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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산, 김형섭 “일상에서 철학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팟캐스트에서 도서로, 『철학 듣는 밤』 출간 기념 저자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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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부정하는 것보다,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 훨씬 예쁘죠. 자기가 자기를 긍정하는 방법은 내 안에 있는 것이에요. 그것을 본능으로 깨칠 수 있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도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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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두 남자의 철학 수다>를 진행하고 있는 김준산, 김형섭이 방송을 원작으로 한 『철학 듣는 밤』을 출간했다. 지난 1월 14일, 강남에 위치한 ‘더 스페이스 몰입’에서 두 남자와 청취자ㆍ독자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편집자 이희영은 강연회를 시작하면서 <두 남자의 철학 수다> 청취자로서 철학이 일상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준산 : 니체를 알고, 프로이트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밥을 먹듯이 사유하는 행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행위를 일상생활에 녹이는 것이에요. 옷을 입거나 운동화를 신거나 핸드폰을 살 때도 철학이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형섭 : 저희는 같은 교대에 다녔는데 저는 음악 동아리 활동을 했고, 메뚝(김준산) 씨는 도서관에서 살았어요. 메뚝 씨는 학교가 원주로 발령이 났고 이듬해 저도 원주에 발령이 났어요. 그때부터 매일 저를 찾아와 맛있는 것을 사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같이 대학원을 다니고 있더라고요. (웃음) 본능적으로 끌려가 지금까지 철학을 함께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두 저자는 자신들을 소개하며 초등학교 선생님이 본업임을 밝혔다. 교대에서 처음 만난 이야기, 방과후 학교 방송실에 남아 녹음을 시작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한파로 꽁꽁 얼어있던 장소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날은 ‘철학, 왜 본능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먼저 김형섭은 ‘철학’과 ‘본능’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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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왜 본능인가?

 

김형섭 : 오늘 강연 주제 중 중요한 키워드는 철학과 본능이에요. ‘왜’는 철학과 본능을 연결해주는 고리입니다. 먼저 ‘본능’은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가지고 있는 것, 바로 BASIC이에요. 또 타고난 것뿐만 아니라 삶의 경험이 쌓이고 쌓여 직관적으로 나타나는 생각이나 행동도 본능이 아닐까 생각해요. 본능을 생명과 죽음으로 나누어 생각해 본다면, 죽음의 본능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것이에요. 아기가 엄마의 젖을 물지 않으면 죽는 것을 아는 듯이 타고난 것이죠. 생명의 본능은 내가 만드는 것 같아요. 내 몸 안에 만들어졌을 때 후손에게도 전달해줄 수 있는 것이에요.

 

김형섭 저자는 철학을 실용적인 관점과 존재론적 관점으로 분류했다. 실용적인 관점으로는 정치철학이나 교육철학을 만들고, 존재론적 관점으로는 ‘나는 왜 살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김형섭 : ‘철학’과 ‘본능’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나요? 저는 메뚝 씨가 이 주제를 주었을 때, ‘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철학은 깊이 있게 사고하는 정교한 작업이고, 본능은 노력하지 않아도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 시대의 마지막 무기, 철학

 

김준산 : 우리 세대가 아주 아파요.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는 희망이 없습니다. 이 체제는 희망을 줄 수가 없어요. 우리는 암묵적인 노예니까요. 이 시대에서 저는 ‘철학’이 마지막 무기라고 생각했고, ‘철학, 왜 본능인가?’라는 주제를 정하게 되었어요. 20대에게는 생존이 목적이기 때문에 ‘본능’이 꼭 필요해요. 생존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는 본능이거든요. 본능이 살아있으면 죽지 않는다는 문제를 철학이 아니면 어떤 것이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답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예술, 인문학은 모두 소비되고 있어요.

 

김준산 저자는 자기를 긍정하고 주체가 되는 법을 말했다.

 

김준산 : 말하는 주체와 말해지는 주체는 다르다. 우리는 주체이긴 할까요? 우리는 말하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늘 ‘시인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해요. 신춘문예를 7번 떨어졌지만요. (웃음) 자신을 부정하는 것보다,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 훨씬 예쁘죠. 자기가 자기를 긍정하는 방법은 내 안에 있는 것이에요. 그것을 본능으로 깨칠 수 있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도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린 살아 있잖아요. 본능 때문에 살아있는 것이에요. 철학은 어렵지만, 삶의 치열함이 그곳에 있으니 일상에서 철학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형섭 : 저는 본능이라는 것이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이후에 시작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세상이 시작되면서 사람이 노동을 했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선택을 했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죽게 되잖아요. 우리에게 남은 것은 본능이고, 이것은 철학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강연이 끝난 뒤 독자들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평소 <두 남자의 철학 수다>를 즐겨 듣는 청취자, 독자들의 질문과 두 남자의 대답이 오고 갔다.

 

인간에게 철학은 본능이지만 모두가 철학자의 기능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김형섭 : 우리가 모두 전문적인 철학자는 아닙니다. 철학자들에 대해 공부하다가 보면 그들의 공통점을 알 수 있는데요. 바로 ‘세상과의 불일치’였어요. 거기서 오는 박탈감, 고통을 가지고 사고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우리들의 모습도 이 세상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왜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구나. 저는 이것이 모두가 철학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구조 없이 주체가 주체로 있을 수 있을까요?


김형섭 :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구조에 던져진 존재라고 생각해요. 구조 이후에 주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존재하는지, 내가 속한 사회는 어떤 곳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주체로서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준산 : 마르크스는 『철학의 빈곤』이라는 책을 냈어요. 구조를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것 자체로 철학은 빈곤하고, 인간은 구조에 개입할 수 없으며 새로운 주인을 원할 뿐이라는 내용이었죠. 마르크스는 구조를 파악하고 다른 사회를 기획하는 논리적인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자본론』이에요.


주체는 실체가 아니에요. 주체는 잡을 수가 없는 것이에요. ‘긍정적 허무주의’, 구조는 허무하게 보되, 자신은 따뜻하게 보라. 이런 뜻이에요.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사람은 주체이고, 부정하는 사람은 노예입니다. 내 삶을 긍정할 수 있을 때,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행복할 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존엄사(안락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준산 : 사람은 아프게 죽어야 합니다. 사람은 아파야지 삶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파야 하는 것을 부정한다면 안락사는 삶을 부정하는 것이에요. 자녀들은 부모가 아프면서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죽음의 순고함을 배울 수 있습니다. 죽는다는 두려움이 있어야지 오늘을 잘 살아낼 수 있는 것이에요.

 

만들고 싶은 공동체가 있으신가요?


김준산 : 지금 함께 공부하는 제자들과 같이 살며 공부하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이 함께 공부하면 좋겠지만, 직접성이 떨어지면 소통은 힘들어져요. 집 구조를 생각해보면 ‘벽’이라는 것이 가정의 소통을 단절하는 것이거든요. 고등학교 시절과 군대에 있던 시절 마음에 상처를 받았어요. 삶에서 받는 상처로 인해 철학을 공부하게 했어요. 그 과정들이 제가 사람들에게 철학을 번역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철학 듣는 밤김준산,김형섭 공저 | 프리렉
이 책은 거창하게 철학을 토론하는 장이 아닌 소소한 수다의 장소예요. 수다. 쾌활한 수다가 다른 삶의 안내자가 될 수 있죠. 차분하게 가라앉는 깊은 밤에 우리 이야기를 벗 삼아 삶을 다시 설계하는 연필을 들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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