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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결산, 올해의 노래는?

올해의 가요 앨범&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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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연말. 다이어리에는 한 해를 돌아볼 송년회 약속이 줄지어 자리하고 있다. 여기, 이즘만의 방식으로 조금 이른 송년회를 준비했다. (2017.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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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의 울림은 단일 곡보다 강렬하다. 몇 개의 곡으로 이뤄졌든 간에 음반은 그 자체로 뮤지션의 지향, 정체성, 내면을 무겁게 또 섬세하게 설파한다. 담고 있는 것이 얼마나 방대하면 앨범(Album), 즉 사진첩이라고 표현할까. 아무리 음반 품귀 시대라지만 견고한 주제관과 유려한 음악성으로 올해를 데워 준 작품 10개를 소개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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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쿤스트 - < Muggles' Mansion >

 

계속해서 다른 모양을 나타내는 곡들이 귀를 뗄 수 없게 한다. 어두운 톤과 성긴 리듬의 비트로 어느 정도 요즘 스타일을 따르긴 하지만 뻔한 틀을 반복하지 않는다. 코드쿤스트는 곡들에 블루스와 록, 재즈의 기운을 주입하거나 때로는 R&B를 중심 양식으로 택함으로써 열다섯 가지 메뉴의 호화로운 코스요리를 완성했다. 몇몇 트랙의 말미에 가해진 이완이나 변주는 흥미로움을 키운다. 음색, 플로, 창법이 저마다 다른 객원 뮤지션들은 실한 재료일 뿐만 아니라 노래들의 풍미를 증폭하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듣기 좋은 앨범이다. (한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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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 - < Sunrise >

 

아이돌을 넘어 그냥 '좋은 밴드'를 발견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 앨범 속 14개의 트랙은 이를 여실히 그리고 충실히 증명한다. 매달 곡을 만들고 공연을 하며 쌓아온 경험은 창작에 대한 감각을 날카롭게 벼렸으며, 동시에 자신들이 나아갈 곳을 명확하게 인지하게끔 만들었다. 전면에 내세운 연주 파트의 존재감, 여러 보이스 컬러가 겹쳐지며 발하는 스펙트럼은 좋은 멜로디를 타고 '보편적인 록 음악'의 기준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깊이 없이 콘셉트로만 활용하는 아이돌 밴드들의 오류와 대중성 부족이라는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맹점, 이를 모두 메워내며 제시한 결과물은 다양한 갈래의 편곡과 탄탄한 송라이팅으로 같은 장르 내에서 확연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더불어 러닝타임 내내 딴청 피울 새가 없는, 좋은 곡들이 연달아 들려오는 풀렝스(Full-length)로서의 완성도도 박수를 쳐주고 싶은 부분. 타이틀처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 이 작품을 통해 본다. (황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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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 < 녹색이념 >

 

음반은 화려하지 않다. 힙합 신에 유행처럼 번진 스웩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으며 멜로디컬한 훅으로 대중의 입맛을 맞추지도 않는다. 오로지 알맹이. 목소리와 빽빽한 가사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즉 앨범은 보기 좋은, 혹은 듣기 좋은 허세가 아닌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자 빈틈없는 자기 연마의 기록물인 것이다.

 

전반에 서려 있는 서정성이 우선의 시선을 잡아끈다. 무거운 분위기에 가스펠 풍 코러스가 잦은 양념이 되고 그 위에 자신의 신념, 시선, 고민을 날카롭게 올려놨다. 여기에 한 글자도 흘리지 않고 꼭꼭 씹어 삼키는 래핑이 호소력을 전달하고 영어 없이 한글로만 구성된 가사는 그의 서사에 이해도를 높인다. 누구의 귓전이라도 파고들 따가운 래핑과 래퍼 테이크원이 아닌 인간 김태균의 고뇌가 담긴 음반. 힙스러운 것들로 가득한 본질이 흐려진 힙합을 되돌아보게 한다.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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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 - < FANACONDA >

