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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작가 특집] 한태희 “창작도 논픽션도 즐거운 작업”

『지도 펴고 세계 여행』, 『우리 땅 기차여행』 펴내
논픽션 그림책 도전, 앞으로 30권 더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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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그림책은 정말 모든 연령대가 볼 수 있는 책이에요. 그림으로만 봐도 좋고요. 글도 함축적이니까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2017.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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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갔다가 한참을 쳐다봤다. 한 소년이 그림책 하나를 무척 집중해서 보는 모습을. 어떤 책일까 궁금해서 서가 쪽으로 갔다. 외국 도서로 보였던 큰 판형의 그림책. 우리나라 작가 한태희의 『지도 펴고 세계 여행』였다. 『구름 놀이』, 『휘리리후 휘리리후』, 『손바닥 동물원』, 『마음꽃 열두 달』 등으로 유명한 한태희 작가는 1997년 첫 번째 개인전 '동화 속으로의 여행'을 연 이후, 그림책 작업을 하면서 학교와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행복한 그림 수업을 하고 있다. 『지도 펴고 세계 여행』『우리 땅 기차 여행』에 이은 두 번째 손그림 입체 지도 그림책이다. 그림책작가 인생 30여 년 만에 논픽션 작업은 첫 도전이었다. 입체그림책을 그려 보자는 편집자의 말에 선뜻 기획서를 받았지만 쉽지 않았던 작업. 하지만 독자들은 덕분에 멋진 그림책으로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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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 지도의 매력


출간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아이에게 선물하려고 샀다가 부모가 함께 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린 책이라서요. 끝나고 나니 뿌듯하긴 하더군요. (웃음)  

 

책을 보니까 얼마나 시간이 걸렸을지 상상되더라고요.


이 책을 기획하신 김성은 선생님이 어린이 그림책을 많이 만드셨어요. 사실 처음에 기획안을 받았을 때, 이게 가능한 작업일까 엄두가 안 났어요. 올해로 제가 그림을 그린 지 30년이 됐는데 짧은 세월은 아니지만 이런 작업은 처음이었죠. 정말 내가 할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들었는데, 힘들지만 재밌더라고요. 『지도 펴고 세계 여행』『우리 땅 기차 여행』까지 두 권이 나오기까지 5년은 걸린 것 같아요.

 

5년이요?


러프 스케치 작업까지 포함하면 그렇죠. 지도 감수는 중학교 사회 교과서를 쓰시기도 한 이응곤 선생님이 맡아주셨어요.

 

그림 작업은 글 기획 후에 그리신 거죠?


그렇죠. 기획자가 스토리텔링을 잡아준 다음, 그림을 그려요. 어느 정도 아웃라인이 잡히면 스케치를 하면서 글도 보강하죠. 어린이책이지만 전문 서적이니까요. 과정이 좀 길었습니다.

 

입체 지도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그리기는 쉽지 않으셨겠지만 보는 재미는 배 이상입니다.


현재 아이들이 보는 지도는 수직 상공에서 보는 지도잖아요. 재미도 덜하지만 이해가 쉽지 않죠. 입체 지도는 쉽게 조감도를 떠올리면 되는데요. 입체감도 살아날 뿐만 아니라 공간감도 느껴지죠. 이번 작업을 하면서 자료조사도 많이 했는데 조선시대에도 그림지도를 많이 그렸더라고요. 대륙별로 보면 각각의 특징이 있어요. 어떤 대륙은 산이나 숲이 많고, 또 우리나라처럼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경우도 있죠. 세계지도를 보면 너무 평범하게 그려서, 강인지 호수인지 구분이 잘 안됩니다. 기호를 꼭 봐야만 해석이 되죠. 입체 지도는 그림만 봐도 어떤 지형인지 눈에 확 들어오는 장점이 있어요.

 

독자 분들의 리뷰를 찾아봤는데, “여행을 많이 가보신 분이 그린 것 같다”는 글이 있었어요.


중국은 서너 번 다녀왔어요. 프랑스, 이탈리아도 도서전 때문에 가봤지만 잠깐이었죠. 모든 나라를 여행하고 그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평생을 그려도 쉽지 않겠지만 말이에요. 작업하면서 구글어스를 많이 참고했어요. 구글어스에게 가장 고마워 해야 할 것 같아요. (웃음) 또 세계 여행을 다니는 분들의 블로그도 많이 찾아봤는데요. 굉장히 구체적으로 자신이 간 곳들을 기록해 놓으셨더라고요. 남미 끝 푼타아레나스의 경우에는 특히 도움을 많이 받았죠. 기본 여행 서적들도 많이 봤고요.

 

지도만 보면 재미가 덜할 텐데, 이 책의 큰 흐름은 ‘가족과 함께 떠난 세계 여행’입니다. 주인공이 총 세 가족입니다. 우람이네, 예솔이네, 건이 온이네까지요.


