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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랑스런 사람들

그게 다 외로워서 그렇다니, 그래서 사랑스럽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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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알고 있지만 자각하지는 못하는 외로움에서 사랑은 시작된다. (201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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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_ pixabay

 

근 즐겨 보는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에는 자못 어울리지 않는 OST가 하나 등장한다. 딸의 미술 선생님과 불륜 중인 안재석(정상훈)의 테마곡인데, 유치하기 그지 없는 안재석의 캐릭터에 맞지 않게 "그게 다 외로워서래"라고 톡 던져내는 노래가 바로 그것이다.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가며 자전거를 타는 그의 모습에 흘러나오는 이 노래의 가사는 제법 심오한 편이다. 그럼에도 그의 어른답지 못한 행동들에 노래까지 우스꽝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그녀가 말하길 그게 다 외로워서 그래 / 그가 굳이 옷을 챙겨 입고 라면을 사러 가는 것도 티비를 켜놓고 잠드는 것도 그게 다 외로워서래 / 그 외로움이란 건 말야 남자 친구와도 무관한 것 / 술을 마셔 봐도 춤을 추어 봐도 블루스에라도 사로잡혔나? / 남자들은 자신들이 외로워서 그렇다는 것도 모르고 저기 저렇게 모여 낄낄대며 좋아죽겠데 / 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 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
-김목인, 「그게 다 외로워서래」 중

 

그렇다. 이게 다 외로워서란다. 티비를 켜 놓고 잠드는 것도 외로워서라고 하는데, 우리는 정작 자신이 외로운 사람인 줄을 모르고 산다. 아니, 알더라도 왜인지 모르게 외롭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스스로가 처량해지는 것 같아서 외롭지 않다고 스스로 최면을 건다. 하지만 ‘살아가는 건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고 말한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한 구절처럼, 생각해 보면 외로움의 순간은 언제든 들이닥치고 있다. 내 주변을 늘 도사리고 있는 이 쓸쓸하고도 적적한 감정은 왜 우리가 그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초라함을 느끼도록 만드는 걸까.


이 초라함을 가려버리려고, 우리는 더욱 웃는다. 외로움의 존재도 망각한 채, 낄낄대며 웃는다. 그것도 아니라면, 각종 매체 속의 웃고 있는 사람들을 내 곁에 두고 나도 웃는 것처럼 인지하고 만다. 이렇게 본디 스스로가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우리는 참 많은 감정들을 소비하고 스스로를 속인다.


혼자 산 지 7년 차인 내게도 외로움은 때때로 두 어깨에, 양 허리에, 발가락 끝에 달라붙어 나를 짓누른다. 혼자인 상태가 익숙해지면 외로움도 익숙해질 거라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애인이 있을 때도 나는 외로웠고, 없을 때에도 외로웠다. 이 외로움은 누구에게로부터 채워지지도 않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 나는 연애를 통해 내 외로움의 갈증을 채우려고 무던히 연애에 집중했던 것이었다.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연애는 나뿐만 아니라 상대까지 옭아맸고, 그 연애의 끝엔 자신의 밑바닥을 보게 되는 처참함이 남았다.


외로움에 지친 내 모습을 다시 살려낼 방법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가족이건 연인이건 친구건 상관 없었다. 그래서 그토록 누군가를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 전화를 하고, 메신저를 붙들고 있었다. 누구라도 내게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라고 한 마디만 해 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기대를 하게 되었고, 또 그만큼 실망도 커졌다. 내가 바라는 말들을 그들이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지극히 자신의 외로움에만 빠진 나는 헤아릴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괜찮다고 말해주면, 다 괜찮을 것 같다. 그럴 것 같은 순간이 있고, 그런 순간이 있다. 가끔 나는 내게 '괜찮다'는 말을 천천히 또박또박 중얼거린다. 그러면 비록 잠깐이라도 내 마음 한구석에서 평온이 퍼져나가는 것이다.
-김행숙, 『사랑하기 좋은 책』, 95쪽

 

외로움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이 무의미한 몸부림에 의해 우리는 사랑을 하고, 관계가 끊이지 않는다. 외로운 사람들은 그래서 사랑스럽다. 외로움에 의해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들을 감추어내기 위해, 혹은 화려하게 변신시키기 위해 웃고 사랑을 한다. 사랑할 줄 알아서 외롭고, 외로우니까 또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이렇게 진부하고도 진부한 사랑 이야기에 온 매체가 집중하고, 눈과 귀가 사랑을 찾아 헤매는 것은 다 외로워서다. 사랑과 외로움은 그래서 같은 말이라고들 하나보다.

 

사랑은 생물체 같은 것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활기'가 있어야 한다. 사랑이 살아 있는 것일 때, 그것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기쁘고, 우울하고, 다시 기쁘고, 다시 아프다. 그것은 생물학적인 체온과는 또 다른 종류의 열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불처럼 뜨겁고, 1994년 4월 23일의 바람처럼 따뜻하고, 지하 동굴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서늘하고, 심지어 북극의 얼음 바다처럼 차가워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김행숙, 『사랑하기 좋은 책』, 46쪽

 

‘생물체 같은’,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랑을 하기 위해 외로움을 힘의 원천으로 쓰는 것. 그것이 우리가 외로워서 사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외롭기만 한 사람으로 그치고 싶지는 않다. 사랑스러워지고 싶다. 그래서 더는 외로움에 휘둘려 스스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사랑을 하겠다. 아프고, 우울하고, 상처가 날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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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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