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2016년 결산, BEST 팝 음악

팝 음악을 수식할 열 장의 앨범과 싱글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어김없이 많은 뮤지션들이 좋은 음반을 통해 우리의 귀를 풍성하게 했다.

 

image1.jpeg

 

'Albums still matter' 올해 작고한 프린스가 한 시상식에서 했던 말이다. 그렇다. 주로 싱글 단위로 소모되고 있는 현 음악시장의 흐름에도 음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뮤지션들이 좋은 음반을 통해 우리의 귀를 풍성하게 했다. 그중에서도 2016년의 팝 음악을 수식할 열 장의 음반들을 소개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image2.jpeg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Blackstar>

 

반세기에 가까운 음악 여정 내내 그는 낡지 않았다. 잠시 휴식을 취할지언정, 진부한 모습으로 대중을 만난 적은 없다. 통산 스물다섯 번째였던 <Blackstar> 역시 그랬다. 록의 골격에 일렉트로니카와 재즈의 색채를 입혀 전위적 소리 탑을 쌓은 동시에, 수려한 멜로디 전개로 대중과의 접점을 이뤘다. 음반은 아방가르드 재즈와 아트 록의 매력적 공존이었고, '전설' 데이비드 보위는 명백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여기 위를 올려다봐요. 나는 천국에 있어요.” - 「Lazarus」

 

삶의 끝으로 향하는 터널 안에서도 거장의 창작력은 밝게 빛났다. 앨범은 오랜 세월이 빚어낸 관록의 산물이면서, 하나의 숭엄한 작별 인사였다. 끊임없이 가면을 바꿔가며 다양한 목소리를 구사했던 아티스트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음악을 통해 징명한 울림을 선사했다. 지극히 그 다운 피날레였기에 '블랙스타'의 폭발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1969년 톰 소령(「Space oddity」)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2016년 나사로(「Lazarus」)가 되어 끝났다. (정민재)
 

image3.jpeg

 
찬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Coloring Book>

 

멀티태스킹의 장기가 빛난다. 찬스 더 래퍼는 전에 해 왔던 대로 여기에서도 랩을 하듯 싱잉을 선보이며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랩을 한다. 능숙하게, 한편으로는 능청스럽게 두 스타일을 소화하는 퍼포먼스는 노래들에 굴곡을 만든다. 둥그스름함과 뾰족함이 적당한 위치에 나타나는 잘빠진 모양새가 감상 저항을 줄인다.

 

여러 형식을 아우른 구성도 재미를 더해 준다. 힙합은 기본에 R&B, 가스펠, 재즈, 일렉트로니카, 아카펠라 등 많은 장르가 각각 따로 출현하거나 연합해 호화로움을 완성한다. 다양한 스타일을 떠안고 있음에도 어수선하지는 않다. 힙합과 가스펠을 큰 줄기로 삼은 기획에 의해 번잡함은 자동으로 정리된다.

 

가스펠을 들려주지만 고리타분하지 않다. 메시지가 포교보다는 자신의 소극적인 신앙 고백에 머물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느 래퍼와 다름없이 욕과 거친 표현을 간간이 씀으로써 힙합 키드들이 무의식적으로 환호하는 '거리의 멋'도 빼먹지 않는다. 영악한 반승반속(半僧半俗) 앨범이다. (한동윤)
 

image4.jpeg

 
메탈리카(Metallica)  <Hardwired... To Self-Destruct>

 

쉴 틈 없이 질주하는 광폭함과 패기는 조금도 녹슬지 않았는데, 여기에 33년차 메탈 거목(巨木)의 묵직한 노련미까지 더해지다니. 이 정도면 건재함을 증명하는 차원을 넘어 가히 '새로운 탄생'이다. 1983년 데뷔앨범 <Kill Em' All>부터 달려온 메탈 기관차가 다시 한 번 내뿜는 거대한 굉음! 연료가 바닥날 걱정은 당분간 집어치워도 되겠다.