 

4년 이상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지만 예의 '라임폭격'은 여전히 무차별로 단행된다. 그 폭격의 투하 지점은 일차적으로 대중화라는 뚱딴지 미명으로 산업재해를 야기하는 '쇼미더머니'. 하지만 화나는 거짓, 위선, 차별, 개떼근성의 전체 세상으로 범주를 확대한다. 빠른 'Do ya thang'이든 비장한 '순교자찬가'든 '펜의 과다출혈'의 산물인 언어 배열, 어휘 나열을 쫓는 것만으로도 앨범은 가치를 지닌다.

 

부패한 주류에서 스스로를 '유배'시키면서 '오지 않는 그날, 오지 않을 그날'임을 알지만 그래도 다시 방패와 칼을 잡는 불굴의 태도. 역시 청춘과 랩은 개탄과 분노를 화약으로 쏘아 올리는 화살임을 증명한다. 그만의 음색과 긴 호흡으로 재를 뿌리는 풍자극의 변사 같지만 지혜와 진실로 충만한 메시지는 거의 설법 수준! 가슴 뻥 뚫리듯 통쾌해 하지만 우리는 절로 동시에 처절히 자신을 반성한다.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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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 < 요새드림요새 >

 

창작자가 아닌 소비자의 이기적인 입장에서 '내 음악을 콘텐츠가 포화상태인 주류 음원 사이트에 던져 놓는 것이 싫었다'는 그의 아집에 그리 크게 공감할 수 없었다. 이는 귀에 잘 붙는 < Why We Fail > 이후 쉽게 소화되지 않는 음악으로 대중과 멀어져 가는 행보와 겹쳐져 더욱 서운하게 다가왔다. 어쨌든 이승열의 여섯 번째 음반 < 요새드림요새 >는 해외 음원사이트에 결제를 감행한 소수들만 들었고, 들을 수 있는 음반이다. 그럼에도 2017년의 가요 음악계를 정리하는 결산에 폐쇄적인 음반을 올려놓는 이유는 여타하고 올 한해 주류 음악들에서 발견하기 힘들었던 음악을 대하는 뮤지션의 작가주의적 태도 때문이다.

 

늘 시도와 실험을 반복하면서도 보편적인 정서를 녹여내는 작법은 < 요새드림요새 >에 이르러 여유를 찾는다. 난해하게 다가오는 트랙들마저 이전의 것들에 비해 쉽고 친절하다. 굳이 해체하고 해석하지 않아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지만, 정확한 의미를 도출하기 힘든 음반의 타이틀과 장난기 넘치는 가사로 비롯된 애매함 속에서 각자 의미를 부여하는 즐거움이 < 요새드림요새 >의 숨어있는 가치다. 이승열의 얄미운 블루스가 또 한 번 마음을 움직인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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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키 - < Fuckingmadness >

 

이 아티스트를 정의하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새 밴드 '뻐킹매드니스'와 함께 돌아온 김오키는 '친일 청산'을 모토로 내건 여유로운 애시드 소울 - 힙합 - 펑크 - 재즈를 풀어낸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부터 『격동의 현대사』까지 역사와 현실을 담아내는 형형한 눈빛에 한 번 놀라고, 장르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역설의 메시지에 또 한 번 놀란다. 도발적인 제목과 강렬한 메시지와 달리 커리어에서 가장 낭만적인 사운드로 접근성까지 넓혔다.

