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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 장강명 ‘자유로울 것’을 말하다

『태도의 관하여』 저자 임경선, 아홉 번째 에세이 『자유로울 것』을 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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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조금은 둔감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깊게 만들어요. 그 순간 실수한 것뿐인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고민하는 것 같아요. 좋지 않은 상황이 나에게 다가와도 적당히 무시하는 것이 살아가는 데 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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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무엇일까. 내 마음과 영혼이 시키는 일을 내 몸이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가장 편안한 상태일 것이다. 나와 내 인생 사이에 아무런 모순이 없기에 명료하고 맑게 살아갈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그것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내가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일이 자유가 안겨주는 기쁨일 것이다. - 「서문」 중에서

 

꽃샘추위가 물러간 지난 3월 10일,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임경선 작가의 아홉 번째 에세이 『자유로울 것』 출간 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임경선 작가는 『태도의 관하여』 이후 2년 만에 에세이를 발표했다. 『태도의 관하여』는 삶을 대하는 다섯 가지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작 『자유로울 것』에서는 여성의 삶에 대한 작가의 자세를 알 수 있다. 강연장은 솔직하면서도 따뜻한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온 독자들로 가득 찼다.

 

강연장 입구에는 ‘질문함’이 설치되어 있었다. 독자들은 평소 가지고 있던 고민이나 임경선 작가에게 궁금한 점을 포스트잇에 적었고, 강연회는 독자들의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강연의 사회자로는 장강명 작가가 나섰다. 장강명 작가는 “평소 아내와 함께 임경선 작가의 작품을 즐겨 읽어요. 강연회 사회를 맡게 되어 영광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장강명 작가는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 『한국이 싫어서』, 그리고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 등을 발표했다.

 

언제나 자유로울 것

 

장강명 : 『태도의 관하여』는 8만부 베스트셀러죠. 이어서 신작 『자유로울 것』도 화제가 되고 있어요. 주변 반응이 어떤가요?

 

임경선 : 표지가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얼핏 보면 꽃무늬 벽지 같죠. ‘자유’를 상징하는 바닷가도 표지 후보에 있었는데, 젊은 여성분들이 꽃무늬 표지를 선호하시더라고요. 사실 전작 에세이 『태도의 관하여』를 더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번 책을 더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분명한 건 두 책의 방향성은 달라요. 『자유로울 것』은 어깨에 힘을 빼고 쓴 책이고, 더 유쾌한 자아가 들어있어요. 저에게는 가장 사랑스러운 책이에요.

 

장강명 : 책을 읽다보면, 굉장히 솔직하게 말씀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책 제목에도 눈길이 갔는데요.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임경선 : 책 제목은 저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예요. 그 저자를 평생 따라다니는 것이거든요. 제목도 SNS을 통해서 의견을 들었어요. 결국 ‘언제나 자유로울 것’으로 정해졌는데, 담당 편집장님께서 ‘언제나’를 빼자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헐벗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막상 빼고 나니 제목까지 자유로워진 느낌이에요.

 

장강명 : 제목과 달리 우리는 자유롭게 살아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목이 더 와닿아요. 작가님이 가지고 있는 삶의 철칙은 무엇인가요?

 

임경선 : 독자 분들이 이번 신작을 읽으면서,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고 해요. 바로 ‘과거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에요. 평소 우리는 의리로 사람을 만나거나, 원하지 않는 모임에 나갈 때가 있어요. 내가 이어가고 싶지 않은 관계를 끊는 것은 어렵고 힘들지만, 끊고 나면 더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제가 체력이 약하다 보니까 할 수 있는 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 한계가 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장 좋아하는 것들에만 집중하게 돼요. 저는 모임에 한 사람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그 모임에 나가지 않아요. (웃음) 송년회도 일 년에 한 번밖에 없어요. 썩 좋은 것 같지 않지만, 스스로 마음이 편안하고 자유로워요.

 

장강명 : 저도 옛날에 알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연락이 오면 좀 난감해요. 그러다 만나기도 하는데, 결과는 썩 좋지 않더라고요. 인간관계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겠네요. 평소 작가님은 어떤 책을 읽으시나요?

 

임경선 : 에세이는 자신의 목소리가 확실한 분들의 책을 좋아해요. 미지근한 문체는 읽지 않게 되더라고요. 소설은 취향이 확고한 편인데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내용이나 읽으면서 먹먹한 감정이 드는 소설을 좋아해요. 제가 종종 SNS에 읽고 있는 책을 올려요. ‘읽기 시작’이라고 책사진과 함께 올린 후에 아무런 소식이 없으면 중간에 덮은 책이에요. 정말 재미있으면 몇 번씩 거론을 해요. 요즘엔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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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묻다

 

개인으로서,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임경선 : 전 사실 내일 죽어도 상관없어요. 스스로 굉장히 충족된 45년을 살았다는 생각을 해요. 친한 친구들도 저에게 아쉬울 것 없는 애라고 말해요. 작가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도 들지 않아요.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 마음이 항상 촉촉하고 말랑말랑했으면 좋겠어요. 오래도록 현역에서 일하고 싶고요. 제가 젊었을 때 꿈이 30평대 아파트에 사는 것이었어요. 지금처럼 30평대 아파트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싶어요. 지금도 많이 행복해요.

