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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특집] 작가 7인이 사랑한 만화

<월간 채널예스> 9월호 만화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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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가르쳐 준 만화다. 어떤 삶이든 사랑이든 틀린 것은 없다는 사실도.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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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만화’ 같은 따분한 질문은 없겠지만, 그래도 독자들은 궁금하다. 매년 주인공이 바뀐다 하여도. 소설가가 좋아하는 만화, 시인이 흠뻑 빠진 만화, 만화가들이 탐내는 만화는 어떤 작품일까.

 

 

유진목(시인)
『선생님의 가방 』 (다니구치 지로 글, 그림 / 가와카미 히로미 원저 / 오주원 역 / 세미콜론)

유진목

어느 날 문득 당신에게 찾아온 사랑이 오래도록 이어진다면 가장 나중에는 죽음과 만나게 되어 있다. 한 사람은 떠나고 한 사람은 남는 시간이 온다. 우리에게 사랑할 시간이 아주 조금만 있다면 우리는 더 많이 사랑하게 될까? 어떤 칸은 망설임으로 어떤 칸은 그리움으로, 천진한 마음이 손을 놓친 아이처럼 느닷없는 울음을 터뜨릴 때, 사랑하는 일은 당신에게서 살아가는 일이 된다. 낯선 얼굴로 지척을 맴돌던 사랑이 어느 사이 비밀스런 표정을 하고서 성큼 다가올 때 부디 당신이 먼저 알아볼 수 있기를. 그리하여 오래도록 사랑이 당신 곁에 머무르기를. 천천히 이 생을 함께 지나가기를.



 

편혜영(소설가)
『 H2 』(아다치 미츠루 글, 그림 /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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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H2』는 갑자원을 향한 히로와 히데오의 대결을 그린 스포츠 드라마이지만, 다 읽고 나면 성장통을 겪는 히로를 잊을 수가 없다. 히로는 더 자라야 할 것 같은 조바심, 지나온 시절에 대한 아쉬움, 여전히 잘 모르는 채로 별 수 없이 자라야만 하는 혼돈 앞에 놓인 사춘기 소년이다. 슬라이드를 던지리라 여기는 순간 히로처럼 느닷없이 직구를 던지거나, 예상치 못한 직구 앞에서 히데오처럼 멍하니 공을 놓쳐 버리는 순간이 우리에게는 너무 많다. '절대 지지마'라는 히까리의 모호한 응원은 승부에 있어서는 의미가 있지만 사랑 앞에서는 무의미하다. 좋은 줄 모르고 지나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지금도 좋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만큼 아쉽고 아련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별 말을 하지 못한 채, 부러 하지 않은 채, 한 시절을 흘려보낸다. 이미 성장해버린 탓이다.



 

조남주(소설가)
『Hotel AFRICA 호텔 아프리카 』(박희정 글, 그림 / 서울문화사)


조남주(소설가)

고등학교 때, 만화잡지 <윙크>에 연재되던 『호텔 아프리카』를 읽었다. 배경은 미국의 어느 인적 드문 사막. 백인 어머니-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엘비스와 남편을 잃고 혼자 엘비스를 키우는 씩씩한 엄마 아델라이드의 이야기. 함께 영화를 공부하는 엘비스와 쥴, 에드가 사랑하고 헤어지고 성장하는 현재의 이야기와 아델라이드가 운영하는 '호텔 아프리카'를 찾은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투숙객들이 상처받고 고민하고 치유되는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그런 삶이 있는 줄 몰랐다. 매일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가방을 메고 같은 버스를 타던 여고생에게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가르쳐 준 만화다. 어떤 삶이든 사랑이든 틀린 것은 없다는 사실도.





김민섭(작가)
『슬램덩크』(이노우에 타케히코 글, 그림 / 대원)


김민섭(작가)

인생의 힘든 순간마다 무의식적으로 『슬램덩크』를 찾았다. 강백호, 정대만, 권준호 등등, 저마다의 색깔을 가진 무수한 캐릭터들이 나를 위로해 주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이제 나는 '사회'라는 코트 위에 섰다. 강백호처럼 좋아하는 여학생을 따라온 것도 아닌데, 채치수처럼 전국제패의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아니면 서태웅처럼 화려한 플레이어도 아닌데, 내 손에는 공이 들려 있고 버저비터는 몇 초 남지 않았다. 그때 나는 잠시 '타임'을 외치고 『슬램덩크』를 꺼내 읽는다. 그렇게 힘을 얻고, 다시 코트 위에 선다.





난다(만화가)
『권교정 단편집』(권교정 글, 그림 / 학산문화사)


난다(작자)

읽을 때마다 최고의 만화가 바뀌어 최근에 읽은 만화 중 가장 좋았던 걸 추천한다. 고등학생 시절엔 거의 <소년 점프>류의 열혈만화를 좋아했었는데 그 틈새를 파고든 순정만화가가 권교정과 유시진 작가였다. 권교정 작가의 단정하고 아름다운 그림체를 좋아하고, 특유의 무뚝뚝한 듯 세심한 개그에 빵빵 터지곤 했다. 뭐랄까 사람으로 비유하면 반에서 눈에 띄진 않는데 알고 보면 웃긴 도서반 친구 같은 느낌이다. 이번 단편집에서는 옛 설화와 동화를 모티프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한 편 한 편 끝날 때마다 소중하고 애틋하고. 이런 이야기를 만들지 못하는 내가 (감히) 밉고 아무튼 책장 넘어가는 걸 아까워하며 푹 빠져서 읽었다. 권교정 작가하면 역시 작가 본인 캐릭터인 킹교가 등장하는 후기가 일품이다. 토리빵의 작가 '토리노 난코'와 <우리집 새새끼>를 그린 골드키위새 작가 덕분에 나는 새를 좋아하는 사람은 유머감각이 치명적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됐다. 언제 절판될 지 모르는 무조건 있을 때 사봐야 할 만화가 바로 『권교정 단편집』.





위근우(기자)
『브레이크 에이지 』 (바토 치메이 글, 그림 / 길찾기)


위근우(기자)

별 볼 일 없는 10대였다. 잘 노는 것도 아니고 공부는 그럭저럭. 빛나고 싶은 욕구는 가득이었지만 빛나지 않던 시절. 당시 한 게임 잡지에 연재되던 『브레이크 에이지』 속 10대들의 풍경에 마음을 뺏긴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아직 오타쿠라는 개념이 수입되기 전, 비디오 게임 동호회에 모여 자기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온갖 전문적인 능력까지 쌓아가던 주인공들의 모습은 어찌나 반짝이던지. 그것이 서브컬처든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에 열중하고 그 바탕 위에서 미래를 그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비로소 내가 서 있는 어중간한 위치에서 두리번대는 걸 멈추고 내가 열중할 수 있는 게 무언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대단한 건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글을 써서 먹고 살고는 있으니까.





김보통(만화가)
『습지생태보고서』(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김보통(만화가)

내 인생의 만화는 물론 나의 만화지만, 그런 것을 공개적으로 말할 순 없으니 이번엔 『습지생태보고서』를 추천한다. 얼핏 보면 웃음이 나지만 가까이 다가서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아파오는 그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는 현 시대 청년들에게도 많은 공감과 절망, 위로와 분노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두고 두고 기억에 남아 언젠가 저도 그런 장면을 그려내고 싶은 열망을 가지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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