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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번째 고양이 하루

예스24 문학MD 김유리
하루가 가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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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명체와 산다는 건, 나의 삶이 아주 조금이라도 변화해야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간 나는 하루가 우리없이는 살 수 없을거라 여겼다. 하지만 오히려 하루 없이 우리가 살기 어려웠다.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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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맣고 예쁘던 아깽이 시절


처음으로 반려동물이자 내 고양이 하루와 살면서 느꼈다. 나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구나. 이 아이가 주는 따스함 외에도 내 생활에 미미하게 끼치는 바람이 많았다. 하루가 있어서 좋은 날도 있었지만, 하루가 나를 기다리느라 지친 상태에서 애교를 떨다가 내 발목을 물어 혼난 날도 있었다. 혹은 내 방에 들어와 옷을 망가뜨린 날도, 화장실 갔다가 뒤처리를 제대로 안 해서 거실 바닥을 청소해야 하는 날도. 지금 떠올리니 혼낼 일이 겨우 이것뿐이었다. 그때는 이것들조차 걱정이 되어서 지인들에게 어쩌면 좋냐고 물어보고 다녔지만.

 

어릴때2.jpg


처음으로 나에게 기대는 생명체를 만나면서 알았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은 아니구나. 그럴 만도 한 것이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치고는 상당히 충동적으로 하루와 만났다. 한 마디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인터넷 카페 게시물이 ‘파양’이라는 단어를 보고 그길로 전주인에게 전화를 해서 서울에서 안산까지 가 하루를 데려왔다.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안산에서 조그마한 아이를 데려오고 품에 안았던 일. 깜깜한 밤에도 이 사람이 자신의 집사가 되리라는 믿었는지 몸을 기대던, 손바닥만 한 고양이는 그렇게 우리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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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제일 밑에 있던 하루키의 책으로 도망치는 바람에 하루가 되어버린 내 고양이. 하루는 이렇게 말하면 미안하지만 고양이치고는 겁이 많았다. 처음 우리 집에 온 날, 식탁 의자 아래에서 실수도 하고 바깥에 나오지도 못했다. 그랬던 하루가 삼 일 만에 우리의 무릎에서 좀체 내려올 줄 모르기 시작하더니 껌딱지가 되어버렸다. 남편과 내가 책을 읽으면 남편의 무릎이나 손목에 기대 자기를 봐주길 항의했다. 여행을 가서도 하루의 다정한 그루밍이 그리웠고, 하루의 온기가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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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예뻐할 줄 아는 오라버니

 

우리가 없는 하루의 15시간을 위해서 둘째도 데려왔다. 한 번도 하악질 하지 않고 둘째 루나를 받아들인 하루는 무척 착한 애였다. 맛있는 간식도 나눠 먹을 줄 알고, 루나를 질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루나를 키우면서 그간의 하루는 너무나 특별한 고양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느 식기 하나 떨어트리지 않고, 무단가출을 시도하지도 않고 자기 자리에서 꼬리를 흔들며 집사를 기다리는 고양이. 더구나 꼬질꼬질한 둘째를 시도 때도 없이 그루밍해주고, 옆에서 잠도 재우는 훌륭함까지 갖췄다. 간식을 꺼낸 나에게 ‘야옹’ 한 번 하지 않고 기다리는 미덕까지. 내가 하루의 배 밑 살을 발견하고 복수가 찬 거 아니냐며 병원에 데려가야겠다고 소동을 피웠지만, 다행히 귀여운 뱃살이었다. 그렇다. 뱃살까지 갖춘 귀엽고 조용한 고양이였다, 하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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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너무 조용하고 표현하지 않아서 아팠던 걸 늦게 알았다고 하면 변명일 것이다. 밥을 조금씩 안 먹기 시작하더니, 종일 내 옆에 누워서 움직이질 않았다. 장난감에도 기척을 안 보이기에 더워서 기력이 없나, 하고 가볍게 지나갔다. 그러다 주말에 오롯이 둘이서 누워있다가 발견했다. 하루가 눈 한쪽을 힘겹게 뜨고 있다는 걸. 그 주 화요일, 하루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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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우리 집에 처음 왔던 3개월째부터 고양이별로 갈 때까지 힘을 써줬던 선생님은 처음부터 하루가 나을 수 없다는 걸 직감한 눈치였다. 둔한 내가 깨닫지 않길 바라셨던 것도 같다. 짧은 2주간의 투병기는 차마 쓸 수가 없다. 아직 나는 하루를 보내지 못했다. - 이걸 쓰면서 한 번 더 깨닫는다. - 지인들의 위로를 가득 받았는데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술을 진창 마시며 울기도 하고, 남편과 때때로 하루 사진을 보며 그리워할 수밖에. 별다른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어렵사리 내게 하루 이야기를 꺼내며 괜찮냐고 물어봐 주는 이들 앞에서 울면서 천천히 나아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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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하루가 가고 나서 나는 변화를 조금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었다. 루나와 함께 지낼 셋째나 넷째를 입양하게 된다면 그건 하루 덕분이다. 어떤 생명체와 산다는 건, 나의 삶이 아주 조금이라도 변화해야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간 나는 하루가 우리 없이는 살 수 없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오히려 하루 없이 우리가 살기 어려웠다. 변함없이, 맹목적으로 상대에게 사랑만을 준 건 우리가 아니라 하루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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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유리(문학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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