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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씨만큼 돈은 없지만….

바르셀로나,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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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입장에서는 사람 살 만한 곳은 얼굴 만면에 행복함이 묻어나는 곳이어야 한다. 서울에서 온 나에게 그의 말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본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충분히 행복해 보이니 말이다. 이 정도면 됐지. 무얼 더 바란단 말인가? (2017.07.11)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참 행복해 보여

 

남녀, 여행사정 26-01@바르셀로나.jpg

내 눈에는 바르셀로나 사람들 모두가 즐거워 보여

 

본토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만 스페인 땅인 섬이 있다. 저 멀리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서사하라 국경 앞바다에 위치한 카나리아 제도가 그 주인공인데 스페인 사람들도 평생 한 번 가 볼까 말까 한단다. 그 변방의 섬 출신의 집에서 한 달간 머물렀다.

 

그는 집 안에서 웃통을 벗은 채 커피 한 잔 들고 불 꺼진 담배를 입에 문 채 지낸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집 안에서 모두 이러고 지내는가?’ 물으니 ‘카나리아 사람들은 다 이렇다’고 답했다. 그는 늘 즐겁다. 자기도 걱정이 있다고 말은 하지만 내가 보기엔 얼굴에 근심이 없다. 우리가 도착하기 며칠 전,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어 ‘나일롱 환자’가 아닌가 의심했는데 목발을 집고 다니는 모습을 보니 아프긴 아픈가 보다. 너무 빵빵 해서 곧 터질 것 같아 보이는 그의 배와 내 배는 닿을 듯 말 듯 하고 수다 떨기 좋아하는 그의 입은 멈출 줄 모른다.

 

“이 도시에서는 밝은 기운이 느껴져. 그리고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참 행복해 보여.”

 

내가 느낀 바르셀로나는 그랬다.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살고, 차보다 사람이 먼저이고, 주말이면 바다에 놀러 가고, 돈을 모으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 잘 살기 위해 돈을 버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는 내 말에 동의하기는커녕 자기는 곧 이 도시를 떠날 거라고 했다. 그의 사정은 이러했다. 저녁 식사로 먹은 음식에 문제가 있었는지 달리던 오토바이를 세우고 길가에서 한참 속을 게워냈다고 한다. 이른 저녁, 대로변이라 수많은 이들이 자신 곁을 지났지만 ‘당신 괜찮아요?’라고 묻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안 그래도 떠날까 말까를 두고 망설이던 차에 이 경험으로 인해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 동네에서 아침에 카페 문을 열고 ‘안녕하쇼’라고 인사하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안녕하쇼’라고 인사를 한다고. 얼마 전 세비야 다녀왔다고 했지? 거기만 해도 우리 섬과 비슷해. 그게 사람 사는 모습이라고. 그런데 바르셀로나에서는 말이야. 뭐가 그리들 바쁜지 카페 문을 열면서 인사를 하면 딱 한 명만, 카페 주인만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받아줘. 다른 사람들은 신문을 보거나 일행과 이야기를 나눌 뿐 나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아. 곧 빌바오 간다고 했으니 하는 소린데 거긴 더해. 주인마저도 인사를 안 할 거야. 아니 인사 주고받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그렇게 삭막하게 사느냐는 말이야!”

 

그가 바라보는 스페인은 일조량에 따라 동네 분위기가 다르다고 했다. 아프리카와 접해있는 스페인 남부 사람들은 늘 행복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서슴없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 볕이 좋아서라고 했다. 지중해 북쪽에 위치한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남 신경 쓰지 않는 깍쟁이인데 쌀쌀한 겨울 추위 탓인 거 같다고 했다. 여행자인 우리가 보기에는 바르셀로나 일조량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다. 이어서 스페인 북부, 대서양 옆에 위치한 빌바오는 날씨가 지랄 맞아서 사람 살 곳이 못 된다고 했다. 사람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늘 인상을 잔뜩 쓰고 사는데 세상 근심 걱정은 다 짊어지고 사는 듯 행복함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사람 살 만한 곳은 얼굴 만면에 행복함이 묻어나는 곳이어야 한다. 서울에서 온 나에게 그의 말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본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충분히 행복해 보이니 말이다. 이 정도면 됐지. 무얼 더 바란단 말인가?

