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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보는 색이 다르다고?

『색채의 연상』 저자 조영수 교수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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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이 보는 것은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본다는 이야기예요. 데이비드 이글먼의 『더 브레인』에서도 촉각이나 후각 등의 감각은 느낀 후 뇌에 정보가 들어오는데, 시각만은 뇌에 있는 기존의 정보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본다는 이론이 나와 있습니다. (201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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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 예스24 홍대던전에서 『색채의 연상』 저자 조영수 교수의 강연회가 열렸다. 색채와 언어, 문화에 대한 상관관계를 풀어낸 『색채의 연상』을 토대로 나라마다 색에 관한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 흥미롭게 보여주는 자리였다.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조영수 저자가 색채에 처음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1970년대 초 미국 대학원에서 베르톨트 브레히트 시에 나온 회색의 의미를 모두 다르게 여기던 순간이었다. 한국인은 회색에서 ‘회색분자’와 같은 애매한 감정을 읽어냈지만, 다른 동료 대학원생은 회색을 ‘세련된’ ‘우울한’ 색으로 읽었다. 다른 색도 마찬가지다. 서양에서는 빨강에서 화와 위험을 연상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열정’을 제일 먼저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슬플 때는 ‘우울함을 느끼는feel blue’ 나라가 있고, ‘청춘靑春’을 연상하는 나라가 있다.


왜 이러한 차이가 생길까? 지금까지는 문화와 언어가 색채의 의미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언어에서 색채의 상징은 어떻게 나타날까? 언어의 색채 표현은 머릿속에서 그려지지만, 많은 색채상징은 실제 언어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임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 32쪽


강연회는 가디언 출판사 신민식 대표의 사회로 시작해 약 1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강연에 참가한 30여 명의 사람들이 각자 다른 색채의 인식을 새롭게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본다고 생각하는 것을 본다


강연은 재작년에 일어났던 ‘드레스 논쟁’으로 시작했다. 텀블러에 스코틀랜드 가수 케이틀린 맥네일이 드레스 사진을 올리자 댓글로 흰색-금색 드레스라는 의견과 파랑-검정 드레스라는 의견이 분분하게 달리면서 전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던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패러디가 나타나고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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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본 것이 틀렸다 맞다 하며 굉장히 논란이 되었던 이야기입니다. 결론은 어떻게 나왔나요? 우리 눈이 보는 것은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본다는 이야기예요. 데이비드 이글먼의 『더 브레인』에서도 촉각이나 후각 등의 감각은 느낀 후 뇌에 정보가 들어오는데, 시각만은 뇌에 있는 기존의 정보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본다는 이론이 나와 있습니다.”


예에서 보이듯, 사람들은 같은 걸 보면서도 다르게 인지한다. 글로벌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한국 사람이 붉은 악마를 봤을 때 열정과 단결을 떠올릴 때, 다른 나라 사람들은 분노나 위협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결력이 뛰어납니다. 가을만 되면 모두 바바리코트 입고 다니고 여름이 되면 다 같이 소매가 없는 옷을 입죠. 하지만 모든 면에서 우리가 맞다 생각할 게 아니라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지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판단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영수 저자는 단어의 예를 들며 사람들의 인식이 언어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설명했다.


“이누이트 족은 눈을 여러 가지 단어로 표현합니다. 흘러내리는 눈, 쌓인 눈, 바람에 흩날리는 눈, 바람에 휩쓸려 크게 된 눈 등을 다 다른 단어로 표현하죠. 그렇다면 우리나라 말 중에서 이렇게 같은 것을 가지고 다양하게 표현하는 개념은 무엇일까요? 바로 쌀이에요. 같은 쌀을 가지고 벼, 모, 나락, 밥 등으로 표현합니다. 그 말은 우리나라에서 쌀이 중요하고 많이 사용한다는 의미예요.”


