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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이 책을] 과일상자에서 새 찾기

『새』, 『홍박사의 과일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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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과학은 머리가 아파오지만, 과학 책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마음이 생기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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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똑똑.


의정 : 네, 의정입니다'ㅁ'. 저를 찾으셨나요?


지혜 : 2주간 잘 지내셨나요? 새해로군요.


의정 : 네, 연말은 연말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새해는 새해 느낌이 덜 드네요. 아직 구정이 안 지나서 그런 걸까요?


지혜 : 아무래도요.  그나저나 새해 인사는 많이 하셨나요?


의정 : 인사를 못 해서 새해 느낌이 덜 나나 봐요. 이 참에 한 번 하시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혜 : 덕담도 하나씩 주고 받을까요? 2017년에는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사뭇 진지)


의정 : 음음, 2017년에는 아픈 날이 훨씬 줄고 건강한 날들만 있길 바랍니다. 감기, 배탈, 스트레스 물럿거라.


지혜 : 본론으로 들어가서, 올해 소개하는 첫 책은 무엇인가요?


의정 : 새에 미친 사람이 새를 쫓아다니며 쓴 에세이, 『새』입니다. '새해'라 '새'를 골라봤어요. 제목만으로 검색하려면 힘든 책이죠.


지혜 : 아하하, 그렇군요. 그런데 왜 검색하기 어렵죠?


의정 : 제목이 '새' 딱 한 글자라서요. 노아 스트리커나 니케북스, 출판사와 저자 이름으로 검색해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지혜 : 저는 비교적 검색하기 쉬운 책을 골랐습니다. 『홍박사의 과일상자』.


의정 : 과일에 관한 내용인가요?


지혜 : 오호라. 기다렸던 질문입니다. '과일상자'는 ‘과학 일단 상상하자’의 준말입니다.


의정 : 핫, 제목 아이디어에 일단 점수 드리고 가야겠네요. 권유 지수는 얼마나 주셨나요?


지혜 : 권유는 85입니다. 과학에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봐도 재밌을 책이에요. 우선 어렵지않고요. 술술 읽히는데 남는 것이 있죠. 마구마구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요.


의정 : 저는 권유 80, 재미 90을 드렸습니다. 새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읽다 보면 그물에 걸린 새처럼 퍼덕이며 읽게 되실 겁니다. 그만큼 재밌어요.


지혜 : 오, 후한 점수군요. 지금 제가 예스24에서 '새'로 검색해보니, 한번에 안 나오는군요. 삐질! 간단히 소개를 좀 해주시겠어요? 제가 검색할 동안에요.


의정 : 네, 기쁘게 소개하겠습니다. 저자는 남극, 아마존, 갈라파고스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조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저술가이자 강사입니다. 비둘기의 귀소 본능같이 사람들이 잘 아는 내용에서부터, 요정굴뚝새와 앨버트로스, 잣까마귀 등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새에 관한 정보가 빼곡하게 들어있습니다. 과학서같지만 딱딱하지 않고, 새에 관한 내용 같지만 오히려 인간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지혜 : “딱딱하지 않고 인간을 생각하게 하는 책”. 이건 제가 선택한 책과 같은 걸요? 아, 이 순간 제가 『새』 검색에 성공했습니다. 짝짝짝! 표지가 우선 아름답네요. 그리고 아래 써있는 문구가 눈길을 확 사로잡는데요? "그 책 어떻든?"  "아빠, 그거 재미있어요!" 저 같은 독자는 혹 할 문구입니다. (나무나무 출판사 편집자 님 짝짝짝!)


의정 : 지혜 님이 이 책이 어떠냐고 제게 물으신다면, 저도 그렇게 답하렵니다. "지혜 님, 이거 재미있어요!"


지혜 : 이 대화가 윤무부 박사님과 아드님의 이야기인데요. 제가 윤무부 박사님과 작은 인연이 있습니다. 잠깐 소개해도 되나요?


의정 : 오오, 네. 어떤 인연인가요?


지혜 : ㅋㅋ 매우 사소한 인연입니다만, 제가 대학생 때 KBS <퀴즈! 대한민국> 감수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비밀유지 서약서를 쓰고 각계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어요. “~교수님, ~박사님. 이 퀴즈의 정답이 이게 맞나요?” 8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매주 1회 했는데, 윤무부 박사님과 통화를 자주 했어요. 어떤 교수들은 "감수해주는데 돈을 왜 안 주냐? 이름은 들어가냐?”며 화를 내셨는데,  윤무부 박사님은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어요. ㅎㅎ 그래서 좋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답변도 시원시원하게 해주셨고요.


의정 : 이 책은 저자가 미국인이지만, 윤무부 박사님의 연구를 인용하기도 합니다. 윤무부 박사님이 감수하고 추천사를 써 주셨는데, 본인의 연구가 책에 나온 걸 보는 기분은 어떨까 궁금하네요. 너무 제 책 얘기만 한 것 같으니, 지혜님 책으로 넘어가 볼까요? 어떤 내용인가요?


