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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다시 돌아봤으면 하는 인디 앨범

이즘 특집 ‘2016 올해의 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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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순위에는 없지만 2016년에도 수많은 인디 음악들이 탄생했다. 음악도 시간을 타다보니 발매 시기가 지나면 3주도 지나지 않아 잊혀져 버리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결산은 노래를 한 번 더 세상에 끄집어 낼 수 있는 도구다.

2015년 급부상했던 밴드가 '혁오'였다면 2016년의 스타는 '볼빨간 사춘기'였다. 이들은 귀여운 보컬과 말랑말랑한 기타팝으로 아이돌과 드라마 OST를 누르고 음원차트를 호령했다. 이들 뿐 아니라 '십센치'를 비롯한 '어반자카파', '스탠딩 에그' 같은 소위 '인디팝'으로 명명되고 있는 그룹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이런 팀들의 상업적 성공은 '과연 이들을 인디라고 할 수 있는가?'하는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시키고 있다. 사실 '인디'와 '팝'은 얼마나 이질적인 단어인가.

 

사전적으로만 보자면 인디 음악은 '음반의 제작, 유통, 홍보를 타인의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자본과 힘으로 제작, 유통, 홍보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말한다. 하지만 2016년의 인디란 자신의 손으로 곡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에게 붙이는 정체성이고, 록에 기반한 장르적 특성이기도 하다. 종종 메인스트림과 대비되는 언더그라운드를 일컫기도 한다. 과연 인디의 경계선은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경계선은 필요한가. 결국 모든 쟁점은 '인디란 무엇인가?'로 귀결된다.

 

물론 우리 인디의 역사가 길지 않다 보니 그 답을 찾기는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포크팝의 인기가 인디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인디팝'의 성공은 '인디'에 대한 개념을 변화시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대중에게 인디란 달달하고 귀여운 어쿠스틱 음악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인디와 관련된 페이스북 페이지나 음원사이트를 들여다 보면 컨텐츠 자체가 이런 인디팝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홍대 거리의 버스킹이 발라드나 댄스 배틀로 대체되는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어느 순간부터 이 거리는 메이저로 나가기 위한 거대한 오디션이 돼버렸다. 인디음악은 밴드의 수 만큼 다채로운 정체성을 가진 게 미학이었다. 하지만 이는 머지않아 자본에 의해 비슷한 색으로만 채워지게 될지도 모른다.

 

차트 순위에는 없지만 2016년에도 수많은 인디 음악들이 탄생했다. 음악도 시간을 타다보니 발매 시기가 지나면 3주도 지나지 않아 잊혀 버리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결산은 노래를 한 번 더 세상에 끄집어낼 수 있는 도구다. 꼭 다시 돌아봤으면 하는 음반 10개를 추리고 모았다. 더 많은 앨범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이즘이 선정한 '올해의 가요'와는 겹치지 않도록 조정했다. 앨범을 모두 펼쳐 놓고 보니 사소하면 사소할 수 있는 교집합들이 발견된다. 읽는 재미가 하나라도 더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들을 엮고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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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랑이 세상을 구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존재일지라도 24시간 사랑 타령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악마와 신을 노래하고 독재자에게 당당하게 죽음을 외친다. 독특한 세계관과 작가의 철학을 빼곡히 담은 음악들.

 

김태춘 < 악마의 씨앗 >


“우울하고 험한 시대를 어떻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포장할 수 있겠는가.” 독한 가사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김태춘이 한 말이다. 그는 악마가 우리에게 건네준 씨앗을 '자본주의'라고 칭한다. 방송국은 폭파해야 할 대상이고, 좀비처럼 끝없는 욕망을 가진 서울 사람들은 불쌍한 인간들이다. 시신을 맨 상여가에 맞춰 '독재자에게 죽음을' 노래하고 펑크 껍데기만 걸쳐 입은 뮤지션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김태춘은 이미 폭언에 가까운 신랄한 가사로 유명하다. 이 정도면 우리의 민낯이 아니라 피부 안까지 헤집어 놓는다. 2집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가사에 조금 더 싱크로율이 높은 사운드 메이킹을 했다는 것이다. 직설적인 메시지가 더욱 극적으로 들려온다.

