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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마, 나의 음악은 ‘세미클래식’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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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이란 말 자체가 어감이 좀 그렇기도 하고. 그게 굉장히 아쉬워요. 이런 문화를 제가 바꿔놔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연주자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려주고 싶어요.

이루마는 「River flows in you」, 「Kiss the rain」, 「When love falls」 등 우리 귀에 익숙한 피아노 연주곡들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많은 곡이 영화, 드라마, CF 등에 삽입되었고, 그의 음악으로 피아노의 매력에 눈을 뜨고 입문한 사례도 많다. 1990년대까지 서구와 일본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뉴에이지 장르를 넘어서 빠르게 세력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홍대 부근 빅퍼즐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루마는 자신의 음악을 '세미클래식'으로 규정해주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의 집객 파워도 상당해 뉴욕 카네기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 유수의 공연장에서 성황리의 무대를 갖기도 했다. 그는 흔히 피아니스트로 기억되지만 스스로는 '작곡가'로도 불리기 원한다. 그의 페이스북과 포털 사이트 인물 정보 등 설명 공간에는 '작곡가'와 '피아니스트'가 병기되어 있다. 작곡가 이루마로, 작곡 팀 마인드 테일러(Mind Tailor)로 샤이니, 에일리 등 대중가수에게 준 곡도 여럿 존재한다. 데뷔 16년 차의 적잖은 경력에도 그는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더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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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반갑다.


그 전에도 김광민 씨나 노영심 씨도 피아노 앨범을 내셨고, 한충완 선생님도 계셨죠. 조지 윈스턴부터 유키 구라모토, 이사오 사사키, 스티브 바라캇처럼 해외에도 피아노를 치면서 작곡하는 분들도 많았고요. 운도 따라줬어요. 특히 이름 덕을 크게 봤죠. 당시 워낙 일본 아티스트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었고, 광고에도 그런 음악들이 나오던 때라. 제가 처음 제작자를 찾아갔을 때 그분이 이사오 사사키의 「Sky Walker」를 틀어주면서 이런 음악 쓸 수 있냐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몇 십 개씩 쓸 수 있다고 말해버렸죠. (웃음) 그때 한창 의욕이 넘쳤거든요.

 

유키 구라모토 음악이 2000년도에 한창 유행했을 때 한국 사람들이 왜 좋아했을까 생각해 보면 다른 음악들과 구분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맞아요. 멜로디가 굉장히 신파적이면서 동시에 클래식 적이죠. 드라마나 영화의 슬픈 장면에 쓰이기 딱 좋은 스타일이에요. 마침 미니홈피도 한창 유행하고 있어서 다들 배경음악으로도 해놓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유키 구라모토 선생님께 너무 감사해요. 제가 오기가 생기게 만들었던 분이시거든요. 앨범 준비를 하던 때 레코드 샵에 간 적이 있었어요. 와, 정말 스티브 바라캇이랑 유키 구라모토 음반이 뉴에이지 섹션을 다 채우고 있었어요. 엄청나게 인기 있었다는 거죠.

 

리차드 클레이더만, 프랭크 밀즈도 그렇지만 피아노 연주 음악이 오랫동안 환영받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열기가 식었고 그러다가 유키 구라모토와 이사오 사사키 떠오르면서 재(再)점화됐던 것으로 본다. 그 끝물이 이루마 아닌가. 너무 대중의 입맛에 맞춰가는 것에 대한 아티스트로서의 회의가 들지는 않는지.


회의가 안 든다면 거짓말이죠. 대중성을 생각한 편안한 음악을 만들다 보니까 클래식 진영에서 저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나마 제가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으니 이 정도지. 요즘엔 저도 똑같이 무시해요. 이런 곡 써서 성공할 수 있으면 한번 해 보시지, 이런 마음이죠. (웃음)

 

「When the love falls」 같은 음악을 들었을 때, 전통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이루마가 쉽게 간다고 느껴질 수 있다. 실험적인 음악과 듣기 좋은 음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지 않나.


그런 소리 진짜 많이 들었어요. 제 음악이 수면제래요. 오늘도 라디오 진행하는데 시청자 게시판에 누가 어린이집에서 애들 재울 때 제 노래를 튼다는 사연을 올렸어요. 실제로 제 공연장에서 애들이 잠잘 준비를 한대요. (웃음) 물론 그것도 좋은 음악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푹 빠질 수 있는 음악도 작업해야겠구나 싶었어요. 저랑 작업하는 프로듀서 동생이 항상 'WOW'를 해야 한다고 해요. 게임 '와우'가 아니라, 사람들이 'WOW!' 할 수 있는 음악을 써야 한다고.