 

자유롭기 위해서는 더 뻔뻔해지고, 타인을 무시해야 할까요?

 

임경선 : 뻔뻔해지는 것,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남한테 미움 받지 않을 만큼 뻔뻔해지는 것은 참 어려워요. 내가 조금 덜 예민해지고, 나이스하게 무시하는 것이 중요해요. 살아가면서 조금은 둔감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깊게 만들어요. 그 순간 실수한 것뿐인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고민하는 것 같아요. 좋지 않은 상황이 나에게 다가와도 적당히 무시하는 것이 살아가는 데 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최근 논문을 쓰고 있는데 힘들어요. 작가님은 글을 쓸 때 힘들면 어떻게 하시나요?

 

임경선 : 저도 아무 일도 하기 싫을 때가 있죠. 그럴 땐 근처 공원이나 나무가 많은 곳에서 자연의 기운을 받는 것이 좋아요. 요가도 해보고, 헬스도 다녀봤어요. 그런데 무리하지 않는 등산과 자연 속에서 산책하는 것이 가장 좋더라고요. 특히 머리를 쓰는 노동을 하다가 지칠 때 더 효과적이죠.

 

작가님에게 따님은 어떤 존재인가요?

 

임경선 : 제가 20대에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어요. 그때 의사가 저에게 아이를 못 가질 수도 있다는 말을 했어요. 그러다 결혼을 했고, 아이를 못 갖는다고 하니까 더 낳고 싶었어요. 아이를 갖기 위해서 난임 클리닉을 일 년 정도 다니다 보니까, 더 애틋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 딸 윤서는 늦게 낳은 아이다 보니 무엇을 하든 다 예뻐요. 제일 기쁜 것은 윤서에게 내가 어떤 엄마냐고 물어보면 ‘착한 엄마다. 엄마가 자랑스럽다.’라고 말해요.

 

장강명 : 윤서가 사춘기에 들어설 때 모녀 관계를 책으로 내주시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임경선 : 저는 사춘기에 반항하는 딸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 이런 거 있잖아요. 엄마한테서 벗어나려고 하는 딸의 모습이 기대 돼요. 저는 지금 윤서가 사소한 것에 반항을 해도 흐뭇하게 지켜봐요. (웃음)

 

임경선 작가의 SNS에는 딸 윤서의 사진이 종종 등장한다. 또한 임경선 작가는 엄마-나-딸의 이야기를 주제로 에세이 『엄마와 연애할 때』를 출간한 바 있다. 임경선 작가는 딸 윤서를 향한 애틋함을 드러내며 독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멋지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생각해보셨나요?

 

임경선 : 재미있는 주제네요. 가끔 출판사에서 ‘나이 들어가는 방법’을 주제로 글을 써보자고 제의가 들어오는데, 늘 거절해요. 그것을 쓰는 순간 저는 진짜 나이 든 사람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결혼에 관한 이야기도 안 써요. 그 주제들은 60대가 되어서야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저도 고민하고 있는 주제이지만, 치장을 최대한 적게 하고 살아가야 할 것 같아요. 외모와 마음 모두요. 또 좋은 이성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면, 정말 복 받은 중년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해요.

 

책이 왜 교토 이야기로 끝나나요?

 

임경선 : 여름맞이 책으로 교토에 대한 책이 나올 것 같아요.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서문과 같은 개념이에요.

 

『자유로울 것』의 마지막에는 「어느 완벽한 교토의 하루」라는 글이 등장한다. 임경선 작가가 교토로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다. 독자들은 임경선 작가의 후속 작품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작가님은 언제 자유를 느끼시나요?

 

임경선 : 촛불 집회를 세 번 정도 나갔어요. 우연히 함께 다니게 된 모임이 한번은 성소수자 모임이었고, 한번은 일반 가족 모임이었어요. 또 한 번은 종로5가에서 합류를 했는데,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모임이었어요. 학생들을 인솔하기 위해 오신 선생님도 계셨고요.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가서 발언을 하고 구호를 외치는데, 그게 정말 맑은 거예요.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그 자리에 나가 자신들의 목소리로 말하는데, 그때 얼이 빠지는 듯한 감동을 받았어요. ‘이런 순수함과 자유를 느끼는 것이 얼마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들의 맑은 기상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 아이들의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자유로울 것임경선 저 | 예담
『자유로울 것』은 사랑에 대한, 그리고 글 쓰며 먹고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일하며 ‘잘’ 살아가는 여성 롤모델을 찾기 힘든 요즘, 그의 삶과 생각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범접할 수 없는 누구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멀기만 한 경험담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 체화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삶의 지침으로 삼고 싶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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