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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자가 여자보다 키가 클까? – 성조숙증 기초 다지기

성조숙증인지 아닌지도 유방 발달을 보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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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남자아이의 성조숙증은 치료를 요하는 심각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철저히 검사해야 합니다. (2017.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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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투데이

 

요즘은 남녀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발끈하는 분들이 많아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보통 남자가 여자보다 키가 크지요? 물론 아주 키가 큰 여성도 있고, 아담 사이즈인 남성도 있습니다. 평균적인 키가 그렇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뭘까요? ‘내참, 별 싱거운 사람 다 보겠네. 그렇게 타고난 거지. 그게 무슨 이유가 있나?’ 이런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잘 들여다보면 요즘 뜨거운 이슈인 성조숙증과 성장에 관해 매우 유용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춘기 얘기로 시작해볼까요? 사춘기는 思春期라고 씁니다. 생각 사(思), 봄 춘(春), 때 기(期), 즉 ‘봄을 생각하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봄이란 꽃피는 봄을 가리키는 게 아니고 ‘생식을 위한 행동’을 가리킵니다. (점잖은 자리라 굳이 예를 들지는 않겠습니다만 같은 뜻으로 쓰이는 단어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즉, 사춘기란 생물학적으로 자손을 남길 준비가 갖춰지는 시기입니다.

 

모든 생물의 절대명제는 스스로 생존하는 것과 후손을 남기는 것입니다. 자신의 유전자를 영원토록 이어가는 것이 생명현상의 가장 중요한 의미인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유전자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유전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진화에 의해 우리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들이 거의 갖추어진 때는 언제일까요? 인류가 살아온 내력을 문자로 기록하기보다 훨씬 전입니다. 로마시대에 인간의 평균수명이 25-35세였다니, 선사시대에는 오죽했을까요? 물론 더 길었을 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40을 넘기는 사람은 드물었을 겁니다. 인생이 이토록 짧고 덧없으니 유전자도 마음이 급합니다. 인간의 생이 끝나기 전에 재빨리 후손을 잇게 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 매어 쓰진 못하죠? 유전자도 그 정도는 압니다. 그래서 일단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개체, 허약한 개체들이 저절로 떨어져 나갈 때까지 10년쯤 기다립니다. 10년을 살아남았다면 쓸만한 녀석들로 생각하여 후손을 이을 준비를 시킵니다. 생식기관을 자극하고, 몸의 크기를 키우고, 끊임 없이 ‘생식을 위한 행동’을 생각하도록 부채질합니다. 그래서 사춘기가 괴로운 겁니다. 모두 유전자 탓이니 야단치거나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다소 거칠게 들리겠지만 생물학적으로 남성은 씨를 뿌리는 것 외에 별로 하는 일이 없습니다. 사춘기도 단순 투박합니다. 한마디로 미천한 존재지요. 하지만 여성은 몸속에서 아기를 잉태하여 키우고, 목숨을 걸고 아기를 낳고, 태어난 아기를 젖을 먹여 길러야 합니다. 그래서 여성의 사춘기는 훨씬 섬세하고 복잡합니다. 아기가 살아갈 공간과 태어날 때 나올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골반이 커지고, 젖을 내기 위해 유방이 발달합니다. 모든 준비가 갖춰지면 배란이 일어나고, 자궁 속은 수정이 일어날 경우 수정란이 포근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내막이 두꺼워져 폭신한 솜이불을 깐 것 같은 상태가 되지요. 수정이 일어나지 않으면(아까비!) 내막은 떨어져 나와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이것이 바로 월경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현상들이 사춘기에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들입니다. 여기서 성조숙증과 성장에 관해 생각할 때 중요한 지표는 유방 발달, 키의 급속한 성장, 그리고 초경입니다.