 

밴드가 지나온 여정이 앨범 구석구석에 녹아 있다. 「Hardwired」와 「Spit out the bone」의 비타협적 폭주 일변도, 「Atlas, rise! 」와 「Moth into flame」의 '스래쉬 심포니'는 전 세계가 열광했던 그들 전성기의 사운드를 빼닮았다. 「Now that we're dead」의 절묘한 완급조절과 묵직함 속에 멜로디를 강조한 「Dream no more」, 메탈리카식 발라드의 계보를 잇는 「Halo on fire」는 대중성을 가미했던 1991년 <Metallica>의 대성공 이후 오랜 방황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은 소중한 노하우다. 이 초거대 프로젝트의 일등공신은 드러머 라스 울리히(Lars Ulrich)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밴드의 합(合). 묵직한 배킹 위에 제임스 헷필드(James Hetfield)의 중후한 보컬이 사자의 포효로 거듭난 순간, 메탈 음악의 쇠락에 상심한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단비가 내렸으리라. (조해람)
 

image5.jpeg

 
본 이베어(Bon Iver) - <22, A Million>

 

한 마디로 '패턴 디자이너'의 자세였다. 가까이는 2010년, 가장 멀리는 1950년대에까지 이르는 지나간 음악의 샘플링 파편을 가져와 정교하게 이어 붙였다. 조직적이고 정돈된 방식의 소리 콜라주, 그리고 모자이크. 덕분에, 변화무쌍한 음색이 줄곧 나열되더라도 귀가 어지럽지 않다. 오토튠과 보코더, 글리치 어법으로 자행된 온갖 왜곡 속에서 엄숙한 질서와 조형미를 쟁취하는 것이 바로 저스틴 버논, 이 '21세기 소년'의 당찬 매력이다. 소포모어 이상으로 아티스트의 진가가 드러난다는 세 번째 순간, 밴드는 과거를 동원해 오히려 동시대 서정성을 대변했다. 미래의 어떤 날보다도, 지금 들어야 한다. (홍은솔)
 

image6.jpeg

 
The 1975  <I Like It When You Sleep, For You Are So Beautiful Yet So Unaware Of It>

 

EDM에 권좌를 넘겨주고는 눈에 띄는 성과 없이 지지부진했던 록 신이었기에 1975의 등장이 더욱 반갑다. 올 상반기를 책임졌던 밴드의 소포모어는 전작의 감성은 유지한 채 좀 더 섬세한 사운드로 채워졌고, 트랙 사이에 존재하는 앰비언트 곡들은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부피의 음반에 유기성을 부여한다. 따듯한 멜로디와 조금은 기괴한 연출은 낯설고도 익숙하다. 마치 뚜렷한 기승전결 없이 그저 인물의 흔적을 롱 테이크로 담아내는 일본 영화처럼. 그렇게 잔잔하게 흘러 들어온다. (정연경)
 

image7.jpeg

 
비욘세(Beyonce)  <Lemonade>

 

샘 쿡이 '언젠가는 변화가 올 것'이라고 노래한 지 50년이 지난 지금, 흑인 사회의 변화에 대한 물음에 트레이본 마틴(Trayvon Martin)의 죽음이 답했다. 유독 검은색만 보면 흥분하는 일부 경관들의 무자비한 총성은 자유와 평등을 내세운 거대한 국가의 참담한 실상을 낱낱이 까발렸고, 피부색 가릴 것 없이 거리에 모인 사람들은 'Black lives matter'를 외쳤다. 이 외침에 문화계가 반응했다. 영화계는 '경찰 x까라'던 N.W.A를 부활시켰고, 흑인 노예를 끄집어냈으며, 마틴 루터 킹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뿐일까, 켄드릭 라마와 커먼, 존 레전드, 프린스 등의 뮤지션들이 그들만의 인권 운동을 펼쳤다.

 

<Lemonade>는 그중 당연, 가장 거대했던 외침이었다. 비욘세는 수많은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잭슨 파이브 코를 닮은 흑인 코가 마음에 든다.'며 당당히 흑인으로 태어난 자부심을 드러냈고, 직설적으로 '우릴 쏘지 말라'며 공권력에 으름장을 놓았다. 흑인 여성으로서의 삶을 비추는 노래들은 소외된 이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물론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역량과 음악적 완성도가 담보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저 잘 만든 팝 음반의 수준을 넘어, 역사가 기록할 파급력을 지닌 명반이다. (이택용)
 

image8.jpeg

 
라디오헤드 (Radiohead)  <A Moon Shaped Pool>

 