 

미니멀리즘은 지금도 이루마 음악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어떤 매력에 빠졌는지.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아요.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인상파. 질리지 않고 그때그때 느낌이 다르다는 점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대중적인 곡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결국엔 류이치 사카모토처럼 조금은 실험적이고 난해한 음악으로 가고 싶다는 것인지.


네. 겨울연가 붐이 일어나고 일본에서 한창 활동했었을 때, 거기 프로모터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매니저를 하셨던 분이셨어요. 제가 팬이라니까 앨범을 엄청나게 주셨죠. '널 보니까 (류이치 사카모토의)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빨리 머리가 하얘져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웃음) 물론 류이치 사카모토 스타일의 음악을 한다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면서 예술적인 음악을 하는 그런 모습을 닮고 싶어요.

 

랑랑 역시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부상하고 있는데, 랑랑을 어떻게 보나.


랑랑은 저와 비교할 대상이 아니죠. 그분은 클래식 연주자로서 피아노 클래식을 대중화시킨 가장 큰 인물이기도 하고, 해외에서도 워낙 유명해요. 잠깐 같은 레이블에 있었는데, 그때 비교를 많이 당하긴 했었어요. 저는 작곡가이자 연주자고 음악적 성향이 아주 다른데…. 그분은 게임에 자기가 연주한 음악을 넣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전 항상 작곡가라고 말해요.

 

대중음악 시장에서 피아노 연주만으로 고객과 소통한다는 것은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요즘의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이나 커버가 필요하지 않나. 키네틱 플로우 「몽환의 숲」처럼. 이번 MAMA 무대도 그렇고 대중화 작업과 관련된 진행 상황은 어떤가.


2년 전부터 가요 작곡을 다시 시작했어요. 백지영 씨도 그렇고, 샤이니, 헨리, 엠블랙 지오 씨와도 작업 했었고요. 특히 에일리 씨와 했던 곡(「Higher」)이 반응이 좋았어요. 마인드 테일러(Mind Tailor)라는 이름으로 팀을 꾸려서 곡을 썼어요. 최근에는 규현 씨 지난 앨범에 작곡가로서 참여하기도 했고. 많은 사람이 저를 피아노 연주자로 알고 있지만, 제 전공을 살려서 대중음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보고 싶었어요.

 

이번 MAMA 측이 왜 이루마를 비와이와 붙일 생각을 했을까.


글쎄요. 원래 「Day day」에는 브리지에 건반이 살짝 들어가는 정도 외엔 피아노가 딱히 없거든요. 그래서 그걸 인트로로 아예 길게 넣고 또 중간에 반복했어요. 아마 그래미에서 랑랑이 했던 것처럼 클래식 연주자가 아닌 대중적인 사람을 찾다 보니까 저에게 연락하신 것 같아요. 제가 홍콩 쪽에서 공연하기도 했으니까요. 상해 같은 경우는 지하철 문 열리고 닫힐 때 「River flows in you」가 나와요.

 

비와이와의 무대를 보니 노래를 엉성하게 부르지만 않는다면 노래를 해도 되지 않나 싶었는데. 가수 욕망은 없는지.


(크게 웃으며) 많아요. 심지어 어떤 가수가 피처링을 해달라고 해서 피아노인 줄 알았는데 노래였어요. '더 필름' 황경석 씨라고, 제 친구예요. 그분이 토이 스타일의 음악을 많이 써요. 「일산 호수공원」이라는 노래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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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M은 취향에 맞는지. 요즘 힙합과 EDM이 대중음악의 양 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EDM은 피아노와 결합할 가능성이 엄청난 장르 아닌가.


맞아요. 그래서 따로 디제잉 하는 프로듀서랑 같이 뭔가 해보려고 하고 있긴 해요. 제가 디제잉도 관심이 있거든요. 영국에 잠깐 놀러 갔을 때 악기점을 지나가다가 거기에 믹싱 기계가 있길래 한 번 해봤어요. 차마 그걸 사지는 못하고 아는 동생 집에 가서 베이스도 깔아보고 이것저것 만지는 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연주를 하면서 디제잉을 하면 어떨까 싶었죠. 둘 다를 하는 디제이가 많진 않거든요.

 

힙합은 귀에 잘 들어오나.


