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공대, AI조교 ‘질 왓슨’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조지아공대는 미 남부 신흥 명문으로 온라인 교육혁명(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MOOC는 누구나 쉽게 꿈꿀 수 없는 명문대의 입학 문턱을 낮췄다.
글ㆍ사진 설성인
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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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조지아공대가 진행한 온라인 수업에 ‘AI조교 질 왓슨’이 최초로 등장했다. 질 왓슨은 조지아공대의 컴퓨터전공 아쇽 고엘 교수가 2015년 대학원생들과 만든 여성 조교 프로그램이다. 조지아공대는 미국 IBM사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을 기반으로 온라인 수업에 특화된 가상 조교를 완성해 냈다.기본 개요

 

학생 300명 사이에서 활동한 왓슨은 학생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온라인 게시판에서 학생들과 의사소통했으며 학생이 보낸 질문에 대답하고 쪽지 시험이나 토론 주제도 내줬다. 왓슨에게 쏟아진 수업과 관련된 질문은 무려 1만 개에 달했는데 왓슨은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40%를 답변했다. 인간 조교라면 시간에 쫓기거나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인공지능 조교는 달랐다. 왓슨이 질문자의 의도를 잘못 파악하거나, 틀린 답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고엘 교수팀은 학생들의 답변에 대비하기 위해 4만여 개의 답변을 미리 준비했는데, 이는 학생들의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왓슨은 대답의 정확성이 97% 이상일 때만 답변을 하도록 설계됐다. 과거 수업에서 오갔던 게시물을 스스로 학습하고, 답변의 정확성과 의사소통 능력을 높였다.

 

흥미로운 점은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조교가 질 왓슨이었다는 사실이다. 속어를 섞어 쓰는 등 사람처럼 의사소통도 아주 자연스러웠다. 물론 왓슨이 처음부터 제 기능을 한 것은 아니다. 수업 초기에는 이상한 답변을 보내 와 학생들의 의심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학습력을 갖춘 후에는 실제 조교 수준의 능력을 보였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왓슨이 조지아공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20대 백인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고엘 교수가 왓슨의 정체를 밝혔을 때,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학생들은 인공지능 관련 강의를 수강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자신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상상해 봤지만, 왓슨이 인공지능이라고 확신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왓슨과의 대화를 즐겼다는 부류와 교수가 거짓말을 해서 불쾌하다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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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공대의 이러한 흥미로운 실험은, 최근 전 세계 대학가에 불고 있는 온라인 교육혁명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ㆍ온라인공개강좌)에서 사람을 대신한 인공지능 조교가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조지아공대는 미 남부 신흥 명문으로 온라인 교육혁명(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MOOC는 누구나 쉽게 꿈꿀 수 없는 명문대의 입학 문턱을 낮췄다.

 

예를 들어, 조지아공대 컴퓨터과학 석사과정의 경우 입학생의 70%가 외국인이다. 전 세계에서 수재들만 모이는 학교로 미국 시민권자들은 오히려 입학이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오프라인 과정의 경우 1,371명이 지원해 128명의 합격자만 배출했다. 합격률은 9%에 그쳐, 지원자 11명 중 1명만 캠퍼스를 밟을 수 있었다. 명문 이공계 대학의 좁은 입학 문호는 때로는 인종차별 등의 논란까지 일으킨다. 반면 MOOC는 지원자의 출신 성분을 물을 이유가 없다.

 

이러한 장애물들을 해소하고자 조지아공대는 온라인공개강좌로 컴퓨터과학 석사학위를 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조지아공대가 운영한 온라인 과정은 2,359명의 미국 시민권자 중 1,854명 79%이 입학에 성공했다. 학생들이 정식으로 학교에 입학하려면 수업료로 4만 4,000달러를 내야 하지만, MOOC에서는 6,600달러만 낸다. 온라인 수업료가 오프라인 수업료보다 85%나 저렴하다. 조지아공대에 따르면 이 온라인 석사과정에는 세계 80개국, 미국에서는 50개 주 학생들이 지원했다. 조지아공대 컴퓨팅공학부 측은 1만 명까지 학생 수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수업에 필요한 온라인 채팅 토론 지원 인력도 확대했다.

 

조지아공대는 사람만큼 똑똑한 인공지능 조교를 개발하고 온라인 교육 혁명에 앞장서고 있다. 실용적인 학문을 추구하는 학풍은 산학 협동 교육과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산업의 요람으로 부상하는 ‘애틀랜타’를 거점으로 조지아 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미국 남동부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싶은 우수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에서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스마트한 공립대학 1위’ 조지아공대. 이곳에서 이공계 인재들은 어떻게 성장하고 있을지, 그 미래가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설성인 저 | 다산4.0
세계 최고 10대 이공계 대학의 면면을 낱낱이 보여 주는 이 책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쓰나미 앞에서 새로운 인재란 누구인지, 인재는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우리는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해답이 가득하다. 미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국가지도자ㆍ교육관계자ㆍ기업인ㆍ학부모ㆍ학생들은 꼭 한번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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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공대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 #질 왓슨 #인공지능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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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o999

2017.06.20

인공 지능 조교의 등장이라니 흥미롭네요. 4만개의 답변 데이터를 모은것도요. 역시 세계 최고 명문대는 스케일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국내 대학에도 인공지능 조교가 도입되면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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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성인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전자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현재 조선일보 경제·경영 섹션 「위클리비즈」를 만드는 조선비즈 위비경영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이공계 문제와 대학이 처한 현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해외 명문 이공계 대학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고, 차곡차곡 콘텐츠와 지식을 쌓았다. 첨단 과학부터 실용 학문에 이르기까지 뿌리 역할을 하는 대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