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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먹고사는 고민에 대하여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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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균형을 찾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간엔 주기적으로 계산기를 타닥타닥 두드려본다. 어디 보자, 지금까지 플러스가 얼마, 마이너스가 얼마, 다 해서 얼마라는 숫자가 나온다. 때론 숫자에 마음이 흔들린다. 애걔, 딸랑 이거야? (20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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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지난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저는 커피 한잔 뜨끈뜨끈하게 만들어 갖고 컴퓨터 앞에 막 앉았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어떤 것에 대해 고민을 하시나요? 제 최근의 화두는 지속가능성 되겠습니다... 라고 쓰다 보니 왠지 말이 거창한데, 어떻게 해야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주머니 속 경제 사정, 그리고 사회 돌아가는 꼬라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그저 그렇게나 영 아닌 상태로 쭉 가는 것 말고, 어느 정도의 노력과 투자를 통해 꽤 괜찮고 만족스러운 상태에 다다른 후 고것을 오래 지속해나가고 싶다는 이야기. 엄청나게 굵고 짧은 것과 아주 가늘고 긴 것이라는 양극단 대신 적당한 굵기의 적당히 긴 것을 택하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말이 좀 야한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죠). 모 아니면 도 대신, 걸이나 윷을 원한다 이겁니다.

 

일주일에 7일씩 새벽마다 중국어 학원에 가겠다는 결심은 근사하지만, 하루에 샐러드 한 그릇만 먹고 네 시간씩 운동하겠다는 결심도 굉장하지만, 과연 그걸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어이구야,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된다.

 

물론 머지않은 미래에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다면, 그러니까 D-day가 딱 정해져 있다면 얘기가 좀 다르긴 하다. 조금 전 말한 굵고 짧은 목표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D-day다. 결혼식을 2주일 앞두고 식단을 극단적으로 조절하고 생전 안 하던 운동을 한 결과 10kg을 감량했다 치자. 혹은 코앞으로 다가온 시험을 위해 평소의 수면시간을 절반으로 줄여가며 벼락치기로 외국어 단어를 오백 개쯤 외웠다 치자. 그리고 영광의 그날을 찬란하게 보낸 후 바지 단추든 브라 후크든 몽땅 풀어놓고 신나게 먹기 시작하면, 시험 종료와 동시에 책을 딱 덮고 다시는 펴보지 않는다면, 아마 곧 예전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목표한 날, 아름답게 빛난 것으로 충분히 가치 있다. 애초에 단기 목표였으니까. 하지만 지속 가능한 것을 추구한다면 접근 방식을 다르게 해야 한다.

 

한살 한살 나이를 먹으면서 뭐가 나에게 맞고 뭐가 잘 맞지 않는지, 뭘 할 때 몸과 맘이 편하고 뭘 할 때 불편하고 힘든지 꽤 알게 되었다. 이 말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가능성(possibility)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리다.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 때, 어디 보자, 이거 가능하려나, 하며 손가락을 꼽아보게 된다. 맞아, 예전에도 뭔가 하다가 말아먹었지, 근데 지금 이걸 보니까 그때 그거랑 비슷하네? 에이, 사이즈 나오네. 안 되겠네. 탈락! 이런 식으로 해보기도 전에 요리조리 시뮬레이션을 빙글빙글 돌릴 수 있다. 엇비슷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나름의 안전장치다.

 

하지만 안전장치는 때론 발목을 꽉 잡아버린다. 옷을 고를 때 실패 확률이 낮다면, 어쩌면 지지리 재미없는 아이템만 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상상도 못 했던 스타일이, 생각도 안 해본 컬러가 의외로 찰떡같이 어울릴 수도 있지만 시도하지 않는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란 참 어렵다. 들어가서 입고 나와봐, 위에 그냥 걸쳐보기라도 해봐, 턱밑에라도 좀 대봐봐 라고 옆에서 아무리 침 튀기며 권해도 애초에 당사자 머릿속에 노란색은 아니다,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게 콱 박혀 있으면 땡이다. 환경설정에서 옵션의 폭을 조절해야 하는데 그걸 거부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는 것도 마찬가지. 내가 해본 것, 내가 아는 것, 내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에 국한해서 시뮬레이션하면 백날 해봤자 결국 같은 결과만 나온다.

