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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가까이 가까이

영화 <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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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으로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에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영화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이렇게나 크고도 다정했다. (2018. 0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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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원더>의 한 장면

 

<원더>의 주인공 어기 풀먼은 안면 기형 장애를 가진 열 살 아이다. 홈스쿨링으로 명민함을 갖추었고 아이스크림, 바이크, 마인크래프트, 광선검 놀이를 즐기는 극히 평범한 또래의 활동력으로 천진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세상에 나갈 때는 헬멧을 쓴다. 관계도 맺기 전에, 명민하고 천진한 내면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사람들이 피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난 평범한 열 살 꼬마가 아니다”는 어기의 대사로 문을 여는 영화. 5학년이 시작되자 어기는 처음 학교에 가야 하는 힘겨운 도전을 한다. 더 이상 집에서만 공부할 수 없으므로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기에. 학교의 배려로 학교 시설과 학습 내용을 안내하는 세 친구를 먼저 만난다. 잭, 줄리안, 샬롯. 어른보다 표정을 잘 못 감추는 또래 아이들 만나는 게 더 힘들다는 어기는 친구들의 어색한 눈빛을 피해 그들의 신발을 내려다보며 성격과 현실을 파악한다.
 
부잣집 애 줄리안, 옷 물려 입는 잭, 이상한 애 샬롯을 꿰뚫어 본다. 세 아이는 그저 어기의 특이한 외모를 보고 당혹스러워할 때, 어기는 상대방을 오히려 세심히 관찰한다. 자신의 장애 때문에 세상을 좀 더 다층적으로 보고 있다고나 할까. 학교 생활이 시작되고 평범한 아이들의 숱한 눈치 보기와 골리기에 이골이 날 즈음 잭과 우정을 나누게 되었지만 곧 배신을 맛본다. 모두 가면을 쓴 할로윈 축제에서 어기를 폄하하는 잭의 뒷담화를 듣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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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원더>의 한 장면
 
좋아하는 친구가 자신을 험담한, 최대 위기라고도 할 인생의 배신감을 어기는 어떻게 극복하는가. 슬픔을 끌어안고 최선을 다해 일상을 영위한다. 잭에게 사소한 복수라도 하지 않는다. 아프게 견디는 모습은 나약한 것이 아니고 현실을 정확히 응시하는 것. 나는 이 지점에서 어기에게 반했다. 잭이 스스로 깨닫고 반성한 것은, 어기가 무너지지 않고 담담하게 학교 생활을 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용서를 구하는 잭을 다시 친구로 받아들이는 용기. 이 용기가 어기와 잭을 환하게 밝힌다.
 
그들이 나눈 우정의 결에는 반성과 용서와 화해의 무늬도 포함되어 있다. 반성이 없다면, 용서도 없었겠지. 용서가 없었다면 사랑도 없었을 테고, 그 어여쁜 무늬는 새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원더>의 원작 작가 R. J. 팔라시오는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자신의 아들이 안면 기형 장애를 갖고 있는 여자아이를 보고 놀라 눈물을 터뜨리는 것을 목격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첫 작품을 썼다. 가수 내털리 머천드의 노래 ‘원더’를 들으며 “나는 기적들 가운데 하나가 틀림없다/ 그들이 지닌 지식으로는/ 어떠한 설명도 할 수 없다”는 가사를 음미하며.
 
기적 가까이 가까이, 얕은 지식으로는 알 수 없는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작가가 그렇듯이 내 마음도 그렇게 온통 어기에게 기울었다.

 

영화 <원더>는 어기의 고백으로 시작한 ‘어기’ 편에 이어서 ‘비아(어기의 누나)’ ‘잭 윌(친구)’ ‘미란다(누나 비아의 친구)’ 편으로 시각이 바뀐다. 앞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재해석하고 각자의 입장과 통찰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일상의 기적이 일어나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살려놓았다.
 
대망의 수학여행에서 시비 거는 형들과 맞장까지 뜨며 결속을 다진 친구들과 돈독해진 어기는 졸업식날 엄마에게 고백한다. 학교에 보내주어 고맙다고. 그리고 졸업식장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에게 수여하는 ‘헨리 워드 비처 메달’을 받는다. 모범 학생, 선행을 기리는 봉사상의 성격을 갖는 이 메달을 수여하는 이유는 분명히 밝혀진다. ‘위대함은 강함에 있지 않고 그 힘을 바르게 쓰는 데 있다. 훌륭한 사람은 그 힘으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어거스트 풀먼은 그 강인함으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하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그저 바라보면 된다.” 편견으로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에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영화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이렇게나 크고도 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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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마음산책> 대표. 출판 편집자로 살 수밖에 없다고, 그런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일주일에 두세 번 영화관에서 마음을 세탁한다. 사소한 일에 감탄사 연발하여 ‘감동천하’란 별명을 얻었다. 몇 차례 예외를 빼고는 홀로 극장을 찾는다. 책 만들고 읽고 어루만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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