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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책 읽는 이적, 노래 부르는 이적

<월간 채널예스> 2018년 1월호
그림책 『어느 날,』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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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할 때, 이별을 처음으로 경험할 때, 그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책이 됐으면 좋겠어요. (2017.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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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의 복귀, 신곡 작업을 하느라 여간 바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띄엄띄엄할 수 없었던 그림책 작업. 그림 작가도 놀랐고 편집자도 놀랐다. 하기야 이적은 오래전부터 그림책에 관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책에 관한 유일한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이적의 신곡 「나침반」이 발표되는 날이었다. 3곡의 음원이 발표되는 시간, 그 정각에 시작된 인터뷰. 『어느 날,』이라는 그림책 제목처럼 잊기 어려운 날이었다. 이적은 여전히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자신의 책 이야기보다 ‘읽는 책’에 관해 말할 때, 말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침대, 화장실, 서재, 마루에서 읽는 책이 다른 만큼 서로 다른 층위의 매력이 가득 찬 이적의 작업들. 어쩐지 이적의 책을 읽은 후에는 그의 음악을 다시 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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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다’라는 말에서 시작된 그림책

 

2005년 『지문사냥꾼』을 쓴 지 훌쩍 10년이 지났습니다. 두 번째 책이 그림책일 줄은 미처 몰랐어요.

 

작년 여름쯤이었을 거예요. 어느 날 딸아이가 스테이플러로 찍은 빈 종이 묶음을 가져와 책을 만들어달라는 거예요. 쪽수도 정해져 있었어요(웃음). 어떤 걸 그려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별이 나왔으면 좋겠대요. 전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 아니니까, 굉장히 단순하게 표정 위주로 ‘별과 혜성 이야기’를 그렸죠. 만들고 나니 아이가 참 좋아하더라고요, 식구들도 좋아하고. 그래서 두어 달이 좀 지났을 때, 제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진을 올렸어요. 반응이 꽤 좋았죠. 수십만 뷰가 나왔던 것 같은데, 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보자는 출판사분들이 계셨어요. 미팅을 하다가 웅진 편집자 분이 가장 설득력 있게 믿음을 줘서 함께 작업해보기로 했죠.

 

그런데 낸 책은 『어느 날,』이에요.


예전에 써놨던 이야기를 하나 보여드렸어요. 오래전에 쓴 글인데 나중에 그림책으로 내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야기거든요. 글만 모아놓으면 A4 한 장에 꽉 차는 정도지만, 그림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았죠. 다행히 출판사에서도 좋아해줘 내게 됐어요.

 

할아버지의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이 글의 시작은 ‘돌아가다’라는 말에서부터 출발해요. 그림책에서는 마지막에 나오는 “그곳으로 돌아가셨대요”에서 나오는 말이죠. 어느 날 문득 생각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누가 사망, 별세, 세상을 떠나면 돌아가셨다라고 말할까. 어디에서 온 사람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걸까?’ 우리가 어릴 때 품는 질문 중 하나가 누군가의 죽음이잖아요.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갖고 살면서, 동시에 자기만의 방식으로죽음을 이해하게 되죠.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죽음을 슬퍼하고 허전해하다가받아들이는 모습에 대해 써보고 싶었어요. 행복한 그림책은 아닐 수 있지만,어릴 때 이런 그림책을 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죠.

 

유년 시절에 읽은 책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이 있나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유독 기억이 났던 책은 스웨덴의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쓴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에요. 초등학교 3, 4학년 때 읽지 않았나 싶은데요. 판타지 동화인데 두 형제가 죽음 이후의 세계를 마주하는 내용이죠. 어릴 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 세상이 있다면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겠네? 가면 다 만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마 종교가 있는 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을 해석할 텐데요. 당시 제게는 이 책이 중요한 열쇠였어요.

 

책 제목(『어느 날,』)만 읽으면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되지 않아요. 한 장을 넘기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대요”라는 말이 나오면서 제목이 완성됩니다.


