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촌 골목에서 만난 삶

『골목 바이 골목』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영화감독 김종관이 연출한 「최악의 하루」, 「조금만 더 가까이」 등의 영화에서 심심찮게 등장했던 서촌 일대의 골목들을 이번에는 영상이 아닌 활자로 만난다. 영화에서는 인물들이 주인공이었다면 책에서는 골목이 주인공이다.

55p 폐허 사진 교체.jpg

 

좋은 문장이 떠오르고 생각이 논리의 흐름을 타고 커질 때도 있지만, 이야기를 만들고 문장을 구성하는 능력이 내 몸 어디를 뒤적여봐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컵을 보고 컵 이상이 생각나지 않고 볼펜을 보고 볼펜 이상이 생각나지 않는다. 며칠을 편안하고 멍청하게 산 끝에 그런 위기가 오면 난 편한 운동화를 신고 걸을 곳을 찾는다. 돈과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조금 더 먼 곳을 찾기도 하지만, 아니라도 가까운 곳을 찾아본다.

 

내가 주로 산책하는 곳은 작은 골목들이다. 서울에서 가장 천천히 시간이 흐르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변해가는 장소들. 가지 않았던 곳과 가보았던 곳 전부. 아는 골목이라 하더라도 계절과 시간을 흘려보내며 조금씩 낯선 모습을 보여준다. 가던 길의 다른 시간과 계절에서, 익숙한 길 옆으로 난 샛길을 발견하는 것으로도 낯선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때문에 산책은 가끔 여행이 된다. 여행은 발견과 자극을 준다.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고 땀을 흘리며 걷노라면 이리저리 흩어졌다 모이는 생각의 흐름을 얻게 된다.

 

견딜 수 있는, 어둠 속-2.jpg

 

내가 산책하는 조용한 골목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성장을 하고, 살고, 늙는다. 골목을 벗어나 큰길로 접어들며 세상을 넓히는 시절로 떠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다시 그 골목으로 돌아와 늙어가는 이들도 있다. 노인들은 어릴 때처럼 자신의 세상을 골목 안으로 축소시킨다. 볕이 드는 자리에 의자를 두고 조용히 앉아 지나가는 산책자를 지켜본다. 노인과 골목을 뒤로하고 산책자인 나는 이 작은 여행에서 더 넓은 항로를 꿈꾼다. 누군가가 성장을 하고, 살고, 늙는 타국 혹은 도시에서 아이와 노인을 만나고 그들을 기억한 채로 나의 골목으로 돌아오는 것을. 가까운 곳에서 낯섦을 찾고 먼 곳에서 익숙함을 찾는 여행을 끝내고 언젠가 내 자리로 돌아온다면 볕이 드는 자리에 책상을 두고 여행에서 가져온 좋은 문장들로 이야기를 만들어볼 것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종관

골목 바이 골목

<김종관> 저12,600원(10% + 5%)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를 연출하고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을 지은 김종관 감독, 그가 골목에서 만난 수많은 이야기 전작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을 통해 사랑에 대한 관능적인 글쓰기를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감독 김종관의 신작 『골목 바이 골목』을 그책에서 출간한다. 그가..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거리와 사람, 상점이 함께 살아가는 법

똑같은 가게에서 같은 물건을 사고, 같은 책과 영화를 즐길 수 밖에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건조할까?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서점 10에 선정된 교토 이치조지 게이분샤 서점이 전하는 사람과 거리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작은 가게의 참된 가치, 거리와 사람의 공생법.

권력 저격자 우석훈이 돌아왔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적이 없다. 국가는 여전히 현대 자본주의에서 주요한 행위자다. 국가가 사기를 친다면? 분배가 악화되고 국민의 생활 전반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모피아, 토건족, 자원외교, 4대강 등등 저자는 지난 두 정권에서 국가가 어떻게 사기를 쳤는지 고발한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김중미 작가 신작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김중미 작가가 오랜만에 어린이 책으로 찾아왔다. 언제나 이름처럼 좋은 일만 있을 순 없지만 누군가에게 내가 ‘행운’과 ‘복’이 되어줄 수 있다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올 거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

봄을 기다리며, 마음으로 읽는 문태준 시집

"서정시의 대가"가 펼쳐보이는 믿음직스러운 시 세상. "세계가 연주하는, 아니 노동하는 소리"를 詩란 노래로 듣는달까. "낮밤과 계절을 잊고 사랑하며 계속 피어"나는 꽃들과 "흰 미죽을 떠먹일 때의 그 음성" 속,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따스한 '사랑'이 마음에 고이 스며든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