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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융 “소설 읽기는 멈춰 생각하는 일”

복붙 소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출간 기념 저자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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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사람도 많으니까 빨리 결정하고 행해야 하는데,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멈출 수 있고 생각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역사책이나 철학책을 읽는 것은 지식을 얻기 위해 읽는 것이잖아요. 소설은 그렇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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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 불을 붙였습니다. 쥐는 구석에 누워 낑낑 신음을 내며 뒹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누가 들어도 가짜 신음이라는 것이 너무 티가 났습니다.”

 

지난 9일, 홍대 미디어카페 후에서 강병융 저자 강연회가 열렸다. 강병융 작가는 신작 소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의 일부를 낭독하며 강연회를 시작했다. 4년 만의 소설 발표, 그리고 공식적인 한국 방문인 만큼 강연장은 그의 소설을 기대하던 팬들로 가득 찼다. 강연회 사회자로 신작소설의 대담자로도 참여하였던 소설가 주원규가 나섰다.


강병융 작가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교에서 아시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슬로베니아에 거주하며 에세이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 『아내를 닮은 도시』 등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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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진지해요

 

주원규 : 4년 만에 소설을 발간하신 느낌이 어떠세요?

 

강병융 : 흔한 말이겠지만, 정말 행복해요. 그동안 류블라냐에서 에세이를 발간하면서 좋은 아빠, 좋은 남편, 다정한 선생님, 그런 이미지로 살아왔어요. 그런데 이번 소설로 ‘온전한 나’를 보여준 것 같아요.

 

주원규 : 소설의 표지와 제목이 독보적인데요. 소설의 주제가 왜 이명박 전 대통령인가요?

 

강병융 : 제가 모스크바로 유학을 가있을 때였어요. 하루는 아내가 데모를 하러 나간다며 전화가 왔어요. 화가 나더라고요. 그 당시 아이가 유모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 나이였는데, 그 아이를 데리고 데모를 하러 나간다는 게 화가 났어요. 그래서 도대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무슨 일을 했을까, 찾아봤어요. 그런데 아내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래서 작고 귀여운, 그런 복수를 하게 되었어요.

 

강병융 작가의 신작 소설집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는 다양한 형식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소설 중에도 특히 눈에 띄는 『귀뚜라미 보일러가 온다』와 『우라까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주원규 : 이번 소설집에서 나타난 다양한 형식들이 눈에 띄는데요. 패러디인가요, 오마주인가요?

 

강병융 : 제가 학생들한테 했던 이야기가 있어요. 『무진기행』을 『유진기행』으로 써보겠다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진지해요. 너무 진지해서 답답하기도 해요. 권위를 버리고 조금 더 비틀고, 조롱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써보고 싶었어요.

 

백가흠 작가를 좋아해요. 소설을 공부를 할 때 한 교실에서 공부했던 친구인데, 저는 그 친구가 소설가로서 정말 좋은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백가흠 작가의 글을 패러디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소설이 백가흠 작가의 『귀뚜라미가 온다』를 패러디 한 『귀뚜라미 보일러가 온다』입니다.

 

『우라까이』는 제가 한 문장도 쓰지 않은 소설이에요. 그냥 복사한 내용을 붙여 만들었어요. 그래서 ‘복붙소설’입니다. 소설 밑에 달려있는 주석을 보시면 알겠지만, 신문기사에서 발췌를 했죠. 구글로 죽도록 검색해서 만든 소설이에요.

 

주원규 : 그럼 이 소설은 문장의 조사를 바꾼다든지, 작가님의 개입은 없는 작품인가요?

 

강병융 : 그렇죠. 그대로 복사를 했어요. 그런데 놀란 것은 제가 복사한 기사 중에 없어진 기사가 있어요. 정말로 기사가 지워지는구나, 직접 발견하게 되어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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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청문회

 

2부 순서인 독자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에 평소 강병융 작가의 글을 즐겨 읽던 싱어송라이터 조수경의 무대가 이어졌다. 조수경은 강병융 작가의 에세이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를 읽고 만든 곡을 불렀다. 독자 청문회는 강연회에 참석했던 팬들 뿐만 아니라 류블라냐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는 제자들과 류블라냐대학 교수도 함께 참여했다.

 

작가님에게 류블라냐는 어떤 곳인가요?

 

좋은 곳이죠.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만든 곳이기도 하고요. 사실 한국에 계속 있으면, 누가 제 작품을 기다리고, 기대할까요? 저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곳인 것 같아요. 류블라냐에 가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졌죠.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준 곳이고,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해요.

 

언제 글을 쓰시나요?

 

주로 새벽 2시 37분부터 4시 15분까지 글을 씁니다. (웃음) 저에게 글을 쓰는 일은 페이스북을 하는 일과 같아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죠. 물론 힘든 점도 있지만, 즐거워서 글을 써요.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소설이 인생에서 왜 중요할까요?

 

저는 다른 사람에게 ‘문학을 해라’, ‘글을 써라’라고 권유하지 못하겠어요. 사실 세상에는 문학보다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책을 멀리하고 살아가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문학적으로 생각해라’라는 말을 많이 해요.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사람도 많으니까 빨리 결정하고 행해야 하는데,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멈출 수 있고 생각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역사책이나 철학책을 읽는 것은 지식을 얻기 위해 읽는 것이잖아요. 소설은 그렇지 않아요. 소설로 잘난 척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 자신에 대해, 타인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죠.

 

외국에서 거주하시면서 한국어로 작품을 쓰는 것이 어렵지 않으신가요?

 

여러 언어를 구사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것이 굉장히 혼란스럽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 원고를 교정해주시는 편집자 분들이 고생하시기도 하고요. 슬로베니아까지 책을 보내주시는 출판사와 작가님들께 정말 감사하며 한국 도서를 읽고 있어요. 여러분들도 이 땅에서 한국어를 자유롭게 쓰고, 즐기고, 읽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해야 합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강병융 저 | 한겨레출판
난다의 걷기 시리즈 4권 『아내를 닮은 도시』(난다. 2015)에서 열심히 류블랴나를 걸었던 작가 강병융이 신작 소설집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를 들고 돌아왔다. 이 소설집은 허구도, 거짓말도 아니다. 누구보다 진짜고,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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