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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인간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예술의 힘”

HJ컬쳐 대표이자 뮤지컬 기획자 기획자로서 가장 큰 덕목은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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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에요. ‘예술만이 유일하게 인간을 격려하고 위로할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2017.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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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빈센트 반 고흐>

 

“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인간이 유일하게 왜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왜’라는 물음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위인들이 ‘왜’가 확실하죠. 그 질문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왜’를 바탕으로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데 이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탄생한다는 점이 인간의 이야기를 다룰 때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한승원 대표는 공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빈센트 반고흐>, <라흐마니노프>, <파리넬리> 등 좋은 공연으로 호평을 받는 HJ컬쳐의 한승원 대표는 유명한 뮤지컬을 기획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소탈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1월에 개막한 <빈센트 반고흐>와 트라이아웃을 마친 <1446>으로 바쁜 요즘을 보낼 한승원 대표를 예스24 서포터즈가 만나보았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

 

<1446>의 첫 공연과 <빈센트 반고흐>의 상하이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2017년의 고흐가 다시 돌아왔는데요, 바쁜 요즘을 보내고 있으실 것 같은데 대표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추석 연휴가 길어서 관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뮤지컬 <1446> 셋업(Set up)을 하기 위해 여주에 내려가야 해서 더욱 바빴던 것 같아요. 빈센트 반 고흐 상해공연도 마무리하고, 12월에 올라가는 가족 뮤지컬 <판타지아>도 준비하면서 내년에 올라갈 작품 오디션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기존 인터뷰에 실리지 않은, 기획자이신 한승원 대표님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요즘 빠져 있는 게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육아입니다(웃음), 5살, 3살이 된 아들이 둘 있는데 틈틈이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이 많고 특히 공연 일을 하다 보니 공연 관련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첫째는 유치원을 다니는데 친구들이 아빠와 놀러 갔다 오면 자랑을 하니까 아빠가 일하러 간다 하면 가지 말라고 울더라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일을 할 땐, 저뿐만 아니라 직원들까지 생각을 해야 하고요. 대한민국에서 문화산업 연계된 일을 하기에는 자신만의 삶을 꾸리기 힘든 점이 많아서 이런 문제들을 조율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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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문아영


책임감이라는 원동력

 

이젠 대학에도 기획 전공이 따로 생겼고, 그만큼 기획자 제작자를 지망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좋은 공연이란 무엇인지, 또한 기획자로서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표를 많이 파는 공연이 좋은 공연이에요. 표를 많이 판다는 것은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의미이고 많은 사람들이 해당 작품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배우도 관객석이 가득 찼을 때 보다 힘을 얻기도 하고요. 물론 페이도 얻을 수 있으니 기획자 입장에서는 성공한 공연이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기획자는 성공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품성과 효율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책임감이 제일 많이 따르는 것 같아요. 때문에 기획자로서 가장 큰 덕목은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때부터 공연을 시작하셨으니 벌써 10년 넘게 공연계에 몸담고 있는 셈인데 그동안 슬럼프는 없었나요?


항상 있었어요. 일 특성상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받기도 하고 일 자체로도 힘든 부분이 계속 있었는데 부채가 항상 곁에 있듯이(웃음) 결국 슬럼프 없는 인생은 없는 것 같아요. 강도의 차이일 뿐이지. 살면서 항상 슬럼프가 존재하지만 어떨 때는 싸워서 견딘다는 느낌으로, 어떤 날은 잘 이겨낸다는 느낌으로 슬럼프를 이겨낼 때, 빛나는 날이 온다고 생각해요.

 

크고 작은 슬럼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었나요?


책임감으로 극복합니다. 어렸을 때는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슬럼프를 이겨내려 했어요. 예를 들어 대학생 때는 힘든 일이 있으면 혼자 거울을 보면서 성공한 사람들이 인터뷰하듯이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의 힘듦이 성공을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하고 남들보다 앞서고 성공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겨냈습니다. 지금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슬럼프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책임감이 있어야 회사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힘을 내고 있습니다. 부모의 마음이랄까요.

 

책임감을 벗어나서 올렸던 공연 중에 참여만으로도 행복했던 공연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모든 공연이 자식 같아서 어떤 작품이 제일 소중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굳이 고르자면 아직도 설렘을 간직하고 있는 뮤지컬 <빈센트 반고흐>에요. 마치 첫사랑 같은 작품이죠. 많이 고민하고 준비했고, 중국과 일본 등 해외수출의 문도 열 수 있었으니까요. 누구에게든 ‘처음’은 항상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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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1446>

 

하신 것 외의 작품도 포함해서,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인생작품은 무엇인가요?


공연은 올릴 때마다 기억에 남지만 특히 이번에 뮤지컬 <1446>을 하면서 영광스러웠습니다. 물론 이전 작품도 좋았지만 영릉이 있는 여주에서 세종대왕에 관한 작품을 만들 수 있어서 무척 감회가 새롭습니다. 평소에 주변에서 왜 한국사람 이야기는 안하고 외국사람 얘기만 하느냐고 많이들 얘기하세요(웃음). 회사에서 그러한 점을 고민하고 있었고 그러한 와중에 세종대왕 제의가 들어와서 좋은 기회다 싶었죠. 내년에 세종 즉위 600주년이기도 하고요. 여주시의 지원을 받아 상업적인 면을 떠나서 더욱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수 있었기도 해서 뮤지컬 <1446>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인상적입니다.