 

유유자적 리듬처럼 들리지만 오케스트라적 밴드 지휘로부터 일궈낸 '의도된 개판'이다. 프로듀서 포커페이스(4kapas)가 주조한 비트와 김오키의 무아지경 색소폰, 밴드의 유려하면서도 치밀한 연주는 그 자체로 치열한 예술가들의 '지독한 광기'다. 15분에 달하는 'Fuc ma dreams'부터 반어적 제목의 'Banjai Kankoku'까지 한 곡, 한 멜로디, 음 하나하나가 쉽게 소비되지 않는다. 거듭 지평을 넓혀가는 김오키의 < Fuckingmadness >는 보다 더 뜨겁게 다뤄져야 할 문제작이다.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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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 <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

 

2014년 < 신발장 >과 이들의 성공적 복귀를 기억한다. 9집에서도 편안하고 서정적인 작법으로 수록곡 꼬리마다 놓인 여러 이름을 에픽하이 안으로 흡수한다. 'Born hater' 속편 '노땡큐'와 공허함을 담은 '빈차', 다른 힙합의 질감이 자연스레 공존하는 앨범은 이들이 14년째 대중 곁에 존재할 수 있던 이유를 말해준다. 더 화려한 갈채를 그릴 수 있었겠지만 반대로 예전만큼 잘 써지지 않는 가사와 고민도 솔직히 담아낸다. 앨범을 들을수록 저릿하게 파고드는 건 빛나던 그룹의 총명함보다 우리가 나이를 먹은 만큼 이들도 시간을 품어왔다는 사실이다.

 

공로를 과거로 가두기엔 에픽하이는 여전히 소중하고 특별한 팀이다. 의미 없이 채운 랩이 늘수록 이들의 언어가 갖는 무게, 그만큼 써내려갔을 펜촉에는 책임감이 배어있다. 불완전한 청춘이 음악 속에 활발히 표현되는 지금도 열병과 유약함을 타블로만큼 비유해낼 이가 없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가사가 좋아 랩을 외우던 하이스쿨은 이제 '어른 즈음에'와 '문배동 단골집'의 내용을 가슴으로 느낄 만큼 자라 공감한다. 소리 아닌 상처 내서 만든 노래로 에픽하이는 공고히 서있다. (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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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과 블랙스톤즈 - < 김창완 >

 

거대한 콜라주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에선 단단한 하드록의 호흡을, '묵묵부답'에선 헤비메탈의 묵직함을, '숨'에선 진중한 서정을, 바버렛츠와 함께한 '러브신드롬'에선 가볍게 통통 튀는 로큰롤을 각각 담았다. 이 서로 다른 개성의 음악들이 김창훈이라는 거대한 용광로를 통과하면서 하나의 스타일로 우러난다. 신기할 정도다. 형 김창완과 함께 산울림 전설의 일원으로서 음악을 체화(體化)한 사람만이 부릴 수 있는 여유와 관록 아닐까. 이 독특한 어우러짐은 계산적으로 만들어낸 '일관성'이라기보다는, 이것저것 의식하지 않고 그저 온몸으로 뚫어버리는 거장의 굵직한 '관통력'에 가깝다.

 

2017년에 산울림을 불러낸다는 것을 단순한 '재현'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테다. 여기서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유병열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록 장르 전반을 넘나드는 탄탄한 연주력으로 과거와 현재 사이에 견고한 다리를 놓은 것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헌정하는 비장한 대곡 '첫사랑 광주야'에선 국악과의 크로스오버 위로 수려한 록 기타 솔로를 보여주고, '김창완'에서는 산울림 특유의 장난기 있는 사이키델릭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새로운 옷을 입고 나타난 록 큰형님의 듬직한 풍채! 산울림은, 록은 아직 여전하다.(조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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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짓군즈 - < Junk Drunk Love >

 

느릿하고 나른하며 가끔은 게으르기도 하다.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데 혈안이 된 세상 속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노는가를 내보이기 바쁘다. 호화롭고 부티로 가득한 유흥과는 또 거리가 멀다. 햄버거를 한가득 베어 물고 콜라로 입안을 적당히 적시고서는 취해 늘어질 곳을 찾아 떠나고 또 노래한다.