색채와 연관해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색을 표현하는 말이 다양하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저자는 과연 색채를 표현하는 말이 다양한지 의문을 제시하며 ‘빨강’의 예를 들어 한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빨강을 형용사로 이야기하면 새빨갛다, 불그죽죽하다, 벌겋다 등 다 세면 60가지가 넘어요. 하지만 빨강의 명칭을 생각해 보면 빨강, 붉은색, 적색, 홍색 등으로 한자어에서 나온 말이 많아요. 책에 소개한 색채 중 순수한 우리말로 불리는 색은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밖에 없고 나머지 는 다 한자어입니다. 연두색은 ‘연한 콩 색’이라는 한자어예요. 초록도, 분홍도 다 한문이죠. 그래서 색채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젊은 사람들이 꼭 한자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색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자를 열심히 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색채의 연상』에서는 총 여덟 가지 색을 놓고 어원과 나라별 의미, 관용어에 나타난 색,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의미 등을 다뤘다. 강연회에서는 대표적으로 빨강과 파랑, 노랑과 검정을 위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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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빨강, ‘청춘’의 파랑

 

“여러분 생각에 ‘빨강’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어디서 나온 것 같나요? 98개국의 언어를 비교한 학자가 있는데요, 그 사람이 밝히기로는 어떤 언어든지 제일 처음에 만들어진 건 ‘희다’와 ‘검다’예요. ‘환하다’와 ‘어둡다’는 개념을 가지고 사용하는 거죠. 세 번째로 나오는 색은 뭐겠어요? 바로 빨강이에요. 빨강은 피에서 나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빨갛다’는 피에서 나온 게 아니라 ‘불’에서 나왔어요. 이것만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평화로운 사람들 같아요.”


국가별로 빨강의 의미는 다르다. 한국에서 예로부터 임금의 옷은 붉은 곤룡포였다. 왕의 색은 다른 사람에게는 금기와 마찬가지였다. 어느 시기에는 분홍색이 공주의 색이었기 때문에 서민들은 분홍색 옷을 입지 말라는 규율도 존재했다. 문화상징도 서로 달라서, 빨강은 불, 성경의 지옥, 전쟁과 죽음, 공산당 등을 상징한다.


“미국과 독일, 한국 각 나라의 100명을 대학생 위주로 질문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먼저 붉은색은 무엇을 연상하냐는 질문으로 객관식 답을 받았는데, 미국인은 대부분 분노를 택했습니다. 독일인은 위험과 투쟁, 힘 등으로 답변했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이나 독일과 비교했을 때 굉장한 단결력을 보이셔서 89%가 열정을 택했어요.”


순수한 우리말은 ‘붉다’에서 파생한 ‘빨강’은 어미 변화를 통해 형용사의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지만, 파랑은 쌍자음으로 표기하는 비읍에 비해 피읖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빨강에 비교해 형용사의 변화 가능성이 적다는 말이 덧붙었다. 언어의 음성적 특징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다음은 파랑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파란색을 의미하는 단어는 뭐가 있나요? 청색, 남색, 쪽빛, 하늘색, 곤색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제일 연한 파란색인지 알 수 있나요? 제 생각에는 앞으로 색채 전문가가 이러한 분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색채 공부를 할 때 남색이 가장 진하고 그다음 군청색이라든지 하는 색 구분이 언어학 전문가와 색채 전문가가 같이 연구해 체계화되면 좋겠어요.”


조영수 저자는 파란색의 특징으로 ‘초록’과 ‘파랑’을 모두 뭉뚱그려 ‘파랗다’고 표현하는 한국어의 특성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파랑과 초록을 다 합쳐 푸르다고 말하지만, 옛날에는 구별이 있었습니다. 중세 국어에서부터 같이 쓰이기 시작한 용례가 나타나는데, 얼굴색은 퍼렇다고 하고 물과 나무에는 파랗다는 표현을 썼어요.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일본어에서도 한국어처럼 파랑과 초록을 같이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신호등을 이야기할 때 초록 등을 파란색 신호라고 하는데요, 아이들이 혼동을 일으킬 때가 있죠.”


