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가라! 모두의 꿈을 지키기 위해

『네, 호빵맨입니다』 편집 후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진부한 문장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 용기를 얻었어요. 이어서 생각했답니다. ‘이런 책을 나만 읽고 끝낼 수는 없지.’

제목 없음.jpg

 

고백하건대 나는 호빵맨을 알지 못했다. 아니, 동글동글한 얼굴에 빨간 볼을 하고 펄럭이는 망토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알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내가 아는 호빵맨의 전부였다. (작곡가이자 가수이기도 한 어느 방송인의 얼굴도 떠오르는데, 이건 별개의 이야기로 두자.) 여하튼 마냥 행복하게만 보였던 호빵맨이 이렇게나 눈물겨운 사연을 안고 있었을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머릿속을 더듬어봐도 이 책과 처음 만난 날이 기억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도대체 나는 어떤 키워드를 검색해서 이 책을 불러냈을까. 그러고는 (호빵맨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마존 원클릭’ 주문 버튼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클릭했을까. 책은 빠르게도 도착했다. 보통 나는 출간 일정이 잡힌 책을 편집할 때, ‘검토용 도서’도 함께 검토하는 일을 버거워하곤 했다. 언제나 마음이 빠듯한 까닭이다. “당장 이 책을 내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언제 나올지도 모를 책을 미리 준비하라고요?”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이렇게 말하면 미안하지만, 당시 붙잡고 있던 책보다도 이 책 몇 줄과 마주하는 시간이 더 기다려졌다.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독특한 구석이 있었으니까. 어떤 날에는 위안을 주었고, 어떤 날에는 놀라움을 주었다. 기쁨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나라는 사람은 어쩜 이리도 편협하고 서글픈 사고로 일과 사물과 사람을 대해왔는지. 호빵맨은 곤란에 빠진 친구를 만나면, “호빵 한번 먹어볼래?” 하고 자신의 얼굴을 떼어내 먹인다. 그러곤 힘을 잃고 만다. ‘자신을 희생할 각오 없이 정의는 실현되지 않는다’는 심오한 기치 아래 움직이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영웅. 그의 모습이 성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구나. 이런저런 일로 허덕이던 나는 이 책을 덮으며 용기를 얻었다. 진부한 문장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 용기를 얻었어요. 이어서 생각했답니다. ‘이런 책을 나만 읽고 끝낼 수는 없지.’

 

하나의 중심 이야기만을 전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종합 선물세트인 양 이것도 저것도 그득그득 담아 양손 가득 전하는 책이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책은 후자에 속했다. 오랜 세월 호빵맨을 그려온 원작자의 말과 글을 모은 만큼, 그리고 그가 사뭇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독특한 고집을 가진 만큼 이 책은 펼칠 때마다 서로 다른 구절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정의와 선악을 내세우는 건 어때?” “일과 삶의 방식을 강조하는 게 낫지!” “다 아니야. 사람들은 호빵맨 이야기를 궁금해한다고.” “사랑과 용기는 잊은 거야?”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했건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꿈이라든가, 희망이라든가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기엔 낯부끄럽고 삭막한 시대가 되어버렸다고. 아아. 가만 생각해 보니, 이 책의 좋은 점은 바로 이러한 새삼스러운 삶의 요소를 새삼스럽지 않게 전하는 데 있었다. 아흔넷의 연배에도 여전히 호빵맨을 그린 저자는 말한다. “인생은 실의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결코 꿈을 버리지는 않았다.”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두드리는 이 책의 다양한 메시지는 어쨌거나 다정한 손길을 타고 독자를 향한다. 오늘은 이 구절이 나를 울렸지만, 내일은 또 어떤 구절이 울릴지 모른다. 이 책 『네, 호빵맨입니다』의 원제는 ‘내일을 여는 말’이다.

 

저자의 그것에는 비할 바 아니겠지만, 나 또한 진한 애정을 담아 독자 여러분께 이 책을 보낸다. 부디 팔랑팔랑 넘어가는 페이지에서 저마다의 꿈과 기쁨, 그리고 용기를 발견하시길.

 

“아아 호빵맨 상냥한 너는 가라! 모두의 꿈을 지키기 위해.” (호빵맨 행진곡)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3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정혜지(지식여행 편집자)

아아. 띄어쓰기가 세상에서 가장 어렵습니다.

네, 호빵맨입니다

<야나세 다카시> 저/<오화영> 역10,800원(10% + 5%)

“어릴 적 추억의 만화, 호빵맨.” 가슴 뭉클한 에세이로 한국 독자를 찾아오다! “용감한 어린이의 친구, 우리 우리 호빵맨.” 어린 시절 한번쯤 흥얼거린 적이 있는 이 노래의 주인공은 동글동글한 얼굴에 빨간 볼, 펄럭이는 망토로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곤란에 빠진 친구를 만나면, “호빵 한번 먹어볼래?..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이상하고 아름다운 '배수아 월드'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열어온 작가 배수아의 소설집. 그 어떤 서사보다 매혹적인 ‘낯섦’을 선사하는 작가답게 고정된 시공간을 끊임없이 탈주하는, 꿈속의 꿈속의 꿈 같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읽고 나면 꼭 다시 펼쳐보게 되는 문장들. '배수아 월드'에 온 것을 환영한다.

뮤지션 이적의 이별에 관한 첫번째 그림책

일상이 여느 때처럼 흘러가던 그 어느 날, 아이에게 찾아온 할아버지와의 이별에 대한 그림책. 배꼽 인사 하라며 꿀밤을 주던 할아버진데 왜 인사도 안 하고 그렇게 가셨을까? 아이다운 물음 앞에 원래 계셨던 우주, 그 곳으로 돌아가신 걸 거라는 소망을 담아냈습니다.

나의 건강을 남에게 맡길 것인가?

병원과 약에만 의존하는 기존 의료 상식에 반기를 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음식과 환경을 바꾸고 환자가 스스로 참여하여 능동적으로 병을 고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생은 하나의 밑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권수에 집착하기 보다 인생을 변화시킬 문장을 발견하고 찾는 데 집중한다.” 일본 최고의 독서 멘토인 저자는 권수와 속도에 연연하는 것은 하수의 책 읽기라고 강조하며, 좋은 책과 핵심 문장을 찾아 읽고 활용하는 실용적 미니멀 독서법을 소개한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