 

흥미롭게도 리짓군즈의 이 너절한 이야기 너머에는 치밀한 구성이 뒷받침하고 있다. 나릿한 그루브 위에는 펑키하고 약간은 재지하며 은근히 로킹한 비트가 올라서있고, 단단한 래핑은 다채롭게 레퍼토리를 풀어내는 데다, 훅은 더 없이 캐치하다. 너저분한 테마 뒤로 높은 완성도를 숨긴 재미있는 작품. 정크푸드와 알코올, 담배 연기, 그리고 여름과 해변, 사랑을 향한 유쾌하고도 불콰한 찬미는 크루와 < Junk Drunk Love >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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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 < 홀로 있는 사람들 >

 

할 만큼 다했다. 할 수 있는 걸 다했다. 그리고 해보고 싶은 것도 다했다. '마지막'이라는 기약을 두고 만들어진 앨범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아낌없이 모두 소진했다. 아이유와의 콜라보레이션과 멜랑꼴리한 신스 팝으로 변한 것도 그 과정 중 하나다. 이런 변신은 타 앨범과는 확실히 다른 질감으로 느껴지는데, 사실 스타일이 조금 달라졌을 뿐 주제나 가사의 내용은 여전하다. 냉소적이고 까칠해 보이지만, 이들은 어느 무엇보다 '사람'과 '마음'에 충실하다.

 

이석원은 "5집처럼 힘들게 앨범을 만들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우리가, 그보다도 길고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될 줄은 몰랐다."라고 새 앨범의 소회를 밝혔다. 본인들의 성에 차지 않아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 '갈고 다듬은' 음악들이다. 너무나 매끈한 사운드라 오히려 그의 강박과 곤두선 신경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래서 앨범을 내놨다 하면 누구보다 믿고 들을 수 있는 언니네 이발관이 아니었나. (김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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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연말. 다이어리에는 한 해를 돌아볼 송년회 약속이 줄지어 자리하고 있다. 여기, 이즘만의 방식으로 조금 이른 송년회를 준비했다. 언제 뒤적여도 올해를 떠올릴 만한 싱글 10장. 노래가 자리한 기억이 부디 밝게 빛나길 빌어보며 문을 연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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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  「Really really」

 

새롭지도 않고 혁신적이지도 못하며 인생의 깊이를 담아낼 만큼의 깊이 있고 진지한 가사도 아니다. 그저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때 흘러가는 젊은이들을 위한 유행 가요다. 하지만 「Really really」는 그 모든 진부함과 상투성을 감추지 않고 당당히 내세워 오히려 참신했고, 음악의 근본인 멜로디와 리듬으로 정면승부를 보았다. 정갈한 사운드와 예민한 녹음 기술은 이것을 뒷받침하는 세부적 결과이며 미세한 장치다.

 

「Really really」는 매끈하고 세련된, 말 그대로 '대중음악'이다. 노래 안에는 2017년이 있고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있다. EDM 형식과 나르시시즘을 부정할 수 없는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사랑고백의 노랫말은 지금의 문화이자 현재의 방식이다. 트렌드를 따르지만 가청 주파수를 넘지 않는 선에서 팝적인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이 고품격 댄스 팝은 2017년의 가요계를 멋들어지게 만든 원석 중에서 가장 잘 다듬어 놓은 보석이다.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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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  「밤편지」

 

사랑하는 이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 나직하게 속삭이는 아이유의 목소리는, 정말로 '밤'이었다. 밤공기처럼 고즈넉한 어쿠스틱 기타 반주, 사각거리며 적어내린 예쁘디예쁜 단어들, 그 모든 떨림과 사랑을 높낮이로 그려낸 섬세한 선율까지 모두 다 '밤'이고 '편지'다. 종이의 질감을 닮은 이 노래로 아이유는 우리 안에 잠들어있던 어떤 감정을 조용히 깨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밤새 편지를 쓸 때 움트는 그 애틋하고 작고 여린 마음을, 올해 이보다 더 정확하게 짚어내 노래한 곡은 없었다.