 

잠깐! 음모는요? 좋은 질문입니다. 음모는 보통 다른 사춘기 징후들과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음모가 곧 사춘기의 시작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심지어 의학적으로 성적 성숙도를 판단할 때 지표로 삼기도 합니다(태너[Tanner] 척도라고 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음모는 사춘기와 큰 관계가 없습니다. 난소에서 만들어지는 여성호르몬이나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남성호르몬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뜻입니다. 음모는 부신에서 만들어지는 부신 안드로겐이라는 호르몬 때문에 돋아납니다(겨드랑이 털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방 발달 등 사춘기 징후보다 몇 년 먼저 나타날 수도 있고, 나중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어린 나이에 생기는 수도 있지요. 어쨌든 음모는 몇 살에 생기든, 혹은 생기지 않든 사춘기나 성조숙증과 연관하여 생각할 필요는 없고 심각한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그럼 음모는 빼고 유방 발달, 키의 급속한 성장, 초경만 생각하면 되겠지요? 세 가지 중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유방 발달입니다. 성조숙증인지 아닌지도 유방 발달을 보고 판단합니다. 구체적으로 만 8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면 성조숙증이라고 합니다. 유방이 발달하기 시작한 후 보통 1년 정도 지나면 키가 급속히 커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유방이 발달하기 시작한 후 2년 반에서 3년이 지나면 초경이 시작됩니다. 초경은 크게 축하할 일이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급속성장이 거의 끝났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개인차가 많지만 초경 후에는 키가 2.5-10cm 정도 더 크고 나서 성장이 중단됩니다. 정리해볼까요? 예컨대 10세 경에 가슴이 나오면 사춘기 시작, 11세 경부터 키가 부쩍 크기 시작하여 12.5-13세에 초경이 시작될 때까지 쑥쑥 자란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럼 남자는요?

 

남자아이들은 유방이 나오지 않지요? 그래서 고환을 봅니다(앗, 창피!). 사춘기 전 고환의 크기는 가장 긴 직경 기준 2.5cm 이하입니다. 이 크기가 3cm 이상으로 증가한다면 사춘기가 시작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난소도 비슷하겠지만 난소는 초음파 검사를 해봐야만 크기를 측정할 수 있으므로 유방을 보는 겁니다. 남자는 사춘기가 늦지요? 고환의 성장은 대개 10-13세 사이에 시작됩니다. 따라서 남자에서는 9세 이전에 사춘기가 시작되면 성조숙증이라고 합니다.

 

꼭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남자아이의 성조숙증은 치료를 요하는 심각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철저히 검사해야 합니다. 다만 남자아이의 성조숙증이 별로 많지 않고, 최근 들어 늘어나지도 않기 때문에 큰 논란이 되지 않는 겁니다. 최근 들어 성조숙증이 크게 늘어났다는 말은 여자아이들을 가리키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성조숙증이 엄청난 문제이고, 당장 치료해야 할 것처럼 떠들어대는 일부의 주장은 장삿속인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복잡한 검사를 할 필요는 더욱 없으며, 몇 년씩 호르몬 주사를 맞을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그럼 문제의 답을 알아봐야지요? 왜 남자가 여자보다 키가 클까요? 그 비밀은 남자는 사춘기가 늦게 시작된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 저는 약간 꺼벙해서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 와중에도 선명한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초등 5학년 교실을 찾아갔는데 꼬맹이 때부터 알던 여자아이들이 죄다 이모들처럼 보여 몹시 당황했지요. 그 애들 중 하나가 제 이름을 부르기에 얼떨결에 “네?”라고 대답했다가 향후 몇 년간 친구들 사이에서 아주 체면을 구겼지요.

 

여자아이들은 11세경, 측 초등 5학년 때부터 급속성장이 일어납니다. 남자아이들은 평균 2년이 늦어 13-14세부터 키가 쑥쑥 자랍니다. 사춘기 자체는 여자든 남자든 3-4년 지속됩니다. 그 3-4년간 성장속도도 남녀가 거의 같습니다. 문제는 11세부터 13세까지, 즉 여자아이들이 쑥쑥 자라 이모처럼 변할 때, 꼬맹이 같은 남자아이들도 조금씩은 키가 자란다는 겁니다. 사람의 키는 사춘기 전에 연평균 5cm, 사춘기 동안에는 연평균 10cm 이상씩 자랍니다. 남성과 여성의 성인 신장이 약 12.5cm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남자가 사춘기 전에 2년간 더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면 이모처럼 생각했던 여성이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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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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