 

이랑 < 신의 놀이 >


이랑은 한가지만으로도 벅찬 ? 뮤지션과 영화 감독,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 재주가 많은 아티스트이다. 짜여 있지 않은 듯 무심하고 시크한 연출이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이다. 패션으로 말하자면 '내츄럴한 놈코어 스타일'의 노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1년 만에 나온 2집은 음원과 책이 초판 매진될 정도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녀의 가사는 혼잣말과 비슷하다.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의 시선과 생각을 그대로 담았다. 1인칭의 독백을 듣고 있으면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도 든다. 특히 이번 앨범은 일상적이고 소소한 트랜드에 반기를 들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랑은 '우리의 삶은 무겁고 죽음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가벼운 시대에 가장 무거운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게다가 유리로 둘러싸인 스튜디오가 아니라 자신의 방식대로 평소에 좋아하던 커피점에서 녹음을 했다. 녹음의 결이 다른 것은 선결의 '김경모'가 프로듀싱을 한 공이 크다. 사운드의 진보도 눈부시다.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자신의 가장 큰 적은 자신이었다. 자신의 틀을 부수고 세상에 나온 뮤지션들. 두 작품 모두 자신의 이름으로 발매되는 정규 1집이다.

 

구텐버즈 < Things what may happen on your planet >


고통을 많이 겪은 사람은 다른 이의 고통을 품어줄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보컬 '모호'의 목소리에는 정말로 이런 능력이 있다. 이것은 온화하거나 다정함과는 다르다. 까칠하고 예민하지만 그래서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은 동질감.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정규 데뷔반은 전작과 전혀 다르다. 보컬보다 리버브를 잔뜩 건 기타 사운드가 더 많이 등장한다. 노랫말도 형이상학적인 곳, 저 먼 우주로 향해있다.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았지만 그 얼얼함이 짜릿하다.

 

이민휘 < 빌린 입 >


비릿한 정육점의 풍경. 고기를 해체하고 있는 남자. 강렬한 앨범 이미지에 '빌린 입'이라는 시적인 제목이 겹친다. 그는 항상 의문을 꺼내 들게 만들었다. “벌레”를 괴성처럼 외치던 무키무키만만수 시절부터 언제나 의문이 존재했다. 어쩌면 이 물음표는 쇼크를 주어서 무엇인가를 강렬하게 느끼게 하는 강력요법일지도 모르겠다. 전작에서 사운드를 하나의 반죽처럼 치대고 두드려 이리저리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던 그가 음악의 형태 안에서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여러 목소리를 빌려 더블링하고 신스, 알토 플롯, 트럼펫, 실로폰, 현악 3중주 같은 악기들을 사이키델릭하게 중첩했다. 가사는 초현실적인 미래파 시처럼 해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최소한의 질서 속에서 비전형적인 아름다움으로 활짝 피어난다.


연주자들의 고군분투가 차곡차곡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물론 지금도 척박하기 그지없지만 장르의 충돌과 접점으로 점점 벽이 허물어진다. 악기들은 입이 없지만 새로운 소리를 만들고 있다.

 

블랙 스트링(Black String) < Mask Dance >


올해만 해도 잠비나이, 타니모션 같은 한국 전통음악에 기반을 둔 음악들이 꽤 발매되었다. 블랙 스트링은 그중에서도 가장 생소한 이름이지만 메이저 레이블 ACT에서 정규 다섯 장을 계약한 인정 받은 팀이다. < Mask Dance >는 처용 가면을 쓰고 잡귀를 쫓는다는 처용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국악의 현대적인 해석은 제목뿐 아니라 연주에서도 발견된다. 한국 전통음악에 재즈를 접목한 4인조 그룹은 서양에는 없는 악기, 국악에는 없는 기법으로 혼돈과 불협화음을 만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다른 성질의 악기들의 극렬한 대립과 활극이 펼쳐진다.