제목은 편집자의 아이디어예요. 처음엔 좀 이상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왜냐면 제 노래 중에 「어느 날」이라는 되게 음산한 노래가 있어서, 이 노래가 연상되며 어색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자꾸 생각해보니 괜찮더라고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로 시작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로 끝나는 것보다는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 시작하는 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역시 책을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서 손해 볼 건 없구나, 생각했죠(웃음).

 

주인공 할아버지는 양장점 ‘로열나사’를 운영하셨던 양장사입니다. 할아버지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제가 쓴 글에서는 할아버지의 직업이 나오지 않는데요. 뭔가 옛 느낌이 나면서 품위가 있었으면 했어요. 자신의 전문 분야가 있는 모두가 동경하는 그런 할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사실 이 책의 최초 버전은 할아버지가 유럽 신사 느낌이었어요. 조금은 한국적인 느낌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수정한 버전이 지금의 할아버지예요.

 

『여우모자』 ,『얀얀』, 『마음의 비율』 등을 펴낸 김승연 작가님이 그림을 그렸어요.


책을 준비하면서 작가님을 몇 번 뵀어요. 그림책으로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너무 좋더라고요. 디테일한 부분에서 의견을 내기도 했는데, 대부분 받아 들여주셨어요. 주장할 부분은 서로 대화를 통해 맞춰가면서 잘 풀어나갔어요.

 

가장 인상적이었거나 좋았던 그림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일단 클라이맥스는 마지막에 전면으로 펼쳐지는 부분이죠.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 외에도 소년을 멀리서 응시하다가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런 연출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또 계절 감각이 이어지면서 변하는 디테일이 많아서 꼼꼼하게 보면 좋을 그림이에요. 글만 읽으면 1분 안에도 읽을 수 있지만 그림책은 그렇게 보는 책이 아니니까요. 숨은그림찾기까지는 아니지만, 그림의 작은 면면을 살펴보면 색다른 재미가 있을 거예요.

 

완성된 책을 봤을 때, 어땠어요?


녹음을 하던 중에 책을 받았는데요. 받자마자 “어, 되게 좋은데요?”라고 했어요. 사실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걱정이 좀 있었죠. 토도 많이 달았고요. 그런데 완전히 해소가 됐더라고요. 아이들 때문에 저희 집에 그림책이 정말 많은데, 그 그림책들 사이에 있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만듦새라고나 할까요? 굉장히 좋았어요. 뿌듯했고요.

 

‘웅진 모두의 그림책’ 여섯 번째 작품으로 나온 책이에요. 모두의 그림책이란, 어린이와 성인 구분 없이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 뜻으로 보여요.


맞아요. 실은 며칠 전 아는 아이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아이가 초등학생이니 아버지가 얼마나 젊겠어요? 제 또래겠죠.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이 친구에게 『어느 날,』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분이 있어서 제가 편지를 써서 책을 보내줬죠. 사실 책을 만들면서 딱히 누가 읽었으면 하는 특정 대상이 없었는데요. 왜냐면 지금은 평균 수명이 길어져 내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시기가 멀어졌고, 죽음이라는 사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를 지나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하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보다 어렸던 나의 시절이 있잖아요. 이별을 처음으로 경험했던 그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책이 됐으면 좋겠어요.


시와 가사는 시와 소설만큼 다르다

 

예전 인터뷰를 보니, 장편 소설을 쓰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아 그래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웃음)? 글은 꾸준히 써온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니까 생각이 좀 나는데요. 장편 소설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긴 이야기를 써보고 싶긴 했어요. 그런데 제 호흡이 작가들처럼 올인해서 한 작품을 쓰기가 어려워요. 음악도 하고 다른 작업들도 해야 하는데, 소설이라는 장르가 잔재주를 갖고 접근할 순 없는 거잖아요. 그래선 안 되고요. 몇 번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아직은, 아니면 영원히 어려울 것 같아요. 가사를 쓰는 사람에게 교향곡을 쓰라고 하면 ‘어, 이거 어떻게 쓰지?’ 하는 것처럼, 짧은 호흡으로 쓰는 글이 제게 맞는 것 같아요.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의 생일 선물로 썼다는 「엄마의 하루」란 시를 보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나요. 아들이 본 엄마의 일상이 너무 가깝게 느껴졌거든요. 시를 종종 쓰진 않나요?


