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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 만난 창의교육

『창의행동력』 조윤경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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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을 전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한 가지만은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창의성의 핵심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며, 내용이 아니라 방법입니다. 아이들이 창의행동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묻고 스스로 움직이게 하세요. 세상은 행동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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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차 산업혁명이 단연코 화제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해야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로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도 뜨겁다. 확실한 것은 이제 특정 직업을 위한 준비보다 미래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알고 기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미래의 인재’라는 거창한 표현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창의성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생존의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기계가 사람보다 더 부지런하고 더 똑똑한 데다 복잡한 사고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기계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은 인간의 창의성밖에 없기 때문. 그렇다면 창의성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특히 기성세대인 부모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아이들의 창의성을 어떻게 북돋아야 할까?

 

『창의행동력』은 실리콘밸리로 대변되는 IT산업,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문화산업, 원형 그대로 보존된 야생의 자연과 프런티어 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캘리포니아에서 창의교육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창조교육 멘토인 저자는 초등학교 3학년인 딸과 캘리포니아에서 1년을 보내며 어린이 창의교육을 취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딸을 방학캠프와 평범한 공립초등학교에 보내고, 각종 현장학습에 따라가고, 그곳 학부모들과 사귀고 선생님들 및 교수들과 만나 대화하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교육방법을 취재했다.


창의성에 대한 책이 꽤 나와 있는데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창의력의 중요성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지만, 정작 창의력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서는 모두들 어려워합니다. 사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에서 창의성 수업을 하고 있는데 늘 고민입니다. 그런데 창의성에 대한 관점을 바꾸니 답이 보였습니다. 이제까지의 창의성 교육은 창의사고력을 키우라는, 즉 생각을 독특하게 하라는 메시지에 가까웠습니다. 딸과 캘리포니아 학교에서 1년 동안 그들의 교육을 경험하고 지켜보니 '창의행동력'이 창의성의 핵심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창의행동력은 행동을 다르게 하는 힘, 즉 몸으로 미지의 길을 탐사해 새로운 지식과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힘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에서 매우 부족한 부분이고, 필요한 부분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가르치려 할 때 흔히 다른 틀에서 생각해보라고 하죠. 거꾸로, 뒤집어 생각해보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정말 창의적이 되던가요? 다르게 생각해보라고 하면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경험을 모두들 한 번씩은 해보셨을 거예요. 


다니엘 리베스킨트라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을 제치고 9?11 테러가 난 자리에 새로운 국제무역센터를 짓는 현상설계공모에서 당선된 건축가인데요. 그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당선된 비결과 관련해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습니다. 설계공모자들이 모여 관계자의 브리핑을 듣던 날, 리베스킨트만 유일하게 테러가 난 참호 아래를 내려가 보고 싶다고 말했고 실제로 내려가 봤습니다. 게다가 그날은 매우 춥고 비가 오는 날이어서 누구나 집에 있고 싶은 날씨였는데도 말이죠. 다른 건축가들이 회의용 테이블에 앉아 참모들과 창의적인 건축의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동안, 이 건축가만 유일하게 참사 현장에 직접 서 보았습니다. 그의 빛나는 설계 아이디어는 거기서 시작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죠. 바로 창의행동력입니다.

 

창의성을 저해하는 요인은 틀에 박힌 사고 아닌가요?


더 큰 요인은 틀에 박힌 행동에 있었던 거죠. 똑같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똑같이 설계사무소에 돌아가, 남들처럼 움직여서는 자기만의 창의성이 나오기 힘들죠. 창의성의 관건은 콘텐츠보다 프로세스와 실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용이 참신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창의적인 결과는 방법과 행동이 창의적일 때 나옵니다. 게다가 창의사고력의 상당 부분이 자신의 인지능력에 기대는 반면 창의행동력은 플러스 알파의 요소가 많습니다. 부지런히 전문가에게 묻고 동료를 만나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되고, 현장에 가서 얼마나 울림을 받느냐에 따라 창의력의 결과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되죠. 설득력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학교의 선생님이나 부모들이 구체적으로 아이들의 창의행동력을 어떻게 키워줘야 할까요?


이 책에서 창의행동력을 행동호기심, 행동발견력, 행동결정력이라는 실천의 세 단계로 정리해놓았습니다. 첫 번째 단계인 행동호기심은 말 그대로 행동하는 호기심입니다. 이게 뭘까 머릿속으로 궁금해하거나 자기 자리에서 손 들어 질문하는 것까지가 그냥 호기심이라면,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찾아보고 집에 와서 자기가 그 장소를 가보고, 전문가를 찾아서 메일을 보내는 게 행동호기심이죠. 우리 아이들은 지시하거나 명령한 것 외에는 좀처럼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아요. 지시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죠. 궁금하면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격려해줘야 합니다.


