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기억해둬, 내가 미친년이라는 사실을

『밀레니엄 시리즈』 편집 후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강력한 매력을 지닌 두 주인공 ‘리스베트’와 ‘미카엘’을 중심으로 라르손이 설계한 정교한 세계가 있었기에 오히려 작품의 강한 생명력이 새 작가를 발굴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2017.09.28)

 

밀레니엄.JPG

 

범죄 미스터리 시리즈 ‘밀레니엄’은 스웨덴의 기자였던 스티그 라르손이 애초에 10권을 기획한 소설이었다. 하지만 3권까지 집필을 마치고 출판사에 원고를 넘긴 그는 출간 6개월을 앞두고 심장마비로 돌연 사망한다. 그후 유족과 출판사는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를 공식 작가로 지정하고 중단된 시리즈를 이어간다. ‘밀레니엄 시리즈’를 이야기할 때면 언제나 회자되는 스토리이다.

 

1년여의 편집 과정 끝에 출간된 책 네 권의 분량은 2904쪽. 290쪽짜리 책을 열 권 만든 셈인데, 편집자 한 사람이 1년간 책임편집 하는 종수를 생각해보면 적지 않은 분량이다. 2001년에 구상을 시작해 2005년에 첫 출간된 이 막대한 소설은 2017년 현재 우리 사회의 맹점들을 정확히 짚어내는데, 돌이켜 생각할수록 라르손의 앞서 나간 시각에 감탄할 뿐이다. 강력한 매력을 지닌 두 주인공 ‘리스베트’와 ‘미카엘’을 중심으로 라르손이 설계한 정교한 세계가 있었기에 오히려 작품의 강한 생명력이 새 작가를 발굴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실제 작가의 모습(혹은 희망사항?)이 투영된 캐릭터다. 사회고발 잡지 <밀레니엄>의 발행인이자 정의로운 탐사기자인 미카엘은 훈훈한 외모와 이성을 편안하게 해주는 센스를 갖췄다. 상대와의 선을 지킬 줄 알고, 모르는 일에는 나서지 않으며, 성희롱이나 혐오하는 언행을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낄끼빠빠’를 아는 남자로서, 히로인 리스베트를 아주 적절하게 보조한다.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사진기억력을 지닌 천재 해커다. 현대판 정의의 사도를 ‘여성 해커’로 설정한 라르손의 지혜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한편 그녀와 그녀의 엄마는 젠더권력과 여성혐오의 피해자다. 하지만 남성들이 가하는 폭력과 유린 앞에서 리스베트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을 증오하는 여자’가 되어 자신을 괴롭힌 남자들에게 반드시 잔혹한 복수의 맛을 보여준다. 전 세계 여성 독자들은 여기에 열광했고, 리스베트의 명대사는 피해자인 그녀를 ‘미친년’으로 간주하는 남성들을 향해 부메랑이 되어 날아간다. “기억해둬, 내가 미친년이라는 사실을.”

 

소설에는 현재 한국 사회와 비교해볼 장면들도 많다. 국정농단 사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강남역 살인 사건과 여성혐오 범죄, 소아성애자와 혐오 세력이 운운하는 표현의 자유…… 사실 전 인류적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앞으로 밀레니엄 시리즈를 이어나갈 라게르크란츠는 6권까지 집필할 예정이라고 한다. 신작 4권과 함께 국내에 새롭게 출간된 시리즈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큰 이변 없이 6권까지 선보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밀레니엄 시리즈스티그 라르손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저/임호경 역 | 문학동네
강력한 매력을 지닌 두 주인공 '리스베트'와 '미카엘'을 중심으로 라르손이 설계한 정교한 세계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고선향(문학동네 편집자)

문학동네에서 해외소설을 만듭니다.

오늘의 책

평양 사람이 전하는 지금 평양 풍경

재건축 아파트는 가격이 훌쩍 뛴다. 부자들은 아파트를 사서 전세나 월세를 놓는다. 어른들은 저녁에 치맥을 시켜 먹고, 학생들은 근처 PC방에서 게임을 한다. 사교육은 필수, 학부모 극성은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서울의 풍경이 아니라 지금 평양의 모습이다.

작품과 세상을 잇는 성실하고 아름다운 가교

『느낌의 공동체』에 이어지는 신형철의 두 번째 산문집. 평론가로서 작품과 세상 사이에 가교를 놓고자 했던 그의 성실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글을 묶었다. 문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정확한" 시선이 담긴 멋진 문장을 읽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존 버닝햄의 엉뚱한 질문들

“예의 바른 쥐와 심술궂은 고양이 중 누구에게 요리를 대접하고 싶어?” 엉뚱한 질문들을 따라 읽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그림책에 흠뻑 빠져들어요. 끝없이 펼쳐진 상상의 세계로 독자를 이끄는 존 버닝햄의 초대장을 지금, 열어 보세요.

세계를 뒤흔들 중국발 경제위기가 다가온다!

텅 빈 유령 도시, 좀비 상태의 국영 기업. 낭비와 부패, 투기 거품과 비효율, 대규모 부채, 미국과의 무역 전쟁까지. 10년간 중국에서 경제 전문 언론인으로 활약한 저자가 고발하는 세계 2위 중국 경제의 기적, 그 화려한 신기루 뒤에 가려진 어두운 민낯과 다가올 위기.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