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윤도현의 입꼬리 : 무게를 견디는 천진함

JTBC <비긴 어게인>의 윤도현, 감정을 숨기거나 꾸미지 않는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 무게를 모두 떠안은 채 여전히 웃고 까불며 솔직한 목소리로 여행을 한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2017.07.31)

IMG_2214.PNG

 

편한 사람들과 떠난 여행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낯선 환경에서 노래를 하는 부담감에 그런 걸까. 어느 쪽이든, JTBC <비긴 어게인>의 여정 내내 윤도현은 좀처럼 감정을 숨기거나 꾸미지 않는다. 그는 숙소를 옮길 때마다 누가 더 좋은 자리에서 자는가를 두고 펼쳐지는 게임에 국운을 건 사람처럼 임하고, 아일랜드의 슬래인 캐슬부터 체스터의 체스터 대성당까지 웅장하고 압도적인 풍광을 볼 때마다 입이 찢어져라 감탄한다. 관객들이 “당신 말고 저 여자(이소라) 앵콜 하라고 해라”라고 짓궂은 농을 걸 때 당황해서 멋쩍게 웃고, 길거리의 관객들이 자신의 노래에 관심을 보이고 함께 따라 부를 때 누구보다 더 흐뭇하게 웃는다. 팀 전체의 막내는 노홍철이지만, 가장 소년 같은 천진한 마음으로 여행하는 건 윤도현이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사실 넷 중 그나마 해외 공연 경험이 많은 건 윤도현이다. 그가 속한 밴드 YB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국 록 밴드의 대표주자가 되어 각종 해외 록 페스티벌에 초청되고 현지 관객들과 소통해 온 역사가 제법 길었으니까. 본디 같이 여행을 떠난 이들 중 누구라도 더 경험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부담감을 지니기 마련이다. 아무리 사전에 여행일정을 합의하고 제작진이 준비해 준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하더라도, 결국 짐을 풀자 마자 제일 먼저 기타를 들고 앞장서서 현장의 공기를 살피는 건 윤도현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바람잡이의 역할을 하는 것도, 잔뜩 긴장한 이소라에게 먼저 “나랑 연습하자. 여기(골목) 연습하기 좋아.”라며 손을 내미는 것도, 영어로 멘트를 준비해서 팀을 소개하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도 결국엔 가장 해맑게 웃던 윤도현이다. 이 무게를 모두 떠안은 채 여전히 웃고 까불며 솔직한 목소리로 여행을 한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저 무게가 혹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걱정될 때쯤 윤도현은 입꼬리의 각을 크게 열며 웃으며 주변을 안심시킨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다가 넘어져 기타가 깨졌을 때에도, 그는 심각하게 얼굴을 굳히는 대신 방점을 찍듯 입꼬리를 한껏 모아 서러운 마음을 콕 표현하고는 다시 좌우로 쫙 펼쳐 민망함을 웃음으로 덮는다. 여행 내내 게임 운이 없어 좋지 않은 잠자리를 누려야 했던 그를 배려한다며 넓은 침대를 양보하려는 유희열과 노홍철을 만류하고 한사코 정정당당하게 게임을 하자고 말한 윤도현은, 그 마음에 미안해 질 무렵 입을 소문자 o 모양으로 한껏 모아 바람을 불어 휴지를 허공에 띄우는데 사력을 다한다. 선글라스에 자주 가려진 시야와 크게 활용하지 않는 코 근육 대신, 윤도현은 얼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입 근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대가 느낄 만한 미안함과 안쓰러움, 고마움 등의 무게를 천진하게 받아낸다.

 

“당신 연주를 보면서 나도 뭔가 도전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리버풀 버스킹을 가장 앞자리에서 가장 열심히 바라봐 준 관객의 말에, 윤도현은 예의 입꼬리를 좌우로 쫙 찢어 씩 웃으며 말한다. “도전하고 싶다면, 그냥 한번 해봐요.” 그 웃음은, 자기 감정을 속이지 않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도전하고, 그에 따르는 무게를 기꺼이 짊어져 왔던 사람 특유의 웃음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승한(TV 칼럼니스트)

TV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한때 '땡땡'이란 이름으로 <채널예스>에서 첫 칼럼인 '땡땡의 요주의 인물'을 연재했고, <텐아시아>와 <한겨레>, <시사인> 등에 글을 썼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좋네요.

오늘의 책

혼자일 때도 우리는 그들과 함께 있다

동물과 미생물이 하나의 팀이 되어 만들어내는 놀라운 공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세계의 주목을 받는 과학 저널리스트 에드 용은 우리의 생존 파트너로 다시 조명되고 있는 흥미진진한 미생물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하며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죽는 순간까지 지적으로 살고 싶다면

“책을 읽는다고 지적으로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다” 도쿄대생이 가장 사랑한 작가, ‘지(知)의 거인’이라 불리는 95세의 노교수가 밝힌 평생 지적으로 사는 법. 일기 쓰기, 메모, 잡학 클럽과 생각 습관까지. 일상을 지식과 접목시킨 지적 생활 습관을 소개한다.

돈의 신 VS 악마 기자, 사라진 돈을 찾아

그 많던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주진우의 이명박 비자금 추적기. 대선 후보 시절부터 오늘날 캐나다에 이르기까지, 권력자의 저수지를 찾아 10년을 헤매고 있다. 어찌 보면 10년 간의 실패담이지만 악마 기자는 말한다. 저수지는 존재한다. 오직 한 사람만 좇아, 끝까지 간다.

빵 덕후가 알려주는 밀가루와의 이별 방법

글루텐 불내증을 앓는 남편을 만나 9년간 밀가루 음식을 끊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변화한 과정을 담아낸 책. 무심코 글루텐을 대량으로 섭취하기 쉬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해 ‘밀가루를 완전히 배제시킨 외식이나 식사가 가능할까?’ 라는 의문에 답하고 있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