 

강이채 < Radical Paradise >


클래식한 악기인 바이올린을 가장 힙한 사운드로 만들어내는 연주자 아니 싱어송라이터. 강이채는 자신만의 뚜렷한 색체를 가진 뮤지션이다. 클래식을 공부를 하다가 집시 재즈 음악에 심취해 미국에서 유학을 했다는 그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체화한다. 바이올린과 신디사이저의 운용, 사운드의 편곡은 뉴욕 브루클린의 클럽에서 목격할 수 있는 최신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바이올린의 줄을 튕기고 뭉개뜨리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주법뿐만 아니라 작곡가, 싱어로서도 자신만이 낼 수 있는 견고한 소리에 도전한다.


어쩌면 앰비언트는 '수련'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풍진 세상을 초월한 듯한 명상 사운드와 범상치 않은 기운. 올해 조동진, 방백 등 음악 경력이 쌓인 뮤지션들은 점차 차원이 다른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못지않게 두 뮤지션에게도 특별한 기운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어딘가로 흘러들어가 무언가를 어루만진다.

 

태히언 < ☆히言 >


레게 뮤지션 태히언이 10년 동안의 작업을 모아 앨범, 그리고 카세트테이프를 발매했다. 그러니까 이것은 그의 1집이 되어야 할 앨범이다. 그의 초기 음악들을 주로 담아 영어로 쓰인 유학 시절의 곡도 있고, 레게 이전의 포크 음악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프랑스부터 제주도까지 옮겨 가며 살아온 그의 흔적과 고비도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소박한 가사와 간간히 들리는 이름도 어려운 악기 - 디져리두, 무창구, 카림바, 반디르 -가 귀를 살며시 두드린다. 전자음이나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소리.

 

사비나 앤 드론즈 < 우리의 시간은 여기에 흐른다 (Our Time Lies Within) >


사비나 앤 드론즈의 첫 앨범은 감정을 그대로 토해낸 그래서 원초적이고 신비로운 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이는 어딘가 어둡고 고독이 자욱했던 것도 사실이다. 2집에서는 싱어송라이터가 아니라 여러 동료와 함께 밴드가 되어 돌아왔다. 주술 같은 노랫말은 어느새 아름다운 노랫말이 되었다. 연기 같은 사운드는 여전하지만 이는 어지럽거나 습습한 잔향이 아니라 포근하고 상쾌한 안개처럼 존재한다. 외향은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감정의 습도나 온도가 전혀 다르다.


음악을 듣고 단번에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이 있다. 첫인상이 너무 뚜렷해서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 목소리들. 적은 곡수라서 아쉬움이 큰 강렬한 보컬들이다.

 

스테레오타입 < COME BACK JAMES >


누군가는 영국 타입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북유럽 타입이라고 했다. 결론적으로는 한국에는 없는 사운드라는 것이 명백하다. 김영의 목소리는 얼음 입자들이 박혀있지만 그만큼 투명하게 반짝인다. 영어로 된 가사는 신비로움과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와 정교한 플레이, 박진감 넘치는 비트가 마음을 훔쳐 멀리 달아난다.

 

O.O.O < HOME >


가성현의 목소리는 연약하고도 허무하다. 기침을 하듯 툭툭 내뱉는 가사는 마르고 창백한 어느 시인을 떠올리게 한다. 6곡의 EP지만 깨질 듯이 불안하고 모호하기만 청춘이 그대로 스며있다. 'O.O.O'라 쓰고 '오오오'라 읽는다. 팀명이'Out Of Office'의 약자라지만, 보컬에 슬며시 '오오오'하고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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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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