그때 이후로는 쓴 기억이 없어요(웃음). 몇 개는 더 썼을 텐데 크게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별로였던 것 같아요. 제가 가사를 쓰지만 시와 가사는 굉장히 달라요. 시와 소설이 다른 만큼, 다른 것 같아요. 두 장르 모두 운율이 있으니까 비슷한 게 아니냐고들 하는데, 굉장히 달라요. 노래는 곡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가사를 붙이거든요. 들어갈 수 있는 단어의 한계가 있는 셈인데, 곡의 흐름에 맞지 않게 가사를 쓰면 노래가 다 깨져요. 가사는 곡을 떠나서 쓸 수 없는 거죠. 도입이 서정적이더라도 후렴구에 들어가서는 폭발하는 것처럼. 그런데 시는 흰 백지 위에 쓰는 작업이잖아요. 굉장히 다를수밖에 없죠.

 

요즘 재밌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은 프랑스 소설가 ‘다니엘 페낙’의 『소설처럼』이에요. 책에 대한 책인데요, 자유로운 책읽기 교육에 관해 쓴 에세이죠. 왜 어렸을 때는 책을 그렇게 좋아했던 아이들이 학교에만 가면 책을 멀리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다시 책을 읽게 되는가에 대해 아주 짤막하게 쭉 써 내려간 책인데 정말 재밌어요. 또 며칠 전에는 서점에서 책을 여러 권 사왔는데, 미국 작가 ‘로스 맥도널드’의 『소름』을 이제 거의 다 읽었고 조선희 씨가 쓴 장편 소설 『세 여자』도 인상 깊게 읽었죠. 또 일본에서 나온 『90세, 뭐가 경사냐』를 읽었는데, 올해 일본에서 1위를 한 책이에요. 굉장히 유쾌한 할머니가 쓴 이야기인데, 늙는 걸 막 짜증 내시더라고요(웃음).

 

지금까지 한 질문 중에 가장 거침없이 답변한 것 같아요.


제가 좀 책을 중구난방으로 읽는 편이에요(웃음). 아, 그리고 지금 걸쳐서 읽는 책이 하나 더 있는데, 『아인슈타인 일생 최대의 실수』란 책으로 되게 재미있어요.

 

9세와 6세의 딸 둘을 둔 아빠니까, 그림책도 자주 읽어주겠죠?


자주 읽어주죠. 자꾸 읽어달라고 하고요. 사실 제가 라디오 DJ를 좀 오래 해서 콩트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나름대로는 극적으로 읽어주는 편이죠(웃음). 물론 피곤할 때는 툭툭 읽어줄 때도 있고요. 큰애는 초등학생이니까 이제 책을 수월하게 읽지만, 그래도 부모가 읽어주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완전히 성인처럼 책을 읽을 수 있을 때까지는 혼자 읽기와 함께 읽기가 같이 가는 게 좋다고 들었어요.

 

딸들은 『어느 날,』을 어떻게 읽었나요?


아이들은 슬픈 이야기라고 말하더라고요. 등장인물과 실존 인물을 연결시키진 않는 것 같고요. 굉장히 슬픈 이야기라고 말하면서 책 뒤표지에 있는 QR코드를 하루에 10번을 찍더라고요. QR코드를 찍으면 제 목소리로 읽어주는 책을 들을 수 있거든요. 둘째 아이가 집에 손님이 오면 “잠깐만요” 하면서 책을 가져와 이걸 들려줘요. 태어난 지 5년이 된 아이가 QR코드를 쓰는구나, 되게 신기하면서도 웃기기도 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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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에겐 ‘자뻑’이 필요하다

 

오늘, 음원이 공개되는 날이에요. 4년 만의 컴백이라 긴장이 좀 될 듯해요.


아무래도 조금은 긴장이 되죠. 망하면 어떡하나 싶고(웃음).

 

연말 공연은 이미 만석이던데요.