지혜 : 역시 양심적이군요! 『홍박사의 과일상자』를 쓰신 홍성욱 박사님도 출판계에서 엄청 인기가 있는 저자신데요. 이번 책은 박사님이 페이스북에서 짧게 짧게 올렸던 글을 모은 책입니다. 출판사는 ‘달콤쌉싸름한 과학 이야기’라는 표제를 붙였는데, 읽다 보니 정말 그런 맛이 나더라고요.


의정 : 달콤쌉싸름이면... 자몽이 생각나네요. 오늘 점심 먹고 제가 또 자몽 주스를 먹지 않았겠습니까? 어쩐지 인연이 있는 책 같기도 하네요 후후. (억지로 끼워 맞춘다)


지혜 : 네, 자몽 맛...ㅋㅋㅋ 출판사 분들 보시고 계시다면, 자몽 맛으로 띠지를 껴보시는 건 어떠실런지. 『홍박사의 과일상자』는 우주부터 로봇, 출판되지 않은 것들 등 총 7개 주제로 과학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요. 흥미진진합니다. 저는 특히 '소수의 반란' 부분을 재밌게 읽었어요. 발명가 노무현 이야기부터 화학자 프리츠 하버의 첫 부인 '클라라 하버'에 대한 에피소드까지. 아, 소개를 해드리고 싶지만 그러면 이야기가 길어지고. 음... 과학이나 시사, 역사에 관심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읽으면 정말 좋을 책이에요. 편집도 귀엽고 경쾌합니다. 부담 없어서 좋더라고요.

 

의정 : 저는 이 책을 아는 체 하기 좋아하는 분들과, 작고 귀여운 동물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네요. 페이지마다 나와 있는 새에 관한 지식을 뽐내실 수 있을 겁니다. 여러 개 소개하고 싶지만, 하나만 소개해도 되겠죠?


지혜 : 딱 하나만요!


의정 : 예를 들자면... 잣까마귀는 겨울을 나기 위해 소나무 씨앗을 여러 군데 모아둔다고 합니다. 그 장소가 많으면 5,000여 곳에 다다른다고 하네요. 그 장소를 어떻게 다 기억하는 걸까요? 잣까마귀는 혹시 인간보다 똑똑한 게 아닐까요? 어떻게 찾아내는지는.... 책 속에 있습니다. 읽어보세요 여러분!


지혜 : 아마도 생존 본능이겠죠? 그런데 말이죠. 질문이 하나 있어요. 저는 아는 체 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귀여운 동물도 안 좋아해서요. 그렇다면 『새』는 저에게 필요 없는 책인가요? (뜬금포 어려운 질문)


의정 : 그럴 리가요! 아는 체 좋아하지 않고 귀여운 동물도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 이 책을 읽어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새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결국, 사람을 생각하게 되거든요.


지혜 : 후후 네, 그 비밀은 좀 나중에 풀어주시고요. 저희 기사를 끝까지 보려면 남겨둬야 합니다. ㅋㅋ 그런데 제 책에 대해서도 질문 좀 해주시면 안 되렵니까? ㅋㅋ 저는 독자의 시각이 언제나 궁금하답니다.


의정 : 음... 저는 자녀도 없고 과학에 흥미 없는데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있을까요? (역시 어려운 질문)


지혜 : 하핫, 의정 님의 명언을 제가 잠시 빌려와도 될까요? "읽다 보면 결국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51쪽을 보면 '과거에서 본 2015년'이라는 글이 있어요. SF영화 중에 2015년 시점으로 한 영화가 많다고 하는데요. 실제 우리나라 1992년 12월자, 신문기사를 보면 “2015년은 암을 완전 정복하고 교통난 차, 대기오염도 해소된다”고 나와 있어요. 엉터리 기사였던 거죠! 홍성욱 박사님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기술학자예요. 2014년에 페이스북을 시작하면서 과학 예술, 사회에 대한 주제를 놓고 페친들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이 책은 그 첫 결과물입니다. 홍 박사님은 인기가 많아 현재 친구 신청을 할 수 없어요. 좌절좌절. 팔로워만 하고 있답니다.


의정 : 친구를 맺을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책을 내신 게 아닐까요? ㅋㅋ


지혜 : 역시 이런 상상력! '과일상자'를 읽어야 하는 독자는 바로 의정 님이십니다.


의정 : ㅋㅋ 제 책은 '새에 미친 사람'이 만든 책이 아닐까 싶은데요. 세상은 이렇게 어딘가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좋게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과학에 푹 빠진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지혜 : 그렇지요. 묵묵히 농사를 짓는 농부 덕분에 밥도 먹고요.


의정 : 묵묵히 글을 쓰는 저희들 때문에 사람들이 책도 읽... 었으면 좋겠네요.


지혜 : (ㅋㅋ 대화의 반전)


의정 : 저 하나만 더 소개하면 안될까요? 재밌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지혜 : 물론입니다.