새로울 것은 없다. 톰 요크의 일렉트로니카와 조니 그린우드의 오케스트레이션, 파편화된 채로 횡행하는 노트, 앰비언트 식으로 공간과 공중을 집어삼키는 사운드 뭉치, 이들의 혼합으로 이뤄진 아트 록이 또 다시 앨범을 구성하니까. 그렇다. <A Moon Shaped Pool>은 평범하다. 그러나 이 평가는 어디까지나 이들의 과거가 기준이 됐을 때에만 유효하다. 판단의 시각을 라디오헤드의 그간 행보로부터 현재의 록 신으로 전환해보자. 사이키델리아와 펑크, 뉴웨이브, 디스코, 신스팝의 재가공물이 유행하고 포스트 록의 잔향이 미약하게 남아있는 요즘의 메이저 록 영역에서 이만큼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앨범이 과연 있었던가. 그리고 이만큼 군더더기 없이 사운드 디자이닝이 잘 이뤄진 앨범이 있었던가.

 

결국 라디오헤드를 평범하게 만든 것은 그 자신이다. 라디오헤드의 사운드를 더 이상 신비롭지 않게 들리게 만든 것은 그 자신의 과거고, 라디오헤드의 앨범을 재차 논해야하는 일을 무의미하게 보이게 만든 것은 그 자신의 대단한 창작력이다. 그렇기에 이 놀라운 밴드에 익숙해지다 못 해 그 세계관에 오랫동안 빠져 살았던 우리는 진정한 '타자'로서 이 수작을 더 주의 깊게 들여다 봐야한다. (이수호)
 

image9.jpeg

 
솔란지(Solange)  <A Seat At The Table>

 

21곡이 넘는 앨범이지만 한가지 톤 - 네오 소울과 일렉트로닉 사운드 - 에서 다채로운 색조들이 우아하게 펼쳐진다. 피비알앤비와 펑크(Funk) 등 다양한 장르를 뒤섞어 몽환적이며, 여음을 강조한 창의적인 소리가 탄생했다. 노래의 메시지도 깊다. 중독이나 흑인으로서 나아가야할 방향,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소울의 장인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이 프로듀서를 맡아 실험적이지만 명상음악처럼 편안하고, 유연하고 부드럽지만 결코 가볍게 들뜨지 않는 독특한 감촉을 제시한다.

 

올해는 노울스 (Knowles) 자매에게 특별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같은 해에 앨범을 내고, 차트 정상을 차지했으며 여러 매체의 평가에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패션 스타일만큼 둘의 음악은 완전히 다르다. 비욘세가 파워풀하고 팝적인 지향이라면 솔란지는 감각적인 힙스터다. 3집을 통해 그녀는 '비욘세의 동생'이 아닌 아티스트로 자신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반야)
 

image10.jpeg

 
스터길 심슨(Sturgill Simpson)  <A Sailor's Guide To Earth>

 

노곤하고 '아재'스러운 컨트리 음악을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두 장의 인디 음반을 거쳐 메이저 신으로 본격 데뷔한 스터길 심슨(Sturgill Simpson)은 경이로운 구성의 콘셉트 앨범을 통해 그의 가치관을 고한다. <A Sailor's Guide To Earth>의 서사 자체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는, 전기(傳記) 형태의 잔소리(?)이지만 진짜는 모두가 알아보는 법. 애정 가득한 삶의 격언과 더불어 시대를 꿰뚫는 올곧은 정신은 대중의 가치체계 안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스트링, 신시사이저, 브라스 등의 혼합은 컨트리를 넘어서 소울, 펑크(Funk)의 영역까지 도달하며 입체적인 사운드의 향연을 이룬다. 미국 해군 근무 경험을 토대로 한 그의 '지구 상 지침'은 풍성한 음향을 통해 공감각적 역동성을 얻었다. 러닝타임 내내 폭풍우치는 바다 한가운데 갑판에서 노래하는 듯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군을 겨냥한 반전(反戰) 메시지. 굵직한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현민형)
 

image11.jpeg

 
트로이 시반 (Troye Sivan)  <Blue Neighbourhood>

 

팝계의 변방 호주 출신인 20대 초반의 꽃미남 가수가 반반한 외모로 소녀 팬들의 지갑을 노린 음반으로 예상했다. 초상화로 꾸려진 초라한 앨범 재킷 역시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Blue Neighbourhood>의 첫인상은 호감이 아니었다.

