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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3>, ‘문단 내 성폭력’에 관한 최초 공개 좌담회 열어

제 1회 문학몹 ‘문단 내, 성폭력, 문학과 여성’ 개최
소설가 이수진 “문학이 스스로 바닥으로 내려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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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기를 문학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바닥으로 내려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어떤 소설의 구절이 조리돌림을 당했는데, 우리 스스로 조리돌림 당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돼요.

출판사 창비가 새롭게 선보이는 문학 플랫폼 <문학3>이 첫 번째 문학몹(mob) 자리를 마련했다. 문학몹은 삶의 현장과 문학을 잇는 <문학>의 활동으로,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에 대해 소통을 지향한다. 지난 17일, 서교동에 위치한 카페창비에서 진행된 문학몹의 주제는 ‘문단 내, 성폭력, 문학과 여성’이었다. 행사는 ‘묻기 위한 답하기’로 이루어진 1부와 ‘답하기 위한 묻기’의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문학평론가 양경언과 김미정의 사회를 맡았다. 두 사람은 <문학3>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부 대담에서는 시인 유계영, 작가 은유, 소설가 이수진, 출판편집자 강소영,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졸업생 연대 ‘탈선’ 대표 오빛나리가 참여했고, 2부는 문학비평가 심진경, 비평가 권명아, 시인 하재연이 함께했다.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 1부 사회를 맡은 양경언 기획위원은 문단 내 성폭력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문학평론가 양경언.jpg

문학평론가 양경언(좌) 작가 은유(우)

 

양경언 : 작년 10월 즈음에 SNS에서 예술계의 성폭력, 문단 내 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됐습니다. 문예지 <21세기문학>을 비롯해서 여러 독립 잡지들이 사례를 모으는 작업을 시작했고요. 여성 혐오에 대한 고백과 고발이 회자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졸업생들의 연대 모임인 ‘탈선’이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죠. 그 자리에서 실기 교사와의 관계에서 경험했던 성폭력적인 일을 고발한 이들의 이야기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문인들 가운데에서는 페미라이터라는 이름으로 반성폭력적인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고요. 문학, 출판계 성폭력, 위계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작가 서약 운동도 진행됐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지원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움직임도 시작됐고요. 다른 한편에서는 가해 당사자로 지목 받은 이들이 명예훼손을 내세워 피해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움직임들도 있었습니다.

 

대담에 참여한 이들은 지난 4개월 동안 자신이 경험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문단 내 성폭력과 관련된 일들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독서 경험과 글쓰기, 문학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성찰하게 된 것이다.

 

은유 : 저에게 있어서 독서 경험보다도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건 이후에 일어난 문단의 반응들이었어요. 저는 문인들이 모두 들불처럼 들고 일어날 줄 알았어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처럼요.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짐작만 하고 있었던 한국 사회의 모순이나 부조리함을 인식할 수 있었듯이, 문단에 암암리에 떠돌던 일들이 가시화됐을 때 굉장히 충격을 받아서 일사불란한 대응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는 조용한 것 같았어요. 왜 그렇게 느꼈는지 생각해 보니까 일부 유명 문인들이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서 냉정심을 되찾고 생각해 보니, 이 말이 나온 것 자체가 굉장히 문학적인 행동이었고 변화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유 작가는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변화를 체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수업에 참여한 이들과 함께 작품을 읽으면서 여성을 대상화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는 것이다. 작가는 “독자들의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남성 문인들이 계속 만들어내는 여성 판타지의 상을 잘 보여주는 부분들을 같이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졸업생 연대 ‘탈선’의 오빛나리 대표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의 경험을 들려줬다. 자신으로 하여금 문학에 애정을 느끼게 해준 작품들은 『데미안』, 『호밀 밭의 파수꾼』 같은 ‘청춘에 대한 찬양’을 담은 것들이었는데, 여성 화자를 내세워 비슷한 서사를 썼더니 위협적이라는 반응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오빛나리 : 기본적으로 그런 문학작품에서 말하는 젊음, 청춘, 아름다움이나 예술성, 문학성이라고 상징이 되는 것들은 대개는 젊은 미모의 여성의 나체로 상정이 되는 거예요. ‘내가 여성의 육체를 굳이 욕망하지 않는데 그걸 써야 되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부분이 없으면 마치 제가 청춘이나 열정에 대해서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거예요. 특히 예고에서는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예술적이어야 된다’는 경쟁심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해방적인 자유로운 인간이니까 성에 관한 이야기도 개의치 않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었고요. 그런데 문학 작품들을 배울수록, 그리고 지금의 해시태그 운동들을 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성을 말하는 자리에 여성의 자리가 없다는 거예요. 언제나 전형적인 남성 기득권적인 시선에서의 여성 육체밖에 없는 거예요.