공연은 아무래도 오랜 팬들이 많이 오니까요. 그런데 음원은 모르겠어요. 제가 애초에 차트에서 막 1등 하는 가수는 아니니까요. 시간이 걸려서 사랑받는 걸 여러 번 겪어서, 다른 가수보다 여유는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자신감이 중요한데, 이번 노래들이 장기적으로는 제 중요한 레퍼토리 중 하나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차트가 높지 않더라도 마음이 크게 힘들진 않을 것 같아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주제곡이었던 「걱정 말아요 그대」가 지금까지도 많이 들려요. 드라마가 종영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말이죠.


아시겠지만 이 노래는 2004년에 전인권 선배님이 만든 곡이에요. 편곡을 하면서 제가 불렀는데, 워낙 히트해서 제가 4년 동안 곡을 발표하지 않은 걸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아요(웃음). 저도 사랑받았고 전인권 선배님도 행복해졌고, 좋았던 곡이죠. 이 곡이 별 반응이 없었으면 새 앨범 작업에 더 속도를 냈을지도 몰라요. 그동안 곡은 계속 썼거든요. 어떻게 보면 쟁여놓은 셈인데, 이번 앨범은 시즌에 맞게 유사한 느낌을 가진 곡들끼리 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앨범을 내느냐, 싱글을 내느냐, 미니를 내느냐. 이것 사이에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이번에는 저로서도 처음 시도하는 거예요.

 

얼마 전에 JTBC <한끼줍쇼>에 출연해서 한 청년을 위해 「말하는 대로」를 불러줬잖아요. 이 노래에 특히 감정 이입을 깊이 하는 20대들을 많이 봤어요.

 

<무한도전> 때문에 만들게 됐지만 저한테도 참 좋았던 노래예요. 확실히 지금 젊은 세대가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힘들 수밖에 없고요. 간혹 조언을 해달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저는 입이 잘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어쨌든 제 세대에서는 부모 세대보다 더 잘 살 거라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세대는 그게 잘 안 보여요. 이전 세대의 누구도 맞닥뜨리지 않았던 절벽이 있는 것 같아요. 저로서는 다만 응원할 수밖에 없죠. 이번에 발표하는 노래 「나침반」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쓴 곡이에요. 그래도 아직 우리 주변에는 가족과 친구, 동료가 있으니까 이 사람들을 붙잡고 가자는 의미죠.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있을까요?


자뻑이 좀 세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자뻑이 센 친구들이 음악을 오래 하더라고요. 저도 데뷔할 당시에는 자뻑이 있었거든요(웃음). 그래서 자신 있게 데뷔했는데, 막상 하고 나서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충격받았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자뻑이 없었더라면 데뷔를 못했을 것 같아요. 습작만 10년 동안 하다가, ‘내 갈 길은 이게 아니구나’ 했겠죠. 어떻게 보면 이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의 폐해거든요. 물론 자기 객관화가 필요한 상황도 있지만, 음악 같은 분야는 ‘내가 최고야’라는 마인드도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발라드든 록이든 힙합이든 어떤 장르를 넘어서도요. 갑자기 자뻑을 갖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요. 자기 음악에 있어서는 약간 건방져도 된다는 느낌 정도라고나 할까요?

 

꽤 오랫동안 심야 라디오를 진행했는데요. DJ로의 복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글쎄요. 지금으로서는 좀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좋은 DJ가 되려면 충분히 감정적으로 청취자들과 밀착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심야에 음악을 듣는 청취자들과 깊게 소통해야 하는데, 저는 이 점이 좀 부족하게 느껴져요. 말하는 것부터 그렇잖아요. 정리하는 느낌, 말하자면 달변인데 이런 특징이 DJ로서는 썩 좋지 않아요. 더듬더듬하고 문장이 툭툭 끊겨도, DJ에겐 ‘아이고, 어떡해요~’ 같은 느낌이 있어야 하죠. 제가 청취자로서 기대하는 DJ의 톤일 텐데요. 저는 좀 부족해요. 성격이 그렇지 않다면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힘들고요. 그래서 청취자들을 위해서라도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노래하는 느낌과는 좀 다르겠죠?