 

건방진 예측은 틀렸다. 전자 음원을 저류에 배치한 수록 곡들의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단점은 세련된 편곡과 과욕을 부리지 않은 트로이 시반의 보컬, 정제되고 신비로운 사운드 조율을 거쳐 앨범의 통일성으로 승화되었고 단순하게 보였던 음반 표지는 멋진 음악을 말없이 드러내는 훌륭한 조연으로서의 제 역할을 한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해질 수 있는지를 증명한 2016년의 팝 앨범. (소승근)

 

image12.jpeg


꼽아놓은 리스트를 보니 전자음악의 강세가 뚜렷이 드러난다. 해가 지날수록 더욱 거세지는 일렉트로니카의 파급력은 차트뿐 아니라 여러 장르의 곳곳에서도 스며들었다. 그러나 트렌드의 간섭을 피해간, 자주적이고 쿨한 음악을 선사한 아티스트도 있었기에 한층 더 풍성한 리스트가 탄생할 수 있었다. 비교하며 들어보면 더욱 재밌는 리스트가 되지 않을까.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image13.jpeg


시아(Sia)  'The greatest (feat. Kendrick Lamar)'

 

물론 올해 「Cheap thrills」로 빌보드 정상에 올랐으나, 시아의 2016년은 이 노래가 있어 더욱 찬란했다. '포기하지 마, 난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테야. 나는 위대한 사람이 될 자유가 있어, 난 살아있으니까.' 용기를 북돋우며 당당하고 자신 있는 자아의 발현을 독려하는 가사와 이를 담고 있는 매끈한 음악이 감동을 안겼다. 여기에 이제는 한 명의 아이콘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켄드릭 라마가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지난 6월 벌어진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뮤직비디오를 논외로 해도, 노래는 그 자체로 훌륭했다. 울분을 깨트리는 목소리와 노랫말로 상처를 어루만진 올해의 '힐링'이자 '사이다'. (정민재)


 image14.jpeg


플룸(Flume)  'Never be like you (feat. Kai)'

 

데뷔 앨범 <Flume>부터 자국 차트에서 선전, 영국 밴드 디스클로저(Disclosure)와의 협업 「You & Me (Flume Remix)」로 유명세를 탄 이 호주의 젊은 프로듀서는 올해에도 꾸준히 준수한 결과물을 선보였다. 소포모어 징크스는 내다 버린 듯, 두 번째 정규작 <Skin>에서 그는 EDM과 팝의 경계를 유연하게 누비며 줄타기를 해냈다. 그 중에서도 「Never Be Like You (feat. Kai)」는 팝의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또 성공적으로 끌어들인다. 차임벨을 연상시키는 선명한 도입부도 매력적이지만, 변칙적인 트랩, 퓨처 베이스 사운드가 이어지면서 곡의 진가가 발휘된다. 캐나다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카이(Kai)의 높은 보컬 톤이 어우러지며 중독성에 대중성까지 동시에 담보한다. 매끈하고 영민한 일렉트로닉-팝 조합물이다. (조진영)


 image15.jpeg


파케이 코츠(Parquet Courts)  'Dust'

 

오묘한 조합이 깔려있는 싱글이다. 4분에 몇 초 못 미치는 러닝 타임 동안 로 파이의 텍스쳐로 지저분함을 표시하기도 하고 노이즈와 자동차 경적소리로 너저분함을 표현하기도 하며 약간의 리버브 톤으로 어지러움을 표출해내기도 하나 'Dust'의 최종 목적지는 단순함에 닿아있다. 진행 시간만 길게 늘였을 뿐 전개 구조는 미니멀하기 그지없는 데다 개러지 록과 펑크 식 기타 리프, 모던 러버스(Modern Lovers)의 「Roadrunner」 식으로 운용되는 키보드 라인은 더 없이 단출하고, 텍스트는 결국 무(無)로 귀결된다. 펑크와 아트 펑크, 노이즈 록의 갖은 요소를 뉴욕의 파케이 코츠는 최소주의의 미학으로 엮어 독특한 결과물로 산출해냈다. 그래서 「Dust」는 복잡하다 못 해 난해하게 보이기도 하고 단조로움을 넘어서 짐짓 무성의해보이기도 한다. 그 상반되는 매력이 압권. (이수호)
 

image16.jpeg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CAN'T STOP THE FEELING!'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Happy」가 그랬듯, 뮤직비디오의 장면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연신 춤을 춘다. 여름의 시작에 불현듯 나타나 더위를 물리치며 지구촌 곳곳의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트롤(Trolls)>에 삽입된 노래는 높은 예매율을 견인하며 홍보 역할도 완수했다.