솔직히 말하면 잘 안 들려요. 정말 집중해서 들으면 가사들이 들어오긴 하는데. 반주, 멜로디가 확실히 좋다거나 래퍼 목소리가 독특하면 듣긴 하지만, 아직도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피아노란 악기는 대체로 재래식 작곡법에 어울린다. 아이돌 음악이나 힙합과 어울리면서 어느 정도는 작곡 패턴의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코드 진행이라든가 멜로디는 옛 연주 음악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그게 가요와 만났을 때 신선하더라고요. 힙합 같은 경우엔 제 음악이 워낙 미니멀리스틱하게 반복적인 패턴이 많다 보니 의외로 잘 어울렸어요. MC 스나이퍼 씨의 「할 수 있어」라는 곡도 그렇고. 이 분이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어요. '너 같은 피아니스트가 힙합과 같이 어울리는 게 정말 좋다.'고 말해주시기도 했어요.

 

결국 단순한 연주자보다 송 라이터로 자신을 포지셔닝 하는 것인가.


그렇죠. 일단 피아노 연주 쪽으로는 이루마라는 이름이 알려져 있으니까 이용할 수도 있고. 피아니스트가 작곡을 한다고 하니 특이했나 봐요. 제작자분들도 곡 의뢰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렇다고 또 너무 많이 노출되면 희소가치가 떨어지니까 적당한 선에서 가요 작업을 마무리하곤 했어요. 요즘엔 힙합 하는 친구들도 만나고 있어요. <쇼미더머니>에 나왔던 이규환이란 친구와 작업 중이고 아마 1월쯤에 나올 예정이에요.

 

딴 가수에게 준 곡 가운데 가장 반응이 좋았던 음악은?


당연히 연주곡이 압도적이지만, 써준 노래 중에서는 에일리 씨의 「Higher」가 제일 인기 있었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부르시는 분들도 있고. 백지영 씨 노래 중에 '싫다'라는 곡도 제가 썼어요. 처음으로 제가 음악 프로그램에 같이 나와서 활동했었죠. 이게 인기가 꽤 좋았는데 그때 소녀시대와 활동이 겹쳐서 2위로 밀려났어요. (웃음) 그게 벌써 3년 정도 됐을 거예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작곡을 처음 시작할 때 봤던 교본이 있다면.


멘델스존의 「무언가(Songs without words)」는 지금도 제게 도움을 많이 주고, 즐겨 치는 곡이에요. 집에 가면 아직도 피아노 앞에 그 악보가 놓여 있죠. 가끔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때는 클래식도 연주해요. 잘은 못 치지만. 손도 많이 굳었고 클래식적인 테크닉이 많이 죽었거든요. 그렇지만 역시 클래식은 클래식이에요. 그게 확실히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치진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제 성향으로 자리 잡은 거죠. 현대음악을 공부하면서 필립 글래스(Phillip Glass) 같은 작곡가들을 지향하게 됐고. 대중적이면서도 실험성 짙은 음악을 하는 그런 분들이요. 그래서 저도 분명히 누군가 하지 않은 음악이 있겠지, 이런 믿음을 갖고 곡 작업을 해요.

 

곡을 만들 때 즉흥적으로 코드를 만드는지. 아니면 계산해서 하는 건가.


둘 다예요. 생각해둔 코드가 있으면 그대로 쓰기도 하고. 왜냐하면 노래를 쓸 때와 연주 음악을 쓸 때는 굉장히 다르거든요. 노래를 쓸 때는 아무래도 계산해야 하는 부분이 많죠. 듣는 귀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버스(verse)는 16마디, 코러스(chorus)는 무슨 무슨 코드워크 이런 식으로. 근데 이렇게 작업하기가 싫더라고요. 요즘엔 그냥 레코딩 버튼 누르고 한 번에 쭉 가는 방식으로 할 때가 많아요. 자연스럽게. 구성을 다 짠 상태로 녹음하면 제가 거기에 끌려가요. 메트로놈 소리도 신경 쓰이고, 연주도 매끄럽지가 않거든요.

 

그래도 아직 대중에게 이루마는 대중음악 작곡가보단 피아니스트에 좀 더 가까운데, 완성도가 높다고 느끼는 노래는?


「River flows in you」 노래 버전이 있는데 그걸 가수 팀(Tim)이 부른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활동했던 곡도 아니었고 가수 팀이 부르고 싶어 해서 편곡해줬거든요. 근데 그게 해외에서 굉장히 반응이 좋았어요. 중국 가수가 중국어로 번안해서 부르기도 했고, 독일에선 하우스 버전으로 노래가 나온 적도 있을 정도였거든요. 신기하게 해외에선 다들 이 곡을 알고 계시더라고요.