다행히 노래할 때는 다른 것 같아요. 감정적인 밀착이 느껴지거든요. 저부터 노래에 훅 빠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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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만 말고 늘기도 하자

 

예전에 박혜란 선생님을 인터뷰하면서 물은 적이 있어요. ‘여성학자’보다 ‘이적 엄마’로 더 자주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떤지? 이렇게 대답했던 것 같아요. “이적이 지금까지도 음악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것이니, 기분이 좋다”고요. 가수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는데요. 박혜란 선생님이 자녀 교육 강연을 하면 아직도 많은 분이 질문한다고 해요. 가수 이적을 서울대에 보낸 비법에 대해서요.


사실 묘한 게 있어요. 제가 지금 40대 중반이 되었잖아요. 너무 지난 이야기인데 아직까지도 회자가 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좀 부끄럽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웃음) 여전히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으니 물어볼게요. 부모님의 교육 방식 중에 가장 좋았던 게 있다면 뭔가요?


기본적으로 자유방임, 방목형으로 저희를 키운 점이에요. 일단 저희들을 믿어줬어요. 예를 들어, 공부하라고 저희한테 강요하지 않으셨죠. “네가 공부를 잘하면 네가 좋은 거지, 내가 좋을 건 아니야. 내가 좋은 건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네가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이건 네 일이야”라고 자주 얘기하셨어요. 사실 이 말은 지금 첫째 아이한테도 해주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가혹한 말이기도 하지만, 진짜 사실이잖아요. 하루는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아빠, 내가 시험에서 100점 맞으면 뭐 해줄 거야?”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네가 기분이 좋은 일이니까 그럼 아빠를 뭘 하나 사줘. 아빠가 좋은 일이 생기면 그때 아빠가 너한테 뭘 사줄게”라고. 약간 독립적인 마인드가 있어요. 물론 스킨십은 어마어마하게 많이 하고요.

 

어떤 부모가 그러더라고요. “내 아이가 자신의 아이를 내가 키운 방식으로 키우는 것이 가장 큰 자랑이고 보람이었다”라고요.


저희 어머니가 청소는 잘 못했어요. 지금도요(웃음). 그런데 항상 저희를 주체적으로 키워주셨죠. “이건 네 삶이고 네가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어요. 또 집에 책이 워낙 많으니까 정리도 안 돼서 책이 막 여기저기 쌓여 있었거든요. 눈에 보이면 읽게 되잖아요. 세계 명작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제목도 작가도 알게 되는 거죠. 나중에 그 책 이야기가 나오면 ‘아, 맞다. 이런 책이 우리 집에도 있어’라면서 읽게 되고, 읽어보고 싶어지고 했던 것 같아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전자책은 꽂아 놓을 수 없어서 아쉽다고요. 되게 마음에 와 닿았어요. 사전도 그렇거든요. 저희 어머니가 자주 하신 말 중에 “사전을 늘 친구처럼 가까이 하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일단 미심쩍으면 무조건 사전을 찾아보라고 했는데, 전자 사전은 딱 원하는 단어만 찾게 되잖아요. 하지만 종이 사전을 찾다 보면, 앞뒤에 있는 단어나 찾아보지 않으면 모를 단어도 보게 되잖아요. 한눈팔기에서 오는, 생각지도 못한 수확들이 생기죠. 물론 이런 장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장점이 전자책에 있지만, 분명히 없는 것들도 있죠.

 

『어느 날,』을 읽을 미래의 독자들에게 한마디를 남기신다면요.


책을 보실 때, 숨겨져 있는 여러 그림을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구석구석 찾아보면 재미있는 요소가 참 많은 책이에요.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끝으로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지에 관해 묻고 싶어요.


콘서트에서도 종종 하는 이야기인데요. 늙지만 말고 늘기도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노래는 하면 할수록 조금은 늘거든요. 그런 게 하나만 있어도 기분이 좋잖아요. 퇴화가 아니라 발전하는 것이 있는 사람, 그런 뮤지션이었으면 좋겠고 정말 좋은 곡을 쓸 수 있기를 바라죠. 아이들한테는 글쎄요? 뻔한 이야기 같지만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는 아빠였으면 해요.


 


 

 

어느 날,이적 글/김승연 그림 | 웅진주니어
돌아가셨다는 건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거라고, 그래서 슬픈 거라고 들어 알고는 있지만, 그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아이는 잘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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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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