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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넌 처음 만났을 때 너무 못생겼었어

씨네21 기자 김송희
후츠니, 평범하지 않은 후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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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문제는 임신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고양이들은 보통 출산을 하면 적어도 네댓 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당연히 나는 그 아이들을 다 책임질 수가 없을 터. 그렇다면 입양을 보내야 하는데 코숏 카오스는 한국에서 입양이 쉽게 되는 종이 아니다.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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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 이름은 ‘후추’다. 후추라고 이름 붙여놓고 ‘앗, 이렇게 신박한 이름은 별로 없을 거야’라고 뿌듯해했는데 SNS를 몇바퀴 돌면서 깨달았다. 아 세상에는 후추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들이 백만오천마리정도는 더 있었다. 고양이에게 음식 이름을 지어주면 오래 산다는 속설이라도 있는지 후추를 비롯하여 감자, 치즈, 호두 등등의 이름을 가진 고양이들이 SNS에는 넘쳐났다.

 

후추는 나의 첫 고양이는 아니다. 고양이와 처음 같이 산 것은 5년 전, 룸메이트 언니와 함께 살 때였다. 함께 살던 친구가 집을 나가게 되면서 부동산 카페에서 룸메이트를 찾게 되었고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괜찮을까요?’라고 메시지를 보낸 룸메이트 언니를 만나게 되었다. 고양이와 동거해 본 적은 없지만 사진으로만 좋아하던 나는 흔쾌히 ‘그럼요 좋아요!’라고 답신을 보냈고 그렇게 만난 룸메이트 언니, 그리고 고양이 세 마리와 2년을 함께 살았다.

 

언니가 키우던 고양이 이름은 우다, 펫시, 불이였다. 우다는 치즈냥(코리아숏헤어 중에 베이지색 고양이를 치즈라고 부른다), 한 마리는 터키쉬앙고라, 한 마리는 카오스(코리아숏헤어 중에 색이 뒤섞였다고 하여 카오스라고 부른다)였는데 그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엄청난 비염과 고양이 알러지의 소유자라는 것을. 2년동안 내 방에는 코푼 휴지가 베토벤 작곡노트처럼 쌓여있었고 밤마다 내 눈은 좀비처럼 시뻘개졌다. 하지만 나는 애들이 너무 이뻐서 부비부비하기를 멈추지 못했다. 그러다 피부병이 심해졌고 할 수 없이 고양이 3마리는 키우는 룸메이트 언니와 헤어져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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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양이와는 영영 안녕이었다. 하지만 그 2년 동안 나는 ‘고양이가 주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어버렸다. 고양이를 사진으로만 앓으며 3년을 살았고 작년 9월에 후추와 처음 만났다. 사실 후추를 처음 맡을 때에는 마음의 준비가 1도 안 되어 있었다. 평소 고양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걸 알던 선배가 ‘너 고양이 키울래?’라고 연락을 해왔고, 길에서 만난 임신한 고양이를 임시 보호하던 선배는 내가 망설이는 틈에 ‘어쨌든 지금 너네 집으로 데려 간다~’라며 후추와 후추 물품들을 잔뜩 가지고 우리 집으로 쳐(?)들어왔다.

 