 

이루마하면 「River flows in you」인데 만들게 된 계기는.


2집에 수록된 곡인데요,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썼어요. 제가 그냥 텔레비전을 켜놓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가 나온 곡이거든요. '리버 댄스(River dance)'라는 아이리시(Irish) 춤이 있는데 영국에서 이 춤과 관련된 쇼를 해요. 탭 댄스같이 다리만 움직이고 팔은 뒤로하고 막 떼로 나와서 추는 뭐 그런 건데. 화면에 그 쇼 광고가 나오는 거예요. 심심해서 아무거나 치고 있는데 문득 제 손가락이 그 리버 댄스를 추는 것처럼 보이길래 트릴을 넣어보기도 하면서 조금씩 곡을 만들어갔어요. 그래서 제목에 'River'라는 단어를 넣었고 흐르는 느낌도 나서 'Flow'를 붙였죠.

 

해외 반응도 있고 곡도 좋은 덕분에 악보가 잘 팔렸다고 들었다.


그렇기보단 피아노를 어린 시절에 조금이라도 접해본 분들은 악보가 어렵지도 않고 반복도 많아서 연주하기 쉬웠을 거예요. 몇 마디만 연주할 수 있으면 그냥 칠 수 있는 곡들이 많으니까. 끝까지 연주했을 때 만족감도 높고 일단 듣기에도 심플하니까 많이들 제 악보를 찾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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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앨범 10장은 확실한 구매층이 있다는 방증이다. 가장 아끼는 곡은.


5집에 있는 「His monologue」를 제일 좋아해요. 사람들은 잘 모를 거예요. 입대하기 전에 앨범을 만들어 놓고 군대에 있을 때 앨범이 나왔거든요. 2006년 11월쯤. 사실 'H.I.S'가 제 아내의 이니셜이기도 해요. 근데 러브송은 전혀 아니죠. 앨범 자체가 실험성이 짙기도 하고. 존 케이지의 프리페어드 피아노(prepared piano)를 사용했어요. '푸딩'의 김정범 씨가 한 번에 멜로디를 연주해주시고 전 밑에서 프리페어드 피아노를 연주하고 그랬죠. 그 피아노는 학부 시절 진짜 저한테 충격적이었어요. 처음 접한 건 고등학생 때였는데, 선생님께서 어떤 음악을 들려주시더니 악기를 맞춰보라는 거예요. 다들 퍼커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피아노였죠.

 

그 노래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그때 제가 입대 전이었고, 늦은 나이에 군악대로 들어가게 되면서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어요. 더는 피아노 음악을 못 쓰겠다 싶었던 때에 앨범을 만들게 된 거죠. 새로운 소리를 찾다 보니 존 케이지처럼 해볼까 해서 프리페어드 피아노에 직접 제가 나사도 넣고 만들면서 준비했죠. 군대라는 게 오히려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어요.

 

이루마하면 또 「Maybe」, 「Kiss the rain」, 「When the love falls」 아닌가. 특히 <겨울연가>에 삽입되기도 했던 「When the love falls」는 지금도 인기가 있다.


<겨울연가> 덕분에 일본에서 했던 공연이 전부 매진되기도 했어요. 윤석호 피디님이 1집부터 제 음악을 알고 계셨대요. 유키 구라모토를 좋아하셨는데 저도 일본 뮤지션인줄 알고 음반을 갖고 계셨다는 거예요. 언젠가 드라마에 써야겠다고 생각하시다가 2집 앨범을 듣고는 이거다, 싶으셨나 봐요. 근데 이게 사실 제 곡이라고 할 순 없어요. 저희 누나가 결혼하면서 LP판을 잔뜩 두고 가셨는데 제가 거기서 미셸 폴나레프(Michel Polnareff) 베스트 앨범을 발견했죠. 아마 A 사이드 첫 곡이 「Qui A Tue Grand Maman」이었을 거예요. 제목을 찾아서 번역했는데 너무 웃긴 거예요.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라니. 피아노로 치면 좋겠다 싶어서 쳐봤어요. (<겨울연가>에 갑자기 항쟁가가 나와 화들짝 놀랐다는 말에 “근데 당시엔 전혀 몰랐다. 붉은 피로~ 딴 딴 딴!”하며 웃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곡인데 호응을 얻은 곡은.