아무리 입체 지도라도 스토리가 없었으면 지루했을 거예요. 우람이는 아빠와 기차 여행을 남유럽부터 베이징까지 가고, 예솔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유람선 여행을 떠나죠. 건이 온이네 가족은 북아메리카부터 아마존 열대 우림, 남아메리카까지 캠핑카 여행을 떠나고요. 현장감을 살리고 싶어서 각 지역의 맨 첫 그림은 지도가 아닌 풍경 이미지로 작업했어요. 여행 중에 경유하는 지역 전체를 조망하는 여정 지도까지 수록했고요.

 

특별히 즐겁게 그린 지역이 있었는지요?


유럽은 알다시피 인류가 남긴 유명한 건축물이 많잖아요. 그리면서도 참 재밌었는데, 너무 많은 걸 넣으면, 건물 중심으로 보이니 나중에는 덜어내기도 했어요. 가장 힘들었던 지역은 베이징이에요. 중국은 그릴 게 너무 많은 나라라서 선택하기가 어렵더군요.

 

만리장성 그림은 정말 감탄했습니다.


시간이 특히 많이 걸렸어요. (웃음) 베이징 한복판에는 옛날 황제들이 살았던 자금성이 있습니다. 건물만 해도 800여 채, 방은 자그마치 9,000개가 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궁궐답죠. 이번 작업을 하면서 덕분에 저도 공부를 많이 했어요.

 

혹시 이 지역은 꼭 넣자고 제안하신 곳이 있나요?


하나 있어요. 뉴욕 맨해튼섬이 초고에는 없었는데요. 미국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빌딩숲이잖아요. 제 생각에는 꼭 들어가야 할 것 같았어요. 고생은 많이 했지만 그리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또 정말 그리고 싶은 건 북한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땅인데 밟을 수가 없잖아요. 구글어스에도 특별한 건물을 제외하고는 나와있지 않아요. 우리 세대는 북한을 생각하면 심적으로 참 마음이 아프거든요. 전세계 지도를 그리면서 북한을 그리지 못하는 게 아쉬웠어요.

 

지금까지 창작그림책을 주로 그리셨는데요. 남다른 소회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논픽션 책은 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앞으로 한국 어린이그림책이 도전해야 할 내용은 무궁무진하게 많죠. 그림책작가들은 창작 작업을 많이 하고 싶어 해요. 물론 창작도 좋지만 아이들에게 어떠한 세계를 보여주는 것, 사회성과 관련된 개념을 그림 작업으로 보여주는 일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서울 지하철을 기준으로 서울을 그리는 작업을 후속으로 하고 있어요. 내년에 나올지, 내후년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세 권이 쌓이면 또 다른 분야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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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도전해보면 소재도 무궁무진

 

이제 독자들이 그림책과 동화책은 분명히 구분하는 것 같아요.


많이 달라졌죠. 예전에는 동화작가, 일러스트레이터라고만 구분했지만 지금은 그림책작가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하죠. 최근에는 성인들이 그림책을 읽고 감상하는 모임들이 많아졌어요. 나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연령을 넘어선 그림책 독자들이 많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그림책 평론도 많아졌어요.


좋은 변화죠. 평론은 평론대로 읽되,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너무 많이 알고 접근하는 건 오히려 피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아이는 자기만의 느낌으로 해석할 수가 있으니까요. 아이가 설상 글을 읽을 수 있더라도 부모가 음성으로 들려주는 게 무척 좋아요. 교감이 생기기 때문인데요. 아이의 눈과 귀가 함께 열리는 순간이잖아요. 이런 게 가장 좋은 독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직장 생활을 출판사에서 시작하신 걸로 압니다. 그림책작가가 되기로 결심하신 건 1997년 첫 번째 개인전 ‘동화 속으로의 여행’을 연 이후라고요.


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했어요. 졸업한 년도가 1987년이니까 정말 시간이 많이 흘렀죠. 그 땐 그림책이라는 게 없던 시절이었어요. 교보문고에 갔는데 중철로 된 어떤 큰 책이 외서 쪽에 꽂혀 있더라고요. 유리 슐레비츠의 『Monday Morning』이었는데 아마 한국에서는 몇 년 후에 『월요일 아침에』라는 제목으로 나온 것 같아요. 그 책을 처음 봤을 때 저로서는 좀 충격을 받았죠.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광고 일러스트레이션을 좀 하다가 출판사에 들어가 삽화를 그렸어요. 전집을 많이 내던 때라 삽화 일이 매우 많았죠. 그러다 『솔미의 밤 하늘 여행』을 시작으로 그림책 작업에 집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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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름 놀이』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됐고 『손바닥 동물원』도 어린이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어요.


모두 제 아이들이 어릴 때 쓴 작품이에요. 『손바닥 동물원』은 둘째 아이의 재롱잔치를 보면서 얻은 아이디어로 만든 그림책이에요. 아이들 전시회를 보는데 손도장으로 고니를 만든 거예요. 원생들이 30, 40명이 되니까 엄청 큰 작품이더라고요. 그 때 받은 인상으로 작업한 책인데 이게 30쇄를 찍었어요. 둘째 아이 대학 등록금을 이 책으로 낸 셈인데, 아이가 자기 밥그릇은 알아서 챙겼죠. (웃음)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학부모들이 그림책을 잘 사주는데, 고학년이 되면 학습서를 더 우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화책도 학습만화책을 주로 권하죠.