독일과 미국, 한국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파랑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으로 나타난다. 아무래도 ‘청년’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긍정적인 기운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인들은 파랑에서 시원한 차가움을 연상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젊음’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어요. 이것도 역시 ‘청년’이라는 단어가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질투의 색이었던 노랑, 요새 뜨는 블랙


우리나라의 노랑은 ‘눋(놋, 황동)’과 ‘누르다’에서 유래했다. 자연에 있는 소재나 현상에서 나타나는 색을 연상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연유로 독일어의 노랑(gelb)과 영어의 노랑(yellow)은 금(germ)과 쓸개즙(galle), 중세 국어의 yelwe 등에서 파생되었다.


“중국에서는 황색을 참 좋아했죠. 황색이 땅과 황제를 나타냈습니다. 영어에서는 노랑이 주의와 경고를 불러일으키는 색이죠. 독일은 따뜻함을 많이 연상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노랑이 질투와 연결되는 색이었어요. 요새는 그런 연상을 하는 분이 없어 보여요. 설문조사에서도 노랑을 귀여움과 연관해 생각하는 걸 보면 노랑이 긍정적인 색채로 많이 넘어간 것 같아요.”


이어 검정에서는 한창 뉴스를 달궜던 ‘블랙리스트’의 예로 사람들이 어떻게 검정을 인식하는지 설명했다. 블랙리스트는 작업장이나 클럽 같은 단체로부터 거부되거나 제외된 사람의 명단을 의미했으나 점점 다양한 의미로 퍼져나갔다.


“1692년부터 영국 찰스 2세의 통치 기간이었는데, 찰스 1세 치하에서 재판받았거나 불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그 당시에 블랙리스트라고 불렀습니다. 19세기 때는 고용주가 채용하길 원하지 않는 노동조합 회원들의 명단을 블랙리스트라고 말했죠. 이후 1950년대 초에는 미국 상원의원이었던 맥카시가 이끈 청문회 결과로 공산주의자 명단을 의미하게 되었어요. 우리나라는 얼마 전부터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를 사용해 지금은 흔히 쓰이는 단어입니다.”


블랙은 다른 단어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저자는 검은 백조를 뜻하는 블랙 스완, 대규모 할인 행사를 뜻하는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슬픔의 색인 상복의 검정까지, 다양한 색채 연상과 언어 표현을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태권도 검은 띠면 아주 좋은 겁니다. 굉장히 잘하는 것에게 검정을 주죠. 언어 표현에서는 ‘검은 고양이 눈감은 듯’ ‘검둥개 멱 감듯’ 등으로 이러나저러나 표가 안 난다는 의미의 숙어가 많이 나타납니다.”


검정과 대비되는 색으로는 흰색이 있다. 저자는 한강의 『흰』에서 나타난 하양의 의미, 즉 차가움, 슬픔, 상처, 녹아 소멸되는 소금 등을 책에 소개하며 하양의 뜻을 살폈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칭했던 백의민족이 일제 감정기에 조작된 개념이라는 설도 덧붙였다.


“우리가 객관적으로 다 다른 걸 보면서 같은 걸 본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같은 언어로 해석해서 보기 때문입니다. 언어학에서는 ‘아’라고 말할 때 모든 발음이 다 다르지만 비슷하게 알아듣는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흰색과 검은색도 모두 다르지만 우리의 언어에 따라 같이 볼 수 있습니다. 괴테가 여러 저서를 집필하다 나중에 『색채론』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제가 언어학에서 시작해서 색채론까지 왔는데, 공부하고 보니 괴테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면서 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러분도 시간이 나신다면 괴테의 『색채론』도 읽어봐 주시길 바랍니다.”

 

 


 

 

색채의 연상 조영수 저 | 가디언
조영수 경기대 독어독문학 명예교수, 무의식을 지배하는 색채의 강력한 영향력을 풀다! 색채는 나라마다 특정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아니면 보편적인 의미를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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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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