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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네덜란드 도미니카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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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통과하면 ‘이래서 영국의 <가디언>과 <BBC>가 앞 다투어 도미니카넌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선정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광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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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와 휴가를 합쳐서 유럽에 다녀왔다. 누군가의 술자리 농담으로 시작되어 엉겁결에 기획된 여행이었는데 목적은 유럽의 각종 고서점, 동네서점, 큰 서점, 작은 서점 등등을 둘러보자는 것이었다. 동행한 이들은 나를 포함하여 다섯 명. 모두 책을 만들어 먹고사는 편집자들이었고 모 여행사 대표가 가이드를 맡아 주었다. 틈틈이 <팬텀 오브 오페라>를 관람하고 비틀즈가 데뷔한 카번 클럽(The Cavern Club)에서 술도 마셔가며, 열하루 동안 독일의 마이어셰, 네덜란드의 도미니카넌, 벨기에의 트로피즘 라이브러리, 영국 런던의 돈트 북스, 옥스퍼드의 블랙 웰, 책 마을 헤이 온 와이를 들르는 일정이었다. 그중 마이어셰에 관해서는 어딘가에 기고를 했으니 오늘은 네덜란드의 도미니카넌을 구경한 소감에 대해 간략히 적어볼까 한다.

 

뒤셀도르프에서 ‘광활한 자연 속에 위치한 신비스런 비밀 공간’으로 화제가 된 바 있는 홈브로이히 뮤지엄(Museum Insel Hombroich)과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버려진 미사일 기지 위에 설계한 랑엔 파운데이션(Langen Foundation)을 관람하고 마이어셰 서점에서 시간을 보낸 후에 마스트리흐트로 이동한 것은 2월의 첫날이었다. 네덜란드의 최남단, 뫼즈 강의 교차점에 위치한 이 작은 도시는 관광지로 꽤 알려져 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유럽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들어본 기억도 난다. 유럽연합에 유로화가 도입된 계기가 ‘마스트리흐트 조약’ 직후인가 그럴 텐데 확실하진 않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탈리아 같기도 하고 프랑스 같기도 하고 독일 같기도 하다. 로마 시대에 건설되어 곳곳에 자리한 오래된 교회와 성당 같은 건축물 때문인 듯하다.

 

탄성을 자아내는 건축물 가운데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교회인 도미니카넌에 서점이 들어선 것은 2006년 무렵의 일이다. “여기에 서점을 열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네덜란드의 최대 서점 체인인 셀렉시즈의 경영주 톤 하르메스였다. 전부터 이곳에는 교회나 성당을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는 기풍이 있었다고 한다. 네덜란드 전역에 마흔 군데가 넘는 서점을 보유한 셀렉시즈가 도미니카넌에 서점을 낸다고 했을 때 마스트리흐트 교구는 몇 가지 단서를 달아 이를 승인해 주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대목은 “교회의 어느 곳도 변형시키거나 손상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래서야 망치질 한번 제대로 하기도 어려웠을 텐데, 『유럽의 명문 서점』을 보면 저간의 사정이 잘 설명되어 있다.

 

“때문에 (첫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설치하는 모든 시설이 교회 벽과 천장에 가까이 닿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했다. 이 까다로운 공사를 떠맡은 암스테르담의 건축사무소 메르크스 기로드(Merkx Girod)는 850평방미터에 불과한 바닥 면적이 넓어 보이도록 하기 위해 공간을 수직적으로 활용하는 놀라운 해법을 찾아냈다. 이에 따라 교회 남쪽 측벽 가까이에 검은 빛의 중층 철골 구조물이 세워졌다. 일종의 ‘가건물’인 이 구조물을 통해, 건축가들은 교회 역사를 ‘존중하는’ 멋진 솜씨를 보여줄 수 있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철제 서가를 오를 때면, 한순간 경외감에 사로잡힌다. 700년 건축사와 더불어, 고딕 교회의 견고한 벽체가 현대 건축의 기능성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유럽의 명문 서점』, 100~101쪽

 

이에 발맞추어 서점 입구 역시 독특한 구조물로 만들어졌다. 우리가 서점을 찾은 시간은 오전 8시 50분쯤이었다.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굳이 9시 개장에 앞서 도착한 까닭은 이 구조물이 열리는 광경을 목도하기 위해서다, 라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고 약간 들떠서 부지런을 떨다 보니 일찍 당도하고 말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당최 입구가 보이질 않는 거다. 입구가 있을 만한 자리에는 무슨 장롱 같기도 하고 오래된 책 같기도 한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서, 설마, 저게 마징가 제트의 기지처럼 서서히 열리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 같은데, 뒤쪽 어디에 입구가 있지 않을까” 하고 우리끼리 갑론을박하는 사이에 약속된 시간이 되자 시간의 벽이 열리듯 입구의 문이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 도미니카넌 서점을 구경할 계획이 있는 형제자매님들은 가급적 이 ‘입구 오픈 관람시의 경외감’도 꼭 만끽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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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통과하면 ‘이래서 영국의 <가디언>과 <BBC>가 앞 다투어 도미니카넌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선정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광경이 펼쳐진다. 왼쪽에는 고딕양식 풍으로 디자인되어 교회를 떠받치는 여러 개의 기둥이, 오른쪽에는 예의 세련된 3층짜리 철골 구조물이, 정면에는 고고한 분위기의 천장벽화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보인다. 흡사 왼쪽으로 아시아가 오른쪽으로 유럽의 풍경이 펼쳐지는 보스포러스 해협 같다. 그로 인한 신비함이 진열된 책들에 불가사의한 생명력을 부여하는 듯하다. 나는 한 시간에 걸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설치된 장르소설 매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한해에 10만 명이 넘는 온갖 나라의 관광객을 맞는 서점답게 지나가던 직원이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제가 며칠 전에 읽었는데 정말 끝내줬어요” 하고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었다. 제대로 알아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그런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돌아오면서 만약 한 번 더 기회가 생겨 도미니카넌 서점을 찾을 수 있다면, 교회 성가대석 형태로 설계된 서점 안 카페에서 반나절가량 우아(優雅) 떨면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울러 엉뚱한 상상도 해보았다. 무작정 따라하자는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이런 고고(考古)한 형태의 서점을 만들 수는 없을까. 체인 형태로 운영하며 자본력을 갖춘 서점이라고 하나같이 현대식 건물의 지하를 터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모르긴 해도 지방을 돌아보면 뭔가 독특한 형태의 오래된 건물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듯한데. 요즘 매물로 나온 절(승려가 불상을 모시고 불도를 닦으며 교법을 펴는 집)이 꽤 많다고 들었다. 어느 산사가 통째로 서점이 되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관광지로서의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해 낼 수 있겠고. 거기에서 일정 비용을 내면 3박 4일에 걸쳐 아무런 전자 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방을 빌려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템플 북 스테이’를 운영하는 거다. 흐음, 괜찮을 것 같은데. 건축법상 어려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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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홍민(북스피어 대표)

미남이고 북스피어 출판사에서 책을 만든다. 가끔 이런저런 매체에 잡문을 기고하거나 라디오에서 책을 소개하거나 출판 강의를 해서 번 돈으로 겨우 먹고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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