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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프린스』, ‘방’을 주제로 한 여덟 작가의 이야기

『호텔 프린스』의 사회공헌 사업과 작가들의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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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방이란 떼려야 뗄 수 없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책을 읽고 소설을 쓰는 모든 행위가 어쩌면 '방'으로 가기 위한 여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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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집 『호텔 프린스』는 젊은 작가 여덟 명의 합작품이다. 나이도 성별도 다른 작가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책의 제목이 된 ‘호텔 프린스’에서 일정 기간 동안 머무르며 작품 활동을 했다는 것.


이 모든 것은 한 작가의 칼럼에서 시작된다. 젊은 소설가가 호텔 프린스의 추억을 한 잡지에 기고했고 호텔 측은 이를 계기로 2014년 '소설가의 방'이라는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했다. 소설가에게 집필 공간을 주기 위해 작가의 신청을 받아 한 달여 동안 방을 무료로 빌려주는 사업이다. 작가들은 이 호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하여 '호텔'을 배경으로 한 글을 써 한 달에 한 번씩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고, 작품들을 한데 모아 단편 소설집을 발표했다.


2월 15일, 명동에 위치한 프린스 호텔에서 출간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가 열렸다. 사회를 맡은 이은선 작가는 자신을 ‘미모의 작가’라고 칭하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고 극단 ‘해인’에서 준비한 두 배우의 낭독 공연으로 콘서트가 시작됐다. 호텔 프린스 속의 네 단편 소설을 각색해 만든 낭독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는 네 작가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민달팽이」를 쓴 김혜나 작가, 「코 없는 남자」를 쓴 김경희 작가, 「때 아닌 꽃」을 쓴 전석순 작가, 「유리주의」를 쓴 이은선 작가가 자리에 참석해 ‘호텔 프린스’와 문학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전했다.


먼저 『호텔 프린스』에 기고한 소설에 대한 작가들 각자의 생각을 물어보는 질문이 쏟아졌다.

 

 

기존에 발표한 소설과 『호텔 프린스』 속의 소설이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어떤 이유인가요?


이은선 : 예전에는 문장은 시적이어야 하고 이야기는 파국과 서사가 촘촘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누군가가 꼭 죽어야 하고, 현실에서는 하지 못하는 복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 그렇게 처절하고 절실했던 제 문학이 읽는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느낌을 다르게 해봤죠. 독자들이 저를 만난 뒤에 작가의 발랄함과 소설의 문장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거든요. 하지만 그 모든 게 저예요.

 

「민달팽이」에서 '사랑'은 굉장히 슬프게 묘사되는데, 사랑에 관한 작가님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김해나 : 사랑,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사실 '사랑'하면 소설이 가장 많이 생각나요. 20대 내내 소설이 아니면 죽을 것 같았고 소설을 사랑했어요. 그때는 내내 불타올랐죠. 그래서 남자도 만날 수 없었어요. 소설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컸거든요. 연애하면 글 쓰는 데 집중을 할 수 없었고 돈과 시간을 빼앗기는데 어떻게 연애를 할 수가 있겠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너무 불타는 것보다 삶의 동반자처럼 글을 대하고 있어요. 열정이 식기도 하면서 꾸준함, 의지가 깊어졌죠. 사랑이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끈기와 의지를 갖추고 꾸준히 걸어나가는 길이 아닌가 싶네요.

 

소설을 읽어보면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세상 속에서도 끈질기게 따뜻함을 잃지 않는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따뜻함이 작가의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해요.


전석순 : 같은 맥락으로, 예전에 소설에 악역도 나쁜 사람도 독한 사람도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게 저는 정말 의아했거든요. 나는 이 사람을 정말 나쁘게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천천히 다시 생각해보니 나쁜 사람도 나쁘지 않게 그려지는 면이 없잖아 있더라고요. 소설을 쓰기 전에 저는 불만도 많고 재미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소설을 쓰고 나서부터 모든 일을 긍정하게 됐어요. 나쁜 일, 속상한 일이 생겨도 '아, 언젠간 이걸 소설로 써먹으면 나에게 이득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지간한 일들은 다 긍정하게 됐거든요. 사람마다 그런 것들이 있지 않나 싶은데 저에게는 그게 소설이에요. 그런 평소의 태도나 생각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네요.
 