 

<1446> 같이 우리나라 인물로 예술가 인생을 그릴 계획이 있으세요? 있다면 후보군을 알고 싶어요.


이중섭 선생님 등 몇 분은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생각에 머무르고 있어요. 우리가 해외 인물을 주제로 하는 이유는 모두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뮤지컬이 해외에서 낯설지 않게 하기 위해서죠. 때문에 현재로서는 공연에서 한국의 색채가 드러내지 않게 단계를 밟아가고 있어요. 국내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에 해외를 공략해야 하는데 일단 우리가 잘 모르는 예술가는 해외에서도 모르기 때문에 올리기 어려워요. 예술가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이순신, 이몽룡, 성춘향을 세계적인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꿈이 있기 때문에 여건이 된다면 제작할 생각이 있습니다. 우장춘 박사에 관한 내용도 고려하고 있고요. 가능하다면 다양한 소재로 스튜디오 작업도 하고 싶습니다. 잃어버린 우리의 감성과 같은 내용 말이죠.

 

공연 기획자라고 하면, 연출가나 음악감독, 무대감독, 배우들에 비해 현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기획자라는 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스텝, 배우에 비하면 적지만 공연 제작 현장에 참여를 많이 해요. 그래서 공연 일의 매력에 대해 말하면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에요. ‘예술만이 유일하게 인간을 격려하고 위로할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우리가 일조할 수 있다는 기쁨이 이 일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예술만이 인간을 위로할 수 있다

 

요즘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없어지지 않을 직업 1위에 ‘예술가’ 라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드디어 우리의 시대가 왔구나 싶었어요(웃음). 하지만 그러려면 현 문화예술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우선이라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나라를 대표하는 예술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특히 예술을 소비한다는 개념이 부족하거든요. 우리가 먼저 그 가치평가를 해주고 예술을 육성할 수 있는 일상화된 소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예를 들면 명절 땐 과일박스 대신 시집이나 그림을 선물하는 거죠(웃음).

 

기획자로써 현재 뮤지컬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요즘은 어딜 가도 뮤지컬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더라구요.


어려워요. 공급이 너무 많다는 게 가장 문제입니다. 우선 연극영화과가 발단의 근원지에요. 졸업 후 그 친구들의 일자리가 없어지죠. 예술 시장을 넓혀 양질의 예술소비가 늘어날 수 있게끔 해야 되요. 당장 우리 회사도 공급량은 많고 수요가 너무 적은 게 제일 고민이거든요. 뮤지컬은 큰 위기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죠.

 

연극영화과에서 제작에 눈을 뜨고 대학원을 다니며 회사설립을 결심하셨다고 하셨어요. 그만큼 대학이란 곳에 대한 생각이 깊으실 것 같아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대학생’이란 어떤 것일까요?


굳이 대학에 가야한다, 안 가야 한다에 대한 개념은 없지만 간다고 하면 이유는 결국 ‘사람’인 것 같아요. 살면서 그렇게 다양한 지역과 전공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유일하거든요. 사회에 나와서 일을 빨리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대학이었던 것 같아요. 학생회장, 단과회장을 하면서 여러 친구들을 만났는데, 시각디자인하는 친구가 홈페이지랑 명함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도예과 친구가 세트제작을 도와주기도 했거든요. 지금 전화해서 ‘그냥 도와줘’ 하면 완전 미친 소리겠지만 그 땐 가능했죠. 대학생이니까, 다들 어려운 걸 아니까요. 가장 많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시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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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러 오는 공연기획사가 되고 싶다

 

OST 앨범을 많이 내는 편이에요. 팬들을 위한 실황 영상은 계획 없으신지요?


사실 5주년 기념으로 올해 상영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적재된 일이 많은 만큼 거기까지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어느 순간 우리에 대한 기대치가 생기고 실망감도 따라오니 뭐든 함부로 할 수가 없어요. 어설프게 준비했다간 오히려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잠시 미뤄뒀죠. 그래도 요청하는 관객이 많다보니 장비를 잘 구축해놓고 한 번 시도해볼까 고민은 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빈센트 반고흐>의 새 시즌이 오픈했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미리 반 고흐 만의 매력포인트를 소개해주신다면?


고흐의 그림을 담은 영상이 워낙 강인하고 영상기술도 다양하다 보니, 자칫하다간 배우가 묻혀버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에요. 배우와 영상 사이 기싸움에서 진중하고 진솔한, 진짜 내면의 연기를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공연을 통해 반 고흐에 대해 알게 된 후, 진짜 회화전을 관람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고흐란 인물에 대해 보다 깊게 느끼실 수 있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빈센트 반 고흐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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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예스24 서포터즈 10기

강채원, 나영서, 문아영, 박재형, 박지민, 박태임, 서지수, 신규철, 양유정, 유나현, 유승희, 유영은, 한예나, 한재현, 황시연 학생. 예스24 서포터즈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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