 

말을 예쁘게 쓰고 그걸 예쁘게 부르는 아이유의 장기가 맺은 열매다. 특히 평소에 쉽게 듣기 어려운 “~예요”가 잠깐의 공백 사이로 조용히 퍼진 순간은 언어의 맛을 한껏 살린 명장면이었다. '밤편지'의 작은 울림은 그렇게 파도가 되어 모든 가슴에 가닿았다. 2015년 < Chat-Shire >이후 복잡한 자아를 점점 치밀하게 파고들어가면서도 항상 한 발을 보통의 공감대에 두는 이 감각, 곡의 말끔한 완성도 너머에 흐르는 이 진솔함이 오늘의 아이유를 만든 건 아닐까. 소박해서 더 깊이 남는 노래. (조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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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재  -  「시차 (Feat. 로꼬 & 그레이)」

 

눈썹까지 비니를 눌러쓴 채 '엄마'와 '알약'을 묶어 말하는 래퍼의 등장. 쇼맨십과 비즈니스로 얼룩진 '쇼미더머니'가 신인 발굴이란 순기능을 발휘한 순간이다. 아픔과 불안의 정서를 한껏 끌어안은 듯한 독특한 캐릭터, 극단적인 단어 선택과 어눌한 톤으로 툭툭 뱉는 플로우가 실린 그의 랩은 현시대의 젊음이 숨기고 숨겨왔던 어두운 구석들을 끄집어낸다.

 

「시차」는 밤새 모니터에 튀긴 침이 마르기도 전에 강의실로 향하던 홍익대학교 힙합 동아리 브레인워즈(Brainwords)의 승리다. 이들을 대하는 기성세대의 부정적인 시선과 시간을 함부로 쓰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을 끝끝내 버텨낸 우원재, 로꼬, 그레이. '다름'의 시차를 감수한 동아리 3인방은 각자의 방식으로 힙합이란 놀이에 매진한 자신들에게 축배를, 꿈에 정진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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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  -  「계단」

 

이진아의 음악은 어렵고도 쉽다. 기괴하고 음산한 피아노 건반과 헤비메탈에나 어울릴 법한 둔탁한 드럼 연주로 시작해 복잡한 코드 워크를 지나 순식간에 밝고 톡 터지는 편안한 컨템포러리 재즈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하나의 주제에서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면서도, 그 개연성을 놓치지 않는 이진아의 스킬과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티 없이 맑은 그의 보컬은 변주와 애드리브로 점철된 미로 같은 '계단'의 세계에서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다.

 

유희열의 믿음이 통했다. 이진아는 이번 홀로서기 앨범에서 팝, 그러니까 대중음악적 감수성이라는 기초 위에 자신의 장기를 가감 없이 발휘했다. 주재료는 큼직하게 썰어 넣어 어렵지 않게 씹는 질감을 느낄 수 있지만, 형용할 수 없는 묘한 소스 덕택에 계속 손이 가는 요리처럼 한 차원 높은 가요가 탄생했다. 이진아의 음악에는 소녀시대와 제이미 컬럼, 옥상 달빛 그리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뮤지컬 효과가 마구 섞여 있다. 대중음악의 확장, 그 중대한 임무를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것이 놀랍다.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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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  -  「Artist」

 

젊은 야망으로 응축된 아티스트의 나르시시즘과 긍정 바이브의 무한 확산. 간결한 도입부 비트에서 '올해도 스케줄 꽉 찼고 / 길 가면 다 알아보고 / Fanxy child 겁나 핫하고'라며 멋진 근황을 하이 텐션 랩으로 풀어내더니 대중적 훅으로 곡의 지향을 야심차게 선언한다. '생각 말고 저질러 붓은 너가 쥐고 있어 / 제일 감각 있잖아 자기 집 거울 앞에선'을 통해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놓고,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나만 아티스트가 아니라 'We artist'다.

