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몰라봐서 미안해, 사랑하는 나의 벗 문방구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 편집 후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 책을 읽다 보면 내 책상 위, 내 필통 속, 내 서랍 속에 들어 있는 문방구 친구들이 얼마나 가까이 오랜 벗이 되어줬는지 고맙고 또 고맙게 다가온다. 말해 주고 싶다.

1.jpg

 

문방구 얘기를 하자면 밤을 새워도 끝나지 않을 정도로 수다떨 수 있다. 그만큼 문방구 세계는 무궁무진하다는 얘기. 내가 처음 사용한 문방구는 무엇이었을까? 돌잡이 때 연필을 잡았다는데 그건 기억이 없으니 넘어가자. 그렇다면 기억하는 첫 순간은? 일곱 살부터 쓴 첫 일기장이다. 나의 경우는 이때부터다. 문방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느낀 건. 일기장을 사러 갔던 그날의 기억도 생생하다. 70년대 서울 명동에 있던 코스모스 백화점이다.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에 양장제본을 했고 가름끈도 달려 있다. 첫 장과 마지막 장 그러니까 간지에는 아마도 모나미153 볼펜으로 썼을 부모님의 한마디도 적혀 있다. 마지막 열 장 정도에는 일기만 쓰는 게 지겨웠는지 창작 동화도 만들었다. 어쩌면 나의 상상력의 퓨즈에 불을 붙인 순간이었나 보다. 문방구란 사람에게 그런 존재다. 오십 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가장 소중한 보물로 간직되는 그런 존재 말이다.

 

아무리 소소한 물건이라도 깊이 사귀면 떨어질 수 없는 가장 소중한 벗이 된다고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작가 구시다 마고이치 선생은 말한다. 작가 구시다 선생으로 말하자면 『장서의 괴로움』에서 책 때문에 방바닥이 무너졌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장서의 괴로움』에는 50여 명의 작가가 등장한다. 저마다 쌓여만 가는 책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는데, 그 이야기의 주인공 한 명 한 명을 찾아보기로 했다.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는 그렇게 해서 찾은 책이다. 생각해 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 치고 문방구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뭔가를 끼적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끼적거리다 보면 내가 쓰기 편한 혹은 좋아하는 필기구나 종이를 찾기 마련이다. 더 부지런한 사람은 적어둔 노트를 서랍에 차곡차곡 보관하기도 하고 더 더(이런 말이 어딨어 하지 마시라...전 입말도 가벼운 글 정도 쓰는 데 거리낌이 없어요...) 부지런한 사람은 스스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제본도 하는 시대다.

 

자, 다시 돌아가 이 책의 편집 과정에 대해 얘기해 볼까? 처음 청탁 받을 때 편집 에피소드를 써 달라 하셨으니까.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의 원제는 『문방구 56화文房具56話』다. 수년 동안 잡지에 문방구 하나를 소재로 연재한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으니 ‘문방구 56화’가 가장 적절한 제목일 수도 있겠으나 너무 심심하다. 게다가 원서에 들어간 이미지는 중세의 문방구에 관한 서양 판화인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 또한 재미없다. 그래서 제목도 바꾸고 처음 들어가는 장에는 이 글이 쓰인 당시의 문방구를 넣기로 했다. 문제는 아시다시피 일본 출판사가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도 곁다리로 빠지는 얘기지만 그런 고민이 된다. 번역서를 출판할 때 편집권은 어디까지일까?) 그래서 인쇄 직전에 허락을 받느라 한 달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어쩌면 다행이었을까. 시간에 맞춰 인쇄가 되었다면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가 송인서적 창고에 쌓일 뻔 했다.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철렁. 아… 주저리주저리 떠들다 보니 한 줄밖에 남지 않았네.

 

이 책을 읽다 보면 내 책상 위, 내 필통 속, 내 서랍 속에 들어 있는 문방구 친구들이 얼마나 가까이 오랜 벗이 되어줬는지 고맙고 또 고맙게 다가온다. 말해 주고 싶다. 그대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음을. 아니 덜 외로웠음을.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정화(정은문고 대표)

주제파악하고 나답게 사는중

오늘의 책

유홍준만의 글쓰기로 만나는 진짜 추사

유홍준 교수가 30여 년 추사 공부의 결실을 책으로 엮었다. 서예 뿐 아니라 고증학, 시문 등 수 가지 분야에서 모두 뛰어났던 불세출의 천재 추사 김정희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이 책은 조선을 넘어 동아시아 전체에 이름을 떨친 위대한 한 예술가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막말 사회에서 더 빛나는 정중함의 힘

막말, 갑질 등 무례함이 판치는 시대. 성공하고 싶다면 매너부터 챙겨라! 저자는 무례한 사람은 바이러스처럼 사람과 조직을 파괴한다고 경고하며, 정중함의 실질적 효용성을 입증하는 동시에 정중한 사람 그리고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세련된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하루키 단편

무라카미 하루키와 카트 멘시크의 '소설X아트' 프로젝트 최신 단편. 스무 번째 생일을 맞은 한 소녀의 평범하면서도 은밀한 하루를 그린 소설로,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화제를 모았다. 생일의 의미는 물론 인생의 의미를 묻는, 짧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

책 먹는 여우가 쓴 두 번째 탐정 소설

『책 먹는 여우』의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과 ‘책 먹는 여우’가 공동 집필한 두 번째 탐정 소설이 탄생했다. 돼지 삼 남매 공장에 나타난 검은 유령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한 탐정 ‘잭키 마론’ 의 활약이 펼쳐진다. 유명 동화의 주인공들로 재구성한 탐정 판타지.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