 

별것도 아닌데, 사소한 건데, 그런데도 고것 한번 시도하는 게 그렇게 어려울 때가 있다. 펄이 섞인 섀도는 눈이 퉁퉁 부어 보일 것이니라, 라고 근엄하게 선언한 후 손도 대지 않는다든가, 빨간 립스틱은 과하니라 하며 죽자 사자 낮은 채도의 베이지 톤만 고집한다든가 하는 것 말이다. 새빨간 게 부담스러우면 연한 장밋빛 립스틱은 어떠냐며 권해봐도 당사자가 싫다면 할 수 없다.내 눈에는 분명 잘 어울릴 거라는 게 환히 보이는데도 어쩔 수 없다. 저놈의 베이지 립스틱이 사랑하는 친구의 얼굴을 갓 반죽한 따끈한 시멘트 색으로 만들어 버리는데도 어쩔 수 없다(눈물). 나에게도 분명히 그런 답답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나만 모르는, 남들 눈에는 보이는 아쉬운 점. 그렇게 생각하니 몹시 궁금해진다. 뭐지? 뭘까? 아 답답해!

 

좋다. 그럼 이 답답함을 때려 부수기 위해 무엇에든 무조건 뛰어드는 것이 맞는 걸까? '인간은 미지의 행복보다 익숙한 불행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무척 좋아하는 말이다. 마음 깊이 새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가진 모든 시간, 모든 에너지를 미지의 행복을 찾는 데 올인할 것인가? 그 옛날, 대항해시대를 맞이한 포르투갈의 탐험가들처럼 무조건 배를 몰고 바다로 모험을 떠날 것인가? 황금과 귀한 향신료를 그득히 싣고 돌아오면 팔자를 고치는 거고, 도중에 폭풍우든 호랑이든 용이든 뭐든 만나 죽으면 끝인 거고? 실제로 그 유명한 페르난디드 마젤란은 필리핀 어드메에서 칼 맞고 죽었습니다. 바스쿠 다 가마는 인도 어드메에서 말라리아에 걸려 죽었고요. 욜로 찾다 골로 가더라도 일단 Go? 상처뿐인 영광이죠.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지속 가능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선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과연 수익이 날까 시뮬레이션하는 것도 중요하고, 에잇 하며 과감히 도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 중 어떤 자세가 더 낫다, 이런 건 없다. 각각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가 진짜 문제다. 2대 8, 5대 5, 아니면 1대 9? 어떤 가르마가 나에게 딱인지, 그리고 좌측 가르마가 좋을지 우측 가르마가 좋을지 하나씩 찾아가야 한다. 일단 찾은 후엔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바꿔줄 필요도 있고.

 

나만의 균형을 찾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간엔 주기적으로 계산기를 타닥타닥 두드려본다. 어디 보자, 지금까지 플러스가 얼마, 마이너스가 얼마, 다 해서 얼마라는 숫자가 나온다. 때론 숫자에 마음이 흔들린다. 애걔, 딸랑 이거야? 하지만 경험은 숫자로 표현하기 애매하고, 그 애매한 걸 남은 몰라도 나는 느낀다. 내 안에 뭔가 새로운 것이 들어왔다는 걸 느끼고, 언제가 되었든 간에 그걸 뽑아 쓸 수 있다는 걸 안다.

 

도전하지 않으면, 시도하지 않으면 현상유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언젠가 후회하게 된다. 가슴을 주먹으로 쿵쿵 치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는 거창한 후회까진 아니더라도, 잊을 만하면 다시 떠올리며 잔잔하고 아련하게 후회한다. 그땐 젊었구나, 해볼 걸 그랬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아쉽네라며.

 

그나저나, 어쩌다 이놈의 지속가능성을 두고 고민하게 되었냐고요? 그야 오래오래 해먹고 싶어서죠. 하던 대로만 계속하면 도태되니까요. 이거다 싶은 나만의 스타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질린다. 그림이든 글이든 사진이든, 뭐든 다 그렇다. 내 눈에만 질리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눈에도, 소비자의 눈에도 마찬가지다. 약발이 듣지 않는다. 수명이 끝난 것이다.

 

새롭고 다른 것, 의외의 것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10년, 15년을 생각해야 한다. 돈 벌어서 비싼 케이크 사 먹으려면 열심히 뛰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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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신예희(작가)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현재까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프리랜서의 길을 걷고 있다. 재미난 일, 궁금한 일만 골라서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어버렸다는 그녀는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는 탓에 혼자서 시각과 후각의 기쁨을 찾아 주구장창 배낭여행만 하는 중이다. 큼직한 카메라와 편한 신발, 그리고 무엇보다 튼튼한 위장 하나 믿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40회에 가까운 외국여행을 했다. 여전히 구순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처음 보는 음식, 궁금한 음식은 일단 입에 넣고 보는 습성을 지녔다. ISO 9000 인증급의 방향치로서 동병상련자들을 모아 월방연(월드 방향치 연합회)을 설립하는 것이 소박한 꿈.
저서로는 『까칠한 여우들이 찾아낸 맛집 54』(조선일보 생활미디어), 『결혼 전에 하지 않으면 정말 억울한 서른여섯 가지』(이가서), 『2만원으로 와인 즐기기』(조선일보 생활미디어),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시그마북스), 『여행자의 밥』(이덴슬리벨)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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