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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봐서 미안해, 사랑하는 나의 벗 문방구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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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면 내 책상 위, 내 필통 속, 내 서랍 속에 들어 있는 문방구 친구들이 얼마나 가까이 오랜 벗이 되어줬는지 고맙고 또 고맙게 다가온다. 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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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구 얘기를 하자면 밤을 새워도 끝나지 않을 정도로 수다떨 수 있다. 그만큼 문방구 세계는 무궁무진하다는 얘기. 내가 처음 사용한 문방구는 무엇이었을까? 돌잡이 때 연필을 잡았다는데 그건 기억이 없으니 넘어가자. 그렇다면 기억하는 첫 순간은? 일곱 살부터 쓴 첫 일기장이다. 나의 경우는 이때부터다. 문방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느낀 건. 일기장을 사러 갔던 그날의 기억도 생생하다. 70년대 서울 명동에 있던 코스모스 백화점이다.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에 양장제본을 했고 가름끈도 달려 있다. 첫 장과 마지막 장 그러니까 간지에는 아마도 모나미153 볼펜으로 썼을 부모님의 한마디도 적혀 있다. 마지막 열 장 정도에는 일기만 쓰는 게 지겨웠는지 창작 동화도 만들었다. 어쩌면 나의 상상력의 퓨즈에 불을 붙인 순간이었나 보다. 문방구란 사람에게 그런 존재다. 오십 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가장 소중한 보물로 간직되는 그런 존재 말이다.

 

아무리 소소한 물건이라도 깊이 사귀면 떨어질 수 없는 가장 소중한 벗이 된다고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작가 구시다 마고이치 선생은 말한다. 작가 구시다 선생으로 말하자면 『장서의 괴로움』에서 책 때문에 방바닥이 무너졌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장서의 괴로움』에는 50여 명의 작가가 등장한다. 저마다 쌓여만 가는 책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는데, 그 이야기의 주인공 한 명 한 명을 찾아보기로 했다.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는 그렇게 해서 찾은 책이다. 생각해 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 치고 문방구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뭔가를 끼적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끼적거리다 보면 내가 쓰기 편한 혹은 좋아하는 필기구나 종이를 찾기 마련이다. 더 부지런한 사람은 적어둔 노트를 서랍에 차곡차곡 보관하기도 하고 더 더(이런 말이 어딨어 하지 마시라...전 입말도 가벼운 글 정도 쓰는 데 거리낌이 없어요...) 부지런한 사람은 스스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제본도 하는 시대다.

 

자, 다시 돌아가 이 책의 편집 과정에 대해 얘기해 볼까? 처음 청탁 받을 때 편집 에피소드를 써 달라 하셨으니까.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의 원제는 『문방구 56화文房具56話』다. 수년 동안 잡지에 문방구 하나를 소재로 연재한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으니 ‘문방구 56화’가 가장 적절한 제목일 수도 있겠으나 너무 심심하다. 게다가 원서에 들어간 이미지는 중세의 문방구에 관한 서양 판화인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 또한 재미없다. 그래서 제목도 바꾸고 처음 들어가는 장에는 이 글이 쓰인 당시의 문방구를 넣기로 했다. 문제는 아시다시피 일본 출판사가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도 곁다리로 빠지는 얘기지만 그런 고민이 된다. 번역서를 출판할 때 편집권은 어디까지일까?) 그래서 인쇄 직전에 허락을 받느라 한 달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어쩌면 다행이었을까. 시간에 맞춰 인쇄가 되었다면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가 송인서적 창고에 쌓일 뻔 했다.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철렁. 아… 주저리주저리 떠들다 보니 한 줄밖에 남지 않았네.

 

이 책을 읽다 보면 내 책상 위, 내 필통 속, 내 서랍 속에 들어 있는 문방구 친구들이 얼마나 가까이 오랜 벗이 되어줬는지 고맙고 또 고맙게 다가온다. 말해 주고 싶다. 그대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음을. 아니 덜 외로웠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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