흥겨운 신시사이저와 하이햇으로 가볍게 시작해서 기타와 베이스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어깨가 들썩인다. 펑키한 기타, 베이스와 섹시한 보컬이 유독 귀에 꽂힌다. 특히 보컬과 악기들의 밸런스는 곡의 진행을 더욱 다이내믹하게 한다. 음악을 듣는 순간 리듬을 타고 주체하기 힘든 흥이 꿈틀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럴 때는 'So just dance dance dance'. (임동엽)


 image17.jpeg


갤런트(Gallant)  'Weight in gold'

 

1992년생의 섬세한 감수성 앞에 모두가 '무장해제'를 선언했다. 첫 정규 앨범 <Ology>의 타이틀곡이자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듬뿍 받은 그의 대표곡은 차가운 얼터너티브 알앤비 신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그렇다고 해서 호기로운 혁신을 주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통의 흐름과 트렌드를 함께 반영해 기존 장르에서 기대할법한 익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갤런트는 여기에 '여백의 미'를 더해 차별을 꾀했다. 유연한 리듬의 틈 사이로 내리찍는 전자음은 곡의 매력을 배가한다. 절정의 순간에는 소름끼치는 팔세토 창법을 내뿜으며 심연으로 사라진다. 음울하면서도 몽롱한 느낌의 사운드는 내면의 불안, 삶의 무게를 다룬 가사와 어우러진다. 바로 여기서 음악에 색을 우려내는 노련함이 엿보인다. 올해, 우리는 이 매혹적인 신예 아티스트의 접수를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정효범)
 

image18.jpeg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 'Dangerous woman'

 

바짝 올린 포니테일, 깜빡이는 큰 눈. 아직은 그 모습으로 더 익숙한 아리나아 그란데가 '위험한 여성'임을 선포한다. 성숙의 변화는 위켄드와 함께 한 「Love me harder」에서도 비춰졌다. 강해지고자 시도한 방향 전환.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명징한 보컬은 여전하고 록 기타가 견인하는 미묘한 긴장감도 좋다. 무엇보다 과하지 않은 속도가 R&B에 기초한 아리아나의 리듬감을, 유려한 음색에 온전히 집중하게 한다. 댄스 팝을 넘어 이런 끈적한 노래조차 잘 만드는 마이다스의 손 맥스 마틴과 함께 도약! 통통 튀던 하이틴 공주의 모습을 지워내고 팝 디바의 자리에 한층 다가가는 순간이다. (정유나)
 

image19.jpeg


엠83(M83)  'Do it, try it'

 

연일 트렌드의 꼬리표를 달고 쏟아져 나오는 EDM 홍수 속, M83은 시류를 따르지 않고 과거로의 회귀를 선택했다. 물론 밴드의 음악적 영감이 언제나 '노스탤지어'의 돛을 달긴 했지만 이번 곡은 다르다. 더 가볍고, 경쾌하다! 전작의 드림팝, 슈게이징, 일렉트로니카의 요소가 뒤섞인 묵직한 꿈의 사운드를 기대한 팬들은 아쉬웠을 수 있다. 그러나 실망은 금물. 스피커를 타고 넘실대는 사운드엔 지극히 M83다운 터치가 일격의 카운트펀치를 날린다.

