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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는 것’ 이외의 여자친구

여자친구 〈The Awak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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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보자면, 선율의 고저를 최소화한 채 감각적인 비트로 승부하는 최근의 트렌드와 달리 기승전결 중심의 클래식한 타입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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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2년은 그야말로 한 치 에두름 없는 스트레이트 펀치의 연속이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는 상승 일변도의 곡들과, 7번 넘어지면 8번 일어나 끝장을 보는 퍼포먼스. 멋부림 없는 순수하고 건강한 매력은 걸그룹들 사이에서도 분명 차별화 대상이었다. 이처럼 직관적 콘텐츠를 통해 발현되는 열정은 첫 정규작 <LOL>까지 분명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신작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그 ‘직관성’을 벗어나려는 시도다. 타이틀 「Fingertip」은 가장 적절한 예시다. 신시사이저와 디스토션 기타를 두 축으로 전개해나가는 사운드 구조는 「시간을 달려서」 혹은 「너 그리고 나」와 유사하다. 그럼에도 바뀐 점 역시 적지 않다. 우선 후렴의 멜로디와 편곡이 간결해짐에 따라 특유의 역동성이 상당부분 줄어들었다. 그런가하면 가사는 어떤가. 추상적인 의지를 표현하던 전과 달리 정확히 ‘너를 겨눈다’고 하는 직접적인 행동을 말하고 있다. 여기다 ‘탕탕탕’이라는 후크도 여간 여자친구스럽지 않다. 이처럼 음악적으로는 그들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들이 부재하며, 노랫말에서는 여타 걸그룹과 다를 것 없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내가 알던 그들인가 싶다는 느낌이 들 만하다.

 

그렇다고 「Fingertip」이 나쁘다고 몰아세울 것은 없다. 이전 주제곡들이 반주와 보컬을 경쟁시키는 대립구조로 약간의 산만함을 초래했다면, 이번은 각각의 파트가 균형감 있게 맞물려 훨씬 듣기 편하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소속사의 판단이다. 「Fingertip」을 타이틀로 선정했을 때의 리스크를 몰랐을 리 없다. 이전 노선을 유지하려 했다면 「나의 지구를 지켜줘」가 더욱 적합했을 것이다. 보다 타이트할 뿐 더러, ‘달빛’, ‘우주’와 같은 초현실적인 단어로 새겨내는 러브 스토리야말로 그룹의 전매특허 아닌가. 타이틀곡 선정은, 이처럼 ‘열심히 하는 것’ 이외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이뤄진 선택으로 보인다.

 

1990년대 한일 양국의 아이돌 팝 시디들과 게임잡지, 애니메이션 DVD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는 다락방을 연상시키는 수록곡들은, 이제까지 낸 작품 중 가장 고른 완성도를 자랑한다. 딥 하우스의 리듬감이 녹아있는 「바람의 노래(Hear the wind song)」는 파워 없는 청순도 가능함을 알려주며, 리얼세션을 통해 생동감을 살린 「비행운 : 飛行雲(Contrail)」은 일련의 대중음악과 살짝 톤을 다르게 가져가며 색다름을 유발한다. 그런가 하면 전형적 뉴잭스윙 사운드의 「핑(Crush)」은 짜임새 있는 반주트랙과 인상적인 후렴구를 통해 1990년대 후반으로의 시간여행을 돕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선율의 고저를 최소화한 채 감각적인 비트로 승부하는 최근의 트렌드와 달리 기승전결 중심의 클래식한 타입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 반갑다. 다만 몇몇 곡에서 과한 레퍼런스가 느껴지는 것은 확실한 감점요인이다.

 

투수로 따지면 여태껏 전력을 다해 직구만을 던져온 셈이다. 지금의 그들에겐 포크볼이나 슬라이더로도 그 열정을 인정받을 수 있는 활동방향이 필요하다. 그간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는 모습으로만 존재가치를 부여받아왔던 그들. 지금의 방향이 지속된다면, 아마 가수도 팬들도 금방 지쳐버리고 말 것이다. 전작에 비해 다소 여백을 둔 「Fingertip」과 그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수록곡들이 균형감 있게 조화된 이 기지개는, 그간 쌓은 경험치로 좀 더 노련하게 열정과 치열함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이다. 바야흐로 다양한 캐릭터를 겸비한 완전체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틀림없는 건, 자신들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여태까지 해온 것 말고도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셀 수 없을 정도로.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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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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