 

행복은 상대적인 것

 

남녀, 여행사정 26-02@바르셀로나.jpg

작은 생명에게 자신의 시간을 내어 주는 사람들

 

며칠 전, 새 앨범을 발표한 이효리 씨가 방송에 나와 이상순 씨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와 잘 맞는 사람’이라며 돈 안 벌고 편하게 살면 자기네들처럼 사이좋게 살 수 있다고 말을 이었다. 너무 맞는 말이라 그 남자랑 폭소를 터트리다가 본인이 돈이 많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이야기 앞에서 ‘그럼, 우린 뭐지?’ 싶어 서로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우리는 돈은 없지만 서로에게 몰두하며 시간을 온전히 상대에게만 집중하기로 했다. 직장에 나가서 돈을 버는 대신 함께 일하며 가사를 나누고 파트너로서 책임을 다하려 한다. 돈이 많은 이가 선택한 행복의 방식과 돈이 없는 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결국 다시 한번 묻게 된다. 우리가 행복한 삶의 방향으로 가는 것을 방해하는 게 오로지 돈 때문일까?

 

세계여행을 다녀온 후 가장 부러운 삶의 모습은 돈이 많은 사람보다 시간이 많은 이들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여가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이들에게서 사람답게 산다는 게 무엇인지를 보았다. 긴 여행 이후, 우리 두 사람이 남들과 같은 일상을 포기하고 적은 돈으로 내 시간을 살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에 비해 여유가 느껴짐에도 바르셀로나 호스트는 이곳 사람들은 바쁘고 상냥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툴툴거렸다. 그는 서울이 어떤 곳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봄에는 미세먼지로 숨 쉬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하고 여름에는 폭우와 아열대 찜통에 버금가는 더위를 마주하지 못했을 테니까. 얼음이 얼지 않는 바르셀로나의 겨울에도 옷을 대여섯 겹씩 입고 다닌다니 서울에 오면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엄두도 못 낼 것이다. 그리고 동물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보지 못한 그로서는 서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땅이겠지.

 

이곳 사람들은 유독 개를 좋아한다. 공원에는 사람 반, 개 반이 흔한 주말 풍경이며 상점에서도 개를 데리고 쇼핑 삼매경에 빠진 사람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그도 아니면 문 앞에서 쇼핑 중인 주인을 참하게 기다리거나. 그뿐인가! 식당 야외 테라스에는 개를 위한 자리 한 구석이 마련돼 있다. 특히 리트리버처럼 덩치 큰 녀석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도시 집값을 생각하면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사는 것도 아닐 텐데 저렇게 큰 개를, 그것도 창문을 열면 코앞에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개방형 구조인 스페인 아파트에서 키워도 되는 걸까 싶어진다.

 

내 믿음 한구석에는 동물이 살기 좋은 공간이야말로 인간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동물을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건 돈보다 시간이다. 매일 산책하는 시간, 함께 놀아주는 시간, 동물이 외롭다고 여기지 않을 시간 말이다. 자신에게 나눠 준 그 시간을 통해 동물은 가족의 구성원이 되고 이곳이라면 인간도 평온하게 살 수 있을 거란 믿음이 바르셀로나에서 더해진다. 호스트는 바르셀로나가 삭막하다고 했지만 내 눈에는 연약한 동물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이들의 삶이 행복해 보이는 이유이다.

 

석 달씩이나 스페인에 머물고 있는 우리는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벼 가며 출근하는 이들이 볼 때 행복한 사람이다. 하지만 월급을 포기한 채 글 값에만 기대어 생계를 근근이 유지하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면 자신들은 그렇게는 살 수 없다고 한다. 행복은 누구에게나 상대적인가 보다. 그리고 선택의 문제인가 보다. 그러니 마냥 부러워할 것만도 아니고 좌절할 일도 아니다.
 
이효리 씨도 돈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과 비슷한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해 본 적 없고 나 역시 돈이 많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삶을 결정했을는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자신이 원하는 마음의 소리를 찾아 한 발자국 움직이다 보면 그 선택들이 모여 삶을 결정하게 된다. 남들과 다른 선택이 반드시 틀린 것만은 아니고, 사실 매번 같은 선택만 하는 건 지루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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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백종민/김은덕

두 사람은 늘 함께 하는 부부작가이다. 파리, 뉴욕, 런던, 도쿄, 타이베이 등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도시를 찾아다니며 한 달씩 머무는 삶을 살고 있고 여행자인 듯, 생활자인 듯한 이야기를 담아 『한 달에 한 도시』 시리즈를 썼다. 끊임없이 글을 쓰면서 일상을 여행하듯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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