 

4/4 정박으로 리듬을 주조하는 킥 드럼은 유행에서 멀어진 디스코의 향취를 가지지만 이는 매력적인 건반과 터져 나오는 신시사이저를 통해 멋스럽게 유화된다. 여기에 종잡을 수 없는 곡의 흐름과 빌드업 후 몰아치는 광란의 사운드는 음악적 경계를 허물며 M83식 발칙함을 내보인다. 거침없는 음악적 행보와 맞물린 음악성. 엇비슷한 전자음악의 풍년 속 이 곡이 단연 돋보이는 이유다. (박수진)


 image20.jpeg


제인(Zayn) - 'Pillowtalk'

 

올 한해 가장 섹시했던 곡. 덕분에 데뷔 싱글로 빌보드 차트 정점에 오른 첫 영국 아티스트로 남게 되었다. 자극과 본능의 수위를 줄타기하며 욕망을 표출하는 모습이 놀라웠던 가사와 그 분위기를 놓칠 수 없겠다. 그 와중 올 한해 케케묵은 소재가 되어버린 'Sex'라는 담론을 어느 정도 지적으로 풀어내 관능미를 동시에 손에 움켜쥐었다. 버블검을 불며 '한길'로 걷던 소년이 겪어야 할 일종의 성장통, 훌쩍 커버린 외양에 대중들은 열광했다.

 

일반적인 R&B 보다 전반적으로 템포가 다운된 팝 록에 가깝다. 하이라이트라는 방점이 찍히지 않고 평이하게 흘러가지만 그 안정감과 유려함이 선사하는 '귀르가즘'은 무시할 수 없는 정도다. 이 청년이 보여주는 리비도가 우왕좌왕 돌출하지 않고, 성적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음은 앞으로도 음악계의 축복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청소년은 되도록이면 듣지 않았으면. (이기찬)
 

image21.jpeg


퍼블릭 액세스 TV(Public Access TV)  'In love and alone'

 

팝으로, 뉴웨이브로, 아트 펑크로 나아가는 스트록스에게서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단순성과 복고성을 퍼블릭 엑세스 TV는 갖고 있다. 뉴욕 펑크의 또 다른 상속자인 퍼블릭 엑세스 TV는 폭풍처럼 왔다가 순식간에 사그라든 개러지 록 리바이벌의 명맥을 이어간다. 더 카스 풍의 파워 팝 사운드에 기초해 직선적인 기타 리프와 미니멀한 구성, 간편하면서도 캐치한 멜로디를 내세워 만든 복고식 개러지 록, 펑크가 실로 매력적이다. 「In love and alone」은 이러한 밴드의 스타일이 매우 잘 드러나는 좋은 싱글. 낯선 음악은 분명 아니나 밴드가 표출하는 날 것의 이미지가 신선함을 다시금 충분하게 불러일으킨다. 그런 점에 있어 「In love and alone」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이수호)
 

image22.jpeg


저스티스(Justice) - 'Safe and sound'

 

성가대의 합창을 닮은 인트로부터 심상치 않다. 이내 비장한 스트링 선율이 '강림'하고, 거친 디스토션 사운드를 덜어낸 벌판 위를 슬랩 베이스가 야생마처럼 질주한다. 세 번째 앨범 <Woman>의 선공개 수록곡인 이 곡은 2011년 <Audio, Video, Disco.>부터 사운드의 밀도를 서서히 줄여 온 음악적 변화의 연장선이다. '거칠고 꽉 찬' 데뷔앨범 <†>(2007)의 음압이 사라진 자리에 허전함을 느낄 법도 한데, 비트와 리듬을 다루는 이들의 실력은 쉴 틈 없이 어깨를 몰아치며 다른 방식의 감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완벽에 가까운 드라마틱한 구성은 덤. 아티스트의 변신이 언제나 무죄는 아니지만, 이 정도 결과물이라면 뿌듯한 마음으로 '혐의 없음'을 선언하겠다. (조해람)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의 대표작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이 오마주한 시집.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 첫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 20세기 현대문학에 큰 획을 그은 비트 세대 문학 선구자,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었다. 도시 패터슨의 역사를 토대로 한, 폭포를 닮은 대서사시.

본격적인 투자 필독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경제/재테크 최상위 채널의 투자 자료를 책으로 엮었다. 5명의 치과 전문의로 구성된 트레이딩 팀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최신 기술적 분석 자료까지 폭넓게 다룬다. 차트를 모르는 초보부터 중상급 투자자 모두 만족할 기술적 분석의 바이블을 만나보자.

타인과 만나는 황홀한 순간

『보보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신간.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심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꿰뚫어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번에 시선을 모은 주제는 '관계'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을 황홀하게 그려냈다. 고립의 시대가 잃어버린 미덕을 되찾아줄 역작.

시는 왜 자꾸 태어나는가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