알레르기도 심하고, 게다가 애가 아프면 병원 데려갈 돈도 없는 내가 고양이를 책임질 수 있을까. 고양이 3마리와 2년이나 살아봤지만 그 애들의 똥을 치우고 사료를 사고, 목욕을 시키고 병원에 데려가는 것은 고양이의 원주인인 언니의 몫이었고 나는 그저 예뻐하기만 했다. 부비부비 껴안고 놀아주고, 그것만 하면 됐던 내가 이제는 고양이 한 마리를 완전히 책임진다?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후추는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 임신을 한 상태였고, 내가 바라던 로망냥이도 아니었다(만약 고양이를 키우게 된다면 코숏 치즈냥이나 고등어를 키우고 싶었다). 지금 후추가 내 옆을 어슬렁대고 있지만 나는 솔직히 이렇게 쓸 수밖에 없다. 미안, 넌 처음 만났을 때 너무 못생겼었어. 후추는 코숏 카오스 여자아이였고 얼굴이고 몸집이 너무 작았다. 임신을 해서 배만 툭 튀어나왔고 너무 마르고 볼품이 없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임신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고양이들은 보통 출산을 하면 적어도 네댓 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당연히 나는 그 아이들을 다 책임질 수가 없을 터. 그렇다면 입양을 보내야 하는데 코숏 카오스는 한국에서 입양이 쉽게 되는 종이 아니다.(룸메이트 언니가 고양이를 여럿 임보했었고 덕분에 주워 들은 게 많음) 새끼들이 입양을 가지 못하면 그중 몇 마리는 내가 책임져야 할 텐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당연히 고양이 입양 전에 했어야 할 고민들을, 나는 후추를 맡고 나서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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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 고민을 예민한 후추가 알고 있었던 걸까. 후추는 우리 집에 온 지 한 달 만에 집을 나갔다. 그제야 나에게 마음을 열고 잘 때 내 다리 옆에 부비기 시작했던 아이의 체온이 생각나서 미친듯이 일주일을 동네를 뒤지고 다녔다. “후추야, 후추야!!” 미친년처럼 골목을 뒤지고 다녔지만, 전직 길냥이였던 고양이를 다시 찾기란 역시나 힘든 일이었다. 후추가 집을 나가고 하필 며칠 비까지 쏟아졌다. 배가 빵빵해져서 산달이 얼마 안 남은 애가 어딜 헤매고 다니나. 사무실에 앉아서 기사를 쓰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하늘도 울고 나도 울고. 자, 새드엔딩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라. 만약 고양이라면 어떤 길로 다닐까, 마치 고양이 탐정이 된 듯 고양이가 다닐만한 좁은 길로 몸을 숙이고 다니다가 후추와 닮은 궁둥이를 발견했고 “후추야!!!” 부르자 후추가 거짓말처럼 돌아봤다. 버둥거리는 후추를 껴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후추는 일주일만에 몸을 풀었고 6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슬프게도 후추의 새끼들은 한 달을 채 살지 못하고 죽었다. 산후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그중 몇 마리는 후추가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믿고 싶지 않지만 후추가 죽은 새끼 머리를 먹는 장면을 동생이 목격했고 놀라서 새끼 집을 열어보니 이미 한 마리만 남고 다 사라져 있었단다(당시 나는 회사에 있었고 놀란 동생이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너무 놀라서 포털에도 검색해보니 고양이가 죽은 새끼 사체를 처리하는 일이 종종 있는 일이란다.

 

동생은 후추가 무섭다며 그때부터 한달동안은 후추 곁에도 가지 않았지만 나는 미안한 마음이 컸다. 후추에게도 첫 출산이었지만 나 역시 새끼 고양이는 처음이라 잘 보살펴주지 못했다. 삐약삐약 우는(새끼 고양이들의 우는 소리는 새 소리 같다) 새끼들을 보면 ‘저 애들이 젖을 떼면 입양을 보내야 하는데 어쩌나’ 한숨이나 쉬었다. 죽은 새끼 사체를 먹어치운 후추가 나 역시 무서워졌던 게 사실이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어서 여러 수의사에게 상담도 청해봤다. 몇몇은 “어머, 그런 일은 저도 처음 들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중 한 수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아마 애들이 약해서 죽었는데 본능적으로 죽은 시체를 치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예요. 짐승이잖아요.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하시면 안 되죠.”

 

그 말을 듣고 후추를 쓰다듬으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래, 아무리 니가 신박하고 똑똑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워도 너는 사람이 아니지. 내가 아무리 동생처럼 생각해도 너는 사람이 아니지. 사람은 아니지만 동물로서 내 옆의 반려묘로서 후추를 아끼고 사랑해주자. 사람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길 바라지 말자. 그때 사건을 아는 내 친구들은 지금도 가끔 후추가 징그럽지 않으냐고 묻는다. 자기 같으면 무서워서 같이 못 살 것 같다고. 솔직히 이 글을 쓰려고 할 때, 후추의 새끼 이야기를 쓸까 말까 고민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끔찍하고 징그럽게 느껴질 테니까. 하지만 이것 역시 후추와 내가 함께 쌓은 이야기다.

 

후추는 소심하고 귀엽고 애교 없고 사람 좋아하면서 아닌 척 하는 츤데레 고양이. 지금은 피부병에 걸려서 또 쌩돈을 깨 먹고 있는 나의 반려묘. 고양이과의 짐승이지만 나의 동생. ‘후츠니’는 일본어로 ‘평범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평범하게 하지만 앞으로도 건강히 나와 함께 살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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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송희(씨네21 기자)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고 결국 하고 있지만, 그래서 지금 행복한지는 잘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이직도 많이 했고, 먹고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전전했지만 일이란 과연 무엇인지 일도 모르겠다. 요즘 관심사는 불안 해소, 불확실성, 살아남기, 세대 전쟁, 부동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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