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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비극의 탄생

『비극의 탄생』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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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찬란한 고대 그리스에서 비극이 왜 탄생해야만 했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탐구하면서 삶의 본질을 형이상학적으로 재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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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이 '태동'하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삼 년도 더 된 일이다. 읻다의 번역가이자 기획자인 최성웅 대표가 어느 저녁 '고싱가숲(www.gosinga.net)'이라는 블로그에서 니체를 번역하시는 숨은 고수(!)님과 만나기로 했다며 기쁨과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한참 자랑을 늘어놓았다.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각자 편집자로 일하고 있을 때라 나는 '그런가 보네' 하며 적당히 그를 응원하고 적당히 그 일을 잊고 지냈다.

 

얼마 후 니체 전집 출간을 목표로 매주 함께 니체를 읽는 번역 모임을 결성했음을 알게 되었다. '와 대단한 열정이다' 하고 생각했지만, 역시 '그런가 보네'에 가까웠다. 설마 내가 그와 같은 출판사에서 이 책을 작업하게 될 줄이야...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는 비극의 탄생 담당 편집자가 되어 불금 저녁마다 바로 그 번역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고, 또 정신을 차려보니 갓 나온 따끈따끈한 책을 싸 들고 서점 관계자와 배본 부수를 협의하고 있었다. (지금은 최성웅 대표의 옆자리에 앉아 주전자에 보리차를 우려 호로록호로록 나눠 마시면서 이 글을 쓰기 위해 그 당시의 모임을 회상하는 중이고...)

 

멀리서나마 가끔씩 소식을 듣고 응원하던 모임이었기에, "너도 직접 와보면 도움이 될 거야"라는 제안에 응하는 데 0.2초 정도 걸렸나 싶다. 나는 비극의 탄생 공동 번역 모임 마무리 단계에 슬그머니 끼어들어가게 되었다. 실제로 참여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강도 높고 대단한 열정을 발하는 강독 모임이었다. 동서양 고대사상에 능통한 김출곤 선생님과 독일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박술 선생님, 정암학당 초대 학당장 김인곤 선생님, 그리고 읻다의 최성웅 대표가 오랜 시간 니체가 사용한 한 단어 한 단어의 어원을 추적하고 다른 문헌들에 쓰인 용례를 살피면서 천천히 원고를 완성해나가고 있었다.

 

첫 번째 검토 때 바뀌었고 두 번째 검토 때 뒤집혔던 번역어가 마지막에 다시 바뀌었다. 독일어 뉘앙스와 우리말 쓰임새를 고려하여 모두가 자유롭게 의견을 냈고, 나는 원고에 빨간 펜으로 이 단어 저 단어 대체어를 썼다가 죽죽 긋기를 반복했다.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그럴수록 차츰차츰 비극이 펼쳐졌던 장엄한 고대 그리스 무대를 둘러싼 니체의 난해한 문구들이 분명해졌다. 편집자로서 이 모임에 잠시나마 참여했던 것이 얼마나 값진 경험이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기회를 또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아닌 게 아니라, 가장 훌륭하고 가장 강하고 가장 대담한 시대의 그리스인들에게 비극적 신화는 무엇을 뜻하는가?"

 

이 책은 찬란한 고대 그리스에서 비극이 왜 탄생해야만 했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탐구하면서 삶의 본질을 형이상학적으로 재정의한다. '해피엔딩'만으로는 인생이 완전할 수 없는 것! 비극의 탄생은 내용 면에서나 출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으로서나 삶에 대해서 많은 것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편한 것, 경제적인 것만 추구하다 보면 불편한 것, 비경제적인 것이 선사하는 놀라움과 감동을 영영 알 수 없으리라. 지금 '그런가 보네' 하고 계실 많은 분들도 직접 '비극의 탄생'을 경험하신다면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니체의 두 번째 책을 집어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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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지은(읻다 편집 팀장)

독서의 의미가 무엇인지, 바람직한 독서가 어떠해야 할지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비극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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