요즘 선생님들을 만나면 아이들이 책을 너무 안 본다고 걱정하세요. 어떻게 하면 책을 보게 할 수 있냐고 물으면, 전 그림책을 많이 권해요. 요즘 그림책은 글밥이 많아서 고학년이 읽어도 될 그림책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도 펴고 세계 여행』은 교과서랑 병행해서 읽어도 좋은데요. 딱딱한 교과서에서 어려워하는 부분을 입체 지도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또 자기의 경험을 갖고 지도를 읽어볼 수 있죠. 출판사에서 이 책을 유아교육전에 가지고 갔는데, 7세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글로벌한 감각을 심어줘야 한다는 게 부모들의 숙제잖아요.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니까 커서도 볼 수 있고 성인이 돼서 다시 펼쳐볼 수도 있고요.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걱정만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작가들도 출판사들도 고민을 갖고 여러 방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강연도 자주 다니시죠?

 

초등학교에서 요청이 많아요. 일주일에 두 세 번 꼴은 가는 것 같아요. 물론 책 작업을 해야 할 때는 시간을 많이 내기 어렵고요. 이제 방학 때니까요. 당분간 좀 쉬어야죠. 그래도 아이들을 보러 가는 날은 즐겁습니다. 세계지도 원화를 꼭 갖고 가는데요. 아이들이 출판 전 원화를 볼 기회가 많지 않으니까요. 보여주면 무척 신기해 합니다.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시나요? 학교에서 원하는 내용이 있을 텐데요.


‘학교 가는 길’이라는 테마로 할 때가 많은데요. 강연을 한 다음에는 실습을 하죠. 초등학교 아이들이 지도를 그리는 건 아직 버겁죠. 세계의 지형이라든지 『학교 가는 길』 같은 책을 보면서, 우리 마을을 그려보는 활동을 합니다. 개인별로 그리기도 하고 그룹별로 그리기도 하죠. 문자도 수업을 하기도 해요. 3학년 이상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죠. 아이들이 호기심이 많아서 집중을 잘해요.

 

요즘 눈여겨보는 그림책작가가 있나요? 좋아하는 작가도 궁금합니다.


오는 길에 진수경 작가의 『짜장면 왔습니다!』를 봤어요. 짜장면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관해 쓴 책인데요. 그림도 좋고 재밌더라고요.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먹는 짜장면이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생겨난 메뉴인지는 우리가 잘 모르잖아요. 그림책을 보는 색다른 재미가 있어요. 한국 그림책작가 중에 존경하는 선생님은 고 홍성찬 선생님이에요.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하고 잡지 삽화로 시작해 무수한 그림책을 남기셨죠. 『백두산 사슴과 인삼』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제가 참 좋아하는 그림책이에요. 외국 작가 중에는 『프레드릭』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작가 ‘레오 리오니’를 좋아합니다. 이 작가는 정말 모든 작품이 다 좋아요.

 

그림책작가 수업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내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도 많아요.


이제는 그림책을 하나의 예술 장르로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림책협회도 생겼고요. 하지만 현실이 바로 좋아지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책을 출간해도 금방 베스트셀러가 되긴 어렵고요. 하지만 전망이 밝은 건 그림책을 향유하려는 독자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또 그림책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뮤지컬 등도 많아지고 있거든요.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소재의 폭을 넓게 보자는 말입니다. 논픽션도 도전해보면 소재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작가로 출발할 수 있는 가능성도 훨씬 높아지죠. 작가적 상상력도 꾸준히 갖고 가야 합니다. 관찰력은 특히 중요하고요. 외부의 관찰 없이 상상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죠. 여러 환경, 사람들과 자주 접촉해야 소통하는 그림책이 나올 수 있어요.

 

그림책을 특별히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그림책은 정말 모든 연령대가 볼 수 있는 책이에요. 그림으로만 봐도 좋고요. 글도 함축적이니까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요즘 미술관에 한 번 가기가 얼마나 힘들어요. 인사동도 일년에 한 번 가기 어려운데, 그림책을 자주 보면 미술관에 가는 것 이상으로 충분한 그림 감상을 할 수 있어요.

 

앞으로 몇 권의 작품을 더 쓰고 싶으신가요?


글쎄요. 한 서른 권 정도 더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면 제 나이가 칠순이 되려나요? (웃음) 일단 인문 지리 논픽션을 시작했으니까요. 제가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수학, 물리 이런 책들도 좀 보는 편이에요. 강연도 듣고요. 과학이든 생물이든 수학이든 학문을 통합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지도 펴고 세계 여행김성은, 이응곤 글/한태희 그림 |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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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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