관찰자의 눈에 비친 나그네앨버트로스의 구애 댄스는 꽤 복잡하고 겸허하며 눈을 떼기가 어렵다. (중략) 두 새는 마주보고 서로의 반사 신경을 시험하며 앞뒤로 타박타박 움직이다가 가까이 다가가서 부리로 공중을 가리킨다. 그리고 동시에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길이가 3.5미터나 되는 날개를 활짝 펼쳐 과시하듯 겨루면서 자리를 다툰다. - 『새』, 392~393쪽


의정 : 이 글을 읽으면서 앨버트로스라는 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네요. 과연 어떤 새일지.


지혜 : 복잡과 겸허. 저도 궁금해지는 걸요. 『홍박사의 과일상자』에는 당연히 과학자 이야기도 많은데요. 독자 분들이 가장 재밌게 읽을 부분이기도 할 것 같아요. 천문학자 칼 세이건 아실 텐데요. 저는 128쪽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어요.


칼 세이건은 딸에게 "네가 참이라고 믿고 싶다고 해서 그것을 믿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부드럽게 얘기해주었다고. 그 이유는 "네 자신과 특히 권위를 가진 사람을 의심하지 않으면, 네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며, "참으로 사실인 것은 면밀한 검토에도 살아남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 『홍박사의 과일상자』, 128쪽

 

의정 : 최근 『칼 세이건의 말』이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었죠. 과학도 궁극으로 가면 아름다움과 맞닿아 있는 건 왜일까요. 여전히 과학은 머리가 아파오지만, 과학 책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마음이 생기기도 하네요.


지혜 : 두 번 정도 생각해봐 주셔도 좋을 것 같고요. ㅋㅋ 아, 저는 오늘 또 ‘왜 과학자가 글도 잘 써? 불공평해!’ 뭐 그런 생각도 했어요.


의정 : 그쵸.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ㅋㅋㅋ 팔방미인 여러분은 하나만 파주시면 안될까요. 안팔방미인은 먹고 살기 힘듭니다 징징!


지혜 : 무진장 힘들죠잉. 혹시 『새』 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없었나요?


의정 : 다른 분들은 겪을 수 없는 아쉬움이지만, 책을 읽다 보니 17쪽부터 32쪽이 없더라고요. 파본이라고 실망하려던 참에 이 책은 저만 갖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니 또 기뻐졌습니다. 이 '새'는 저만의 새입니다 여러분 후후.


지혜 :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저도 며칠 전 한 그림책을 보다가 파본이라서 출판사 담당자 분께 신고를 했답니다.


의정 : 파본도 은근 좋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


지혜 : 전 은근 별로던데요. 예전에 한 동네책방에서 책을 샀어요. 중고 책과 새 책을 함께 파는 곳이었는데요. 정가를 주고 샀는데, 헉! 중고 책이었어요.


의정 : 허걱. 그건 좀 그렇네요. 새 책만의 즐거움이 있는데 말이죠. 여하튼, 퇴근 시간이 다가옵니다. 정시 퇴근을 위해 저희는 인사해야 할 시간이에요.


지혜 : 흐, 그런데 오늘은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드는데요?


의정 : 그렇죠? 저희 하나씩만 더 소개하면 어떨까요?


고속 항로를 질주하는 벌새들의 비행에는 값비싼 대가가 따른다. 쉬려고 잠시 몸을 내려놓는 순간 그들은 굶어 죽는다. 몸무게 절감을 위해 오그라든 다리는 너무 약해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다. (중략) 인간들도 점점 속도를 높이는 것 같다. 우리는 지체 없이 더 큰 만족을 얻기 위해 분투한다. (중략) 모든 게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진정 벌새가 되기를 원하는 것일까? - 『새』, 174~175쪽


의정 : 책에는 새에 관한 연구뿐 아니라 인간에 관한 연구 결과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우리는 10년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걷고 있다고 하네요. 과연 속도를 높여서 우린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지혜 : 걷는 속도와 삶의 속도. 이어지는 지점이 있네요. 저는 에필로그를 소개할게요. 홍박사님은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서 과학의 상상력이 인간과 비인간(nonhuman)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보이려 했다”고 밝힙니다. “비인간에 주목하면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사물을 신선하게 보는 안목을 갖게 된다”고 하면서요. 저는 실은 인간 외에는 관심이 그다지 없어요. 동물에게조차 눈길을 잘 못 줘요. 모든 사물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은 아닐 텐데요. 올해는 인간 중심 시각에서 좀 벗어나볼까, 그런 생각도 들었네요. 자자, 그럼 우리 새해 독서 목표나 나눠보고 대화를 마칠까요?


의정 : 그러고 보니 새해 목표를 세워놓은 게 없네요. 목표가 없어서 새해라는 기분이 안 들었나봐요. 이 참에 목표를 세우자면... “재밌는 것만 하기에도 바쁘다, 재밌고 좋은 책만 읽자!”


지혜 : 저는 “빛 못 보는 책을 발굴하자”입니다.


의정 : 빛 못 보는 책, 재밌는 책을 위해 '왜이책'은 2017년에도 계속됩니다. 쭈욱~~


지혜 : 2주 후, 금요일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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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2003년에 창간한 예스24에서 운영하는 문화웹진입니다. 작가와 배우, 뮤지션 등 국내외 문화 종사자들을 인터뷰합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패션, 교육 등 다양한 칼럼을 매일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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