)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기획물과 고객의 취향이 일치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물건이라도 누구는 무광을 좋아하고 누구는 유광을 좋아한다. 또 누구는 스트라이프를 좋아하고 누구는 민무늬를 좋아할 것이다. 네이비가 때가 안 타서 좋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왕 살 거면 튀는 색을 사는 사람도 있다.


이렇다 보니 나의 취향은 어떠한지 새삼스레 궁금해졌다. 그리고 생긴 올해 목표는


언제? - 2018년 12월까지
어디에? - 내 방문에
무엇을? -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어떻게? - 붙이자


이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계획이 생긴 이유는 절친한 친구 덕분이다. 친구의 집에 놀러갈 때마다 문에 붙인 것(취향)을 보고는, ‘진짜 대단하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업무가 바뀌고서는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로 바뀌었다. 자기의 취향을 확실히 알아서인지, 주변 친구들의 취향도 빨리 파악하기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건 여러 개 사서 자주 나눠주기 때문이다. 엉뚱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같았다.


 

친구의-문.jpg

                               친구의 문 

 


그 친구의 집에 놀러 가서는 방문에 붙이는 것들의 기준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렇게 사소한 걸로 밤새 얘기를 지새울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문과기 때문인지, 돈 안 되는 짓을 좋아하기 때문인지를 곁들여서 말이다. 여하튼 방문이란 건 그저 여닫는 기능만이 중요했는데, 나의 취향을 집약하는 장소가 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이기 시작했지만, 꽤 그럴싸하다. 많이 붙이지는 못했지만 붙이다 보니 그림이다. 나는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다. 그것도 유화를 좋아하는 사람.

 

 

 

캡처.jpg

                              나의 문

 


그리고 나서는 도대체 왜 몇 번의 전시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토론을 했다. 쥐뿔도 모르면서, 대학교 교양 시간에 배운 이론이 전부인데 말이다. 교수님이 훌륭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엄마가 미술관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따라다녔던 것이 그 공간에만 가도 행복감을 주는 것일까. 사실 현대미술은 의미가 많다든지, 고전미술은 미적인 것만을 추구한다든지, 그래서 명암이 어떻다던가 구도가 어떻다던가 따위의 감상보다는, 유화(특히 인상주의)를 보면 행복하기 때문에 나의 취향이다.

 

또 책으로 따지자면, 소설만 읽다가도 허구의 세계에 빠진다는 건 무서운 일로 느껴진다. 그래서 내가 속한 사회의 현실이 담긴 글이나 개인의 생각을 통해 내 생각을 넓힐 수 있는 비문학이 좋다. 그리고 시집처럼 애매모호한 글이 좋다. 끝맺음이 없는 문장,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이 생각을 만들어 내는 파편화된 정신이 좋다. 칼 같은 현실이 좋으면서도, 뭉게뭉게 생각을 만들어내는 모호함을 추구하는 독서 취향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언제 변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취향이란 본디 따질 수도 없고, 결국 사전적 의미 그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다. 올해 타인들에게는 앞서 말한 ‘아무거나’의 뜻, 내가 싫어하지 않는 선에서, 하지만 당신도 만족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해도 나쁘지 않은 뜻을 지표로 삼을 것이다. 아무거나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의 함의를 파악해서, 행복을 주고받는데 기여해보겠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내가 좋아하는 방향을 따르면서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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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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