두 번째 행동발견력은 가서 보이는 것의 의미를 자신의 눈으로 빨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요약, 정리해준 지식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고 변신해봐야 자기주도적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행동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캘리포니아에서는 ‘변신’의 방법론이 우세했습니다. “중세의 삶이 어땠는지 궁금하다면 네가 직접 조사하고 연구해서 왕과 왕비, 기사가 입었던 옷을 입고, 그들이 썼던 말투로 말하고, 찾아오는 사람에게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 대답해보렴”이라는 식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아예 학교를 중세 마을로 만들었죠. 팔짱을 끼고 관찰하는 입장에서, ‘내가 이 시대, 이 사람이라면’이라는 주체의 입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체험을 가서도 말 그대로 학습을 하고 오죠. 어디에서든 체험 전에 교실과 같은 공간에 모여 파워포인트로 5분 이상의 이론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셋째, 최종적으로 가장 중요한 게 행동결정력인데요, 골을 집어넣는 겁니다. 그 짜릿한 경험을 제대로 해본 아이들은 스스로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인재가 됩니다. 지식 공부든, 체험학습이든, 모든 경험은 자기 것을 만들어보는 것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시를 배웠으면 반드시 시를 써봐야 하고, 과학의 원리를 배웠으면 실험을 해봐야죠. 그래야 세상의 규칙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규칙을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사람으로 큽니다. 감상자나 비평가를 넘어 생산자의 입장에 서게 만들어야 합니다.

 

직접 경험한 캘리포니아 초등학교는 ‘창의행동력’이라는 측면에서 어땠나요?


제가 취재한 학교는 호프초등학교라는 평범한 공립초등학교였습니다.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은 아무래도 좀 느슨한 시기죠. 진도도 다 나갔고 딱히 새로운 걸 시작하기도 애매하죠. 그때 한 학생이 선생님에게 묻습니다.  “초등학생도 기네스북에 도전할 수 있나요”라고요. 선생님이 어떤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고 싶은지 묻자, 학생은 신문지로 종이고리를 만들어 이어서 세상에서 제일 긴 종이 고리띠 만들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선생님은 매우 흥미롭다고 칭찬하며, 기네스 인정은 만든 다음의 문제이니 일단 해보라고 격려해줍니다. 순식간에 전교 프로젝트가 되어, 그 일주일 동안 아이들은 집에서,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신문지 고리를 이어 붙이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중간에 끊어지기도 하고, 완전 아수라장이었죠. 하지만 일주일간 학교는 재미와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박수를 치며 격려해줬죠. 아이들은 점점, 기네스보다는 이 고리로 학교 곳곳을 장식하자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냈고 방학을 끝으로 프로젝트는 끝이 났습니다.


이 초등학교 학생들은 창의행동력 훈련을 했습니다. 자신이 궁금한 것을 직접 만들어봤고,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협력을 구했고, 그 과정을 통해 공감과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으며, 프로젝트를 의미 있게 완수하는 경험을 했으니까요. 내가 의견을 내면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겠구나 하고 자신감을 얻었겠죠. 이 아이들은 모두 행동하는 어린이가 될 겁니다. 이 때 선생님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하고 격려해준 것밖에 없습니다. 기네스에 도전할 수 있는지 없는지 답을 알려주는 게 선생님의 역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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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초등학교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고리 만들어 잇기 도전과제. 학생들이 시작한 '창의행동력' 프로젝트이다. 

 

책에 창의성의 파도를 즐기라는 표현이 있는데 ‘파도’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나요.


캘리포니아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즐기고 배우는데요, 서핑은 창의행동력의 세 단계를 은유적으로 집약합니다. 먼저 서핑의 기초작업인 패들링은 양손으로 널을 열심히 저어서 바다로 나아가지요. 어떤 파도가 나를 기다릴까, 저 바다에는 무엇이 있을까 설렘과 호기심을 가지면서요. 바로 행동호기심입니다. 두 번째는 파도잡기죠. 알맞은 바다로 나가면 서퍼들이 계속해서 팔을 저으며 오는 파도를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어요.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파도를 고르는 과정이거든요. 누구에게나 파도는 오지만 자기에게 유리한 파도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돼요. 어떤 게 유리한 파도인지 식별해내는 눈이 필요한 거죠. 행동발견력은 그걸 길러주는 과정입니다. 자기에게 유리한 파도를 고르는 과정이죠. 마지막으로 파도타기가 있죠. 유리한 파도다 싶으면 서퍼는 널빤지 위에 재빨리 우뚝 섭니다. 이걸 성공적으로 해내면 파도가 밀어주는 힘을 타고 해안까지 신나게 서핑을 즐길 수 있어요. 작게는 자기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과정이고, 크게는 자기에게 알맞은 직업을 택해 자신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시기를 의미합니다. 창의행동력의 세 번째 단계인 행동결정력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책의 내용을 전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한 가지만은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창의성의 핵심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며, 내용이 아니라 방법입니다. 아이들이 창의행동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묻고 스스로 움직이게 하세요. 세상은 행동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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