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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왜 떨어져서 자면 안 될까요?

『각방 예찬』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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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둘을 위한 침대: 애정 어린 전쟁.’ 원제가 낫네, 라고 한다면 시무룩해질 수밖에 없겠다. ‘각방 예찬’도 조율을 거쳐 결정된 제목이니까. ‘각방’이란 말에 우려하는 내부 목소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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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방 예찬』을 마감한 날,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났다. 하나는 싱글이고 하나는 결혼한 지 5년쯤 됐다. 결혼한 이에게 혹시 각방을 쓰진 않는지 물었더니 역시 벌써 ‘실천’하고 있었다. 이유는 남편의 코골이. 그녀는 예민하다. 잠까지 못 자면 신경이 칼날이 된다. 책에 나오는 그녀(사라쥘리아)처럼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살인 충동’일 때도 있단다. 물론 남편은 살해당하기 전에 먼저 각방을 쓰자고 제안했다.

 

나는 싱글이어서 같이 자는 불편함을 잘 모른다. 가끔은 절감하는 날도 있다. 시골집에서 엄마와 함께 잘 때다. 엄마의 코골이가 매번 나를 격하게 흔들어 깨웠다. 그 작고 왜소한 몸에서 그렇게 큰 소리가 나올 수 있다니!

 

『각방 예찬』은 부부 침대에 관한 이야기다. 침대라, 음. 하지만 침대가 어디 섹스만 하는 곳이던가. 이 책의 미덕은 그간 쉬쉬하던 ‘부부 침대’를 화제로 올려놓고 이 얘기 저 얘기 나눌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침대에서 방귀 좀 그만 뀌었으면 좋겠어….”란 소심한 목소리부터 “당신하고 나하곤 잠자는 시각도 깊이도 달라. 그러니 우리 좀 더 편하게 떨어져 자 보는 건 어때?”라는 과감한 목소리까지 다양한 커플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150여 커플을 조사해 쓴 책이다 보니 절로 웃음이 나는 사례들도 있다. 콜롱빈 씨 얘기도 그 중 하나. “남자는 남자잖아요. 아무렇게나 트림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그 사람은 예의를 갖추느라 자제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런 거에 엄청 신경 쓰는 거예요. 뭐 다섯 달 후에 그이가 어땠는지는 굳이 말씀 안 드려도 되겠죠….”

 

원제는 ‘둘을 위한 침대: 애정 어린 전쟁.’ 원제가 낫네, 라고 한다면 시무룩해질 수밖에 없겠다. ‘각방 예찬’도 조율을 거쳐 결정된 제목이니까. ‘각방’이란 말에 우려하는 내부 목소리가 있었다. 위기감과 거부감을 느낄 사람도 있으리란 의견이었다. 일리 있는 말이어서 독자로 유력한 분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남녀로 가를 문제는 아니지만, 대체로 여성은 ‘각방’이란 말에 반색을 표한 반면, 남성들 중엔 흠칫하는 이가 꽤 있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잠시 궁금했다. 어느 정도 짐작은 되지만 말이다.

 

지인처럼, 잠을 방해하는 배우자가 먼저 각방 쓰기를 제안하는 경운 사실 드문 것 같다. 코를 고는 당사자는 자는 데 불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부라면 당연히 함께 자야 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품는 이가 아직까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믿음이 얼마나 확고한지, 개인주의 뿌리가 깊은 유럽, 그 중에서도 자유롭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프랑스에서도 많은 부부가 “이런 생각을 배우자에게 말하거나 배우자와 의논해 보지 못한 채 비좁고 유일한 부부 침대에서 잠을 설친다”고 하지 않는가.

 

잠을 설치고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함께 자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부부라면 모든 것에 대한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는 ‘환상’ 때문은 아닐까. 이로 인해 부부는 부부라는 ‘공동’이면서 각자로 나뉠 수 있는 ‘개인’이란 사실을 잊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구와 함께 산 경험은 없지만 나는 “더 잘 사랑하려면 떨어져 자야 한다. 같이 자는 한 침대는 사랑을 죽일 수도 있다”는 저자 말에 더 마음이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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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여미숙(행성B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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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방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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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이래 부부들이 망설여 온 말 “우리, 따로 잘까?” 150여 커플이 털어놓은 부부 침대 이야기 타인의 집에 갔을 때 들여다보면 안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침실이다. 설령 부모라도 결혼한 자녀 집의 침실에 들어가는 건 결례다. 침실은 무척 내밀한 공간이다. 그 안에 침대가 있어 더욱 그렇다. 침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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