그게 「Kiss the rain」이에요. 「Wait there」도 마찬가지지만, 이건 녹음 다 해놓고 시간이 남아서 만들었어요. 영국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에서 레코딩을 했는데, 엘튼 존도 여기서 녹음할 만큼 비싸거든요. 근데 1시간이나 남는 바람에 제작자가 더 녹음할 거 없냐, 해서 없다, 없어요, 몇 번 실랑이한 끝에 하나가 있긴 한데, 하고 쳤어요. 멜로디가 예쁘기도 하고 너무 대중적이기도 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녹음하게 됐죠. 제 곡에 「회상(Reminiscent)」이란 곡도 시간이 남아서 만든 곡이에요. 원래는 'reminiscence'가 맞죠. 근데 같은 제목의 노래들이 너무 많길래 제 곡만 검색 창에 나오게 하려고 'reminiscent'로 바꿨어요. 형용사로. (웃음) 시트콤 <김치치즈 스마일>에도 삽입됐었고, 인기가 많았죠. 10주년 베스트 앨범 녹음 마치고 커피 한잔 마시면서 쉬고 있었는데 소니 측에서 신곡이 하나 정도 들어가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것도 몇 번 거절하다가 그냥 하나 만들어본 곡인데 반응이 좋았어요.

 

사람들이 이루마의 연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음악적으로 접근한다면 보이싱(voicing)일 수도 있어요. 작곡하시는 다른 분들과는 다른데, 예를 들어 왼손에 아르페지오만 있고 오른손에 멜로디가 있는 전형적인 형태가 아니라, 제 음악은 점프가 많아요. 그래서 엄지손가락이 제일 바빠요. 화음을 무조건 채워주거든요. 어렵지 않게. 제 곡엔 엇박자도 많죠. 유키 구라모토 선생님 같은 경우는 정박의 아르페지오가 많아요. 근데 저는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까 음이 겹치거나 변화가 많죠.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비롯해서 유수의 공연장에서 공연한 바 있다.


이번에는 카네기홀 대극장에서 했어요. 거기 홀이 두 개가 있는데 작은 홀과 다르게 큰 홀은 대관 심사를 해요. 예술가로서 인지도나 음악성 그런 것들을 보는 거죠. 논문처럼 12페이지 분량으로 내 곡에 대한 해설과 음악에 대한 글을 작성해서 제출하면 몇 개월 동안 이제 따져보는 거예요. 원래 카네기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었는데, 당시에 제 쪽에서 약간 문제가 있었어요. 쭉 미루다가 작년 4월에 하게 되었죠. 해외 인지도는 인터넷 덕분이죠. 영상의 힘이 컸어요. 특히 「River flows in you」는 영화 <트와일라잇> 때문에 더 알려졌어요. <트와일라잇>의 팬이 책에서 발췌한 글을 제 음악과 함께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렸어요. 그 글에 '벨라의 자장가'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게 그 음악이라는 식으로 퍼졌고 영상이 엄청나게 인기를 얻었죠. (국내 공연 관객은 어떠냐는 질문에 “그래도 그나마 낫다. 10위권 안에는 드는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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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시대에 단순히 피아노만 연주하는 사람은 좀 살아남기 힘들 것 같다. 그게 작곡으로 가려는 것과 연관이 있나.


불리하죠. 가끔은 피아노 음악을 그만하고 싶기도 해요. 사실 이제는 음악을 듣기 위한 자세가 사라진 것 같아요. 듣고 싶으면 언제든 들을 수 있으니까 음악의 가치가 너무 떨어진 듯하고. 그래서 전 스트리밍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시대는 따라가야 하니까. 나중에는 제 홈페이지에서만 듣게 할까 싶기도 해요.

 

한국은 '연주음악' 시장이 작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수가 최고예요. 행사를 가도, 어디를 가도 가수와 연주자의 대우가 달라요. 저는 그나마 낫지만, 무대 뒤에서 연주하는 세션 분들을 너무 홀대해요. 세션이란 말 자체가 어감이 좀 그렇기도 하고. 그게 굉장히 아쉬워요. 이런 문화를 제가 바꿔놔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연주자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려주고 싶어요.

 

관례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이루마를 '뉴에이지' 장르로 묶는 게 불편하진 않은지.


불편하죠. 지금은 그러려니 하는데. 너무 광범위한, 뭐랄까. 장르 같지 않은 장르 이름이잖아요. 거기엔 노래도 있을 수 있고 재즈가 섞인 퓨전 음악이 될 수도 있거든요. 한때는 전 클래식도, 재즈도 아닌 '세미클래식'이라고 얘기한 적도 있었어요. 어느 날 우연히 검색하다가 누가 제 음악을 분석해서 논문을 낸 걸 봤어요. 그걸 보면서 느꼈어요. '내 음악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있구나.', '현재의 음악이 나중에 가서 진짜 클래식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그런 면에서 제 음악이 세미클래식이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사실 하고 싶은 음악은 너무 많지만요.

