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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 뚜이에게 보내는 편지

‘롤링 마우스’ 게임 개발자 강민주 생쥐와의 특별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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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로 위에서 엄지손톱만큼 작은 너를 처음 발견했을 땐 놀라움 반, 걱정 반이었단다. (2017.10.26)

뚜이야, 잘 지내고 있니?
회사 동료들과의 산책길에서 너를 처음 발견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지났네.

 

자전거 도로 위에서 엄지손톱만큼 작은 너를 처음 발견했을 땐 놀라움 반, 걱정 반이었단다. 눈도 뜨지 못한 자그마한 생쥐가 얼마나 굶었는지, 내가 주는 새우과자를 끝까지 놓지 않고 대롱대롱 매달려 올라오는 너를 보며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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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엄마를 다시 만나길 바랬는데, 한 시간 뒤에도 그 자리에 있는 널 보고는 도저히 그냥 두고 올 수가 없었지. 근처에 뱀도 많은지라 내 딴에는 어떻게든 너를 살려보겠다고 집까지 데려왔는데, 너는 당시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주변에서 왜 쥐를 주워왔냐며 병 걸린다고 워낙 말들이 많아서 너를 병원에 데려갔었어. 회사 근처 동물병원 세 군데를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무도 너를 받아주지를 않더라. 집 근처 병원에 전화해서 자초지정을 설명하니 다행히 너를 봐주겠다고 하셨지. 생각보다 너무 작은 너의 덩치에 병원 선생님도 당황하셨고, 몸무게가 너무 적게 나가서 아무것도 처방해줄 수 없다고 하셨어. 다행히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병균에 감염은 되지 않았을 거라 하셨고, 나는 그 말 한마디만 믿고 너를 집으로 데려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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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도 조금은 불안해서 소독약에 적신 면봉으로 널 닦았어. 냄새 때문에 좀 놀랐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싶어서 웃음이 난다.

 

우리 집에 온지 며칠 후, 네가 눈을 떴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어. 처음 본 세상 빛이 너무 눈부시면 어쩌나, 집안의 전등을 죄다 끄고 깜깜한 방안에서 네가 눈을 다 뜨고 적응하기를 기다렸지. 나를 처음 보고 놀라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강아지처럼 따르는 네 덕분에 하루하루가 놀라움과 기쁨의 연속이었어.

 

야근에 지쳐서 집에 들어오면 어김없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나를 반겨주던 모습.
손을 내밀고 이름을 부르면 쪼르르 달려와 내 손 위로 점프하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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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몰랐겠지만, 네가 내 손으로 점프하는 영상을 보고 너를 촬영하고 싶다는 방송사 연락도 몇 번이나 받았었단다.

 

그런데 왜 방송촬영을 하지 않았냐고?


그야 연락을 받았을 당시에는 너랑 나랑 사이가 좋지 않았거든.


그렇게 날 잘 따르던 뚜이 네가, 여자친구 생겼다고 나를 피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니.

 

나는 그저 팬더마우스 친구를 너에게 잠깐 소개해주고 다시 꺼내려고 한 건데, 그 친구가 내 손에 겁을 먹고 찍 울자마자 네가 총알 같은 속도로 달려온 당시에 정말… 하…


이래서 다들 아들녀석은 키워봤자 소용없다고 하는구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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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루이의 합사는 무사히 잘 이루어졌지만, 그 이후로 여자친구 지키겠다고 나만 보면 경계하는 널 보는데 헛웃음이 나더라. 아프게 물지도 못하는데다가 겁은 또 많아서는, 귀를 잔뜩 뒤로 눕히고 한번 공격하고선 쪼르르 도망가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마음이 좀 복잡했어.

 

번식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결국 뚜이 너 혼자 살게 되었고 다시 나를 따르기는 했지만, 예전만큼의 강한 유대관계는 느끼지를 못했어. 아마도, 너와 내가 같은 종(?)이 아니라는 것을 네가 알게 된 것이 원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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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이 넌 나에게 참으로 많은 추억과 행복을 가져다 준 친구야.


다니던 회사를 독립하고, 지금 이렇게 부부개발자로 게임을 만들며 살게 된 것도 다 네 덕이라고 생각해.

네가 밤마다 그렇게 시끄럽게(?) 쳇바퀴를 굴려댄 덕분에 우리 부부의 첫 게임인 ‘롤링마우스’도 탄생하게 되었고, 그 게임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회사에서 독립을 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야.

 

팬더마우스는 태어나자마자 징그럽다는 이유로 꼬리가 잘린다는 사실, 햄스터는 무조건 한 케이지에 한마리만 키워야 한다는 점, 어린이날이 지나면 유난히도 많은 수의 햄스터가 버려진다는 사실도 너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어. 그리고 이런 내용들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게임 속에도 담아냈었어.

 

아참, 지금은 듀크라는 햄스터를 키우고 있단다. 누군가가 햄스터 11마리를 한 박스에 담아서 버린 사건이 있었는데, 거기서 구조해 온 친구야. 이 친구도 참 사랑스럽지만, 여전히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는 뚜이 바로 너란다.

 

네가 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한 달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종종 사람들은 내게 이런 말들을 해.

어우 쥐새끼 징그러워.


꼬리를 자르면 햄스터처럼 귀엽겠네.


더러워. 다 밟아 죽여야 돼.

 

그들 눈에는 뚜이 네가 그저 더럽고 하찮은 존재로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만큼은 이세상 최고의 친구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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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그날 내게 와줘서 고마웠고, 다음 생이 있다면 꼭 다시 인연을 맺어주길 바란다.

고마웠다. 작은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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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강민주(게임 개발자)

자연과 여행을 좋아하는 게임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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