 

「Artist」는 재능 있는 뮤지션이 '믿고 듣는 프로듀서'의 영예를 공고히 하는 계기와 더불어, 기술적인 면을 넘어 메시지의 영역에서도 대중과의 소통과 긍정적 파급효과의 의도를 증명했다. 신세대의 '힙한' 수요와 대중의 너른 취향을 한데 아우르며 차트에서도 호성적을 거뒀다. 이 노래를 듣고 잠시나마 현실에 눌려있던 속 깊은 곳의 재능이 꿈틀거린 사람이라면 당당히 외쳐보자. 'We are, we are, we artist baby!'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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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  「봄날」

 

「봄날」은 보고 싶다는  친구의 그리움을, 타인의 상처를 감싸 안을 수 있는 성숙한 사회를 노래한다. 어느덧 따스한 소년으로 성장한 이들. 음악은 물론 뮤직비디오와 퍼포먼스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부드러운 곡 진행과 듣기 편한 멜로디,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서정적인 노랫말. 여기에 강렬한 '방탄'의 힙합 스타일과는 다른 섬세하고도 애절한 감성까지. 올해 이들이 발표한 노래 중 유독 '봄날'이 대중의 사랑을 '꾸준히' 받은 이유였다.

 

그 무엇도 아닌 이들의 피 땀 눈물로 온전히 이뤄낸 따뜻한 봄날. 2017년은 또한 'BTS'가 전 세계에서 활짝 피어난 순간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 열정을 쏟는다면, 반드시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일깨운 이들. 편견에 둘러싸인 추운 겨울이 지날 거라 믿는 이 곡은 그렇게 위로로 다가왔다. 몇 번의 '봄날'을 거친 후에 맞이한 그들의 화양연화를 볼 수 있어서 각별했던 올해. (정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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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사춘기  -  「썸 탈거야」

 

혼밥 혼술 솔로족 세상을 달래는 불가피한 음악 키워드가 '거리 좁히기' 아닐까. 가까이, 더 가까이 가서 귀에다 대고 속삭여야 한다. 볼빨간 사춘기는 목소리 녹음, 발성, 노랫말, 편곡에 있어서 근래 노래는 발표하듯 객관적으로 표현해선 실패할 것임을 일깨운다. '고막여친'이 그 상황의 표제어.

 

'우주를 줄게' 이래 줄곧 20대 여성 아닌 사춘기의 애틋한 감성과 성장통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각별하다. 여기 '사라져 아니 사라지지 마/ 네 맘을 보여줘 아니 보여주지 마'로 충분하다. 다들 '나 오늘부터 너랑 썸을 한번 타볼 거야' 대목을 기다리게 만드는 건 가사와의 배합이 일품인 안지영의 멜로디 유전자에 기인한다. 음원깡패가 된 배경은 복합적이다.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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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오  -  「Tomboy」

 

이 곡으로 혁오가 파고든 건 '감성'이었다. 건조한 어쿠스틱 기타와 오혁의 까칠한 목소리로 잔잔하게 시작해 밴드 구성의 사운드가 한 데 얹히며 가슴을 칠 듯 터져 나오는 후반부 코러스를 떠올려 본다. 그 강렬함은 쉽게 귀에 걸리는 선율과 시너지를 이루며 이러한 결과를 불러냈다. 부모 세대와 청년 세대를 고루 만족시킬 호소력. 말하자면 노래를 통한 세대 간의 만족인 것이다.