「코 없는 남자」를 읽으면서 굉장히 다양한 감각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어요. 후각에 대한 것도 강렬하지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던 건 빈 가슴에 남자의 손을 가져가는 것이었어요. 그 촉감이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해주고 울림이 컸던 것 같은데, 작가님은 사람의 관계에서 어떤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김경희 : 빈 가슴에 남자의 손을 가져가는 신은 어떻게 보면 잔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 장면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강렬한 느낌이 왔어요.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감각 외에 동물적인 본능, 태어나기 전부터 가진 직감 같은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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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칭찬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전석순 : 소설을 쓰는 방식에는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어떻게 쓰는 게 가장 잘 쓰는 건지 고민을 오래 했어요. 그러다가 가정, 'if'를 붙이는 방식을 잘 쓰게 된 것 같아요. 첫 번째 장편 소설 『철수 사용 설명서』에서도 정말 엉뚱한 생각들을 많이 했죠. '사람에게 사용 설명서가 있으면 어떨까', '거짓말 자격증이 있으면 몇 급이나 딸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이요. 저는 소설에서 제가 생각하는 그에 대해 답변을 하는 거고, 읽으시는 분들은 제가 내놓은 답변을 넘어서 그 가정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하는 게 제 소설의 장점이 아닐까 해요. 요즘은 사람들이 '필요한' 생각만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는 굳이 안 해도 되는 생각들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엄마한테 혼날만한' 엉뚱한 생각들을 하게 하는 거죠.


김혜나 : 저는 눈에 보이는 것 이면에 어떤 것이 있을까, 그게 항상 궁금했고 그것을 소설로 쓰고 싶었어요. 호텔 프린스에 실린 「민달팽이」라는 소설을 쓸 때에도 화려하고 깨끗하고, 완벽해 보이는 호텔 속에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저 깊은 곳,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는 뭐가 있고 갈 수 없는 곳에는 누가 있을까가 궁금했거든요. 눈에 당장 들어오지 않는 이면을 상상하게 하는 게 제 소설의 장점인 것 같아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해서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이요.


김경희 : 자랑거리라기보단, 소설을 쓸 때 가능하면 캐릭터들을 어떻게 더 외롭고 쓸쓸하고 불쌍하게 그릴까, 라는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 누군가는 소설을 성공적이고 아름답고 러블리하게 그려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소설이 왜 행복하고 로맨틱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현실은 내 남편이 누군가와 바람이 나거나, 우리 아이가 나를 배신하거든요. 관계, 상황 속에서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소설을 써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읽기 싫어하는 지점에서 결국 위로를 얻어갈 수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해요. 소설이 어떤 사람의 삶을 확 바꿀 수는 없지만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가 될 수는 있으니까요.


이은선 : 제가 아는 소설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기도 한데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때 나를 살게 했던, 버티게 했던 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첫 소설집이 비탄에 빠진 게 많은데, 요즘은 소설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고 편하게 읽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소설을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내 소설에서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요?


김혜나 : 굳이 원칙이 있다면 진실을 말하는 것이요. 구조적인 거짓말은 많이 쓰지만 결국은 진짜 이야기, 진짜 삶을 말하고 싶은 거죠.


김경희 : 잘난 척하면서 어렵게 쓰지 말자, 해석이 안 되는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아요.


전석순 : 예전에는 이렇게 쓰지 말아야지, 싶은 게 있었는데 최근에는 정해놓은 것들을 해체하는 과정에 놓여있어요. 제거하고 깨부수면서 소설을 쓰고 있죠.


이은선 : 저에게 지켜야 하는 것은 마감이요.

 

소설가들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브로콜리 너마저’의 가수 윤덕원이 노래를 불렀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냐는 질문에 윤덕원은 평범한 시민답게 '책을 가까이 하고 싶지만 왠지 잘 안 되는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호텔 프린스의 소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엄마와 딸이 나오는 「우산도 빌려주나요」라고. 윤덕원의 따뜻한 목소리로 북 콘서트는 마무리됐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호텔 프린스』는 한국 문학의 발전을 응원하기 위해 출간 후 일 년 동안 책의 가격을 ‘파격적인’ 5,500원으로 책정했다고 하니, 지금 당장 예스24에서 『호텔 프린스』를 구입해 보자.


 

 

호텔 프린스안보윤,서진,전석순,김경희,김혜나,이은선,황현진,정지향 공저 | 은행나무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공간, 또 누구에게는 사색의 공간이자 일탈의 공간, ‘호텔’을 소재로 한 테마소설집 『호텔 프린스』가 출간되었다. 『호텔 프린스』 참여 작가 8인은 호텔에 마련된 별도의 집필 공간에 투숙하면서 호텔에 대한 개인적 경험이나 그곳으로부터 받은 단상을 모티프로 여덟 편의 이야기들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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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박서정(예스24 대학생 리포터)

호텔 프린스

<안보윤>,<서진>,<전석순>,<김경희>,<김혜나>,<이은선>,<황현진>,<정지향> 공저4,950원(10% + 5%)

저마다 다른 이유를 마음에 지닌 채 호텔을 찾은 사람들에 관한 여덟 가지 단편소설을 한데 묶은 테마소설집.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일환이자 은행나무 테마소설 시리즈 ‘바통’의 첫 작품으로써 호텔이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해석과 시선이 각 단편들에 녹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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