 

클래식 말고도 대중음악 작곡가 중에서 코드 진행, 선율감, 코러스 창의성 등등 따졌을 때 이 사람은 대단하다 하는 작곡가가 있다면.


당연히 데이비드 포스터죠. 그 사람은 전조를 그렇게 많이 하는데도 자연스럽게 다 넘어가요. 물 흐르듯이. 근데 또 전혀 어렵지가 않아요. 우리나라에서 뽑는다면 토이 유희열 씨. 영국에 있을 때 친구가 토이 음반을 보내줬어요. 들으면서 아, 역시 공부를 하신 분이 맞구나 싶었죠. 「여전히 아름다운지」라는 노래를 그냥 발라드겠거니 하고 들었는데, 제일 뒤에 전조를 하는 것 같지만 안 해요. 브리지에서 키를 내렸다가 전조하는 것처럼 키를 다시 원상복귀 시키는 거죠. 와 이게 되는구나, 감탄했어요.

 

집에 있을 때 혹은 흐트러졌을 때 개인적으로 즐겨 듣는 음악은.


제가 기타를 잡았다면 록을 했을 거예요. 록 제네레이션이죠. 영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영국의 록을 접하고 살았거든요. 제가 좋아했었던 트래비스, 펄프, 블러 같은 브릿팝부터 미국 너바나(Nirvana)까지. 엔야(Enya) 같이 흘러간 음악도 좋아했고요. 누나들이 들었던 팝송들을 제가 자연스럽게 접했기 때문에 다양한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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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이루마 음악은 피아노 입문자들의 교본이 됐다.


정말 감사한 부분이죠. 예전에는 조지 윈스턴, 리차드 클레이더만 같은 피아니스트들 악보를 치곤했는데. 요즘 제 악보를 구해서 연습하시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그런 분들 덕분에 여전히 제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홍보가 되기도 했고요. 제 음악이 쓰이고 있다는 것이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바탕이기도 하죠. 또 피아니스트 김정원 씨가 제 음악이 클래식의 다리가 되어줬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전 클래식 음악을 하진 않지만, 클래식을 전혀 모르시는 분들이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줬다는 거죠. 실제로 그렇게 듣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 부분도 감사해요.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가요작곡가로도 활동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지.


요즘엔 연말 공연도 있다 보니까 정말 쉬는 시간이 없긴 하죠.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야죠. 지금보다 앞으로 더 할 일이 많으니까 이 정도는.... (웃음)

 

 

사진 제공 : 마인드 테일러 뮤직
인터뷰 : 임진모, 정연경, 현민형, 홍은솔
정리 :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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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깃든 삶의 진실

명확한 것들이 때로는 우리를 배신한다. 『작은 동네』는 ‘누구도 말하거나 기억하지 않은 나와 엄마의 서사를 복구하는’ 소설이다. 화자가 믿어온 사실들은 이제 전혀 다른 말을 하기 시작한다. 촘촘하게 설계한 이야기를 능숙하게 한 겹씩 펼쳐내는 솜씨가 탁월한 손보미표 추리극이다.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어느 날 한 아이가 말했다. '너 같은거 꼴도 보기 싫어!' 이유도 말해 주지 않고 가 버린 그 아이를 보며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어느덧 미움이 쑥쑥 나라나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이상해. 하나도 시원하지가 않아.' 미움이란 감정을 따라 떠나는 '내 마음' 탐구.

우리는 모두 ‘멋지다’가 들어있어요!

같은 반 아이들 20명이 각자의 개성으로 ‘멋지다’를 소개하는 특별한 책. 잘 넘어지는 아이는 보호대에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멋지고, 잠 못 드는 아이는 상상을 할 수 있어 멋지고, 수줍음을 타다가 슬쩍 건넨 인사로 친구가 된 아이까지! 우리는 모두 멋진 구석을 한가지씩 가졌습니다.

임진아 작가의 두 번째 일상 에세이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 작가가 우리 곁의 평범하고 익숙한 사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물에게 배우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내 삶은 조금 더 너그러워질 거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글과 직접 그린 그림들. 책을 펼치는 순간 오늘이 조금 더 좋아지는 마법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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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투데이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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