 

봄의 끝에 발매되었음에도 쓸쓸한 가을이 떠오르는 가사가 곡의 약효를 제대로 드러낸다.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 가는데'라니. 이건 젊은이들에게는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중장년층에게는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들을 뒤돌아보게 할 감성적이고 솔직한 이야기였다. 누구라도 생각에 잠기게 할 서정적 구성과 가사. 인디밴드로 출발한 그들이 메이저의 힘을 가진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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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  「빨간 맛」

 

뜨거운 여름을 견디게 해준 고마운 노래다. 빨간 맛~으로 쏟아지는 선율의 풍성함은 열대 해변의 강렬함부터 얼음을 띄운 체리콕까지 그 온도에 연상되는 장면들을 한껏 불어넣는다. 빽빽하게 채운 비트로 속도를 높이는 와중에도 흡인력 높은 후렴을 놓치지 않아온 이들이다. 그 꾸준한 노력이 대중과 강력한 접점을 만들어 모두의 써머송으로 활약했다.

 

2017년은 유독 색채가 유행했다. 퍼스널 컬러와 웜톤 쿨톤, 아이돌 노래도 색깔을 입었고 그런 상황에서 이름부터 선명한 색으로 물들인 레드벨벳은 분명 우위에 있었다. 「빨간 맛」은 그동안 표현해온 레드의 얼굴 중 가장 화사하고 활기찬 표정을 지어 보인다. 멤버들의 발랄한 보컬도 캔디팝의 달콤함을 충족해준다. 온통 빨간색으로 채워도 부담스럽지 않던 곡은 무더위를 정면으로 맞서며 무찔러줬다. 이 노래라면 여름도 사랑할만한 계절이 될 것 같다. (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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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비룸  -  「Sunday (Feat. 헤이즈, 박재범)」

 

올해 가요계에 가장 선명한 궤적을 그려낸 프로듀싱팀 그루비룸. 장르 구분이 무의미한, '좋은 노래'라는 포지셔닝을 성공적으로 일궈낸 이들의 행적은 '그룹이름'을 내건 이 곡에서 정점을 찍는다. 수시로 그 모양을 달리하는 비트를 필두로, 기타와 건반 등 리얼 세션이 가세해 그려낸 입체적인 밑그림은 들을 때마다 매번 새로움을 자아낸다. 여기에 동시대의 감정에 충실한 헤이즈와, 박자를 능숙하게 타고 넘는 박재범의 보컬은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그려내며 노랫말 속 상황을 디테일하게 구현하고 있다. 그야말로 2017년의 컨템포러리 송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적합한 대답. 트렌드세터 세 명이 함께 세워 올린 삼각기둥은 이토록이나 탄탄하다. (황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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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책에서 결국, 좋아서 하는 일을 찾은 이야기

방송 출연 금지 처분과 퇴사 이후까지, 힘든 시간들을 책 덕분에 견딜 수 있었던 그는 결국 책방을 열었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을 책에서 찾았기 때문. 책방을 하면서 또다른 어려운 일들을 마주하지만 날마다 설레는 하루하루를 만들 수 있는 건, 역시 책 때문이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나?

하동관, 팔판정육점, 명돈돈까스, 을지면옥 등 대를 이어 수십 년간 사랑 받고 있는 노포들. 곳곳에 숨어있는 장사의 신들을 찾아 3년간 전국을 발로 뛴 박찬일 셰프의 노포 탐사 프로젝트. 마케팅, 브랜딩, 트렌드에 관계없이 우직하게 성장해온 한국형 성공 비결을 밝힌다.

야구의 세계, 그 떨리는 순간을 마주한 동심

글 없는 그림책, 환상 모험으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칼데콧 상 수상작가 데이비드 위즈너가 이번에는 야구를 이야기합니다. 스피드를 요구하는 승부의 세계에 놓인 아이의 마음과 야구공을 잡는 순간을 섬세한 슬로모션으로 그려내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습니다.

자본주의에서 행복하게 살기

스스로 생계형 마르크스주의자라 칭하는 저자가 털어놓는 삶, 노동 그리고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사는 '불량한' 삶이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도 행복에는 더 가까운 게 아닌지 묻는다. 짧고 굵게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요약한 대목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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