 

동시에 그녀는 “그런 시선에 길들여져서 여성을 대상으로 보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자신을 되돌아보고 몹시 괴로웠다고 했다. “나도 이 체제의 복무자였구나, 내가 받았던 피해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못했구나”라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빛나리 대표는 자신에게 폭력으로 작용했던 기호들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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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예고 문예창작과 졸업생 연대 '탈선' 대표 오빛나리(좌) 시인 유계영(우)


문학, 스스로 바닥으로 내려가야 한다


문단에 만연해 있는 성폭력에 대한 증언들은 객석에서도 이어졌다. 예술고등학교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관객은 “고등학교 때 처음 쓴 소설이 남녀의 수직적인 구조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너 남자들은 다 못됐다고 생각하지? 그건 네가 편협해서 그래’라고 하시더라.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객은 SNS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돕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문학은 내게 생명이었고 구원이었고 빛이었는데, 성폭력을 겪고 나니까 문학과 문단이 바로 지옥이 되더라”는 이야기였다. “내가 돌아갈 자리는 어디인가”라고 묻는 그들을 향해 상담 기관의 상담자가 “왜 그때 저항을 안 했어요? 왜 그때 이야기를 안 했나요?”라는 반응을 보이는 일들도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이제 피해자들의 말하기가 시작된 것이기는 한데, 아직까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한 방향성이 바뀌지는 않은 것 같다”며 남겨진 과제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문학몹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문단 내 성폭력의 피해자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감당해야 했던 일들을 고백하며, 실제로 상담자로부터 ‘(문단 내에서) 어떻게 위계관계가 성립이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왜 저항하지 못했나요?’라는 질문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물어보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녀는 “지금 당장 피해자한테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야 돼요. 그 한 마디가 그 사람을 살리는 거예요. 제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여러분 덕분이기도 해요. 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너는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셨거든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통감하며, 유계영 시인은 ‘적어도 도망 다니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들려줬다.

 

유계영 : 지금까지 저는 (문인들과의 만남에서) 성적으로 불쾌함을 느낄 만한 전조가 보이면 바로 자리를 피해버리는 식으로 도망치는 방법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이런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동조자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가 도망 다니고 빠져나가는 와중에 가해자들은 마음대로 몸집을 불려가면서 더 대담해지고, 아무도 눈치 주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여성을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는 대상으로 마음대로 치부할 수 있게 된 거잖아요. 거기에 제가 한몫을 거들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죄책감에 많이 시달렸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저에게 아직도 어려운 숙제예요. 그렇지만 적어도 도망 다니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명확하게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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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수진(좌) 출판편집자 강소영(우)

 

이수진 소설가는 한 발 더 나아가 ‘문학이 스스로 바닥으로 내려가야 된다’고 단언했다.

 

이수진 : 지금 이 시기를 문학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바닥으로 내려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어떤 소설의 구절이 조리돌림을 당했는데, 우리 스스로 조리돌림 당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돼요.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다 독자잖아요. 시인 소설가 평론가도 기본적으로 독자란 말이에요. 그런 우리가 ‘나는 이런 점이 불편해요, 당신의 소설에서 이런 시선이 불편해요’라는 걸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대담에 참여한 출판편집자 강소영 씨는 문단 내에서 자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소영 : 문단 내에서 대작가, 인기 많은 작가에게 편집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 편집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면 지금 조리돌림을 당하는 작품이 있는데, 그 작품을 편집했던 편집자는 그 문장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생각을 했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말할 수 없었을 거예요. 너무 대작가이니까요. 그렇다면 편집자의 경험이라든가, 1차적으로 그것에 대해서 필터링을 할 수 있거나 이야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그건 (출판사) 사장님들도 만들어주셔야 되는 거고요. 편집자한테 힘을 실어주시면 말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대부분 퇴사하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환경이에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꼭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문단 내 성폭력이 문단 밖으로 새어 나온 지 6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우리는 수면 아래 잠들어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알지 못한다. 피해자들이 견뎌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무지하다. <문학3>이 마련한 이번 대담은 ‘문단 내 성폭력 이슈에 관한 최초의 공개 좌담회’로써 감춰져 있던 문제들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끊임없는 관심과 사회적 논의가 문제를 푸는 첫 번째 열쇠임을 상기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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